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애사 대한민국 스토리DNA 1
이광수 지음, 이정서 편역 / 새움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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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지은이가 별로거나 문제가 있으면 책을 꺼리게 된단다. 친일파 변절의 아이콘 이광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란다. 변절하기 전 작품들은 읽을 만하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아빠도 예전에 이광수의 <무정>이라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단다. 이번에 읽은 책 <단종애사>는 비운의 왕 단종에 관한 역사소설로 읽고는 싶으나 역시 지은이가 이광수라는 점에서 좀 망설였단다. 이광수가 <단종애사>를 쓴 시점이 본격적으로 친일로 돌아서기 전인 1928년도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광수가 변절의 기미를 보인 것은 1920년대 초반에 쓴 <민족개조론>때라는 이야기도 있단다. <민족개조론>을 쓴 시점이 독립운동을 하겠다고 상하이로 망명 갔다가 여자 문제로 다시 국내로 돌아온 시점이기도 해. 이광수의 <민족개조론>에 관한 이야기는 아빠가 작년에 이야기해준 강준만의 <근대사산책(6)>에서 좀더 자세히 알 수 있단다.

이광수의 <단종애사>는 책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시대 단종에 관한 이야기란다. 삼촌인 세조한테 왕자를 빼앗기도 멀리 강원도 영월에 유배를 가서 어린 나이에 삶을 마감해야 했던 단종. 이미 여러 책들에서 단종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 주었지만 또 단종에 관한 책을 읽은 이유는 소설로는 어떻게 그 이야기를 그랬을까, 궁금했단다. 오래 전에 북한 작가 림종상의 <사육신>이라는 소설을 읽었는데 그 소설도 이광수의 <단종애사>와 비슷한 시대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었어. 그 소설의 줄거리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 읽고 쓴 독후감이 있어서 한번 읽어보았단다. 두 소설을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1.

1441년 세종 23 7 23일 단종이 태어났단다. 세종과 소헌왕후 심씨 사이에는 문종을 비롯한 대군 8, 공주 2명이 있었고, 세종은 다른 후궁으로부터 군 10, 옹주 2명도 있었어. 그 중에 첫째 아들 문종이 세자로 책봉되었단다. 문종이 세자일 때 세자비 휘빈 김씨였는데, 문종은 세자비를 무척 사랑했단다. 그런데 소헌왕후 심씨가 질투를 했대. 그리고 궁녀들의 모략으로 휘빈 김씨는 누명을 쓰고 폐위가 되었어. 문종이 무척 상심했겠구나.

뒤 이어 세자비가 된 사람은 순빈 봉씨였어. 문종은 순빈 봉씨를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세자비가 된 지 8년째 아이가 없었어. 그런 와중에 궁녀 양씨가 아이를 임신했단다. 그렇게 되자 순빈 봉씨는 궁녀 홍씨와 짜고 궁녀 양씨를 독살하려다가 사전에 발각되고 말았어. 이 일로 순빈 봉씨마저 폐위를 당했다는구나. 문종은 자신의 의도와 달리 여자 문제가 자꾸 복잡해지는구나. 그 다음 세자비로 들어선 이가 나중에 왕후가 되는 현덕왕후 권씨란다. 현덕왕후 권씨는 경혜공주와 단종을 낳았는데, 단종을 낳은 지 하루 만에 그만 죽고 말았단다. 단종은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은 거야. 단종은 세종의 후궁 중에 한 명인 혜빈 양씨가 키웠단다. 혜빈 양씨가 얼마 전에 영풍군을 낳아서 모유를 할 수 있었거든. 혜빈 양씨는 심성이 찾아서 자기 아들보다 단종을 더 잘 챙겼고, 단종은 커서서 혜빈 양씨한테 많이 의지했다고 하더구나.

문제는 문종이 즉위한 지 3년도 안되어 죽고 말았다는 거야. 당시 단종 나이는 고작 12살이었어. 왕이 어리면 섭정을 하기 마련인데 문종이 죽으면서 그것을 식구들이 아닌 영의정 황보인 등 노신들에게 잘 부탁한다는 말만 남기고 죽고 말았어. 아빠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문종은 수양대군 등 동생들에게 아들을 맡겼어야 했다고 생각해. 물론 그렇다고 수양대군이 왕위 찬탈을 하지 안 했을 거라고 장담은 못하지만, 모략꾼인 한명회와 만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구나. 이미 섭정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데 명분 없이 왕자리까지 차지하기가 쉽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 물론 아빠의 개인적인 생각이란다.

수양대군은 자신에게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고 승하한 문종에 섭섭해 했어. 그걸 눈치 챈 권람이라는 자가 접근하여 수양대군을 떠보기 시작했단다. 에둘러 이야기했지만 결국에는 정권을 차지하라는 거였어. 그러면서 권람은 개성에서 경복궁직이라는 한직에 있는 한명회를 추천해 주었단다. 한명회가 한직에 있었지만 중앙정부에 진출하려는 기회를 복고 있었던 사람이었어. 수양대군 입장에서는 지방의 한직을 맡고 있는 사람이 무슨 능력이 있겠냐고 생각했는데,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해보니 수양대군은 한명회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단다. 수양대군은 날마다 권람, 한명회와 모임을 갖고 쑥덕쑥덕 했단다.

단종이 왕에 올랐을 때 명나라에 그 소식을 알리는 사신보을 보내야 했어. 단종은 자신의 매부, 그러니까 경혜공주의 남편 정종을 보내려고 했지만, 수양대군이 자청해서 자신이 가겠다고 했단다. 아무도 수양대군의 말을 막지 못했고, 수양대군이 명나라를 다녀왔단다. 이때 수행하는 사람은 집현전 학자 출신 신숙주도 있었는데, 수양대군이 이때 신숙주를 자기 편으로 포섭한 것이 아닐까 싶구나. 명나라를 다녀 온 후 수양대군은 본격적으로 준비를 했단다. 한명회는 여러 무인들을 모았어. 그리고 디데이.

