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관계란 상대적이다. 어느 관계에서는 내가 우월한 입장이지만 다른 관계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순환의 섭리를 깨닫지 못하고 약한 자에게 유독 가혹하게 구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언젠가 더 강한 자가 나타나면 호되게 당할 가능성이 크다.

응립여수 호행이병(應立如睡 虎行以病)’이라는 말이 있다. ‘매는 조는 듯이 앉아 있고, 호랑이는 병이 든 듯 걷는다라는 뜻이다. 강한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언제나 조심하며 낮은 자세로 임하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진정한 고수는 절대 약자 앞에서 허세나 만용을 부리지 않는다.


(72-73)

송명시대의 학자 정자(程子) <논어>를 읽은 사람을 크게 넷으로 나누었다. <논어>를 읽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 다 읽은 뒤 한두 구절을 얻고 기뻐하는 사람, 다 읽은 뒤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춤을 추고 발로 뛰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논어>를 읽기 전에도 이러한 사람인데 다 읽고 나서도 또 다만 이러한 사람, 즉 아무런 변화가 없는 사람이라면 그것은 읽지 않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정한 독서는 읽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앎으로 승화되어야 하고, 그 앎이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수많은 정보와 지식 속에서 진정한 보석을 골라내어 자신의 삶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급변하는 오늘날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지식의 전사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87)

법이 항상 약자를 보호하는 건 아니다. 이처럼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었음에도 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더 곤란을 겪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이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법의 목적은 평화이며 그것을 위한 수단은 투쟁이다.”라고 말한 데에는 이처럼 약자 스스로 노력하여 원리를 쟁취해야 한다는 뜻이 숨어 있을 것이다.


(126)

법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규칙인데 그 규칙을 제대로 아는 사람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 사이에는 커다란 불균형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규칙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규칙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을 협박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행위임에도 이런 일들은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안타까운 일이다.

살면서 누구나 이런 일을 당할 수 있다. 그때 명심해야 할 것은 혼자 앓지 말고 주위에 적극적인 자문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르고 당할 수야 없지 않은가.


(136)

당장 오늘부터 대화의 방식을 바꿔보자. 내 말을 하기에 앞서 상대방의 생각이나 의견에 대해 묻고, 그 질문에 대한 상대방의 대답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이다. 이렇게 딱 한 달만 해보자. 상대방에 대한 엄청난 정보를 얻음과 아울러 당신은 사려 깊은 사람으로 각인될 것이다.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영역이다.”

올리버 웬델 홈즈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 순간이다.


(183)

완장을 찬 듯 어깨에 힘을 주며 임시로 주어진 권력을 마구 휘두른다면 결국 사람도, 자리도 모두 잃고 만다. 권력이란 것은 영원하지 않으며 권력에 눈이 멀어 섣부른 힘을 행사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언제 어떻게 상황과 위치가 바뀔지 모를 일이다. 기억하자.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악역도 현명하게, 최선을 다해서. 그러나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잃어선 안 될 것이다.


(262)

수십 권의 책을 읽어 지식을 쌓고 시험을 거쳐 자격증을 땄다고 해서 바로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식이나 자격증은 전문가가 되기 위한 충분조건에 불과하다. 임상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통찰과 지혜까지 겸비해야 진정한 전문가라 할 수 있다. 그 정도 수준이 되어야 책임 있는 진단과 조언이 가능해진다. 책에서 배운 것만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어설픈 전문가가 초래하는 위험은 생각보다 크다. 나의 지난 경험을 돌이켜보건대 정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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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람이 법에 기대어 법정을 찾게 되는 때는 인생에서 가장 힘겨운 시간을 경험하고 있을 때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지만, 소송 이후의 삶은 천차만별로 달랐다. 어떤 이는 승소를 해도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지 못했고, 어떤 이는 패소를 해도 후련한 마음으로 결과를 받아들였다. 2년의 재판 끝에 승소를 했음에도 분노에 젖어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 있는 반면, “이 사건은 이길 수 없습니다. 패소가 확실합니다.”라고 말해도 끝까지 철회하지 않고 심지어는 패소했음에도 나를 지인에게 추천하는 사람도 있었다.


(49)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상속으로 많은 재산을 물려받게 된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들을 부러워하곤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식들이 부모의 재산이 아니라 을 물려받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중에는 부모의 빚을 물려받지 않기 위한 상속포기라는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있고, 알고 있다 하더라도 3개월의 상속포기 신고기한을 놓치는 바람에 부모의 빚을 고스란히 물려받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듯 법에서 규정한 절차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기에 결코 소홀히 지나칠 수 없다.


