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첨 민주주의 - 선거를 넘어 추첨으로 일구는 직접 정치
어니스트 칼렌바크 & 마이클 필립스 지음, 손우정.이지문 옮김 / 이매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추첨 민주주의란 용어를 아빠는 몇 년 전 녹색평론에서 처음 접했단다. 그 이후 녹색평론에서 여러 차례 추첨 민주주의에 대한 글을 실어서 대략적인 개념을 알고 있었어. 그리고 그것에 관련된 책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한번쯤 추첨 민주주의에 관한 책을 읽어보고 싶었어.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인데, 추첨 민주주의에 관한 정의가 명확하고, 그것에 대한 설명이 간단해서 그런지 책도 두껍지 않았어. 어쩌면 추첨 민주주의란 것이 이런 책의 두께처럼 간단하고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이 책은 마이클 필립스와 어니스트 칼렌바크란 미국 사람들이 1985년에 처음 출간했었고, 2008년인가 다시 출간한 개정판을 옮긴 책이란다. 그런데 책의 내용은 거의 바꾸지 않았대. 1985년 당시의 미국 정치 상황과 이십여 년이 지난 미국의 정치 상황이 그리 바뀌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지. 이 책의 한국어판에는 지은이의 글 말고, “보론”이라고 덧붙인 글이 책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글은 우리나라에서 추첨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글을 담고 있단다. 그들의 주장도 지은이들의 주장과 크게 틀리지 않아. 미국은 하원 의원들을 추첨으로 뽑자고 하고, 우리나라는 국회의원을 추첨으로 뽑자고 하는 것만 빼고 말이야.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말도 안 된다고 할거야. 국회의원을 선거가 아닌 추첨으로 뽑는다고? 아빠도 맨 처음 추첨 민주주의란 용어를 들었을 때, 이게 가능할까? 하고 생각했었거든. 그런데 설명을 보면 볼수록 추첨 민주주의가 실제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가치에 더 가깝고, 직접 민주주의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직접 민주주의에 가장 가까운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이런 추첨 민주주의는 갑자기 나온 생각이 아니야. 이미 고대 그리스에서 시행했던 것이고, 민주주의라는 것이 원래 누구나 공평하게 관리가 될 수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에, 추첨 민주주의가 그런 민주주의의 정의가 더 가까운 제도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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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에서 추첨을 민주주의의 핵심 제도로 인정한 이유는 민주주의(democracy)를 어원이 말하는 그대로 ‘데모스(demos, 전체 인민)가 자기 스스로 통치(kratos)하는 체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것은 곧 민주주의를 특별한 엘리트의 지배가 아니라 보통 사람의 지배로, 그리고 누구나 지배자의 지위에 오를 수 있는 동일한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을 지향하는 정치 체제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한다. 추첨은 데모스의 모든 시민들에게 관리가 될 수 있는 동일한 확률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내일 내가 앉아 있을 수도 있는 자리에 오늘 앉아 있는 이의 지배를 수용하는’ 민주주의의 공평한 원칙으로 수용될 수 있었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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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의 민주주의를 하고 있단다. 모든 국민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없으니, 국민을 대표해서 국가 현안이나 정책 등을 결정하는 거지.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국회의원이 있고, 미국에는 상원과 하원 의원들이 있는 거야. 그런데 그들이 과연 국민의 대표성을 띠고 있는가? 하는 의심을 품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어. 이 책의 지은이들은 그 의심을 품은 거지. 누군가는 이야기하겠지. 국민들이 선거를 해서 뽑은 사람이니까 대표성이 있다고 말이야. 하지만, 국민들의 대표성을 가지려면 국민들의 구성 비율과 비슷하게 의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거야. 그러면서 이 책이 처음 쓰여진 1985년 미국의 상황과 하원의 구성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설명해 주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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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입법 기관은 국민을 전혀 대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체 사회를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볼 수 없다. 우선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성인 인구의 51퍼센트인 여성은 하원의 4.8퍼센트만을 차지한다. 인구의 12퍼센트인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하원의 4.5퍼센트만을 구성한다. 인구의 6퍼센트를 차지하는 히스패닉도 하원의 2.5퍼센트만을 차지해 저대표되고 있다 .투표를 하지 않는 유권자의 절반 정도는 전혀 대표되지 않으며, 이 중에는 (전체 인구의 6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가난과 실업 등 열악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

대신 하원은 거의 모두 백인과 부유한 남성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불균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계층이 바로 변호사다. 변호사는 1983년 현재 전체 인구의 아주 적은 부분을 차지하는데도 하원의 46퍼센트를 차지하고 잇다. 따라서 우리는 ‘대의 없는 과제’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복지뿐만 아니라 엄청난 전쟁 무기와 대규모의 국내외 경찰과 정보기관을 지탱하는 데 충분할 정도로 많은 세금은, 형식적인 의미에서만 국민을 대표하는 의회가 승인한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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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야. 국회의원들의 구성 비율과 국민의 구성 비율은 전혀 다르거든. 이런 구성 비율이 과연 모든 국민의 대표성을 띠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리고 선거에 의해 의회 의원들은 과연 국민들을 위해 일을 할까? 그렇지 않단다. 오직 자신의 재선을 위해 일을 할 뿐이야. 그리고 자신의 정치 후원금을 지원해준 이들을 위해서 일을 할 뿐이란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인데,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는 정책인 경우, 특히 자신의 재선과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이라면 과연 그걸 추진하려고 할까?