 

2.

이 반란의 가장 큰 걸림돌은 좌의정 김종서였단다. 김종서는 세종 때부터 북벌을 정벌한 장군이자 문신이기도 한 사람이었어. 왕에 대한 충성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인데 무력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힘으로 거사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김종서를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결사의 날, 수양대군의 측근들도 의견이 분분하여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었어. 수양대군은 직접 무리들을 데리고 김종서를 찾아갔단다. 사전에 한명회가 조언해준 대로 김종서의 아들 김승규를 자리 비우게 한 다음, 데리고 간 무리들로 하여금 김종서를 철퇴로 내리쳤단다. 김종서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뒤늦게 아들 김승규가 와서 저항했지만, 김승규도 죽고 말았단다. 그리고 수양대군은 곧바로 단종을 찾아갔어.

수양대군은 모든 일은 하룻밤 사이에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어. 이 부분을 읽다 보면 전두환의 1212군사구데타가 생각나는구나. 몇 달 전에 본 영화 <서울의 봄>의 대사도 생각났어.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반란이라고 했던 말. 역사는 그렇게 반복되는 것 같구나.

단종을 찾아온 수양대군이 말하기를, 영의정 황보인과 김종서가 안평대군을 왕위를 세우려는 반란을 도모했다고 이야기했어. 그래서 그 반란 사건을 진압하고 있다고 했어. 단종의 처지에서는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단다. 사전에 작성된 한명회의 살생부에 적혀 있던 사람들이 궁으로 소환되었어. 그들은 왕의 부름이 있으니 궁 안에 오게 된 것인데 이유도 제대로 듣지 않고 다 죽고 말았단다. 그 중에는 영의정이었던 황보인도 포함되어 있었어. 역사는 이것을 계유정난이라고 한단다. 나중에 너희들도 학교에서 배우지 않을까 싶구나.

다음날 수양대군과 수양대군의 측근들이 권력을 대부분 차지했단다. 수양대군은 영의정이 되었고, 좌의정은 정인지, 우의정은 한확이 되었어. 그 외 도승지 최항, 대사간 이계전, 좌찬성 신숙주 등 중요 요직을 모두 수양대군 사람들이 차지하게 되었어. 안평대군도 이 반란에 연루되었다고 하면서 강화도로 유배를 보냈단다. 안평대군도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을 것 같구나.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반란의 주동자가 되어 있었으니 말이야. 이후 정인지와 신숙주는 안평대군을 계속 죽이라고 상소를 올렸지만 단종은 계속 거절했단다. 단종도 어리기는 하지만 안평대군이 죄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거야.

….

한편, 수양대군의 역모 사건을 제대로 보고 있는 이들이 있었어. 도총관 성승의 집에는 그런 사람들이 모였단다. 성승의 아들 성삼문을 비롯하여 박팽년, 이개, 하위지, 김질 등이 모여서 안평대군을 살릴 방법과 수양대군을 처단하기 위한 회의를 했어. 그들은 안평대군의 무죄를 주장한 글을 가지고 좌참판 허후를 찾아갔단다. 허후는 정부요직에 있는 사람 중에 수양대군에 포섭되지 않은 사람이었어. 허후도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고 다음날 정인지를 고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단다. 이미 수양대권이 정권을 다 잡고 있었어. 정인지는 계속 안평대군에게 사약을 내리라고 상신을 올렸고, 단종은 계속 거절했어. 결국 수양대군이 직접 사약을 내렸고, 동생 안평대군을 그렇게 죽고 말았단다.

 

3.

수양대군이 정권을 잡은 지 2년이 되었어. 단종도 즉위한지 3년째가 시작되었어. 1455년이었지. 이제 슬슬 다음 단계를 시작하려고 했어. 단종이 나이를 더 먹게 되면 왕권을 강화할 수도 있으니 그 전에 수양대군을 왕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말이야. 정인지는 단종에게 왕위를 수양대군에게 선위하라고 매일같이 상소를 올렸어. 단종이 꿈쩍하지 않자 신숙주도 동참했어. 이 사실을 알게 된 금성대군은 형 수양대군을 찾아가 그러면 안 된다고 했어. 단종이 왕위를 내려올 명분은 지금 하나도 없었거든. 하지만 정인지 일당은 단종에게 계속 선위할 것을 요청했어

결국 단종이 지고 말았단다. 이왕 선위를 하는 것 지긋지긋한 정인지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우의정 한확을 따로 불러 자신이 선위하겠다고 했어. 선위는 보통 왕이 아들이나 손자한테 왕위를 물려주는 것인데 왕이 삼촌에게 세대를 거슬러 선위하는 것은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일이었는데 그 일이 일어난 것이란다. 말이 선위이지 그냥 왕자리를 빼앗은 거야. 단종은 이제 상왕이 되어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겨 지냈단다.

이제 수양대군은 그렇게 바랬던 왕이 되었단다. 염치 없이 왕이 되었지만 잘 해보겠다고 자신의 측근들뿐만 아니라 반대세력도 포섭하려고 하였지만, 잘 안되었단다. 이번에도 명나라에 왕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전해야 하는데,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명분이 없었단다. 단종이 어리고 나라를 다스리는데 어려움이 있어 숙부인 수양대군이 도와주고 있지만 여전히 반란을 도모하는 잔당들의 위협이 계속되고 있어서 단종 자신은 역량이 부족하여 왕을 숙부에게 선위하겠다는 내용의 가짜 서신을 작성했다는구나.

수양대군은 왕이고 상왕은 단종이니, 단종이 조카이긴 하지만 왕의 족보로 봐서는 단종이 위가 되는 것이란다. 그래서 수양대군은 상왕이긴 단종에게 인사를 하러 가게 되는데 단종은 이를 거절했다는구나. 정인지의 악랄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단다. 단종이 살아 있는 한 언제나 역모의 불씨가 있으니 죽이거나 군으로 강등시켜 시골로 보내라고 했어. 수양대군은 단종을 불쌍히 여기는 민심을 알고 있어서 단종을 죽이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어. 차선책으로 생각한 것이 궁 안에 외진 곳으로 보내는 것이었단다.

