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포츠든 비즈니스든 규칙을 깨뜨리는 과정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고 큰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다. 심지어 규칙을 깨뜨리는 일이 규칙에 순응하는 일보다 훨신 더 쉽다. 그리고 결국 거기에서 더 나은 이야기가 탄생한다고 믿는다.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의 저자 이본 쉬나드는 전설적인 등반가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파타고니아 인코퍼레이티드의 설립자 겸 소유자다. 암벽등반과 빙벽등반의 대부로 유명하던 그는 1957년 암벽 등반 장비를 설계하고 제조하는 회사 ‘쉬나드 이큅먼트’를 설립하면서 사업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쉬나드가 설립한 회사는 1970년에 미국에서 암벽등반용품 업계 1위에 올랐다. 그는 어느 날 암벽등반 중 암벽 곳곳에 생긴 하켄 흔적을 보고 비록 큰 수익을 안겨주는 장비일지라도 바위, 즉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등반장비를 새로이 고안했다. 이후 회사의 사업 방향을 아웃도어 의류로 전환하면서 현재의 파타고니아를 설립했다.
장비의 품질관리
열여섯 살 때는 와이오밍주로 건너가 윈드리버산맥 최고봉인 개닛피크에 올랐다. 그 뒤로 등반, 카약, 민물낚시에 매진했다. 1년에 200일을 침낭에서 잠을 청하던 시절이었다. 마흔 살이 될 때까지는 텐트도 사라지지 않았다. 별을 보면서 잠이 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폭풍우가 몰아치면 볼더나 낮게 드리운 알파인전나무 가지 아래에서 잠을 청했다. 며칠이 걸리는 암벽을 등반할 때는 해먹에 매달려 자야 했는데, 그것만큼 흥미진진한 경험은 또 없을 것이다.
등반에 대한 열정 덕분에 대장장이로 일하면서 돈을 벌게 되었다. 피톤, 피켈 같은 등반 장비를 만들어 판매했던 것이다. 사업을 할 생각으로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등반을 마치고 돌아올 때면 언제나 나와 나의 파트너인 톰 프로스트(Tom Frost)의 머릿속에는 기존 장비를 개선할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쳐났다. 디자인 원칙은 비행사 겸 작가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더 이상 추가할 것이 없어야 완벽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어야 완벽한 것이다.” 누군가의 목숨이 달려 있는 일이었으므로 장비의 품질관리가 항상 최우선이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모든 기술 진보에는 단점이 따른다. 기술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라고는 더 많은 인간이 지구에 살게 되었다는 것뿐이다. 모든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따라서 자연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구에서 살아갈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계획을 수립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미국의 원주민인 이로쿼이(Iroqouis)부족은 7세대 뒤를 내다보면서 계획을 세운다. 따라서 마지막 남은 노숙림을 베어 없애거나 20년도 채 지나지 않아 토사가 쌓이고 말 댐을 지어 강을 파괴하는 재앙 같은 계획을 세울 리 만무하다. 이처럼 미래를 내다보면서 수립하는 계획이 올바른 계획이라고 생각한다면 재생불가능한 자원에 의존해서 소비재를 만드는 회사 역시 ‘옳은 일’을 해야 한다.
파타고니아, 화강암 벽 등반 루트 개척
1968년 더그 톰킨스가 파타고니아에 가보자는 제안을 해왔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작은 아웃도어 용품 샵을 운영하면서 슬리핑백과 텐트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었다. 추가로 세 명을 더 섭외해서 다섯 명이 함께 등반에 나서기로 했다. 저자와 더그는 가장 많은 등반 경험 보유자였고, 저자는 등반대의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했다.
길을 떠난 지 넉 달째로 접어들고 있었지만 피츠로이에 도착하려면 아직 두 달을 더 가야 했다. 당시 피츠로이 정상에 오른 이는 두 명뿐이었다. 첫 성공자는 프랑스인 등반가 리오넬 테레이였는데, 다시 등반하고 싶지 않은 곳으로 피츠로이를 꼽았다.
