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사람은 왜 살아야 합니까?”

젊을 때 많이 하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또다시 묻는 시기가 있습니다. 사십대, 오십대, 혹은 갱년기에 접어들어 사는 게 뭔가, 대체 인생이란 무엇인가.’ 하는 회의가 들면서 다시 묻게 됩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는 답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삶이 라는 생각보다 먼저이기 때문이에요. 즉 존재가 사유보다 먼저 있었기 때문이지요. 살고 있으니 생각도 하는 건데. ‘왜 사는지를 자꾸 물으니 답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17)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예요. 그래서 내가 내 인생을 행복하게 할 책임도 있고 권리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꾸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서 자신을 괴롭히면 행복해야 할 내 인생을 내가 내팽개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왜 사느냐는 질문으로 삶에 시비를 거는 대신 어떻게 하면 오늘도 행복하게 살까를 생각하는 것이 삶의 에너지를 발전적으로 쓰는 길입니다. 그것이 내 인생에 대한 책임과 권리를 지닌 주인으로 사는 것이기도 합니다.

 

(48)

자신에게 일어난 일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일어나 버렸는데 그걸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무조건 잘될 거다.’ 하는 낙관이 아니라, ‘일어나버린 일은 항상 잘된 일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보고 거기서부터 출발하면서 어느 상황에서든 배울 수 있고, 그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지혜로운 조언도 해줄 수 있게 됩니다.

 

(78)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변하는 것을 봤을 때 괴로움이 생기지 않습니다. 마치 바다에서 파도가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처럼 이 세상에서 생성되어 존재하는 모든 것은 반드시 소멸한다는 걸 깨쳐서 집착을 놓아버리면. 생겨난다고 기뻐할 일도 없고 사라진다고 괴로워할 일도 없어집니다. 그것을 직시하면 두려움도 아쉬움도 없을 텐데, 부분적으로 인식하니까 없어졌다고 생각해서 아쉬움이 생기고, 없어질까봐 두려움이 생기는 겁니다. 그러나 늙음도 죽음도 단지 변화일 뿐임을 알고 나면,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144-145)

바다를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그럼 바다가 기분 좋은 걸까요, 내가 기분이 좋은 걸까요. 내가 기분 좋은 겁니다. 내가 기분이 좋은 것은 바다가 나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바다를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산은 그냥 산이고 바다는 바다고 하늘은 하늘일 뿐입니다. 내가 이런 것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냥 바라는 것 없이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겁니다. 바라는 것 없이 어떤 사람을 사랑하면, 그가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집니다. 기대 없이 좋아해보세요, 바다를 사랑하듯이 산을 좋아하듯이.

 

(256)

만약 화를 냈다면, ‘아 내가 왜 화를 냈을까?’ 하고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화가 났구나.’ 알아차리고 다음부터는 안 내야지.’ 하는 겁니다. 그래도 또 화를 내면 , 또 화를 냈구나. 다음에는 안 내야지.’ 해야 합니다. 백 번을 화내도 다음에는 안 내야지.’ 이렇게만 할 뿐이지, 어제 화낸 것을 오늘 얘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제 낸 화를 후회하고 따지면 인생 낭비예요. 그러니까 물을 길어 오다가 넘어져서 쏟았을 때, 쏟아진 물을 아까워할 게 아니라 빨리 다시 물을 길으러 가야 합니다. 그것이 지나간 일을 두고 후회하거나 자책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그래서 과거로 돌아가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는 걸 자꾸 연습해야 합니다.

 

(274)

진리의 길은 나를 자유롭게 하고 행복하게 합니다. 진리의 길은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고, 지금도 좋고, 나중에도 좋아야 합니다. 나는 좋은데 남에게는 나쁘거나 남에게는 좋은데 나에게 나쁘거나 한 일은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나에게는 이익인데 남에게 손해가 되는 일은 과보가 되어 돌아오고 내가 희생을 해서 남에게 이익이 되는 일은 내가 오래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나도 좋고 남도 좋아야 오래도록 지속가능한 행복이 유지됩니다. 지금은 좋은데 나중에 나쁜 것은 나중에 후회하게 되고 나중은 좋은데 지금은 나쁜 것은 지금 하기가 힘들고 괴롭습니다. 그러므로 지금도 좋고 나중에도 좋아야 그 행복이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이 이 진리의 길에 있어서 지금도 좋고 나중에도 좋고 나도 좋고 너도 좋은 지속가능한 행복을 마음껏 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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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말하기 -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설득과 소통의 법칙
윤태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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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는 아빠는 그에 관한 책이 출간되면 참질 못한단다. 읽어보면 이미 다 어디선가 본 듯한 글들인데도 또 읽다 보면 그분이 떠올라 좋단다, 요즘 같은 시절은 더 그런 것 같구나. 가끔 그가 살아계시다면 이 시대를 어떻게 이야기하실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단다. 살아 계셨으면 올해 칠순인데, 요즘 칠순이면 아직 왕성하게 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인데… 아쉬움과 그리움이 잔뜩 묻어나게 된단다. 

지은이 윤태영. 참여정부 때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그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그리운가 보구나. 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책을 썼단다. 이 책의 지은이 윤태영은 노무현 대통령의 첫번째 자서전 <여보, 나 좀 도와줘>때 집필 작업에 참여한 인연으로 맺어 나중에 청와대 대변인까지 하게 된 것이라고 하는구나. 이번에는 말하기에 관한 책이야. 노무현 대통령에게 열등감을 가진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한테 말만 잘하는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단다. 그건 단지 열등감 때문에 내뱉는 말이라고 아빠는 생각한단다. 노무현 대통령은 말씀도 잘하는 대통령이었어.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말하기와 글쓰기를 잘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셨대. 그런 노력에다 변호사 생활을 오래 하셔서 그런 것인지, 말을 논리적이면서 재미있게 말씀을 잘 하신단다. 귀에 쏙쏙 들어오고, 끊이지 않은 유머 또한 그의 트레이드 마크란다.