의식 있는 신하들 사이에서 단종을 다시 왕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단다. 성상문, 박팽년, 유응부, 이개, 하위지, 성승, 박쟁, 김질, 유성원 등이 그들이란다. 거의 성공할 뻔한 이 거사는 약간의 우유부단함과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이 실패하고 말았어. 결정적으로 김질의 배신으로 거사의 계획이 수양대군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지. 실패 소식을 들은 유성원은 자살을 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잡혀 들어가 처참하게 사형당하고 만단다. 그렇게 죽은 사람들 중에 성상문, 박팽년, 이개, 하위지, 유서우언, 유응부를 사육신(死六臣)이라고 부른단다. 그들은 죽기 전까지 시조를 읊으면서 기개를 굽히지 않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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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471)

삼문은 붓을 들어,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어 있어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하는 단가 한 편을 지어 쓰고, 이개도 붓을 들어,

 

가마귀 눈비 맞아 흰 듯 검노매라

야광 명월이야 밤인들 어두우랴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줄이 있으랴

 

하였고, 박팽년은

 

금생여수(金生麗水)라 한들 물마다 금이 나며

옥출곤강(玉出崑腔)이라 한들 뫼마다 옥이 나며

아무리 여필종부(女必從夫)라 한들 임마다 좇을 건가

 

하였다.

=======================

….

이들의 단종복위 실패 후에도 단종의 장인어른인 송현수에 의해 한번 더 복위 시도가 있었지만 이번에도 실패를 했단다. 수양대군은 단종이 궁 안에 있는 동안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노산군으로 강등시켜 영월 청령포로 유배를 보냈단다. 청령포는 우리도 가 본적이 있는데 기억나니? 청령포는 한쪽은 높은 절벽이 있고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으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그런 곳이었단다. 유배를 갔으니 그 다음 단계는 안 봐도 뻔한 것이었어. 사약을 내리는 것이었지. 금성대군이 순흥부사 이보흠과 반란을 일으키려다 실패하고 마는데 이 일로 단종에게도 사약이 내려지게 된단다. 그렇게 17살 짧은 삶을 마감하고 만단다.

할아버지가 세종이었는데, 이렇게 불우한 삶을 마감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거야. 성군인 세종에서 어떻게 수양대군이 나올 수 있냐고 하는 있지만, 덧붙여 수양대군의 할아버지가 이방원이었다는 사실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단다. 이방원만큼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동생들을 죽이고 조카까지 죽인 수양대군 세조…. 마음 편히 왕노릇을 했을지 모르겠구나.

….

소설을 그렇게 끝이 났단다. 대부분의 내용을 알고 있어서 극적인 장면은 없었지만 구성이나 재미 면에서는 나쁘지 않았단다. 단지 지은이가 변절의 아이콘 이광수였다는 것. 소설 속에서 변절한 신숙주를 엄청 까곤 했는데, 정작 자신이 변절의 아이콘이 되었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누구보다 조선을 사랑하고 한글과 음악, 시계로 유명했던 세종대왕 치세 23(1441) 7 23, 경복궁 안 자선당(資善堂)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책의 끝 문장: 밤에 영월 호장 엄흥도가 몰래 시체를 건져 어머니 위하여 짜두었던 관에 부중에서 북으로 5리 되는 곳에 평토장을 하고 돌을 얹어 표하여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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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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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해줄 책은 아빠 친구가 추천한 책으로 <브릿마리 여기 있다>라는 책이란다. 이 책은 <오베라는 남자>로 빅히트를 친 프레드릭 배크만이라는 스웨덴 작가가 쓴 소설로 아빠도 제목은 익히 알고 있었단다. 아빠도 오래 전에 <오베라는 남자>를 읽었는데, 그 다음 작품들까지 읽어보고 싶은 정도의 책은 아니었단다. 책은 늘 취향이니까그런데 아빠 친구가 <브릿마리 여기 있다>라는 책이 재미있다고 추천을 해서 이제서야 책소개를 읽어보니 가볍게 읽으면서도 힐링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인 것 같아서 읽었단다.

책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브릿마리가 주인공이란다. 그런데 브릿마리는 지은이 프레드릭 배크만의 전작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라는 책의 조연으로 등장하는 사람이라고 하더구나. 그 소설에서는 밉상 캐릭터로 등장했는데, 그런 브릿마리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라고 해서 옮긴이는 놀랐다고 하더구나. 아빠는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는 읽지 않아서 그 소설 속에서 브릿마리의 캐릭터가 어떤 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에 읽은 소설 <브릿마리 여기 있다>의 앞부분을 읽다 보면 브릿마리가 왜 밉상이라고 생각했는지 알 것 같았어.

.

1.

63살의 브릿마리는 남의 평판을 무척 중요시하고 결벽증이 있다고 할 만큼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모든 것은 정리가 되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어. 그런 브릿마리가 평생 집안일만 하다가 63살이 되어서야 일자리를 구하려고 고용센터를 찾아갔단다. 왜 갑자기 일자리를 찾으려고 했냐면 말이야. 남편이 바람을 피워 집을 나가서 브릿마리는 집에서 혼자 지내게 되었는데, 혼자 지내다가 죽으면 썩어서 냄새가 난 상태에서 발견될까 봐 취직을 하려고 것이래. 취직 상태에서 죽게 되면 출근하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여 집에 찾아 올 테고 그러면 냄새 나기 전에 발견될 것이라는 거지.

이 정도로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사는 사람이야. 고용 센터의 아가씨와 이야기를 하면서도 아가씨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적하면서 교양인이 갖추어야 하는 덕목들을 이야기해주는데, 그야말로 진상 고객과 같은 행동을 했단다. 고용센터의 아가씨가 참 착하기도 하지, 그걸 다 받아 주었어. 브릿마리에게는 아픈 과거가 있었단다. 아마도 브릿마리가 그런 성격을 갖게 된 것도 다 그 아픈 과거 때문일 거야. 어렸을 때 언니 잉그리드가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어. 엄마가 브릿마리를 차갑게 대했고, 엄마한테 잘 보이기 위해 청소를 열심히 하게 된 것이 결벽 수준까지 된 것이었단다.

