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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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정부가 강제로 우리를 학교에 가도록 만들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정부는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일곱 자녀 중 네 명은 출생증명서가 없다. 가정 분만으로 태어나서, 한 번도 의사나 간호사에게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의료 기록도 전혀 없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야기의 주인공 타라는 아버지의 그릇된 신념 때문에 삶의 초반을 희생당한 셈이다. 일곱 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난 그녀는 세상의 종말론을 믿는 모르몬 교도였던 아버지 때문에 이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모르몬교는 1820~30년대에 미국에서 탄생한 기독교의 새로운 종파로 이들은 몰몬경을 바이블과 함께 경전으로 신봉함에 따라 여기서 비롯된 이름이다.


타라의 아버지는 모르몬교 근본주의자로서 공교육公敎育 자체를 불신했기에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공교육은 아이들을 신에게서 멀어지게 하려는 정부의 음모’라고 말할 정도였으므로 당연히 타라도 마찬가지였다. 심판의 날이 곧 도래한다고 맹신하는 아버지는 가족을 데리고 산으로 떠날 채비를 미리 서두르고 있었다. 그녀는 낮엔 비상식량을 대비한 복숭아 병조림을 만들어야 했고 밤엔 <산속 피신용>이라고 명명한 가방을 끌어안고 잠을 자야 했다. 심지어 이 무거운 가방을 등에 지고 산 위의 피신처로 뛰는 연습까지 했던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하루 종일 폐철 처리장에서 고철과 폐기물을 들어 나르는 고된 일을 했음에도 귀가 후엔 카리스마 넘치는 예언자 같은 엄숙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무릎에 커다란 성경을 펴 들고 가족들 앞에서 경전의 구절을 낮은 목소리로 읽어 내려갔다.


그녀의 엄마는 산파를 보조하면서 산파 일을 배우고 있었다. 이는 순전히 아버지의 요구 때문이었는데, 자급자족 경제를 꾸려야 한다는 계획의 일부였다. 사회와 단절된 채 산에서 생활할 때 향후 태어날 손주들을 받아 줄 수 있는 사람은 엄마여야 한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나아가 엄마는 약초에 관해 잘 알기 때문에 가족들의 건강 관리도 돌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후 마을의 산파가 다른 주로 이사감에 따라 분만을 앞둔 임산부들이 조수 역할을 했던 타라의 엄마에게 부탁하러 찾아왔다. 남편이 일자리를 잃어 병원에 갈 돈이 없다는 설명에 딱한 마음이 들어 이를 돕기로 작정, 무사히 출산을 도왔다. 분만 한 건당 500달러라는 수입이 생기면서 엄마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집에 전화를 설치했다. 산통이 심한 임산부의 긴급 연락을 받을 목적으로 설치한 초록색 전화기가 반짝이던 그 모습이 생소했다고 기억한다.


무릇 사람은 성장기에 부모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타라 또한 보고 듣는 것이라곤 극단적인 모르몬교의 믿음에 의지하는 아버지의 일방적인 가르침과 이에 순종하는 어머니의 행동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남들 다 다니는 학교의 문턱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그나마 공교육을 받은 오빠의 이야기 - 산 너머 바깥 세계에 대한 - 가 타라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었기에 그녀는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열일곱 살에 비로소 교실에 발을 내딛었다. 열여섯 살 때 고지식한 아버지의 눈을 피해 대입자격시험을 독학으로 공부한 끝에 기적적으로 브리검 영 대학에 입학한다. 참고로 이 대학은 모르몬교 재단에서 운영하며, 홈스쿨링 학생들을 뽑았다.


당연히 타라의 대학생활은 쉽지 않았다. 공교육을 전혀받지 않았던 관계로 기초 교육이 매우 뒤쳐진 상태였다. 나폴레옹과 장발장 중 어느 인물이 허구인지도 구분하지 못했다. 두 인물 모두 그녀는 배운 적이 없었으므로. 문명 사회와 고립된 채 산골에서 부모의 일을 돕고 살았으니 사회 경험은 전무했다. 지인, 친구, 이성 등을 대하는 방법과 심지어 커피 마시는 법까지 새로 배워야만 했다.


이후 타라가 경험하는 배움의 발견은 고난의 과정이었고 이를 참고 견뎌내야 하는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했다. 그녀가 익힌 기술의 핵심이었다. 아무튼 자아의 정체성을 찾고 역사는 본인 스스로 쓰는 것이라는 깨달음에 도달한다. 배움의 의미를 찾고자 방황하는 분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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