말하기. 누군가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집중도 잘되고,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듣게 되는 경우가 있고, 또 어떤 이가 말하는 것은 집중하지 않으면 듣기 어려운, 그래서 듣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인 경우도 있단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말 속에 칼을 품은 이들도 있다. 사람마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도 모두 느낌이 다르단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야기한 것처럼 말은 한 사람의 사상의 표현이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마다 사상이 전부 다르니, 그 사람이 하는 말이 다른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말은 한 사람이 지닌 사상의 표현이다. 사상이 빈곤하면 말도 빈곤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꾸준히 공부하는 대통령이었단다. 그렇게 꾸준한 공부가 그를 말도 잘하는 대통령, 글도 잘 쓰는 대통령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단다.  

 

1. 

최근 글쓰기에 관한 책들이 많이 유행을 하고 있어. 그런데 지은이는 말 잘하는 법에 대한 책을 쓴 것이란다. 어쩌면 이 책을 계기로 말하기에 관한 책들이 유행할 지도 모르겠구나. 사람들은 누구나 말 잘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단다.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서 이야기하는 것. 그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단다. 글쓰기는 수정이 가능하지만, 말하기는 잘못 뱉어낸 말은 걷어들이기가 어렵단다. 그래서 한 번 실수를 하면 그것을 수습하는 데는 엄청 고생을 하게 된단다. 아빠도 간혹 말실수를 하고 집에 와서 잠 못 드는 경우도 있단다. 그래서 아예 말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 침묵이 낫다는 생각도 했단다. 그래서 회사에서 말을 줄이려고 노력을 했단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말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단다. 각종 보고가 그렇고, 상사와 대면 시 질문을 받으면 답변을 해야 한단다. 바짝 긴장을 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경우도 있고, 당황해서 앞뒤 연결이 되지 않는 말을 내놓기도 일쑤란다. 그래서 아빠가 이 책을 노무현 대통령이 그리워서만 선택한 것은 아니고, 말하기 비법도 배웠으면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단다. 지은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하기 비법을 스물세 가지로 나누어 놓았단다. 그리고 각 항목에 대해서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말씀들을 하셨는지 예시를 적어놓았단다. 노무현 대통령의 하신 말씀을 적은 글을 읽다 보면,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의 목소리까지 들리는 듯 해서 좋았단다. 

그럼, 그 스물 세가지 비법은 무엇이냐?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 아무래도 가장 첫번째로 이야기한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구나. 말하기에 있어 원칙과 소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란다. 특히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해야 하는 경우라면 애매하게 이야기하지 말고 자신의 소신이 맞다는 생각으로 당당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문제의 핵심이나 본질을 피하지 말이야 한다는 거야. 책을 읽다 보면 아무래도 아빠의 회사 생활과 연관 지어서 생각하게 되더구나. 그리고 각 방법마다 그렇게 잘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얼굴도 떠오르고, 반대로 그 방법과 전혀 반대의 방법으로 말하는 사람들의 얼굴도 떠올랐어. 물론 아빠가 말할 때의 모습도 떠오르고… 책에서 제시한 방법으로 말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단다.

알면서 잘 되는 것 중에 하나가 두괄식 화법이란다. 보고 받는 사람이나 질문한 사람에게 말을 할 때는 가장 먼저 핵심을 이야기하고, 그 이후에 부연 설명을 하는 것을 두괄식 화법이라고 한단다. 그런데 간혹 나도 모르게 먼저 설명부터 주절주절 하고 있는 경우가 있단다. 기다림을 참지 못하는 상사는 중간에 말을 끊기도 하고 말이야. 글쓰기의 경우도 비슷한데, 글쓰기는 사전에 염두를 두기 때문에 두괄식 글쓰기가 쉽게 되는데, 말하기는 ‘나도 모르게’ 설명이 먼저 튀어 나오는 경우가 있단다. 지은이는 두괄식 화법의 장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단다. 앞으로는 두괄식 화법을 머릿속 한 켠에 저장해 두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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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괄식 화법의 강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이야기하는 사람이 대화의 주제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둘째, 주제에 대해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역으로 말하면 확실한 지식과 소신이 있어야 두괄식 화법이 가능하다는 뜻이 된다.서두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 듣는 이는 ‘저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알고 있군’ 하는 인상을 갖게 된다. 반대로 이야기의 시작부터 전제와 단서를 남발하거나 상황을 애매모호하게 설명하면 초점이 분산되고 장황스러워진다. 듣는 이도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좋은 내용조차도 ‘초점 없는 이야기’로 오해할 수 있다. 핵심을 첫머리에 배치하는 일은 그만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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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의 독서 편지는 여기서 마칠께. 이 책에서 소개된 스물세 가지를 모두 다 일일이 이야기하면 좋겠지만, 그것은 나중에 너희들이 직접 보는 걸로 대신 하자꾸나. 아참, 이 책을 구입할 때 사은품으로 노무현 대통령 어록을 작은 책자로 주었는데, 정말 주옥 같은 말씀을 많이 하셨더구나. 그것만 잘 활용해서 적시적소에 사용한다면 말 잘한다는 소리는 금방 들을 것 같더구나.^^