(93-94)

먼저 1단계는 당혹감이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도대체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를 쓴다. 좀더 신간이 지나면 이런 상황을 초래한 상대에 대해 분노의 감정을 느끼는 2단계로 넘어간다. 그리고 곧 화가 누그러지면 비난의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며 스스로를 자책한다. ‘누구를 탓하겠어. 사람을 잘못 본 것도 계약서를 꼼꼼히 살피지 못한 것도 모두 내 탓이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3단계다. 이를 넘어서 4단계에 들어서면 상황을 직면하고 성찰하려 한다. ‘좋아, 어차피 일이 어떻게 된 거 최대한 잘 처리하도록 하자. 냉정을 잃지 말고 아울러 이번 일을 나의 교훈으로 삼자. 분명 이 경험도 내겐 득이 되겠지하는 심정으로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 보는 것이다.


(109)

우리 형법은 친족 간에 일어나는 일정한 범죄에 대해서는 형을 면제해주고 있는데 이를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라고 한다. 김 사장 아들의 경우처럼 직계혈족 간의 절도죄에 대해서는 형벌 자체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51)

노자의 <도덕경>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疏而不漏)’라는 구절이 있다. ‘하늘의 그물은 굉장히 크고 넓어서 얼핏 봐서는 성긴 듯하지만 선한 자에게 선을 주고 악한 자에게 재앙을 내리는 일은 조금도 빠뜨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257)

처음 변호사가 되었을 때 나는 의뢰인의 말을 진실로 믿고 의뢰인을 위한 검투사가 되어 열심히 상대방과 싸우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건을 숱하게 겪으면서 절실하게 깨달은 것 한 가지는 승패만을 위한 논리를 내세우다가는 결국 또 다른 문제를 만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으면 문제의 사슬고리는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


(266)

사람들이 소송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 때문이기도 하고 감정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서로 자존심을 걸고 법정싸움을 벌일 때는 적당한 수준에서 합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분명 서로 양보하고 자신의 본업에 충실하는 것이 이득일 텐데 자존심이 걸려 있으면 달라진다. 합리적인 선택을 그 자존심이란 녀석이 가로막는다. 사람은 그만큼 감성적인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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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 -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지리의 힘 1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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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몇 년 전부터 블로그와 인터넷 서점에서 계속해서 눈에 띄는 <지리의 힘>이라는 책이 있었어. 작년는 그 책의 후속편까지 출간되었단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후속편이 블로그와 인터넷 서점에서 계속 눈에 띄었어. 궁금해지더구나. 어떤 책일까. 책 제목에 이미 책의 내용이 어느 정도 나와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내용이 있을까?

이 책은 언론인이자 외교 전문가이자 국제 문제 전문가인 팀 마샬이라는 사람이 쓴 책이란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책 제목으로 알 수 있는 것처럼 세상사 모든 곳이 지리의 영향으로 이루어졌다고 이야기하는 거야. 중국, 러시아, 유럽, 미국 등이 오늘날 모습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지리 때문이라고 설명했어. 우리나라와 일본도 한 챕터로 떼어내어 설명을 했는데, 국제 문제 전문가답게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듯 했어. 이 책이 쓰여진 것은 2015년이고, 시의성 뜨는 글도 있어서 출간 당시 읽었다면 더 좋았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지리적 이점을 가진 국가는 그 어떤 강한 군대, 강한 무기보다 좋다고 하는데, 그리 새로운 내용은 아닌 듯 했단다. 그리고 지리적 분쟁에 대해 다소 비관적으로 이야기하는 점도 별로였어.


1.

지은이는 중국부터 이야기를 해주는데, 중국은 수천 년 동안 대륙의 확장을 해왔단다. 남서쪽으로는 히말라야 산맥이 있는 티베트까지 정복하여 자신의 땅으로 흡수하고, 북서쪽으로는 신장 지구를 점령했단다. 티베트와 신장 지구에서는 오랫동안 독립운동을 해왔지만, 중국 정부를 이를 용납할 수 없었고, 이 땅들을 양보하게 되면 지리적 이점이 무너지기 때문에 절대 양보하지 않았단다. 그리고 티베트와 신장 지구에 한족 사람들을 대거 이주 시켜서, 원주민들보다 더 많은 한족 사람들이 그 지역에 살게 함으로써 독립의 의지를 꺾게 만들었단다.