어떤 이는 그런 말을 하더구나. 지금의 민주주의는 엘리트 민주주의라고… 소수의 엘리트들이 정치를 이끌어 간다고 말이야. 하지만, 그런 정치적 엘리트들을 뽑아 정치를 할 거면, 인기투표와 같은 선거를 하지 말고 시험을 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러면 지금처럼 부정부패도 심하지 않고, 선거로 인해 들어가는 돈도 적지 않을까 생각한단다. 무엇으로 보나 지금의 대의 민주주의는 크게 잘못된 것 같더구나. 국민들의 대표성도 띠지 않고, 그렇다고 선거로 뽑힌 사람들이 정말 우수한 인력인 것도 모르겠고… 요즘 우리나라 정치판을 보고 있노라면, 무능한 사람들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고, 대통령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단다. 아무나 국회의원도 할 수 있고, 아무나 대통령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잘못을 하면 기억이 안 난다, 모른다고 하면 되고…. 양심에 털 난 인간들도 많고… 추첨 민주주의를 하게 되면 보통 사람들도 국회에서 하는 일들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될까 생각했는데, 요즘 국회의원들을 보면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더구나. 그리고 정책들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잘 설명을 해주어서 이해시키면 되고, 정책 결정에 있어서 신중하게 하면 될 것 같구나.

 

2. 

추첨 민주주의가 상당히 설득력 있고, 타당한 제도인 것 같으나, 그런 것이 현실이 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단다. 이미 기성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권력과 밥그릇을 놓으려고 할 것 같지 않고 말이야. 미국에서도 추첨 민주주의를 이야기한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바뀐 것은 없잖아.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지. 소선거구제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데, 추첨 민주주의라니.. 이상세계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인 것 같구나. 그러면 현실에서 가능한 것 중에 타협할 만한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정당의 지지율 만큼 국회의원을 차지하는 전면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단다. 하지만 이 또한 거대 정당들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 실현 가능성은 높지는 않단다. 하지만, 최근 햇수로 2년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대규모 촛불 집회의 힘을 보고 나서는 그리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결국 민심의 불꽃이 모이면 힘이 된다는 것을 증명되었거든… 그래, 한번 희망을 걸어보자꾸나.

새해에는 부디 정치 때문에 짜증나는 일이 없고, 촛불 들고 길바닥에 앉는 일이 없길 바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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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출항과 동시에 사나운 폭풍에 밀려다니다가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같은 자리를 빙빙 표류했다고 해서, 그 선원을 긴 항해를 마친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긴 항해를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오랜 시간을 수면 위에 떠 있었을 뿐이다.”

기원전 1세기,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가 남긴 말이다. 그는 잔인하게 덧붙인다.

그렇기에 노년의 무성한 백발과 깊은 주름을 보고 그가 오랜 인생을 살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 백발의 노인은 오랜 인생을 산 것이 아니라 다만 오래 생존한 것일지 모른다."

(15)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첫 번째는 익숙한 책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하나의 책을 읽고 그 세계에 동감하면, 다음에는 그와 관련된 좀 더 심도 있는 책을 선택한다. 이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하나의 분야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사람이 있다.

두 번째는 불편한 책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하나의 책을 읽고 그 세계에 동감하면, 다음에는 그 세계를 무너뜨리는 전혀 다른 세계관의 책을 선택한다. 이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자기 세계의 지평을 점차 넓혀가는 사람이 있다.

두 가지의 방법이 있는 것이다. 익숙한 세계의 깊이를 더하는 방법과 불편한 세계의 지평을 넓히는 방법.

(20~21)

추상적인 상상을 해보자. 방금 하나의 어린 정신이 태어났다. 이 정신은 완벽한 하나의 세계로서 결함 없이 정상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 정신의 이름은 ()’이다. ‘은 평화롭고 고요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어린 정신은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자기 안에서 자라난 질문들, 모순된 결론들과 대면하는 것이다. 이제는 공존할 수 없다. 정상적인 자기 자신과 모순된 자아상을 분리할 때가 되었다. 이러한 반대되는 자아상을 이제부터 ()’이라 이름 붙이고, 자아로부터 떼어내자. 이제 나이면서 동시에 내가 아닌 것과 대면하게 되었다. 자아와 반자아의 투쟁이 시작된다. 치열한 투쟁 결과 어린 정신은 모순된 자아상을 수용한다. 이제는 도 아니고 도 아닌 새로운 성숙한 정신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성숙한 정신의 이름은 ()’이다. ‘은 완벽한 하나의 세계로서 결함 없이 정상적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이제 은 동시에 이 된다. 이 과정은 끝없이 반복되며 하나의 정신을 성장하게 된다.

(41)

성숙하고 똑똑한 학생일수록, 주체적이고 심오한 학생일수록 현행 교육 시스템에 적응할 수가 없다. 반면 지금의 교육 시스템은 변태를 길러주기에 적합한 구조를 갖고 있다. 건강하고 생명력 넘치는 나이에 자신의 욕구를 억제할 줄 알고, 친구나 가족의 안타까운 삶에 무관심할 정도로 자신의 좋은 성적을 위해 반복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기형적인 학생만이 더 건강하고 정상적인 학생일지도 모른다.

(64)

구약은 신과 인간이 맺은 오래된 약속을 뜻하고, 신약은 새로운 약속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예숙 그리스도가 기준이 된다. 구약은 예수 그리스도 탄생 이전의 기록이다. 이스라엘 민족의 수난과 구원의 약속이 역사적 사건과 연결되어 종교적 시각으로 해석되어 있다. 신약은 예수 그리스도 탄생 이후의 기록이다. 27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구성은 복음서, 사도행전 서신 그리고 묵시록이다. 복음서는 4편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이 기록되어 있다. 사도행전은 1편으로, 사도들의 활동이 기록되어 있다. 서신은 총 21편으로, 사도들의 편지다. 마지막 1편은 묵시록으로, 요한이 계시에 의해 기록하였다.