….

아무튼 브릿마리는 보르그의 레크리에이션 센터의 관리인으로 취직을 하게 되었단다. 보르그는 가상의 시골 마을인데, 브릿마리는 취직을 해서 처음 가보는 마을이었단다. 보르그는 경제위기와 수익성 악화로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단다. 그래서 보건소 겸 우체국 겸 피자가게 겸 슈퍼마켓 겸 자동자정비소를 한 곳에 다 하고 있었어. 브릿마리는 보르그를 방문하여 만난 사람이 바로 보건소 겸 우체국 겸 피자가게 겸 슈퍼마켓 겸 자동자정비소를 운영하는, 휠체어를 탄 미지의 인물이었단다.

브릿마리는 잘 곳이 없어서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지냈어. 레크리에이션 센터의 관리로 있으면서 동네 어린이 축구단 아이들과 어울리게 되었어. 그 중에 베라, 오마르, 새미 남매들을 알게 되었는데 그들은 엄마가 해외로 돈 벌러 갔고 아빠는 도망을 가서 지금은 아이들끼리 살고 있다고 했어.

까칠하긴 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브릿마리는 그 아이들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었어. 축구단 아이들은 운동장도 없이 주차장에서 연습을 했단다. 그리고 그들의 코치가 한 달 전에 죽어서 지금은 코치도 없었어. 하지만 아이들은 참 열심히 했단다. 아이들이 응원하는 축구팀의 축구 중계가 있는 날이면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모여서 같이 봤단다.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브릿마리는 마음에 내키기 않았지만, 허락을 해주었단다. 그리고 아이들의 지저분한 유니폼을 보고는 다 걷어다가 세탁도 해주었어. 지저분한 꼴을 못 보는 그런 성격이잖니. 아이들은 브릿마리에서 축구단 코치를 해달라고 했어. 시합을 나가기 위해서는 코치가 필요한데, 자신들의 코치는 한 달 전에 돌아가시고 말았대. 브릿마리는 알겠다고 했어. 이름만 올려 놓은 코치였지만, 브릿마리에게 대충대충은 없었어. 축구에 대해 배우려고 했단다.

보르그 마을에 경찰인 스벤이라는 사람이 있었어. 스벤은 이혼남인데, 브릿마리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어서 가끔씩 브릿마리에 찾아오곤 했단다. 그런 스벤이 브릿마리도 싫진 않았어.

….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브릿마리는 뱅크라는 사람의 집에 머물기로 했어. 뱅크도 불쌍한 사람이란다. 뱅크는 전직 여자축구 국가대표 출신이었어. 그러나 갑자기 병이 생겨서 시력을 거의 잃어 선수 생활을 하지 못했어. 아주 가까운 것만 보여서 거의 장님 수준이었어. 젊은 나이에 이런 경험을 하다 보니, 성격도 무척 날카로워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까칠했어. 그런 뱅크의 빈집에서 브릿마리가 함께 살게 되었단다.

 

2.

어느날 시에서 나와서 축구팀 참가 신청을 한 것을 가지고 왔어. 축구팀 코치가 되려면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데 브릿마리는 자격증이 없어서 아이들 축구팀이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는 거야. 이걸 듣고 있던 뱅크가 자신이 자격증이 있으니 코치 이름에 자신의 이름을 적으라고 했단다. 아빠가 자세히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음지에 남들과 벽을 쌓고 살던 뱅크가 다시 무대로 나오게 된 것도 브릿마리의 영향이었어. 이것뿐만 아니라 브릿마리는 보르그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단다. 여전히 까칠하고 결벽증이 있긴 하지만 말이야.

브릿마리와 스벤의 사이가 점점 좋아지고 있는 와중에 브릿마리의 남편 켄트가 찾아왔어. 켄트는 자신이 잘못했다면서 같이 집으로 가자고 했어. 브릿마리는 켄트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 브릿마리가 다시 집으로 간다고 소문이 퍼지자, 아이들이 싫어했단다. 특히 베가가 싫어해서 대놓고 브릿마리에게 차갑게 굴었어. 브릿마리는 축구 대회가 끝날 때까지는 머무르겠다고 했단다.

브릿마리는 아이들끼리 생활하는 베가, 오마르, 새미와 친했어. 그 아이들 밥도 자주 챙겨주곤 했어., 그렇게 좀더 사이가 친해지자 새미는 숨겨두었던 이야기를 했어. 사실 엄마가 외국으로 돈 벌러 간 것이 아니고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이 사실을 이야기하면 복지부에서 아이들을 데려가게 되어 보르그 사람들이 다 같이 그 숨기고 있었고, 새미도 자신이 동생들을 충분히 돌볼 수 있다고 했어. 충분히 그렇게 하고 있었고 말이야.

그런데 새미의 친구 중에 질 나쁜 친구가 한 명 있었어. 사람들은 그를 사이코라고 했어. 사이코가 사고뭉치인 것은 맞지만, 폭행을 휘두르던 아버지로부터 같이 맞서 싸워준 이후로 새미는 사이코와 친구가 되었단다. 그리고 새미는 사이코가 나쁜 짓을 해도 그와 의리를 지켰지.

대망의 축구 대회가 열렸어. 운동장도 아닌 주차장에서 연습했던 보르그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는 없었지만 아이들도 최선을 다하고 마을 사람들도 최선을 다해서 응원을 했단다. 늘 좋은 일만 일어나면 얼마나 좋겠니새미가 난처한 상황에 빠진 사이코를 도와주러 갔다가 그만 죽고 말았단다.  보르그 마을은 슬픔에 빠졌어. 새미의 동생 베라와 오마르는 더 이상 그들끼리 살 수 없었어. 복지부에서 와서 아이들을 데리고 갔단다.