준비한 텐트가 파타고니아의 강풍을 견딜 수 없기에 꼬박 31일을 설동雪洞을 파서 지냈다. 춥고 배고픈 날들이 이어지다가 마침네 날씨가 풀렸다. 이때를 틈타 재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호흡이 척척 맞는 다섯 명은 해가 저물 무렵 정상에 도착했다. 더그의 아내 수지가 손수 만들어준 현수막을 펼쳐들고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더그는 인격이 형성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까이에서 접하게 되면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이 깊어진다고 했다. 무언가에 감사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사랑하게 되면 그것을 돌보고 보호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빙벽등반 장비 개발
더 나은 장비를 개발하면 힘을 덜 들이면서 더 수월하게 빙벽을 등반할 수 있게 된다. 장비를 탓할 시간에 등반 자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기술 발전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등반도 예외는 아니다.
장비를 디자인하고 개선하는 사람으로서 진보를 추구하는 인간의 태도가 그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도 활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 곧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1975년, 케냐산 다이아몬드 쿨루아르를 초등하는 이본
(가후변화로 이젠 사라진 환경이다)
등반이라는 활동 자체는 주도성, 과감함, 균형 유지를 강조하기 때문에 기술적 해결책의 활용과 대척점에 서 있다. 그래서 새로운 빙벽 등반 장비를 개발할 때면 언제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되 장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데 신경 썼다.
유년기의 경험
이본은 강해형江海形 무지개송어 낚시를 가장 좋아한다. 잡기에 까다로운 어종은 아니지만 그 수가 매우 적다. 그래서 수많은 캐스팅을 반복해야 하기에 이 어종 낚시꾼은 다른 낚시꾼에 비해 강인한 편이다. 한두 마리라도 잡는 날이면 천국이 따로 없다.
강해형 무지개송어 낚시에 푹 빠진 낚시꾼들 역시 자신들이 숭배하는 이 물고기를 닮아간다. 산이 산을 선택한 사람의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깨달음을 느낀 이본은 진학을 위해 집을 떠나게 된 딸에게 아래의 편지를 보냈다.
사람은 유전적 기질을 타고나고 유년기의 경험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들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야. 하지만 사람에게 가장 큰 변화는 열정을 쏟는 활동에 깊이 관여하게 된 이후에 찾아온단다. 매사냥, 강해형 무지개송어 낚시, 서핑, 그 밖의 모든 기예들이 네 성격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거야. 그래서 그 사람이 하는 일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해.
클레어, 이 말을 너에게 해주고 싶었단다. 진학을 위해 집을 떠나는 것은 강에서 2년쯤 자란 어린 강해형 무지개송어가 바다로 나아가는 것과 같지. 모험이 시작되는 거란다! 너는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여러 차례 증명한 바 있어. 서핑과 탠덤 서핑을 몇 시간 만에 배운 적도 있었고 예술이나 디자인에도 소질을 보였지. 너의 강한 신체와 정신에는 한계가 없단다.
리스판서블 경제
파타고니아는 사람들이 소비하는 물건을 만드는 회사다. 회사의 전 임직원들은 리스판서블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회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되묻는다. 지난 1990년대에 과도한 고속 성장을 경험한 후 이젠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
파타고니아는 만족할 줄 모르는 소비주의를 동력으로 삼지 않는 경제를 추구한다. 또한 환경에 해를 입히는 실천을 중단하고 그러한 활동을 새롭고 더 효율적인 실천으로 대체하거나 여전히 원활하게 작동하는 과거의 실천으로 대체하는 경제를 추구한다. 생산하는 소비재의 규모를 확대하지 않는 경제, 마구 버린 뒤 모른 체하지 않는 경제를 추구한다.
파타고니아는 이와 같은 경제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이야말로 모든 기업이 그와 같은 경제에 대해 검토하고 행동에 나설 때라는 것이다. 이래서 포천은 “지구에서 가장 멋진 기업”이라고 칭송했다.
#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이야기 #파타고니아50주년 #이본쉬나드 #ESG #지구 #환경보호
https://sponsor.pubstation.co.kr/sponsor_banner.png?t=71795179-30ac-45a6-ab01-e73a22657a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