두괄식 화법의 강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이야기하는 사람이 대화의 주제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둘째, 주제에 대해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역으로 말하면 확실한 지식과 소신이 있어야 두괄식 화법이 가능하다는 뜻이 된다.서두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 듣는 이는 ‘저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알고 있군’ 하는 인상을 갖게 된다. 반대로 이야기의 시작부터 전제와 단서를 남발하거나 상황을 애매모호하게 설명하면 초점이 분산되고 장황스러워진다. 듣는 이도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좋은 내용조차도 ‘초점 없는 이야기’로 오해할 수 있다. 핵심을 첫머리에 배치하는 일은 그만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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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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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최근에 책 관련 소셜 미디어인 알라딘 북플을 자주 본단다.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읽다 보면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아진단다. 이 책도 그렇게 알게 된 책이란다. 많은 사람들이 소설가 김연수와 헛갈린다는 소설가 김언수. 아빠도 그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제목은 뜨거운 피. 넘실거리는 거친 파도가 장엄한 색채로 촬영된 표지. 책 디자인은 일단 마음에 들었어. 앞서 이야기한 북플을 통해서 이 책이 건달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와우! 소설가 김언수라는 사람 혹시 전직이 건달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말 리얼하게 건달을 그린 것 같더구나.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아빠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그런 건달들의 모습.. 혹은 그들을 뛰어넘는 인간미가 장착된 건달이라고나 할까. 이렇게 멋있게 건달을 그려도 되나? 이 책을 읽은 이들이 건달을 꿈꾸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야. 그리고 김언수의 소설을 처음 읽었는데, 아빠 가슴에 팍 박힌 소설가가 되었단다. 그래서 그의 대표작인 ‘캐비닛’도 바로 구입했어. 자, 그럼 이번에 읽은 “뜨거운 피”라는 소설을 이야기 해보자.

 

1.

때는 1993년 봄이었어. 이전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으로 건달들이 많이 감방에 다녀오고, 그 세력들이 들이 많이 위축되었다가 정권도 바뀌고 범죄와의 전쟁도 이제 사그러들던 그 시절이었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부산 변두리 구암이라는 동네가 이 소설의 주무대란다. 구암이라는 동네는 실제 있는 동네가 아니고, 소설 속 가상의 동네란다. 그렇지, 건달 하면 부산이지. 하지만, 메인인 부산에서 살짝 벗어난 구암. 그렇듯 구암의 건달 조직도 전국구가 아닌 지역구 정도라고 생각하면 돼. 그 구암이라는 동네의 보스는 만리장 호텔의 주인인 손영감이었어. 그는 구암의 조직을 쥐락펴락하는 영향력이 있지만, 건달치고는 너무 실용주의자였어. 양복 같은 것도 입지 말라고 해서 구암 건달은 양복을 입지 않았고, 안전을 우선시 해서 다른 조직과 쓸데없는 싸움도 하지 말라고 했고, 위험한 마약이나 양주 밀수는 하지 않고, 중국산 가짜 고춧가루나 만드는 사업 등을 했어. 그래서 손영감 밑에서 일하는 젊은 건달은 그것에 불만을 갖기도 했어. 그런 손영감이 애지중지하는 쫄따구가 있었어.. 손영감의 오른팔이라도 할 수 있는, 만리장 호텔의 지배인 희수. 그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란다. 여러 번 전과도 있었고, 아직 독신인 마흔 살 사내란다. 손영감이 건달 같지 않은 행보를 보여서 희수도 맘에 들지 않는 적이 있지만, 손영감을 잘 따르고, 손영감도 희수에게 절대신임을 갖는 것 같았어. 그래도 그들은 건달의 보스와 오른팔 사이지, 피가 섞인 관계보다 낫겠냐? 이것은 주변 건달의 생각이었어. 손영감의 피가 섞인 가족이 있냐고? 손영감도 유일한 가족이라고는, 도다리라고 부르는 조카가 하나 있었는데, 쌩날라리였단다. 그래도 혈육이라고 손영감은 도다리에게 금전적 지원은 충분해 해주었어.


2. 

자, 그러면 주인공 희수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한번 해볼까? 아빠 없는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모여 만든 모자원 출신인 희수는 십대 후반부터 자연스럽게 건달이 되었고, 구암을 떠나지 않은 그야말로 구암 토박이였어. 미래에 대해 딱히 준비하고, 뭐 그런 것도 없었어. 집도 없이 그냥 만리장 호텔 객실에서 지냈어. 그렇게 완벽해 보이는 건달이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순정파였어. 같은 모자원 출신인 인숙을 짝사랑했어. 그런데 인숙은 여섯명이나 되는 동생을 챙겨야 하는 그런 맏언니였어. 어렸을 때부터 그런 상황에 놓였는데, 인숙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몸 파는 일 밖에 없었어. 그런데 인숙이가 얼굴이 예뻐서 구암에서는 유명한 창녀가 되었어. 그리고 잘 모르던 시절 조심하지 않아서 17살에 아기를 낳기도 했어. 그 아이가 벌써 스물살이 넘었는데, 그 아이 또한 건달이 되었고, 본명보다 아미로 불렀고, 아미는 희수를 아빠로 대하듯 잘 따랐어. 어쩌면 희수 내면의 숨길 수 없는 인간미는 인숙을 사랑하는 데서 싹튼 것이 아닌가 싶구나.

희수는 전직 만리장 호텔의 지배인이었던 양동이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받았어. 자기와 함께 성인오락기계를 파는 일을 하자고 했어. 그러면서, 손영감의 소심함을 비판했으며, 만리장 호텔의 후임은 결국 조카인 도다리가 되는 것이므로, 더 이상 만리장 호텔에 붙어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이야. 이 말에 희수는 처음에는 말도 안된다며 응했지만, 점점 양동이의 말이 맞는 것처럼 보였어. 손영감은 조카인 도다리한테만 챙겨주고, 자신한테는 그저 하수인처럼 대하는 것처럼 보였어.

  

3.