그렇게 수천 년 동안 대륙을 정리한 중국은 최근에는 바다의 확장에 눈을 돌렸단다. 공동 수역을 자신의 바다라고 주장하면서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애를 쓰고 있단다. 암초에 건축물을 지어두고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기도 했어. 중국의 이런 야욕은 주변 국가를 배려하지 않는 강대국의 독선으로 보여서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인정을 못 받는 것이 아닐까 싶구나.

생긴 지 200년 남짓한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계의 일인자가 된 것도 지리의 힘이고, 거기에 보탤 것이 있다면 지지리도 좋은 운이 아니었다 싶구나. 영국으로 독립한 이후 서쪽으로 이동하였는데, 물론 전쟁을 통해서 얻은 땅도 있지만 돈을 주고 사는 경우도 많았단다. 살 때는 값어치 없어 보였지만 사고 나면 금이 나오거나 석유가 나왔단다. 손 대는 곳마다 대박이었지. 그렇게 부유한 나라가 되었고, 두 번의 세계대전도 지리적인 영향으로 피할 수 있었고, 그 세계대전에 군수물자를 조달하면서 세계 제 1의 강대국이 될 수 있었단다.

유럽은 여러 작은 나라들이 오밀조밀 참 많이 있는데 그 이유는 여러 강들과 산맥들이 땅을 그렇게 나눠 놓다 보니 그렇게 많은 나라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고 하는구나. 이 또한 지리가 만들어 놓은 결과였지. 그런데 지리적으로 축복을 받은 서유럽과 달리 남유럽은 지리적 여건이 좋지 못했다고 하는구나. 그리스가 2010년대 초반 금융위기를 겪은 것도 이런 불리한 지리적 여건이 한몫 했다고 하는구나. 그리스가 고대 유럽의 출발점이라고 해서 지리적 여건이 나쁠 것이라고 생각은 못해봤는데 비옥한 토양이 없고, 해외 진출에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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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97)

그리스 역시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이 나라 해안은 가파른 벼랑들이 주로 차지하고 있는데다 농사를 지을 만한 연안 평야도 거의 없다. 내륙은 가파르기가 훨씬 하천들 또한 수송에 적합하지 않으며 폭이 넓고 토양이 비옥한 골짜기도 드문 형편이다. 그렇다면 이 나라에 고품질의 농경지가 있기나 한가? 문제는 그리스가 주요 농산물 수출국이 되기에는 그런 양질의 토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고등교육을 받은 고도의 숙련된 기술 인구를 보유한 대도시들도 기껏해야 몇 개 이상은 개발하기가 어렵다. 그리스의 처지는 그 <지리적 위치> 때문에 훨씬 약화되고 있다. 아테나 여신이 유럽과 교역이 이루어지는 땅과 단절된 반도의 끄트머리에 이 나라를 놓아둔 탓에 해상 교역로로 진출하려면 에게 해에 의지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건너편에 잠재적인 거대 적수인 터키와 몇 차례 전쟁을 치렀고 이 때문에 가뜩이나 부족한 유로화를 현재까지도 어마어마하게 방위비에 쏟아 붓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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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시작된 전쟁이 아직도 진행중이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는 지리적으로 유리한 지역을 선점하기 위함도 있었단다. 이미 2014년도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를 침공해서 점령한 적이 있단다. 세계에서 가장 큰 땅을 가진 러시아가 구차하게 남의 나라의 작은 땅을 더 차지하려는 것이 단편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러시아에는 아킬레스의 건이 있었단다. 그것은 제대로 된 부동항이 없어서 해양 진출이 어려웠던 거야. 블라디보스토크가 있긴 하지만 수도 모스크바에서 멀고, 블라디보스토크도 얼어 있는 기간이 더 길었기 때문이야. 크림반도를 차지하게 되면 흑해를 통해 지중해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무작정 침공하게 되면 다른 나라의 비난을 사게 되지만, 러시아에는 핵무기보다 강력한 무기가 있었단다. 그것은 바로 가스와 석유였단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러시아에서 지하로 연결된 파이프로부터 가스를 받고 있단다. 그래서 그 동안 러시아가 깡패같이 굴어도 크게 제재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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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110)