(92)

이 질문은 대학 시절 내내 나를 괴롭혔다. 답을 찾기 위해서 나는 도서관에 앉아 철학과 과학 서적을 뒤적였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해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붓다에 관한 책들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붓다의 삶과 가르침 속에서 그렇게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타자로부터의 구원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구원에 대한 이야기를 말이다.

(102)

젊은 나의 생각은 옳았다. 그때 이후로 단 한 번도 완전함 혹은 충만함의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임을 안다. 왜냐하면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완전함과 충만함이란 아이러니하게도 미숙함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말이다. 현실에서 멀어질수록, 세계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할수록 세상은 단순하고 명쾌하게 보인다. 문제는 세상을 그렇게 단순하게 파악할 때에만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어른으로 성숙해간다는 것은 세계의 복잡성을 초연하게 받아들임을 의미한다. 세계의 복잡성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우리가 완전함과 충만함의 허구성을 이해했음을 의미한다. 완전함과 충만함을 내려놓은 사람에게 행복은 없다.

(122)

물론 이런 대답은 어떤 사람들을 화나게 할 수 있다. 평생 하나의 관점이 옳다고 믿어온 사람에게 이런 불분명한 선택은 불경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묻고 싶다. 왜 하나의 길을 고집스럽게 걸어가야 하는가? 왜 하나의 길을 선택하는 것을 서둘러야 하는 것인가? 물론 세상에는 제한된 시간 내에 빠르게 결정해야 하는 문제도 존재한다. 하지만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봐도 이건 그런 종류의 문제가 아니다.

(146)

정리해 보자. 무엇이 문제인가? 플라톤주의가 절반의 세계를 억압한 것이 문제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형이상학적 이념, 사유, 종교, 도덕만을 추구한 나머지 구체적인 현실을 망각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하늘의 가치만을 추구하다가 대지를 더럽히고 말았다.

더 이상은 안 된다. 건강하고 생명력 넘치는 새로운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니체는 근대를 끝내려고 한다. 플라톤주의를, 그리스도교를, 이성중심주의를, 형이상학적 이분법을 끝내려는 것이다. 그래서 니체는 이렇게 선언한다. “신은 죽었다.”

(149)

그렇다면 신의 죽음을 선언하는 것. 다시 말해서 플라톤주의의 형이상학적 이분법의 종언을 선언하는 것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것은 내가 발 딛고 있는 구체적 현실로 돌아오라는 니체의 제안이다. 이상적이고 불변하는 본질의 세계 같은 것은 없다. 초월적 세계의 잡히지 않는 그 무엇만을 추구하다가 현실의 건강함을 짓밟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그래서 니체는 신의 죽음을 선언한 것이다. 신의 죽음은 필요하다.

(155)

여기에는 어떠한 이유나 목적도 없다. 성장도 없고, 휴식이나 끝도 없다. 다만 영원히 같은 삶을 반복할 뿐이다. 어떤가? 당신은 영원회귀의 진실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 끔찍한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신의 삶을 긍정할 수 있는가?

이런 영원회귀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허무주의의 최고 형태다. 이러한 극단적인 허무를 인정하고 나의 삶을 끌어안을 수 있는 존재. “이것이 인생이라면 그래, 한 번 더!”라고 외치며 허무의 깊은 심연 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존재. 그가 바로 초인이다.

(166)

하지만 나는 당신이 여행하는 영혼을 가졌으면 좋겠다. 여행하는 영혼들은 대체로 숨어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물을 파는 영혼은 비교적 사회에서 환영받는다. 그래서 여행하는 영혼의 소유자도, 우물 파는 영혼의 소유자도, 모두 자신이 우물을 파는 영혼인 것처럼 행동한다. 실제로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전문가가 되려고 한다. 평생을 거쳐 하나의 분야를 파내려가고자 한다. 당신의 부모도, 사회도, 국가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당신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왜 누구나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지, 왜 평생을 소진하여 하나의 전문 분야를 가져야만 하는지를 말이다.

(198)

이러한 인류원리를 더 확장해보면 이런 생각으로 나아갈 수 있어. 20세기 미국의 물리학자 존 휠러는 우주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찰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이 말에 대해서 고전 물리학자들은 격렬하게 반대할 거야. 왜냐하면 고전 역학에서의 우주는 인간의 존재와 무관하게 이미 존재하는 실체니까. 하지만 생각해볼 만한 문제야. 지적인 존재들로부터 완벽하게 은폐된 동시에 자기 충족적이고, 그 안에 어떠한 지적인 생명체도 보유하지 않은 우주를 과연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도대체 그 대답을 할 수 있는 존재는 누구인가?

(230)

체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그가 이상주의자이며, 특히 인간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점이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윤 때문에 일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신성한 의미를 깨달아 일하고,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를 꿈꿨다. 노동과 헌신을 통해 유지되는 사회주의 낙원을 이룩하고자 했던 것이다.

(244~245)

군을 전역하고 현실세계에 던져졌을 때, 그래서 나는 그다지 불안하지 않았다. 지금의 어설픔과 실수들이 오래 가지 않을 것임을, 성숙한 나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먹고살기 위해 애쓰고 경쟁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낯설음을 나는 결국 극복할 것이다. 군대에서 적응했던 것처럼 현실에서도 나는 잘 적응할 것이다. 다짐했다. 그때까지 최선을 다하리라. 어떤 고민도 하지 않고, 어떤 책도 읽지 않으리라. 남들처럼 자본주의 시스템에 적응하고 말 것이다. 돈을 벌고, 경제적인 안정을 찾고,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행복한 노후를 맞을 것이다.