그리고 브릿마리도 보르그를 떠나기로 했단다. 길지 않은 기간이었고, 이젠 더 성장할 것도 없는 63살의 나이라고 생각했지만, 브릿마리는 보르그에서 생활한 시간은 값진 시간들이었고 그를 더 성장하게 하는 그런 시간들이었단다. 브릿마리는 자신만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고 새로운 길을 떠나면서 소설은 끝을 맺었단다.

….

아빠가 짧게 이야기한다고 중간중간 이야기들을 생략을 많이 했는데, 이 소설은 위트 넘치고 마음씨 따뜻한 등장인물들이 가득하여 읽는 동안 힐링이 되는 그런 소설이었단다. 브릿마리의 새로운 앞날을 응원하며 오늘은 여기서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포크.

책의 끝 문장: 모두 브릿마리가 여기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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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을 시작한 이유가 뭐냐면, 학교에서 힘든 하루를 보냈거나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을 때마다 그냥 혼자 이런 말을 하게 됐어요. “괜찮아, 언젠가 이걸로 곡을 쓸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스스로 뇌를 훈련시켰던 것 같아요. “아파? 아픔에 대해서 노래를 쓰자. 뭐야, 주제 못 할 감정? 그걸로 노래를 만들자.”

 

(39)

음반 계약을 따내려고 할 때는 절대로 제 목소리는 유명한 누구누구와 꼭 같아요라는 말을 해서는 안 돼요. 절대로 레이블에 그 말은 하지 마세요. 그러면 그쪽에서는 글쎄, , 우리한테는 어차피 그런 거물 아티스트가 많이 있어요-그러니까 그쪽과 계약할 필요는 없겠네요라고 할 거예요. 젊은 아티스트라면, 독창적인 소리를 내려고 노력해야 해요. 누구와도 닮지 않은 소리 말이에요.

 

(41)

제 나이를 홍보 수단으로 쓰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걸 제가 남보다 뛰어난 점이라고 내놓고 싶지 않았죠. 홍보는 음악에 맡기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열일곱 살이라는 사실을 숨기지는 않았지만 헤드라인에 오르기를 바란 적도 없어요. 왜냐하면 저는 음악이 승리를 따내길 원했거든요. 실상은 열일곱 살이라는 게 장애물에서 가까웠어요. 라디오방송국에, 또 그 라디오를 듣는 중년 청취자들에게 실력을 입증해야 했거든요.

 

(51)

같이 공연하는 사람들 모두의 말을 듣는다는 건 정말로 근사한 일이에요. 각자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는데, 가끔은 웃기는 이야기도 나오고, 최근 동기부여가 된 게 뭔지 얘기하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지금 내가 같이 공연하는 이 사람들이 평생 바로 이 순간을 꿈꾸며 살아왔다는 실감이 덮치거든요. 제가 열두 살 때 곡을 쓰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로, 여기 댄서들도 네 살 때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일평생 춤만 추고 살고 싶다는 결심을 했던 거예요. 그리고 지금 바로 그 일을 하고 있는 거고요.

 

(61)

저는 생각이 너무 앞서 나가곤 해요. 이러는 거예요. “서른 살이 되면 뭘 하지?” 하지만 그건 알아낼 길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도저히 답이 없는 공식을 풀겠다고 끝도 없이 속을 끓이고 있는 거죠. 저 자신을 과도하게 분석하다 못해 결국 커다란 걱정 꾸러미가 되어버리죠.

 

(65)

저는 구제 불능 낭만주의자로 분류될 거라 생각하는데, 여러분도 그럴 것 같아요. 여기 계시잖아요. 우리가 맞닥뜨리는 난제, 그러니까 답이 없는 낭만주의자들의 난제는 뭐냐 하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안녕, 하고 첫인사를 할 때는 마술에 걸린 것 같아서 언젠가 그 첫인사가 작별 인사가 되리라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누군가와 첫 키스가 마법처럼 근사할 때도 마지막 키스로 변할 날이 올 거라는 상상조차 할 수 없고요.

 

(82)

할 가치가 있는 사랑이라면, 싸워서 지켜야 할 만큼 좋으면 그러면 그게 올바른 사랑임을 알죠.

 

(89)

제 노래에 영감을 주는 건 실연이 아니에요. 제 노래에 영감을 주는 건 사랑도 아니에요. 제 노래에 영감을 주는 건 제 삶에 들어오는 고유한 개인이에요. 저에게 정말 중요하고 큰 의미가 있는 사람과 연애를 하고도 왠지 그에 대해 노래 한 곡조차 쓸 수 없던 적도 있어요. 그런가 하면, 제 인생에 2주일만 들어왔다 나간 사람을 만나고 앨범 한 장을 통째로 쓸 수도 있거든요.

 

(127)

정말로 그냥 제 삶에 대해서만 쓰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음악을 내놓으면 그 노래가 바로 다른 여자아이의 방에서 울려 퍼지고 제가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들의 차 안에서 재생된다는 사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 일이 생기고 나니까…… 인간으로서 우리가 정말 원하는 건 타인과의 연결이라는 실감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음악이 바로 그런 궁극적 연결이라고 생각해요. 연결할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언제든 음악을 틀면 같은 일을 겪은 누군가가 있고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요.

 

(164)

제가 잘못한 일이 있거나 저한테 문제가 있을 때 그걸 찾아내면 얼마나 비싼 값으로 팔릴까, 그 생각을 하면 조금 무서워져요. 그러니까 어떤 순간에는 정말로 겁이 날 때가 있거든요. 예를 들면 제 호텔방 창문으로 누가 사진으로 찍으려 하지 않을까 싶은 그럴 때요. 방에 들어가면 무조건 블라인드를 치고 살아야 해요. 그런 부분이 가끔 실감나서 울컥할 때가 있어요. 그러니까 날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잡지 <TMZ>의 누군가가 제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제가 뭘 잘못 했나 찾고 있을 거예요.