비경제적 위기에서 독일이 보여준 가장 진지한 외교적 시도는 우크라이나 사태일 것이다. 이 당시 독일이 보여준 행동은 현재 독일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그들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2014년에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 야누코비치를 끌어내리는 교묘한 술책에 관여한 독일은 이 사태가 있고 나서 곧장 크림 반도를 합병한 러시아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러시아로부터 공급받은 가스 파이프라인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던 베를린 정부는 눈에 띄게 비난 강도를 줄이는가 싶더니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훨씬 덜한 영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의 제재안을 지지하기에 이른다. 유럽연합과 나토를 통해 독일은 서유럽에 닻을 내릴 수 있었지만 폭풍우 심한 날에는 이 닻 또한 다른 쪽에서 내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독일 정부는 필요한 경우 초점을 동쪽으로 맞추고 모스크바와 훨씬 가까워질 수 있는 지리적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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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현 단계에서 핵무기는 제쳐 두고 러시아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무기라면 육군이나 공군이 아니라 바로 <가스와 석유>. 세계 최대 천연 가스 공급 국가인 미국에 이어 제2의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는 당연히 이를 국익 증진을 위한 권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와 사이가 좋으면 좋을수록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 일례로 핀란드는 발트해 국가들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들여온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 정책을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행사하면서 유럽의 에너지 공급을 좌우하다 보니 한편에선 그 충격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많은 유럽 국가들은 보다 덜 공격적인 나라들에 대체 송유관을 연결하는 것뿐 아니라 선박 운송을 위한 항구를 짓는 등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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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을 믿고 올해는 한발 짝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 본토까지 공격하게 되었는데, 너무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었나 싶구나. 파이프에 영향을 받지 않은 미국까지 개입하게 되었고, 미국의 입김에 영향을 받는 유럽 여러 국가들도 예전처럼 러시아를 봐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말이야. 봐줄 수 있는 선을 넘어선 거지. 그나저나 얼른 러시아는 전쟁을 중단해야 할 텐데푸틴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2.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에는 우리나라의 지리도 이야기하고 있단다. 아빠도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어본 우리나라의 지형학적 위치 때문에 겪어야 했던 수난의 역사들. 결국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나라는 그 강대국들 사이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나라의 성패가 달려 있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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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오늘날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원이며 대외정책 또한 이를 지향한다. , , 3면은 바다에 면해 있고 천연자원도 부족한 이 나라는 지난 30여 년간 대한민국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동해와 동중국해로 진출할 현대식 해군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또한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까닭에 그 지역 전체 해상 교통로의 정세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일종의 양다리 전략을 구사해서 러시아와 중국과도 잘 지내려고 공을 들인다. 이는 그만큼 평양 정권의 짜증을 돋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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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과 아프리카는 내전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영국과 프랑스 등 제국주의 시대에 국경선을 아무 생각 없이 그었기 때문이란다. 최소한 같이 살고 있던 민족이나 부족들은 한 나라에서 살 수 있게 국경선을 그었어야 하는데 한 민족들이 살고 있는 땅을 여러 나라로 분리를 해 놓았으니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란다. 지금 와서 국경선을 다시 그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 안타까운 일이로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이런 것을 반성하고 있으려나.

아프리카를 이야기를 하면서 한가지 특징은 중국인들의 진출이란다.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은 비즈니스라고 하면 세계 곳곳 안 가는 곳이 없다고 하는구나. 티베트와 신장 지구에서 한족을 보내서 자신의 땅으로 만드는 작전으로, 아프리카 등에도 사람들을 보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걸까. 많은 인구로 잘 활용한다고 해야 할까. 우리나라 문화를 자기들 것이라고 우기는 것처럼, 그곳에 가서도 그런 짓을 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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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그런데 앞서 보았듯이 지구상에서 중국인들이 안 가는 곳은 없다. 비즈니스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들은 이제 유럽인들과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대륙 구석구석에 개입하고 있다. 중국은 원유의 약 3분의 1(여기서 발견되는 귀금속도) 아프리카에서 들여오는데 이는 곧 중국인들이 일단 아프리카에 들어와서 터를 잡은 이상 쉽게 나가지 않을 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은 유럽과 미국의 석유 회사들과 다국적 기업들이 훨씬 많이 개입하고 있지만 중국이 따라잡을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라이베리아에서는 철광석을 찾아 나서고, 콩고민주공화국도 캐가고 잠비아에서는 구리를 캐고, 역시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코발트도 캐가고 있다. 또한 중국은 케냐의 몸바사 항만 개발 사업을 지원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케냐의 석유 자산을 겨냥한 보다 원대한 계획에도 손을 댔는데 이 사업은 상업적으로 가시화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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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북극에 관한 이야기만 짧게 할게. 지구 변화의 위기 속에 오랫동안 얼음 속에 갇혀 있던 북극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단다. 이것을 아빠는 지구의 위기라고 생각하는데 북극의 지하자원을 노리는 나라들에게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구나. 그렇게 자원을 캐면 무엇하리, 지구가 더 이상 살 수 없는 땅이 되고 마는데지은이는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부정적인 면 이외에 새로운 식량원을 찾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보고 있는데, 아빠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단다. 북극의 얼음이 다 녹게 되면 지구의 환경은 더욱 열악해져서, 살기 더 힘들게 될 거라고 생각함.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 것 같아 더 안타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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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349)