하지만 종종 서글펐다.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는 성실한 청년이 되었다고 느낄 때마다, 나의 영혼은 이미 늙어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292)

사고 이후에 알게 되어 매일 듣고 있는 노래가 있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가수 메르세데스 소사가 부른 노래다. ‘그라시아스 아 라 비다{Gracias la Vida}’. 당시에 내가 이 노래를 어떤 경로로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 가수가 누구인지, 노래의 가사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 그것은 언어를 뛰어넘는 그녀의 깊고 낮은 음성 때문이었다. 그 깊은 목소리는 나를 항상 예민하고 몰고 가는 세상의 모든 소음으로부터 보호해주었다. 차 소리도, 사람 소리도, 모든 소리가 차단되었다. 나는 눈만 감으면 되었다. 그러면 불안한 세상 속에서 나만의 안전한 공간에 머무를 수 있었다. 그렇게 늦게까지 공원 벤치에 앉아 노래를 들었다

(315)

네 맞아요. 당신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걸 잘 알아요. 사회 구조의 문제를 보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약한 자신이 미운 거죠. 그래서 더 세속적인 사람이 되려고 발버둥 치는 거고요. 하지만 당신은 잘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삶을 용기 있게 살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그렇지만 반쪽짜리 삶이었지요. 굳이 이상을 저 멀리 내팽개칠 필요는 없었어요. 지금처럼 현실을 묵묵히 걸어가세요. 동시에 언젠가 필요할 때 쉽게 꺼낼 수 있도록 이상도 함께 품고 가세요. 아무도 당신에게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359)

[파드마삼바바] 허망해하지 마라. 너는 잘하고 있다.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행동을 해라. 미련과 아쉬움과 후회를 만들지 마라. 심판 받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너를 심판하는 존재 같은 것은 없다. 삶과 죽음이 바로 너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401)

나의 경계도 이와 같지 않을까. 나에겐 경계가 없다. 나는 모든 것에서 이어져 있다. 삶과 죽음에서, 내면과 외부에서, 자아와 세계에서. 그래서 이것이 슬픔이 된다. 출구는 어디에 있는가? 나라면 구면의 밖으로는 어떻게 나가는 것인가? 하지만 그런 것은 없다. 우리는 이 의식의 지평을 떠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나를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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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다
김탁환 지음 / 북스피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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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그동안 세월호 사건에 대한 책들을 몇 권 읽을 때마다 가슴이 아팠단다. 그래서 최근에는 읽지 않았어. 또 가슴이 아플까 생각이 들어서그리고 국가에서 세월호 사건에 대하는 자세가 너무 답답하고, 열 받고사건이 지난 지 1000일이 넘었는데고, 그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안 하는 국가. 안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거야. 왜냐하면 국가가 그 일에 잘못한 것이 너무 많이 때문이란다. 어쩌면 국가 자신이 그 일을 벌인 것일 수도 있거든그리고 지금 국가는 미안함을 모르는 국가이니 말이야. 결국 이 사건에 대해 국가가 사과를 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국가가 변해야 할거야. 그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단다. 또는 국가가 빨리 변할 수 있도록 하거나 말이야.

아빠가 이 책이 출간된 것은 이미 한참 전에 알았어.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국가는 아무 것도 안하고 있는데, 또 가슴 아픈 이야기를 봐야 하나 싶었어. 이 책을 읽을까 말까 몇 번을 망설였단다. 이 책의 지은이는 아빠가 좋아하는 김탁환인데도 말이야. 그러다가 그래도 다시 한번 읽어보자, 아빠가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서 딱히 도움을 주는 것도 없는데, 이런 책이라고 읽어서 잊지 말자고 다짐을 하는 것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이 책을 뒤늦게 집어 든 것이란다. 그리고 예상했던 것처럼 너무 가슴 아팠어.

이 책은 세월호 사건 당시 시신을 수습했던 민간인 잠수사들에 관한 이야기란다. 지은이 김탁환은 시민들이 잘못 알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을 통해 이야기해주려고 했어. 소설 속 잠수사들이 시신을 수습하는 장면이 너무 사실적으로 묘사해서 그 장면을 읽을 때는 아빠도 모르게 숨이 막히고, 눈물이 흘러내렸단다. 이 책의 제목이거짓말이다인데, 이 소설 속 이야기가 모두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더구나. 이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그린 허구로 가득 찬 소설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 소설은 실화란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이름만 거짓이지, 나머지는 모두 가슴 아픈 사실이란다.

이런 비극적인 소설이 현실이 되는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는 거야. 그것이 더욱 슬프단다. 언제까지 이런 나라에서 살아야 하는 것인지그리고 또 한가지 더 슬픈 소식. 지은이 김탁환은 이 소설의 주인공을 실제 시신 수습에 참여했던 김관홍이라는 민간인 잠수사를 모델로 삼았어. 그런데, 김관홍 잠수사는 세월호 사건 때 잠수의 후유증으로 그만 작년 여름, 목숨을 잃고 말았단다. 이 소설의 출간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등졌어.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착한 분들이 희생당하고, 목숨을 잃어야 하는 걸까. 정말 답답하고 억울한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지는구나.

 

1.