 

(178)

예전에는 공공연하게 정치적 의견을 표명하는 일은 삼갔어요. 그렇지만 지난 2년간 제 인생과 세계에 있었던 여러 일들을 거치고 나서 지금은 생각이 아주 달라졌습니다. 저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인권을 옹호하는 후보에게 제 표를 던질 거예요. 이 나라의 모든 국민이 인권을 보호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LGBTQ의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믿고, 성적 지향이나 젠더를 근거로 어떤 형태의 차별도 가해져서는 안 된다고 믿습니다. 지금도 우리 눈앞에서 이 나라의 유색인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체계적 인종주의는 소름끼치고, 역겨우며, 사방에서 횡행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182)

언론에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낱낱이 꼬투리 잡히거나, 노화의 흔적이 보인다고 흠잡히거나, 노화를 막으려 한다고 욕을 먹지 않은 여성 음악인을 찾기 어려워요. 음악인으로 늙어가는 건 여자한테 훨씬 더 어려운 일처럼 보여요. 제 선택으로 최대한 우아하게 나이 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죠.

 

(195)

삶을 살아가며 모든 인간과 사물을 단순화하고 일반화하려는 욕구가 우리에게 있지만, 본질적으로 인간은 단순화가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그냥 선하거나 그냥 악하기만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최악의 자아와 최고의 자아, 깊디깊은 비밀과 디너파티에서 즐겨 떠벌리는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짜인 모자이크입니다.

 

(198)

저에게 아름다움은 진지함이에요. 아름다움의 방식에는 여러 가지 다른 길이 있다고 생각해요. 외모와 무관하게 너무 웃겨서 아름다운 사람도 있단 말이에요. 남을 웃기는 일에 진심이라서요. 아니면 정말로 감정적이라서, 우울하고 사려 깊고 금욕적이라서, 그런 자기 자신에게 진지해서 아름다운 사람도 있어요. 군중 속 어떤 사람이 너무 행복해서 입이 귀에 걸리도록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면, 빛나는 진심이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는 거거든요.

 

(199)

두려울 게 없다는 건, 인생이 예측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는 뜻이에요. 대처하는 방식이 모든 걸 좌우해요. 나에게 던져지는 것과 주어진 것과 빼앗긴 것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해요. 그리고 두려울 게 없다는 말은 겁을 모른다거나 상처로부터 전혀 영향받지 않는다거나 하는 뜻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두려울 게 없다는 건 무서운 것이 있더라도 꿋꿋이 자기 삶을 살아내고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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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 - 세계 문명을 단숨에 독파하는 역사 이야기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
조 지무쇼 엮음, 최미숙 옮김, 진노 마사후미 감수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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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예전에 알라딘 북플에서 어떤 분이 <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라는 책으로 하루에 하나씩 식구들과 함께 낭독을 한다는 글을 보았어. 식구들과 함께 책을 낭독하면 참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 분이 소개한 <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가 하루에 한 도시씩 읽는데 참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했어. 그래서 이 책을 구입했지. 그런데 너희들도 바쁘고, 아빠도 회사에 늦게 오는 경우가 잦다 보니.. 이 책을 함께 읽을 시간을 만들기 쉽지 않더구나. 몇 달이 지나고 나서야 일단 아빠가 혼자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이번에 읽었단다.

이 책의 지은이는 조 지무쇼라고 되어 있는데, 자세히 보니 지은이가 아니고 엮은이로 되어 있구나. 조 지무쇼는 일본에서 쉽게, 재미있게, 정확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985년에 창립한 기획, 편집 집단이라고 하는구나. 집단 지성이 모여서 활동을 하고 책도 내는 그런 집단인 것 같구나. <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는 책제목에서 이미 대략 어떤 내용인지 알겠지? 세계에 오래된 도시 30개를 선정하고 그 도시에 얽힌 세계사를 이야기해주는 거야. 한 권에 30개 도시를 다 싣다 보니, 내용이 깊지 않은 것이 다소 아쉽더구나. 30개 도시 중에 아빠가 가 본 도시들도 몇 있지만, 안 가본 도시들이 더 많더구나. 그리고 어떤 도시는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도시들도 있었어. 또 지금은 사라진 도시들도 소개를 해주었단다.

30개 도시를 한번 나열해 보자면바빌론, 예루살렘, 아테네, 알렉산드리아, 테오티우아칸, 로마, 콘스탄티노플, 장안, 바그다드, 교토, 사마르칸트, 앙코르, 튀니스, 베이징, 믈라카, 모스크바, 이스파한, 베네치아, 델리, 상트페테르부르크, 파리, 암스테르담, 런던, 뉴욕, , 리우데자네이루, 시드니, 싱가포르, 상하이, 두바이.. 이렇게 30개 도시란다. 우리나라의 도시가 없는 것이 다소 아쉽더구나. 이 책을 엮은이들이 주관적으로 선정한 것이니 뭐라 할 수는 없지만

 

1.

30개 도시를 모두 소개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고, 이미 다른 여행 에세이나 세계사 책 등에서 언급된 도시들도 많이 있으니 오늘은 아빠에게 낯선 도시 몇몇을 아주 간단히 이야기해볼게. 그런데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책에서 각 도시별로 이야기한 내용이 많지 않아서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 수준일 것 같구나.

먼저 이름초자 처음 들어본 테오티우아칸이란 도시.. 테오티우아칸은 멕시코에 위치해 있는데,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고 도시 기능은 하지 않아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은 고대 도시라고 하는구나. 아메리카 대륙에 있던 고대 도시로 거대한 피라미드가 세워지고 신전도 있는 등 천문학 지식을 갖춘 흔적이 있다는구나. 그런데 8세기 경에 모든 자취가 사라졌는데 그 이유도 모른다고 하더구나. 어떤 사람들이 이곳에 살았고, 어떻게 살았고, 왜 사라졌는지 알 수 없는 그럼 문명 도시라고 하더구나. 혹시 외계인들이 잠시 살다 갔나?