얼음이 녹고 툰드라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두 가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단 빙원(지표의 전면이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 있는 극지방의 벌판)의 노화가 가속화된다. 눈과 얼음 위에 흡착되는 산업 폐기물들 때문에 태양이 복사하는 빛에너지를 반사하는 영역이 줄어든다. 얼음이  녹아 드러난 땅과 개수면은 얼음과 눈이 막아주던 열을 더 많이 흡수할 것이고 이는 연쇄적으로 얼음이 없는 땅의 면적이 늘어나게 한다. 이 현상이 이른바 <알베도 효과(Albedo effect)>라는 것이다. 사실 여기에는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게 아니라 긍정적인 면도 있다. 따뜻해진 툰드라 지역에서는 당연히 많은 식물이 자랄 것이고 농작물 생산도 활발해져 그 지역 주민들이 새로운 식량원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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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지리의 힘>은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후속편이 나오면서 더 관심을 갖게 된 책이지만 아빠는 그저 그랬단다. 빨리 후속편도 찾아 읽어야지, 하는 생각은 안 들었어. 그런데 1권에서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대륙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후속편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려나, 궁금하긴 하더구나. 차례나 한번 훅 훑어봐야겠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블라디미르 푸틴은 스스로를 일컬어 러시아 정교회의 열렬한 후원자이면서 신심이 깊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책의 끝 문장: 우리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중국에게는 일종의 <지정학적 공포>가 있다. 만약 중국이 티베트를 통제하지 못하게 되면 언제고 인도가 나설 것이다. 인도가 티베트 고원의 통제권을 얻으면 중국의 중심부로 밀고 들어갈 수 있는 전초 기지를 확보하는 셈이 되는데 이는 곧 중국의 주요 강인 황허, 양쯔, 그리고 메콩 강의 수원이 있는 티베트의 통제권을 얻는 거나 다름없다. 티베트를 <중국의 급수탑>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에 버금가는 물을 사용하지만 인구는 다섯 배나 많은 중국으로서는 이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 P33

베오그라드에서 다뉴브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사바 강을 제외하면 유럽의 주요 강들은 서로 만나지 않는다. 왜 유럽에 상대적으로 소규모 국가들이 많은지 이를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대다수 강들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탓에 어떤 면에선 이 하천들이 천연 국경 역할을 했다. 그리고 저마다 권리에 따라 경제적 영향권을 형성했다. 이런 양상은 각 하천 유역마다 적어도 하나의 주요 도시를 발전시켰다. 그리고 여기서 성장한 일부 도시가 수도들이 되었다. - P92

러시아라는 개념이 성립된 시기는 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우크라이나인 드네프르 강 연안의 도시들과 키예프 공국으로 알려진 동슬라브 부족들의 느슨한 연합 형태가 그 기원이다. 그러나 당시 한창 제국을 확장해 나가던 몽골인들이 남부와 동부 지역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13세기 무렵이 되자 이들의 공세는 정점에 치달았다. 결국 당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러시아는 모스크바 북동쪽과 그 주변에 다시 터를 잡았다. 모스크바 대공국으로 알려진 초기 러시아는 방어력이 취약하기 짝이 없었다. 산지는 물론 사막도 없고 변변한 하천도 드물었다. 사방이 허허벌판인데다 남쪽과 동쪽의 스텝 지대를 넘어서면 몽골인들의 땅이었다. 침입자는 맘만 먹으면 언제든 진격해올 수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에게는 점령할 만한 천연 방어 진지들도 거의 없었다. - P127