이 소설은 세월호 사건 당시 민간인 잠수사들이 어떤 일을 했고, 그리고 그 이후에 어떤 일들로 가슴 아파했는지 알려주는 소설이란다. 물론 세월호 사건 당시 차디찬 물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 어린 학생들에 관한 이야기들도 나와. 그들의 꿈들도 같이 차디찬 물 속에 잠겨 버렸어. 그런 점들이 너무 가슴이 아파.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나경수라는 민간인 잠수사였어. 그는 산업 잠수사로써 바닷속에서 용접을 하는 등을 하는 사람이었어. 그도 2014 4 16, 다른 사람들처럼 뉴스를 통해 그 사건을 접했고, 전원 구조라는 소식을 접하고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일상적인 일을 했어. 그러다가 오후에 전원 구조가 아니라는 말에 걱정을 많이 했지. 다시 언론에서 사상 최대의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모든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했지.

그런데 이틀 뒤 잘 알고 지내던 잠수사로부터 연락이 왔어.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아무도 없다는 거야. 그러면서 와서 도와달라고 했어. 나경수 잠수사는 알겠다고 하면서 진도로 향했지만, 이미 사건이 일어난 지 이틀이 지났기 때문에 구조할 수 있는 시간은 지났을 거라고 생각했어. 사상 최대의 구조라고 하는 언론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이야기한 것인지현장에 도착해보니 터무니 없이 인력이 부족했어. 여기저기서 인맥을 통해 모인 민간인 잠수사들과 해경에서 온 잠수사들. 체계도 없었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지시하는 사람도 없었어. 그런데 민간인 잠수사 중에 경험이 많고 나이도 많은 류창대라는 사람이 나서서 지휘를 해주었어. 그가 조를 짜고 시간을 정해서 잠수하도록 조율을 해주었어. 해경 잠수사들은 8시간씩 일하고 함정으로 돌아가서 다른 사람들과 교체를 했는데, 민간인 잠수사들은 바지선에서 숙식을 모두 해결했어. 처우가 아주 안좋았지. 잠수라는 일이 무척 위험한 일이고, 의지만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래. 잠수 시간을 정확히 지켜야지, 욕심을 부리면 심각한 후유증으로 한동안 잠수를 못할 수가 있대. 사건이 발생한 지점은 맹골수도로 물길에 세서 하루 4번만 잠수가 가능했고, 그것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몰랐대. 그리고 시야 확보가 전혀 되지 않아서 잠수가 더욱 힘들었고, 그들을 제한된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해서, 어쩌면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시신을 모셔오는 일을 했어. 그것도 바지선에서 숙식을 모두 해결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말이지. 그런데, 그런 그들을 향한 언론과 국가권력의 시선은 곱지 않았어. 더욱이 국가는 현장에 대한 상황을 잘 몰랐어. 여론이 안 좋아지자, 그저 잠수사들은 인원수 확충하겠다고 했고, 현장에 물어보지도 않고 잠수사들을 추가로 보냈어.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현장의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이 더 온다고 해서 더 많은 시신을 수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어. 그 동안 작업을 하면서 민간인 잠수사들과 해경들과 어느 정도 손발이 맞았는데, 새로운 인력이 오면 다시 손발을 맞춰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어. 그런데, 새로운 잠수사들이 온 지 얼마 안되어, 사고가 났어. 새로 합류한 잠수사들 중에 한 명이 그만 목숨을 잃은 거야.

 

2.

사고가 났으니, 경찰들이 와서 조사를 했지.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는 것이 지배적이었어. 그런데 그 일이 있고, 한 달이 지나고 나서 솔선수범하며 잠수사들을 지휘했던 류창대 잠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사로 피의자 신분으로 법원에 출두하라고 했어. 좋은 뜻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시신 수습에 온 힘을 쏟았는데, 그에게 돌아온 것이 업무상 과실치사라니.. 죄인 취급을 하다니다들 이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노를 터뜨렸지만,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이란다. 그리고 7월 어느날 아직 실종자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색 중단 명령이 떨어졌단다. 바지선에서 작업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의견을 묻지도 않고 내려온 명령. 그렇게 그들은 어느날 갑자기 작업을 중단하였단다.

두어 달 동안 이어진 그들의 작업으로 인해 그들은 몸과 마음에 많은 상처를 입었어. 유가족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을 알기 때문에, 무리를 하면서 잠수 일을 해서 그들의 몸이 많이 상한 상태였고, 그들은 사람인지라 그렇게 많은 시신을 봤기 때문에 정신적인 상처도 많이 입은 상태였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했어. 그래도 나라에서 병원비를 대준하고 해서, 지정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단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너무 많이 다쳐서 몇 년을 치료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어떤 이는 앞으로 평생 잠수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어. 주인공 나경수 잠수사도 마찬가지였어. 그도 몸을 많이 다쳐서 오랜 기간 치료가 필요했어. 그 일로 인해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와도 헤어져야 했어.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몸이 괜찮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어. 그런데, 그해 12월로 치료비 지원을 중단한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어. 정말 읽을수록 이런 일들이 정말 사실이란 말인가?하면서 아빠도 같이 분노를 하면서 읽었단다. 힘없고 빽없는 잠수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 그들은 지정 병원에서 퇴원해서 집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대부분이었단다. 그리고 병원에도 오래 머물러 있지 못했어. 돈이 들어가는 일이니까 말이야.

나경수 잠수사도 그렇게 몸이 성치 않은 상태로 퇴원을 했고, 잠수를 할 수 있는 몸이 아니니 잠수도 할 수도 없었어. 그런데 생계를 이어가야 하니, 일자리를 구해야 했어. 언론에서 떠들어댄 엄청난 돈을 받은 것도 모두 거짓말이거든. 그리고 그는 어렵게 유가족들을 만났어. 이후 그들과 함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유가족들과 함께 다시 그 곳을 찾는 것이었어. 그들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잊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하지 않았을까 생각되었단다.

.