….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라는 도시도 처음 들어본 도시란다. 이 도시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야. 우즈베키스탄이라고 하면 중앙아시아의 대표적인 나라로, 사마르칸트는 동양과 서양을 잇는 실크로드의 주요 요충지로 무역 중계지로 번성했다고 하더구나. 중국의 당나라와 이슬람 국가의 아바스 왕조와 관계를 맺었대이 도시가 가장 번성한 시기는 15세기 티무르 왕조 시대로 인도와 터키까지 영토를 확장했다는구나. 그러면서 이슬람 중심지가 되어 여러 이슬람 관련 건축물들이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대.

믈라카라는 도시는 말레이시아에 있는 도시고 이 책에서 소개하기로는 세계유산과 일상이 혼재하는 오래된 항구도시라고 하는구나. 옛날에 말레이반도 대부분을 차지한 믈라카왕국의 수도이기도 했던 믈라카는 동서해상무역의 중계지로 발생했대. 오늘날은 전성기 때 만들어진 동양과 서양의 다양한 역사유물 등으로 관광도시로 인기가 있다고 하더구나.

이스파한이라는 도시는 이란 소속의 도시로 오랫동안 페르시아 문화를 지켜온 곳이란다. 16세기에서 17세기 중동의 대부분의 지역이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지배를 받았는데, 이란의 사파비 왕조는 이스파한에서 독자적인 페르시아 문화를 지켜냈다고 하는구나. 이스파한에는 넓은 광장이 있는데 이곳의 바자르를 통해 물물거래와 상업이 번성하게 이루어졌고, 유럽과 인도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고 하는구나. 현대에 들어서면서 신비로운 분위기의 고도로 유명해진 이스파한은 많은 관광객들이 오기 시작했대. 나중에는 왕의 광장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기도 했다는구나. 후에 왕의 광장은 이맘광장으로 이름을 바꾸었대.

리우데자네이루는 브라질의 대표적인 항구 도시로, ‘1월의 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구나. 1502 1월 대서양을 건너온 포르투갈의 탐험가 가스파트 지 레모스 일행이 그곳을 강의 하구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이름을 붙였대. 브라질이라고 하면 삼바가 떠오르는데 리우데자네이루는 그 유명한 카니발 축제로 유명하기도 하다. 해변이 무척 아름답고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거대한 그리스도 동상도 있단다. 16세기부터 항구로 발전했는데 남아메리카에서 생산된 금은과 커피를 이곳을 통해 수출했다고 하는구나. 예전에는 이곳이 수도였으나 인구과밀 문제 등으로 계획도시를 만들어 수도를 이전했는데 그곳이 브라질리아란다. 브라질의 수도는 브라질리아이지만, 월드컵이나 올림픽 중요 국제 행사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만큼 브라질 제 1의 도시라도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구나. …

이렇게 이 책에서 소개한 몇몇 도시를 소개해 보았단다. 이 책은 쉽고 요약해서 도시를 소개해서 너희들도 쉽게 읽을 수도 있을 것 같구나. 애초의 목표처럼 낭독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너희들도 이 책을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어. 너희들도 가본 도시들은 읽을 때 좀더 감회가 다를 것 같고, 대부분 가보지 못한 도시들을 읽을 때는 가 보고 싶은 도시가 있을 것 같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할게.

 

PS,

책의 첫 문장: 구글 지도 등을 통해 이라크의 항공사진을 보면 국토 대부분이 사막지대인데,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에 군데군데 녹지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책의 끝 문장: 오늘날 두바이에서 이와 같은 도시개발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제공하는 노동력과 더불어, 강력한 권한을 가진 통치자의 철저한 준비성과 지도력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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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4-08-20 1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계사는 테마별로 가는 게 정리가 잘 되더라고요~‘도시‘로 나눈 세계사라니, 관심 갑니다~

bookholic 2024-08-20 23:27   좋아요 0 | URL
네, 도시에 깃든 역사를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 도시에 여행가기 전에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 2024-08-27 0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리가 잘 되어 있어요.
조 지무쇼 저자의 책이 몇권 더 있는데,,, 쉽게 간략하게 정리해서 전달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것 같아요.

bookholic 2024-08-27 18:40   좋아요 1 | URL
아이고, 고맙습니다.^^
그레이스 님 덕분에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그레이스 님께서 아이들과 도시 하나씩 낭독하는 것은 실패했지만요..ㅎㅎ
 
















(34)

패러데이가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오히려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지는 않았다. 과학의 영역에서 연구 수준이 어느 정도 높아지면,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이 연구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학문의 문은 닫혀 있었고, 논문조차도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에너지 개념이 도입되던 초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부분의 과학도들은 어떤 복잡한 동작도 직선으로 그릴 수 있다고 배웠다. 따라서 그들이 자석과 전기 사이에 어떤 복잡한 동작도 직선으로 그릴 수 있다고 배웠다. 따라서 그들은 자석과 전기 사이에 어떤 직선적인 인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하려 한다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은 어떻게 전기의 힘이 공간을 뚫고 자기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했다.

 

(36)

패러데이는 몹시 들떠 있었다. 아직 29세밖에 안 된 나이에 이 위대한 발견을 해냈고, 더구나 그 발견은 자신이 믿고 있던 종교의 핵심 사상이 옳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기의 딱딱거리는 소리와 자기장의 조용한 힘, 빙빙 돌아가는 구리 전선의 빠른 움직임은 모두 연결된 것으로 보였다. 전기량이 증가하면 이용 가능한 자기력은 감소한다. 그것은 별개의 힘이 아니라 하나로 통합된 힘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패러데이가 머릿속으로 그렸던 소용돌이 곡선은 통로이고, 그것을 통해 자기는 전기로, 전기는 자기로 전환된다. ‘에너지라는 완전한 개념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각각 별개로 인식되던 두 종류의 힘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패러데이의 발견은 에너지 개념이 정립되는 데 상당한 촉진제가 되었다. 이때가 패러데이의 인생이 황금기였다.