사실 세계는 아프리카의 지리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가 얼마나 큰 대륙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이는 우리 대부분이 메르카토르(Mercator) 방식의 지도를 쓰는 데서 비롯됐다. 이 도법은 평평한 면에 지구를 그리다 보니 고위로 갈수록 면적과 형상이 왜곡된다. 따라서 실제로 아프리카는 일반적으로 지도에 그려진 것보다 훨씬 길다. 이는 희망봉을 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또 교역에서 수에즈 운하라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희망봉을 도는 일은 기념비적인 업적이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게 되자 서유럽에서 인도까지의 해상 여행은 9,656킬로미터로 단축되었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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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1-24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지리적 위치가 중요하긴 한거 같아요. 우리나라도 위치가 참 애매하긴 하죠 ㅋ 주변이 다 강성인 국가들밖에 없고 ㅡㅡ

얼마전에 이란이 뉴스에 많이 나와서 이란의 위치를 찾아보니 이란도 주변이 참 화려하긴 하더라구요 ㅋ


왜 공룡은 중동쪽에만 살아서 우리나라는석유도 없고 ㅋ

bookholic 2023-01-25 22:41   좋아요 1 | URL
그래도 사계절 뚜렷한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도 평균 이상~~^^
중국에서 날라오는 미세먼지가 피해가면 좋으련만요...ㅠㅠ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박소연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몇 달 전에 재미있게 읽은 단편소설집 박소연 님의 <재능의 불시착>을 읽고 나서, 박소연 님의 다른 책들은 뭐가 있나 찾아봤더니, 박소연 님은 자기계발서도 쓰셨더구나. 아빠가 안 읽는 분야가 자기계발서 분야인데 말이야. 박소연 님의 이력을 보면 자기계발서를 쓰시는 것이 당연한 이력이었어. 사기캐릭터라고 해야 할까? 박소연 님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하는 일마다 성과를 내고 국무총리상까지 받았다는 하는 일꾼이었다고 하는구나. 그러다가 회사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강연과 책을 쓰는 일을 한다고 하셨어. 그런 이력의 소유자이니 아무래도 책도 자기계발서를 쓰는 게 당연할 수도 있겠구나.

아빠가 자기계발서를 안 읽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재능의 불시착>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한 번 읽어보기로 했단다. 그런데 왜 자기계발서를 안 읽냐고? 아빠는 그런 책들에서 이야기는 것들이 다소 뻔하게 느껴지고, 결국은 실천이 중요한데 아빠는 실천으로 옮기지 못할 것이 뻔하거든.^^ 아무튼 정말 오랜만에 자기계발서를 한 권 읽었단다. 제목은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제목을 보는 순간 굳이 책을 다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단다. 책 제목에 이미 말씀하려는 말이 다 포함되어 있는데 말이야. 시간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책 제목에 주제를 팍 심어주는 방법, 좋았단다.


1.

아빠가 이런 종류의 책을 잘 안 읽는 편이고, 추천도 하지 않는 편이라서 이번 독서 편지를 최대할 짧게 끝낼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책 제목이 책 이야기의 절반 이상을 이야기하고 있단다. 아빠를 비롯하여 회사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일을 참 잘하고 싶어한단다. 아빠도 회사 생활을 오래 보니,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일 잘하는 사람은 눈에 보이더구나. 그런데 아빠가 하는 일이 지은이가 하는 일이랑 달라서 그런지 책 제목처럼 일 잘하는 사람이 단순하게 말하지 않는 이도 있었단다.

단순하게 말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는 것을 뜻하는 듯 했단다. 지은이가 이야기한 것처럼 평상시 이야기하는 것과 일할 때 이야기하는 것은 차이가 있단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일의 언어로 이야기를 하라고 하면서, 소통의 언어, 설득의 언어, 관계의 언어, 리더의 언어로 구분해서 이야기해주었단다. 소통하고 설득하고 관계를 맺고 잘 리딩하는 것. 그것이 회사 일을 잘 하는 것이니까 그런 것을 잘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게 말을 잘 해야 하는 것이지. 그래서 소통을 잘 하기 위한 말하기, 설득을 잘하기 위한 말하기, 관계를 잘 맺기 위한 말하기, 리딩을 잘 하기 위한 말하기에 대해 지은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지은이의 필력이 좋아서, 읽기도 참 편하게 되어 있었어.