소설은 그렇게 끝났지만, 현실은 더욱 슬픈 이야기로 이어졌단다. 나경수 잠수사의 모델이었던 김관홍 잠수사. 그는 몸이 망가져서 더 이상 잠수를 하지 못하고 대리 운전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갔어. 그리고 유가족들을 위한 일이라면 솔선수범해서 나섰어. 작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유가족들을 위해 싸웠던 박주민 변호사가 출마하게 되자, 그의 운전기사를 자청해서 선거를 도와주었단다. 그랬던 사람인데, 결국 그때의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말았단다.

 

3.

결국 세월호 사건은 최근에 벌어진 국정논란의 청문회에서도 다뤄졌어. 하지만 당시 잘못을 저지른 이들은 안면몰수하고 모르쇠로 일관했어. 아무런 사과도 없었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이는 없었어. 오늘 어떤 네티즌 수사대라고 밝힌 이는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2년 넘게 추적을 했고, 그것을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서 유투브에 올렸단다. 그런데 그가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신상을 조심하라는 이야기였대.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런 꼴이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다들 몸 사리면서 살고 있는 듯 하구나. 그래도 다들 속으로 조만 간에는 이런 세상도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을 거야.

그때는 세월호의 모든 진실을 밝혀질 거라 믿는단다.

그리고 잘못을 한 사람들은 모두 그에 대한 죄값을 받으리라 믿는단다.

정상적인 대한민국. 멀리 않았다고 믿는단다.

이제 막 시작한 새해. 새해에는 희망을 한번 가져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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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1-12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삶에 희노애락중 기쁘고 즐거울때 죄책감이 든다면 그게 온전한 삶이 될까요
단원고 부모님들의 1000일 동안의 고통과
앞으로의 슬픔 늘 잊지 말아야겠어요
고 김관홍 잠수사님의 희생에도
애도를 표합니다.

얼마나 숨길 치부가 많으면
세월호 사건때부터 블랙리스트작성을 시도했었을까.오늘 언론보도를 보니
말 그대로 막장입니다ㅎㅎ

bookholic 2017-01-14 23:44   좋아요 0 | URL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는 모순의 시대, 불합리의 시대, 거짓말의 시대에 살았던 것 같습니다. 올해는 부디 상식의 시대로 거듭 나길 희망해 봅니다.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히노 에이타로 지음, 이소담 옮김, 양경수 그림 / 오우아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은 먼저 제목이 눈에 확 띄었단다. 보람 따위는 필요 없다. 돈을 달라.^^ 회사에 다니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람을 느낄까? 매우 적은 수라고 생각한단다. 솔직히 아빠도 그렇단다. 그런데 간혹 아빠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보면,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의 지은이는 그것이 어렸을 때부터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학교에서 일을 하면서 보람을 찾아야 한다고 배운 것이 머리 속에 고이 저장되어 있다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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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닌 자아실현을 위한 수단이다

“일을 통해서 다른 사람이나 사회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사회와의 연관을 통해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다.”

초등학교 직업교육에서 자주 듣는 말이야. 직업교육의 핵심인 현장 방문, 직업 체험 때도 노동을 통한자아실현이나사회공헌같은 측면만 강조한다. ‘일에 보람을 느끼며 노력하는 어른들의 모습이나이 사회에 공헌함으로써 돈 이외의 기쁨을 얻는 어른들의 모습을 잔뜩 보여주면서 어린 학생들에게일은 돈을 벌기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구나라고 느끼게 한다.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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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시원했어. 지은이 글이그런데, 이 책의 지은이는 일본 사람이야. 그렇다면, 일본도 이렇다는 거야? 심지어 어떤 부분은 우리나라보다 더 심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었어. 우리나라가 노동 환경이 최악인줄 알았는데, 일본이 더 심하다니, 위안을 삼아야 하나? ㅋㅋ 책은 200페이지가 채 안되어 금방 읽었는데,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단다. 아빠만 그런 게 아니야. 그들도 그렇다는 것에 위안을 가지면서 말이야.

 

1.

이 책은 그냥 글만 있었으면 무미건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런데, 책표지부터 시작해서 중간중간에 많은 삽화들이 들어 있단다. 이 또한 재미있으면서도 속이 시원한 그림들이 많았어. 또한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하는 그림들도 있었고그런데 이 책은 일본 사람이 그린 것이 아니라 양경수라는 우리나라 사람이 그린 거야. 그림들이 촌철살인으로 잘 표현한 것 같았어. 상스러운 말도 거침없이 나왔는데, 그런 말들이 거슬리지 않았단다. 그런 그림들이 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드는데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구나.





 

2.

이 책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에서 초라한 종업원의 모습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사람들도 다 똑 같은 것에 위안을 삼으라고 쓴 책만은 아니란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는 글들을 읽다 보면 얇은 책의 결말에 다다르게 된단다. 그러면 그곳에 알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말로 결론을 맺고 있단다. 좀더 나 자신을 위해 살자고

=================================

중요한 것은 세상의 평가기준이 아니라 나의 평가기준이다. 세상의 평가가 아무리 높더라도 나의 평가기준에 비췄을 때 높이 평가할 수 없는 대상이라면 괜히 거기에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세상에서 낮은 평가를 받더라도 나의 평가기준에 비췄을 때 높이 평가할 수 있는 대상이라면 내게는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다. 내 인생은 나 이외에 그 누구도 살아줄 수 없다. 내 행복은 나의 주관으로 판단하면 된다. 블랙 기업이나 좀비형 사축은 우리에게가치관을 억지로 강요하려 할 거시다. 그런 타인의 가치관 따위는 무시하고 나 자신의 가치관에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괴롭다고 생각하면 그건 괴로운 것이다.

내가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면 그건 무의미한 것이다.