 

(48)

이것이 아인슈타인이 1905년의 공식에 ‘=’를 이용하게 된 배경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과학자들은 그들이 에너지의 모든 원천, 이를테면 화학 에너지, 열 에너지, 자기 에너지, 그 밖의 모든 에너지의 원천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905년의 아인슈타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종류의 에너지가 숨어 있는 또 다른 장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공식은 그곳을 찾기 위한 일종의 망원경이었다. 하지만 에너지가 숨겨진 곳은 우주 저 멀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여기, 아인슈타인을 가르친 강사들 앞에도 늘 존재하고 있었다.

 

(84)

라부아지에와 패러데이는 진리의 한 측면만을 보았다. 에너지는 홀로 서 있지 않으며 질량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질량과 에너지의 합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 아인슈타인의 연구는 18세기와 19세기의 과학자들이 한때 완전하다고 생각했던 두 가지 보존의 법칙의 궁극적인 확장이었다. 이러한 발견이 오랜 세월 동안 감춰지고 의문시되지 않았던 이유는 빛의 속도가 일상적인 움직임을 뛰어넘어 너무나 빠르기 때문이었다. 보행 속도나 기관차, 제트기의 속도에서 이 현상은 미미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이 세상 곳곳에 있는 에너지와 질량의 관련성에 대해 목격하게 될 것이다. 가장 흔한 물질 내부에도 조용히 떨고 있는 에너지가 내포되어 있다.

 

(139)

어떤 식으로든 좀더 심도 있는 설명, 물리학자들이 아직 이해하지 못했던 좀더 높은 수준의 상세한 설명이 필요했다. 원자는 단단한 구형체가 아니었다. 오히려 텅 빈 바다처럼 거의 비어 있는 공간이었으며, 그 중심부에 핵이라는 미세한 점 하나가 있었다. 그것이 러더퍼드의 발견이었다. 핵 역시 그저 단일한 물질은 아니었다. 핵은 양전하를 띠고 딱딱 소리를 내는 양성자와 조약돌 같은 중성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것이 1932년에 밝혀진 사실이다. 중성자는 투사할 때의 속도를 줄인다면 핵 속을 어느 정도 쉽게 드나들 수 있었다. 그것은 1934년 페르미에 의해 밝혀졌다. 하지만 핵에 대한 연구를 거기서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몇 년 동안이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152-153)

마이트너는 구불구불한 선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그림 실력은 피아노 연주 실력과 비슷했다. 프리시는 정중하게 연필을 빼앗아 대신 스케치를 하기 시작했다. 새로 들어온 여분의 중성자 하나가 핵의 중심부에 힘을 가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물이 가득 채워진 풍선의 가운데를 누르는 것과 같다. 양쪽이 부풀어오른다. 운이 좋다면 풍선의 고무막은 터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해보자. 가운데를 누르고 풍선이 양쪽으로 퍼지면, 그것이 가운데로 도로 퉁겨 돌아올 때까지 손을 뗀 다음 반대 방향에서 다시 누른다. 몇 번 반복해보라. 풍선은 결국 터질 것이다. 시간을 제대로 맞춘다면 힘겹게 눌러댈 필요도 없다. 물풍선이 퉁겨 돌아올 때마다 그저 최대한 퉁겨지도록 둔 다음, 속도를 높여 계속 눌러준다. 동시에 다른 방향으로 뒤틀린 고무 팽창이 일어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반대 방향에서 눌러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220)

핵은 대개 외부 입자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전하를 띠는 양성자들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성자는 전하가 없다. 양성자에게 중성자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돌진해 온 중성자는 핵에 박혀서 핵의 균형을 깨고, 서로 밀치면서 핵을 비틀거리게 만든다.

지구상에 매장된 우라늄 원자의 나이는 45억 년이 넘는다. 지구가 형태를 갖추기 전, 아주 강한 힘만이 전기적으로 서로 반발하는 양성자들을 한데 몰아넣을 수 있었다. 지구상에 일단 우라늄이 형성되자 지구가 식고, 대륙이 형성되고, 미국이 유럽에서 분리되고, 북대서양이 천천히 채워지고, 화산 폭발이 일어나 나중에 일본이 될 자리를 형성하며 지구 반대편을 넓히고 있는 그 오랜 시간 동안, 아교같이 강한 핵력은 양성자가 이제 그런 안정을 깨뜨리고 있는 중이었다.(이때 깨지는 것은 우라늄235이고 우라늄238은 쉽게 깨어지지 않는다:옮긴이)

 

(236)

페인은 천문대 뒤쪽의 연구실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1923년에는 컴퓨터라는 단어에 전기 기계라는 의미는 조금도 들어 있지 않았다. 그것은 계산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는데, 하버드 대학에서 그 말은 뒷방에 있는 한물 간 노처녀들의 지위를 놀려대는 말이었다. 그들 중에는 뛰어난 과학적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지만(그 중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난 항상 미적분을 배우고 싶었어. 하지만 책임자가 내게 바라는 건 그게 아니었어”), 그 동안 별들의 위치를 측정하거나 이전에 씌어진 논문들의 목록을 만드느라 너무 바빠서 능력이 사장된 지 오래였다. 만약 그들이 결혼한다면 해고될 수도 있었다. 낮은 임금에 대해 불평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241-242)

모든 작용이 거기서 멈춘다면 그 사실이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4개의 수소 핵이 압축될 때마다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제 베테와 다른 과학자들은-스웨덴의 눈 덮인 숲 속에서 마이트너와 프리시가 연구했던 것처럼-강력한 원자 내부의 산술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4개의 수소 핵의 질량은 1+1+1+1로 쓸 수 있다. 하지만 그것들이 결합해서 헬륨이 되면 그 합은 4와 일치하지 않는다. 헬륨의 핵을 정밀하게 재면 4개의 수소 핵보다 약 0.7퍼센트가 작다. 3.993밖에 안 된다. 그 잃어버린 0.7퍼센트가 휘몰아치는 에너지로 분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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