용강이라는 자가 있었어. 아주 잔인한 건달이고, 예의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인물이었지. 그는 몇 년 전, 살인을 저지르고, 동남아시아로 도망가 있다가 얼마 전에 다시 부산에 나타났어. 그런데 그냥 나타난 것이 아니라 동남아시아 깡패들을 거느리고 나타났어. 그러면서 세력을 확장하는데, 그 확장세가 무서웠고, 법도 없고 예의도 없었어. 급기야 손영감 영역에 있던 빨래 공장까지 접수를 했어. 그 빨래 공장은 옥사장이라는 바지사장으로 명의만 있을 뿐 손영감 것이었어. 그런데, 옥사장이 도박 빚으로 허덕이다가 허락도 없이 용강에게 넘긴 것이었어. 희수는 용강을 찾아가 담판 지으려고 했지만, 용강은 완강함을 보여주었지. 용강을 처치해야 했어. 하지만 직접 처치하기는 어려웠어. 손영감과 희수는 작전을 짰어. 옥사장을 꼬드겨서 밤섬에 낚시나 하며, 회나 먹자며 데리고 갔어. 희수와 늙은 칼잡이이자 의뢰와 신뢰로 똘똘 뭉친 달자를 데리고 갔지. 그곳에서 달자는 옥사장을 죽이고, 그것이 용강의 처소 근처에서 자살한 것으로 꾸몄어. 손영감의 손바닥에는 구반장이라는 경찰도 있었는데, 그 구반장으로 하여금 용강을 수사하게 해서, 마약 등 불법으로 체포해갔어. 그리고 손영감과 희수는 다시 빨래 공장을 회수했지. 깔끔한 일처리에 대해 손영감은 희수에게 돈을 지불했는데, 그 금액 또한 최근 손영감에 대한 불만을 더욱 높이게 되는, 적은 금액이었단다. 한편, 희수는 오랜만에 다시 만난 인숙과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었어. 인숙이 전직 창녀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지만, 희수와 인숙은 오랜만에 행복감을 느꼈어. 산동네 작은 집이지만, 난생 처음 자신의 집도 생겼고 말이야. 희수에게 잘 따르던 아미도 이제 희수가 진짜 아버지가 되었다면서 좋아했어.

손영감에 대한 실망감이 점점 커지고, 양동이의 계속된 꼬드김으로 결국 희수는 만리장 호텔의 지배인을 그만두고 양동이와 동업을 하기로 했어. 손영감의 그늘에서 나와서 내리쬐는 햇볕을 그대로 맞게 되었어. 이제 자신이 또 다른 그늘을 만들어야 했어. 희수는 사무실도 차리고, 성인오락기계 공장을 세우고, 여기저기 납품도 하게 되었어. 사업도 괜찮게 잘 되는 것처럼 보였어.

 

4. 

한편, 구암 근처 영도라는 곳에는 전국구 조직인 남가주파가 있었어. 이 조직의 보스는 남가주 회장이라는 사람인데 한국전쟁 때 부산까지 쫓겨 내려온 피난민 1세대야. 겉으로는 착한 척, 합리적인 척 하지만, 속으로는 셈이 정확한 사람이었어. 남가주파의 넘버2는 천달호라는 사람이고, 그 밑으로 철진이라는 이가 있었는데, 철진은 희수의 둘도 없는 친구였단다.

어느날 남가주파로부터 공격을 받아서, 아미와 그의 수하들이 중상을 입는 사태가 발생했어. 양동은 격분하여 바로 반격을 하자고 했어. 희수는 화가 난다고 아무 계획 없이 반격을 하면 얻을 게 없다고 좀더 생각해보자고 막았지만, 격분한 양동을 끝까지 막을 수는 없었어. 희수 본인도 사실 엄청 화가 났으니까 말이야. 결국 일이 벌어졌어. 남가주파 넘버2인 천달호의 조카가 죽는 사고가 벌어졌어. 양동이는 일을 저지르고 나서 뒤늦게 안절부절 하다가 뒷일을 희수에게 모두 떠넘기고 자신은 잠수를 타버렸어. 거기에 장기 복역을 예상했던 용강이가 몇 달 만에 감옥에서 나왔어. 아마 남가주 회장이 뒤에서 손을 쓴 것 같았어. 이제 용강도 남가주파 일원이 된 거지. 용강은 희수에게 가서, 천달호 조카의 죽음에 대한 보상으로 성인오락기계 공장과 양주 밀수 등 몇몇 다른 굵직한 돈줄기 사업을 넘기라고 했어. 

희수는 다시 손영감을 찾아가 조언을 구해보고자 했어. 손영감도 철진을 죽이라고 했어. 그정도 응수는 있어야 한다고… 철진은 희수에게 가장 친구인데… 고민이 많았지. 희수는 철진을 만났는데, 철진은 이 전쟁의 내막을 이야기 주었어. 이 전쟁의 설계도는 남가주 회장이 짠 거라면서… 남가주가 관리하고 있는 부산 북항이 폐쇄되고 새로운 항구를 만든다는 거야. 몇 년에 걸쳐 진행되는 이 사업은 국가가 나서는 사업이었어. 그 이야기는 더 이상 이 항구는 남가주가 관리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어. 그러면 남가주 회장은 밀반입을 어디서 하나? 돈줄마저 같이 막히게 되는 거야. 그래서 남가주 회장은 손영감이 관리하고 있는 구암 항구를 먹으려는 것이었어. 그러기 위해서 손영감과 희수를 먼저 갈라 놓아야 했고, 그래서 양동을 움직여서 희수를 손영감으로부터 떼어 놓은 것이라고 했어. 희수는 자신이 놀아났다는 것을 알고 자책하기도 했어.