내가재미없다고 생각하면 그건 재미없는 것이다.

내게 가치관을 강요하는 회사도 상사도 동료도 어차피 타인이다. 타인의 삶을 사는 행위는 인생의 최대 낭비다. 자신의 가치관에 솔직해지자. 좀더 나 자신을 위해 살자. (166~167)

=================================

그래, 아빠도 늘 그렇게 생각을 해. 나 자신을 위해 산다고 말이야. 그래서 아빠는 퇴근 후 너희들과 놀다가 너희들이 자고 나면, 아빠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단다. 그러면 정말 시간이 금방 가버려. 그런데, 솔직히 회사의 긴급 업무가 생기고 일이 많다 보면, 그걸 뿌리치지 못한단다. 그렇다고 보람을 느껴서도 아니야. 그래서 아빠도 한번 생각해봤어. 아빠는 왜 그렇게 일을 할까? 그냥 퇴근시간이 되면 딱 끊고 퇴근을 하지 못할까? 책임감. 아빠가 일이 많으면 그걸 손에 쥐고 퇴근을 못하는 이유가 책임감 같았어. 누군가는 그것은 소심한 성격 탓이라고 말하기도 해. 또는 눈치보기라든가. 책임감을 이야기하다 보니, 이 책에서 이야기한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내용에 많은 공감을 가졌단다. 어떤 중대한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을 가지고 따지는 일들이 있단다. 그러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보다 누구 잘못이냐를 따는 사람들서로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발뺌들 하는 현상들. 그래도 이런 점이 나쁘다고 것이 인식이 되어 최근에는 많이 줄어들었는데, 아직도 누가 잘못했냐는 책임소재를 따지는 이들이 있단다. 그런 것은 정확하게 책임의 범위를 정하지 않아서였대. 책임의 범위를 정확히 설정하면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소재도 분명해지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빨리 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야.

=================================

어떤 중대한 문제가 생기면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놓고 다툰다.”월급을 받는 이상, 책임을 지고 일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정말 누군가가 책임져야 하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면 그 책임을 남에게 덮어씌우느라 분주하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책임이란 단어를 아주 어중간하고 모호하게 써먹고 있다.

책임의 범위를 정확히 설정하면누구 책임인지를 두고 다툴 일도 줄어들고 무한한 책임을 짊어질 일도 사라진다. 각자의 책임 범위를 넘어선 일에는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분명히 선을 그을 수도 있다. , 자신의 책임 범위에 속한 일은 프로로서 완벽하게 수행할 것이 요구된다. 이처럼 책임의 범위를 정확히 정하는 것은 일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도 중요하다.(86)

=================================

.

그렇게 보람이 없더라도, 회사에서 받은 돈으로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이 생각은 아빠가 오래 전부터 해온 생각이란다. 이것이 회사를 다니는 이유일 수 있다고 말이야. 그럼, 오늘도 이제 그만 하고 자야겠다. 내일 또 회사에 가야 하니 말이야. 더욱이 월요일이잖니. 너희들과 신나게 놀던 주말은 쏜 살처럼 지나가 버리고, 일요일 밤이로구나. 너희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왜 일은 5일 동안 하는데, 쉬는 것은 2일 뿐인지다음 주말을 기다리면서 꿋꿋하게 출근해야겠구나. 비록 보람을 찾지는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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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사회의 방향성은 둘 중 하나다. 시장의 자유 또는 정부의 개입. 그리고 이 두 가지 방향성 중 하나를 선택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요인은 세금이다. 세금은 사회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근원이다. 거칠게 말하면, 세금으로부터 모든 사회 문제가 비롯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는 세금에서 시작된다.

(37)

우선 지금의 누진세율이 너무 높다고 생각하는 견해부터 알아보자. 이들은 현재의 누진세 제도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들이 보기에 누진세는 국가가 소수의 고소득자들의 권리를 강제로 침해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개인이 시장에서 노력하고 투자해서 얻은 성과를 보호해주지 않는 국가는 경제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고 윤리적으로 정의롭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따라서 현재의 누진세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는 반대로 지금의 누진세율이 너무 낮다고 생각하는 견해에 대해 알아보자. 이들이 보기에 누진세는 경제적 양극화를 해결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빈부격차가 극단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바로 지금이 누진세를 강력하게 적용할 시점이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따라서 이들은 과세표준에서 최고구간에 해당하는 세율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45)

시민은 놀랍도록 참을성이 강해서 문제가 악화되는 시점까지 기다리는 경향이 있다. 가시적으로 문제가 발생해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너무 늦어 사태가 악화되었을 때가 보통이지만, 시민의 움직임은 사회의 분위기를 역전시킨다.

진짜 문제는 움직이지 않는 시민에게 있다. 상황이 악화되는 시점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부동의 시민들이 문제다. 그들이 사회의 절대다수일 경우 그 사회는 균형을 잃어버리고 특정 계층, 특정 계급의 이익만을 반복적으로 보장하는 부정한 사회로 변질될 수 있다.

(69)

시민은 권리를 갖고 있는 주체를 의미한다. 서울시나 부산시에 살면 시민이고 경기도나 충청도에 살면 도민인 것이 아니다. 물론 매우 좁은 의미로는 그렇게 쓰이기도 한다. 행정구역상 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시민이라고 칭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시민을 언급할 때는 그런 협소한 의미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은 의무를 이행하고 권리를 갖는 주체 모두를 지칭하는 점을 기억하자.

(103)

자유를 기준으로 본다면 역사는 하나의 방향으로 진보해온 것으로 드러난다. 역사는 자유인의 확대, 같은 말로 자유의 확장이라는 하나의 방향으로 흘러왔다. 그리고 여기서 자유가 확장된다는 말은 동일한 의미로 절대정신이 확장되고 있음을 말한다.