이 책을 읽다 보니 이 책의 기준으로 보면 아빠도 대화의 스킬이 부족하다는 것이 느껴지더구나. 하지만 억지로 그렇게 바꾸고 싶지는 않구나. 글쎄 회사 생활을 오래해서 꼰대가 들어앉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소통하는 대화하는 부분에서는 아빠도 나쁘지는 않는 대화법을 가진 것 같더구나. 그렇다면 아빠가 생각하는 일 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해 봤어. 회사 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소통하고 설득하고 관계를 맺고 리딩을 하는 것 또한 일 자체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일을 하게 되면 아주 훌륭한 인재는 아니더라도 선후배들에게 어느 정도 인정 받는 회사원이 아닐까, 아빠는 생각한단다.

이 책은 먼저 읽은 이들의 리뷰처럼 사회 초년생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단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모든 것을 다 수용할 것까지는 없고, 자신이 미쳐 깨닫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고, 자신과 너무 의견 차이가 나는 부분은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서 자신의 방식이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기도 하고…. 변형된 형태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아무튼 누군가 이야기해 주는 것을 잘 받아들이고 그것을 실천에 잘 옮기는 사람은 이 책을 한번 읽어봐도 좋을 듯 싶구나.

….

그리고 지은이 박소연 님께 한 마디 하고 싶더구나. 아빠가 생각하기에 박소연 님은 회사 생활을 경험으로 한 <재능의 불시착> 같은 소설을 쓰시는 게 더 나을 듯ㅎㅎ 아빠는 그 책이 이번에 읽은 책보다 훨씬 좋았거든. 오늘은 이상 짧게


PS:

책의 첫 문장: 일의 언어는 일상의 언어와 다릅니다.

책의 끝 문장: 악당을 물리치고 원하는 걸 얻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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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예전 비누도 아무 문제 없었는데.

물론 없었죠. 하지만 이게 더 좋아요.

예전 비누도 아무 문제 없었다니까. 그런데 어떻게 이게 더 좋을 수가 있어요?

. 더 잘 닦입니다.

전에도 잘 닦였어요.

이게 더 잘 닦여요더 빠르고.

, 그냥 보통 비누가 든 상자를 가져갈래요.

이제는 이게 보통 비누예요.

예전의 그 보통 비누를 살 우 없단 말인가요?

이게 보통 비누라니까요. 장담합니다.

아니. 나는 새 비누를 써보고 싶지 않아요.

이건 새 비누가 아니에요.

알았어요. 크로즈비 씨. 당신 말대로 해요.

저기요. 부인. 1페니를 더 내셔야 하는데요.

1페니를 더? 왜요?

비누가 좋아져서 1페니가 올랐거든요.

파란 상자에 든 다른 비누를 사면서 1페니를 더 내라고요? 그럼 그냥 예전의 그 보통 비누를 살래요.


(35-36)

죽기 백서른 두 시간 전 조지는 붕괴하는 우주의 소란에서 깨어나 밤의 어둠과 적막 속에서 눈을 떴다. 악몽의 왁자지껄한 소음이 희미해지자 그는 그 적막을 이해할 수 없었다. 거실에는 긴 소파 옆의 작은 탁자에 올려놓은 자그마한 백랍 램프 하나에만 불이 밝혀져 있었다. 긴 소파는 병원 침대와 평행으로 놓여 있었다. 소파 반대편 끝 쪽에 손자 하나가 앉아 탁자 위 불빛에 몸을 기울인 채 책을 읽고 있었다.


(211)

아내가 침대에서 일어나 그에게로 왔다. 그녀는 그가 죽어가는 동안 매일 밤 몇 시간씩 얕은 잠을 잤다. 그녀는 테두리에 짙푸른 파이핑 장식이 달린 옅은 파란색 면 가운을 입고 있었다. 슬리퍼가 복도 나무 바닥에서 질질 끌리는 소리를 냈다. 그녀가 좁은 보폭으로 걸으며 잠과 피로 때문에 발을 약간 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실 바닥을 덮은 페르시아 바닥깔개 위에 오르자 끌리는 소리가 멈추었다. 그녀는 그의 머리 옆에 서서 그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 얼굴을 쓰다듬었다. , 조지, 당신은 내 마음의 몸을 기울이고 얼굴을 쓰다듬었다. , 조지, 당신은 내 마음의 기쁨이에요. 우리 함께 멋진 인생을 살지 않았나요? 우리는 함께 온 세계를 돌아다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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