다시 희수는 손영감과 만났어. 그리고 희수는 손영감이 자신을 얼마나 믿고 아껴 주는지 다시 깨닫게 되었어.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자신에게 손영감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손영감은 희수와 다시 손을 잡고 남가주파와 전쟁을 하기로 했어. 용강은 오히려 희수에게 접근하기로 했어. 그리고 손영감만 죽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전쟁을 할 필요도 없다고… 하지만, 희수는 더 이상 의리를 저버리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어. 이제 전쟁을 피할 수는 없었어. 이 전쟁의 끝은 어떻게 되었을까? 배신과 음모가 마치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것 같았고, 그 파도가 다 거친 후에 바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조용해 진 것처럼 구암도 다시 조용해졌단다. 단, 구암의 바다를 움직이는 보스가 바뀌었을 뿐. 그 전쟁에서 손영감은 죽을 뻔 했지만 살아남았고, 남가주 회장을 구암의 바다까지 접수할 뻔했지만 저 세상으로 가고 말았어. 그리고 손영감의 지지를 받은 희수가 구암의 새로운 보스가 되었어.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한 편의 잘 만들어진 느와르 영화를 본 듯 했어. 이야기 구성이 좋아서 나중에 영화로 만들어져도 성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소설 후반부 조직간의 격렬한 전쟁이 마치 거친 파도와 같았고, 그 전쟁이 끝난 구암은 잔잔한 바다와 같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이 소설의 표지를 파도로 그린 것 같더구나. 또 마지막으로 이 소설의 지은이 김언수라는 사람을 알게 되어 좋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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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10-24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딸아이에게 bookholic님처럼 잘 읽어줄 수 있다면 좋을텐데... 부럽습니다. 상쾌한 월요일 아침 되세요^^

bookholic 2016-10-24 23:37   좋아요 0 | URL
겨울호랑이님야말로 따님이 보는 동화책들도 같이 보시고, 주말이면 놀이터에서 놀아주시는 걸 보니, 저보다 더 훌륭한 아빠이십니다. 따님의 얼굴을 보면 행복을 잔뜩 받으면서 컸다는 걸 한눈에 알겠어요^^ 즐거운 한주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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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담화는 악의적인 능력이지만, 많은 숫자가 모여 협동을 하려면 사실상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 사피엔스가 약 7만 년 전 획득한 능력은 이들로 하여금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수다를 떨 수 있개 해주었다. 누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가 있으면 작은 무리는 더 큰 무리로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사피엔스가 더욱 긴밀하고 복잡한 협력 관계를 발달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뒷담화이론은 농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무수히 많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의사소통의 대다수가 남얘기다. 이메일이든 전화든 신문 칼럼이든 마찬가지다. 이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우리의 언어가 바로 이런 목적으로 진화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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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혁명 이후 생물학과 역사의 관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생물학은 호모 사피엔스의 행동과 능력의 기본 한계를 결정한다. 모든 역사는 이런 생물학적 영역의 구속 내에서 일어난다.

2. 하지만 이 영역은 극도로 넓기 때문에, 사피엔스는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할 수 있다. 사피엔스는 픽션을 창조하는 능력 덕분에 점점 더 복잡한 게임을 만들었고, 이 게임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더더욱 발전하고 정교해진다.

3. 결과적으로, 사피엔스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이들의 행동이 역사적으로 진화해온 경로를 서술해야 한다. 우리가 생물학적 속박만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면서 선수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기보다는 운동장의 상태를 자세히 설명하는 라디오 아나운서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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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기 대부분의 장소에서 수렵채집은 가장 이상적인 영양소를 제공했다.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이런 식단을 수십만 년 동안 먹어왔고, 신체 역시 여기에 잘 적응했다. 고대 수렵채집인은 후손인 농부들보다 굶어 죽거나 영양실조에 걸리는 일이 적었으며, 화석 뼈에 나타난 증거가 시사하는 바에 따르면 키가 더 크고 신체도 건강했을 가능성이 많다. 다만 평균 기대수명은 30~40년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것은 주로 어린이 사망률이 높은 탓이었다. 출생 1년 이내의 영아 사망률이 가장 높았으며, 이 시기를 지난 아이는 60세까지 살 가능성이 높았고 일부는 80세까지 살았다. 현대 수렵채집인의 경우 45세인 여성은 향후 20년 더 살 것으로 기대되며 구성원의 5~8페센트는 60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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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채집인의 확산과 함께 벌어졌던 멸종의 제1의 물경 다음에는 농부들의 확산과 함께 벌어졌던 멸종의 제2의 물결이 왔고, 이사실은 오늘날 산업활동이 일으키고 있는 멸종의 제3의 물결에 대한 중요한 관점을 제공한다.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았다는 급진적 환경보호운동가의 말은 믿지 마라. 산업혁명 훨씬 이전부터 호모 사피엔스는 모든 생물들을 아울러 가장 많은 동물과 식물을 멸종으로 몰아넣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우리는 생물학의 연대기에서 단연코 가장 치명적인 종이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다. 만일 좀 더 많은 사람이 멸종의 제1의 물결과 제2의 물결에 대해 안다면, 스스로가 책임이 있는 얼마나 많은 종을 절멸시켰는지를 한다면, 아직 살아남은 종들을 보호하려는 의욕이 좀 더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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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몇 안 되는 철칙 가운데 하나는 사치품은 필수품이 되고 새로운 의무를 낳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사치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 다음에는 의존하기 시작한다. 마침내는 그것 없이 살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우리 시대의 친숙한 예를 또 하나 들어보자. 지난 몇십 년간 우리는 시간을 절약하는 기계를 무수히 발명했다. 세탁기, 진공청소기, 식기세척기, 전화, 휴대전화, 컴퓨터, 이메일…… 이들 기계는 삶을 더 여유 있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과거엔 편지를 쓰고 주소를 적고 봉투를 우표에 붙이고 우편함에 가져가는 데 몇 날 몇 주가 걸렸다. 답장을 받는 데는 며칠, 몇 주, 심지어 몇 개월이 걸렸다. 요즘 나는 이메일을 휘갈려 쓰고 지구 반대편으로 전송한 다음 몇 분 후에 답장을 받을 수 있다. 과거의 모든 수고와 시간을 절약했다. 하지만 내가 좀 더 느긋한 삶을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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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집트의 파라오 제국이나 중국의 진 제국에서 운영했던 대량 협력망에 대해 장밋빛 환상을 품어서는 안 된다. “협력이란 말은 매우 이타적으로 들리지만 항상 자발적인 것은 아니었으며 평등주의적인 경우는 드물었다. 인간의 협력망은 대부분 압제와 착취에 적합하도록 맞춰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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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이 별보배고동이나 달러, 혹은 전자 데이터를 믿는다는 사실은 우리 또한 그것들을 믿게 만들기 충분하다. 설령 다른 사람들을 우리가 미워하고, 경멸하고, 조롱하더라도 말이다. 서로의 신앙에 동의할 수 없는 기독교인과 무슬림은 돈에 대한 믿음에는 동의할 수 있었다. 종교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믿으라고 요구하는 반면에, 돈은 다른 사람들이 뭔가를 믿는다는 사실을 믿으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철학자와 사상가와 예언자는 수천 년에 걸쳐 돈을 흉보면서 돈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매도했다.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한편 돈은 인류가 지닌 관용성의 정점이다. 돈은 언어나 국법, 문화코드, 종교 신앙, 사회적 관습보다 더욱 마음이 열려 있다. 인간이 창조한 신뢰 시스템 중 유일하게 거의 모든 문화적 간극을 메울 수 있다. 종교냐 사회적 성별, 인종, 연령, 성적 지향을 근거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유일한 신뢰 시스템이기도 한다. 돈 덕분에 서로 알지도 못하고 심지어 신뢰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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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7세기 유럽을 휩쓸었던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종교전쟁은 특히 악명 높다. 관련자 모두가 예수의 신성 그리고 관용과 사랑이라는 그의 복음을 믿었지만, 그 사랑의 성격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신교도들은 하느님의 사랑이 워낙 크기에 성육신하여 세상에 화신해 기꺼이 고문과 십자가형을 받았으며 그로써 그 분을 믿는 모든 사람을 원죄로부터 구원하고 천국의 문을 열어주었다고 믿었다. 가톨릭은 신앙이 필수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았다. 천국에 입장하려면 신자들이 교회의 의례에 참석하고 선행을 해야만 했다. 개신교도들은 보상으로 주어지는 천국행은 하느님의 위대함과 사랑을 경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가톨릭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천국행의 스스로의 선행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중요성을 과장하는 것이고, 예수의 십자가 고난과 인류에 대한 신의 사랑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암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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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왜 역사를 연구하는가? 물리학이나 경제학과 달리, 역사는 정확한 예측을 하는 수단이 아니다.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다. 우리의 현재 상황이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우리 앞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가령 유럽인이 어떻게 아프리카인을 지배하게 되었을까를 연구하면, 인종의 계층은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며 세계는 달리 배열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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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백 년간 진보라는 아이디어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래를 점점 더 신뢰하게 만들었다. 신뢰는 신용을 창조했고, 신용은 현실 경제를 성장시켰으며, 성장은 미래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고 더 많은 신용을 향한 길을 열었다.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경제는 풍선이라기보다 롤러코스터처럼 움직였다. 하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보면 오르락내리락거림이 평탄해지면서 전반적인 방향은 오해의 여지가 없이 분명해졌다. 오늘날의 세상에는 신용이 넘쳐난다. 그 덕분에 정부, 기업, 개인은 현재 수입을 크게 넘어서는 큰돈을 장기 저리로 쉽게 빌린다. 지구의 파이가 커지고 있다는 믿음을 결국 혁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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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상사의 존재라는 자신의 속성을 숨기려 최선을 다한다. 대부분의 국가는 자신이 자연적이며 영원한 실체라고, 어떤 시원적 시기에 모국의 흙과 사람들의 피가 섞여서 창조된 존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보통 과장된 것이다. 오랜 옛날에도 민족은 존재했지만 그 중요성은 오늘날보다 훨씬 적었다. 국가의 중요성이 오늘날보다 훨씬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세 뉘를베르크의 주민이 국가 독일에 대해 뭔가 충성심을 느꼈을 수는 있지만 자신의 욕구 대부분을 채워주는 가족과 지역 공동체에 대한 충성심과 비교하면 그리 크지는 않았다. 게다가 고대에서 국가가 어떤 중요성을 지녔든 간에, 지금껏 살아남은 국가는 거의 없다. 현존하는 국가대부분은 산업혁명 이후에야 진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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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4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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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요 네스뵈의 소설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읽고 싶은 책들이 많다 보니 요 네스뵈의 책은 일 년에 한두 권 정도만 보는 편이란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읽은 그의 <레드브레스트>에서 주인공 해리 홀레의 동료 앨렌의 죽음의 진짜 배후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끝났어. 그래서 그것이 궁금해서 다음 책을 예전보다 빨리 집어 들게 되었단다. 물론 이미 독자들은 누가 배후인지는 알고 있긴 하지만, 그 해결되지 않은 결말을 얼른 매듭짓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 그래서 연장선상에 있는 소설 <네메시스>를 집어 들었는데, 육백 페이지가 넘는 이번 소설에서도 앨런의 죽음의 대한 실마리를 풀지 못했단다. 전작 <레드브레스트>에서는 다른 굵직한 사건이 있었고, 그 사건을 쫓다가 동료 앨런이 죽었었어. 그래서 이번 <네메시스>에서는 그 앨런의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이라고 예상을 했는데, 그렇지 않았단다. 이번에도 다른 주요 사건들이 있었고, 앨런 사건은 다들 해결된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해리만이 미결된 사건으로 생각하고 틈틈이 수사를 했단다. 책을 재미있게 봤지만, 다음 해리 홀레 시리즈인 <데빌스 스타>를 읽어봐야 앨런 사건을 해리가 시원하게 해결할 것 같더구나. 해리 홀레 시리즈 중에 <레드브레스트>, <네메시스>, <데빌스 스타>를 묶어 특별히 오슬로 시리즈라고 하는데, 앨런 사건이 쭉 이어져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이 소설의 제목 네메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복수의 여신이라고 하는구나. 아빠는 네메시스가 그런 뜻인 줄 몰랐어. 소설을 읽고 보니 제목을 왜 그렇게 정했는지 이해가 가더구나. 이 소설은 노르웨이에서는 2002년에 출간된 책이란다.


1. 

요 네스뵈의 소설을 처음 접한 것은 <스노우맨>이라는 소설이었는데, 그 이후 읽은 몇 편이 최근작들이었어. 잔인한 장면들이 많이 나왔었어. 그런데, 올해 읽은 그의 소설들은 비교적 옛날에 쓴 소설들인데, 그 소설들은 잔인함은 별로 없어서 괜찮았단다. 너희들에게 이야기하기도 좀 부담스럽지 않고 말이야. 이번에 읽은 <네메시스>에서도 세 개의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었어. 그 중에는 앞서 이야기한 앨런 사건이었고, 그 사건을 빼고 나머지 두 개의 살인 사건이 있었어. 그 두 개의 살인 사건은 연관성이 있어 나중에 하나의 고리로 연결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단다. 아빠가 생각이 급해서 소설의 결론을 해버린 것 같구나. 다시 천천히 이야기해 볼까?^^

이야기의 시작은 오슬로의 은행 강도 사건으로 시작된단다. 보통의 은행 강도는 자신의 목적, 돈만 갈취하고 자신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으면 그냥 도망 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강도는 은행점장이 단지 6초 늦었다는 이유로 은행 직원을 총으로 쏴 죽였단다. 이 점을 보고 해리 홀레는 다른 경찰들과 다르게

이 사건을 은행 강도 사건이 아닌, 살인 사건으로 다루고자 했어. 그 죽은 은행 직원은 스티네라는 여인이었는데, 이 사건으로 남편인 트론은 큰 충격에 빠져 혼이 나간 상태가 되었어. 해리는 늘 그렇듯이 사건을 혼자 맡으려고 했어. 한 명 정도 보조만 두고 말이야. 그 한 명으로 선택된 이는 신참내기 베아테라는 여자 경찰이었어. 베아테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어. 사람 얼굴을 기억하는데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어. 남자 주인공 옆에 파트너로 여자 경찰이 지정되었다고 해서 그들이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그런 것은 아니야. 전편 <레드브레스트>를 읽은 사람이라면 새로 생긴 해리의 애인을 알고 있을 테니까 말이야. 라켈이라는 여자. 해리와 라켈은 더욱 사이가 좋아졌어. 라켈이 이혼한 전 남편과 아들 올레그에 대한 친권에 대한 재판 때문에 모스크바에 가 있어서 한동안 떨어져 있었지만 말이야. 

그리고 그렇게 라켈과 떨어져 있어서 해리와 엮인 사람은 베아테가 아니고, 수 년 전에 몇 주 잠깐 만났던 안나라는 여인과 잠깐 엮이게 되었어. 해리는 여자의 간절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스타일인 것 같았어. 오랜만에 연락한 안나의 간절한 부탁으로 저녁을 한번 같이 먹었거든. 해리는 자신이 지금 라켈과 사랑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안나의 위험한 유혹을 의연하게 거절했어. 그런데, 또 연락이 왔어. 또 간절한 부탁으로 다시 한번 만났지. 그런데 그가 정신을 차린 것은 다음날 자신의 집이었어. 전혀 기억이 없었어. 자신이 만취한 기억만 있는 거야. 집에 어떻게 온지도 모르고 말이야. 그런데 그날 안나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어. 해리는 난감하였지만, 그것을 동료 경찰에 말할 수는 없었어. 그리고 담당 경찰은 안나가 권총으로 자살한 것으로 종결을 냈어. 안나는 집시 출신으로 가족도 없었고, 라스콜이라는 삼촌이 한 명 있는데, 그는 유명한 은행 강도로 지금은 감옥에 있었어. 해리는 안나의 총상을 보고 왼손잡이로서는 자살할 수 없는 그런 총상이라는 것을 알고, 이 또한 살인 사건으로 생각하고 몰래 수사를 했어. 더욱이 안나가 죽기 전에 자신이 같이 있었으니까 말이야. 나중에 누구라도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이 용의자가 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런데, 그것은 곧 현실이 되었단다. 의문의 메일이 왔어. 해리가 안나가 죽기 전에 안나와 만난 것에 대해 알고 있다는 협박성의 내용이었어. 누가 보낸 것인지도 몰랐어. 해리는 친구의 부탁으로 메일의 출처를 알아보려고 했지만, 외국의 서버에서 날라왔다는 정도였어.


2. 

해리는 은행강도에 대한 추가 수사를 했어. 은행에 있는 CCTV를 수십 차례 본 끝에 범인과 희생자가 너무 가까이 있다는 점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죽기 전 스티네가 어떤 말을 하는 것처럼 보였어. 입술만 보고 어떤 말을 하는지 알아챌 수 있는 독순술 전문가에게 부탁해서 그 말을 알아냈어. 뜻밖의 말이었어. “내 잘못이예요.” 그럼, 은행강도, 아니 그 살인범과 희생자 스티네는 서로 아는 사이? 해리는 편의점 CCTV를 통해서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버린 콜라병을 확보했어. 거기에는 지문이 잔뜩 묻어 있었어. 보통 아내가 죽으면 가장 먼저 용의선상에 오르는 사람은 남편이잖아. 그런데 남편 트론은 헬스클럽에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있었어. 해리는 유명한 은행 강도이자, 안나의 삼촌인 라스콜을 찾아갔어.그는 감옥에 있었거든. 나스콜은 수법을 듣고 레브라고 이야기했어. 그런데 레브는 놀랍게도 죽은 스티네의 남편인 트론의 형이었어. 그리고 유명한 은행 강도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런데 그 레브는 현재 브라질에 있다고 했어. 해리와 베아테는 브라질로 날아갔어. 수소문 끝에 레브의 집을 찾았지만, 레브는 이미 목매고 자살했어. 아니 자살한 것처럼 보였어. 옆에 유서가 있었지.. 유서의 내용에는 오슬로 은행 강도는 자신이 한 것이고, 스티네도 자신이 죽였다고 했어. 그것에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다는 거야. 

콜라병에서 얻은 지문과 같은지 확인하려고 지문을 채취하려고 했는데, 한쪽 손가락이 없었어. 누군가 죽은 후, 또는 죽이려고 들어왔다는 흔적이 있었던 거야. 레브의 유서가 레브와 글씨체와 같다고 판명되었지만, 이것은 누가 봐도 조작 사건이고, 레브는 살해당한 것이었어.

두 가지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려니 왔다갔다 정신이 없구나. 다시 안나의 살인 사건을 이야기해줄께. 해리는 안나의 시신을 보러 갔다가 신발에서 사진 하나를 발견했어. 사진 속 남자는 알부라는 엄청난 부자였어. 근데 알부는 가정을 가지고 있는 유부남이었지. 안나가 신발 속에 그 사진을 넣었다는 것은 일종의 암시였어. 그가 안나의 죽음과 관계 있다고 말이야. 그걸 안나가 죽기 전에 이야기하려고 했던 거야. 해리는 수사를 해보니 안나가 유부남인 알부와 한 때 사귀었다가 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또 다른 남자 친구가 한 명 있었어. 열쇠 제작 회사 직원이었던 알프라는 남자였어. 

알프도 용의선상에 올려두고 알프를 뒤쫓던 해리는 알프의 집에서 해리의 소지품을 발견하였고, 다량의 헤로인도 발견했어. 알프는 사실 마약 중개상이었던 거야. 알프는 해리에게 쫓기던 중 어떤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어. 경찰에 쫓기고 있다고.. 도와주지 않으면 다 불겠다면서 협박하면서.. 그 어떤 사람은 바로 앨런 살인 사건의 배후였던 경찰 톰 볼레르였던 거야. 볼레르는 전작 <레드브레스트>에서 올센을 정당방위를 핑계로 죽인 것과 비슷하게 알프를 추격하다 총을 빼든 알프에게 먼저 총을 쏘아 죽였어. 다시 그의 비밀을 알고 있는 악한을 보내버린 거지.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져 들었어. 스티네의 살인 사건이나 안나의 살인 사건이나…


3. 

해리는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실타래 같은 두 개의 사건을 하나씩하나씩 풀어나갔어. 먼저 안나의 살인 사건. 집시 출신이었던 안나. 여러 남자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했으나, 이내 버림을 받고 나서 크게 실망을 했어. 그리고 버림을 받은 안나는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거야… 그래서 자살하기로 결심을 했어. 그러나 그냥 자신만 죽는 것이 아니라 복수를 하기로 했어. 복수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알부, 알프, 해리였어. 자신은 비록 죽더라도 그 셋을 파멸시키려고 했어.

그래서 그 결과는…

알부는 해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고…(누가 죽였는지 또는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이 안나는구나. 아빠의 기억력은 이제…ㅠㅠ ) 그리고 알프도 톰 볼레르한테 죽음을 당했잖아. 해리는 죽지 않았지만, 안나의 살인 용의자로 경찰에 한동안 쫓겨 다녀야 했어. 다행히 해리는 안나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단다. 그리고 해리에서 협박 메일을 보냈던 것도 바로 안나였어. 안나가 죽었는데, 어떻게 메일을 보냈냐고? 죽기 전에 예약 발송을 해봤던 거야. 그리고 또 하나의 살인 사건. 스티네를 죽인 살인범도 밝혀냈어. 바로 스티네의 남편 트론이었어. 이유는 이랬어. 자신의 형이었던 레브와 스티네가 불륜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거야. 스티네는 레브와 함께 브라질로 도망치려고 했어. 그것을 알게 된 트론은 은행강도로 위장해서 스티네를 죽인 거야. (그래서 스티네가 죽기 전에 잘못했다고 이야기를 했던 거지..) 그리고 은행 강도였던 레브의 흉내를 내서 레브가 범인으로 몰리게 한 것이고, 레브가 자살한 것처럼 위장을 한 거야.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것은 드물어. 모든 것에는 허점이 있고, 그 허점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이들이 있어. 바로 해리처럼 말이야. 소설이라고 그럴 수도 있지만, 현실 세계에서도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사건을 수년이 지난 다음에 해결하는 것을 보면 비단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구나.

한편, 엘런 수사에도 진척이 있었어. 새로운 목격자가 나타났어. 엘렌의 범인이었던 올센이 앨런을 죽인 날 밤에 어떤 사람과 차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거야. 그런데 그 남자가 마치 경찰 같았다고 했어. 해리가 그 목격자의 집을 찾아가는 장면으로 소설은 끝이 났단다. 다음 소설의 완벽한 예고편인 듯 하구나. 요 네스뵈의 마지막 오슬로 시리즈 <데빌스 스타>를 기대해 봐야겠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두가지 살인 사건이 이야기하다 보니, 정리가 잘 안된 것 같구나. 이해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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