(111)

자유란 타자에게 간섭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것이 자유의 정의다. 그런데 이러한 자유의 정의는 실제로는 두 부분으로 나눠진다. 우선 앞부분, 자유는 타자에게 간섭받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특정 국가나 권력에 얽매이지 않고 주체적으로 존재하는 상태가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자유를 소극적 자유라고 한다. 다음으로 뒷부분, 자유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음을 말한다. 자신이 지향하고 선택하는 것을 주체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상태가 그것이다. 이러한 자유를 적극적 자유라고 한다.

(129)

자본주의란 생산수단의 개인소유를 인정하는 체제를 말한다. 생산수단의 개인소유가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본질인 것이다. 자본주의가 자유주의를 이념으로 한다고 할 때, 이때의 자유는 실제로 생산수단을 소유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자본주의에서는 생산수단을 구매할 자유가 있다.

공산주의는 이에 저항하며 등장했다. 공산주의는 생산수단의 개인소유를 거부한다. 타인을 착취하는 부도덕한 상품이라면 이를 개인이 장바구니에 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신 국가가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 없이 노동자에 의해서만 구성된 사회가 프롤레타리아 독재 사회, 즉 공산주의 사회다.

(160)

시민에게는 의무가 있다. 나의 이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고 사회의 이익을 고려해야 할 책임 말이다. 물론 모든 구체적인 사회적 쟁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세계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을 토대로 개별 사안을 단순하게 분류할 수는 있어야 한다. 시장의 자유와 정부의 개입으로, 자본가의 이익과 노동자의 이익으로,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이념으로, 주주 자본주의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시민들 스스로가 개별 쟁점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분류할 수 있을 때, 사회적 담론들은 합리적이고 건강하게 논의되어갈 것이다.

세계에 대한 단순한 구분. 이것이 시민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교양이다.

(183)

그런 까닭에 비정규직의 확대에 대한 논의는 문제가 있다.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는 동시에 리스크까지 높이는 제도는 불공정하다. 따라서 노동자가 비정규직의 확대에 저항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서 매우 상직적이고 합리적인 일이 된다. 만약 특정 정부가 노동자의 임금 인상 없이 규제 완화를 통한 노동시장의 유연화만을 추구한다면, 그 정부는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않는 정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그에 대응하는 고용 안정성 정책과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205)

한국은 오랜 기간 동안 객관주의 인식론에 기반한 교육체계를 유지해왔다. 강의식 교육과 전통적인 교실 구조 그리고 객관식 평가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교육 형식이다. 빠른 경제성장과 산업화가 요구되던 시기에 이러한 교육관은 매우 효율적으로 기능했다. 문제는 진리가 실재한다는 절대주의 세계관에 익숙하다. 반대로 고정된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상대주의와 여기서 파생되는 다양성에 대한 담론들에 불편해한다.

우리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보수와 진보, 세금과 복지의 문제를 합의와 절충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 선과 악의 이념 대립으로 다루려고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교육의 형식보다 교육의 내용에 집중해오는 동안 한국인은 진리가 실재한다는 이념을 내재화하게 되었다.

(213)

우리는 교육의 형식이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교육에 대한 담론에서 중심이 되는 주제는 교육의 형식이 아니라 내용에 대한 것이다. 어떤 내용을 가르치고, 어떤 교과를 강화할 것인지, 선택과목의 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가르치는 내용에 대한 고민에 집중되어 있다. 거 근본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는 것은 교육의 형식인데도 말이다.

학생들은, 아무도 말해주지 않지만 교육의 형식을 통해 학습한다. 특히 진리에 대한 이념과 경쟁의 정당성에 대한 믿음이 발생하는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 그 원인은 우선 강의식 수업과 교실 구조 그리고 객관식이라는 평가 형식이었다. 학생들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할지라도 절대적이고 고정된 진리가 어딘가 존재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을 갖게 된다. 이것은 성인이 되었을 때 사외 문제를 옳고 그름, 선과 악의 문제로 접근하게 하는 경향성을 높인다. 다음으로 지속적인 교내 평가와 대입시험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경쟁과 그에 따른 결과가 정당하다고 믿게 된다. 문제는 경쟁의 형식이 사회의 책임을 개인의 책임으로 손쉽게 전환한다는 점이다. 어떠한 평가가 되었건 그에 따른 결과가 중간에 위치한 사람이 중간으로서 대우를 받을 수 없는 평가라면, 그 경쟁은 정의롭지 않다.

(227)

교육은 경제가 결정한다. 경제적 생활과 환경. 구체적으로는 일자리와 소득격파의 정도가 어떠한가에 따라 교육의 모습이 결정된다. 문제는 일자리와 소득격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대립하는 국가 방향성과 연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자유를 추구하면 상대적으로 일자리의 양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소득격차는 심화될 수 있다. 이러한 경제 환경에서 학생들은 과도한 경쟁에 노출된다. 반대로 정부의 개입을 추구하면 상대적으로 소득격파의 완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투자가 줄어들고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이러한 경제환경에서 학생들은 마찬가지로 제한된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과도한 경쟁에 내몰린다.

그래서 한국의 학생들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저성장 시대의 도래와 빈부격차의 심화는 일자리의 수를 줄이고, 소득격차를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241)

윤리에서 말하는 정의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의 관념과 닮아 있다. 그것은 정의로움에 대한 관념이다. 무엇이 정의로운 것인가? 어떤 사람은 기본적으로 차등적 세계를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사회에는 수직적인 질서가 있으며, 엄연히 법과 규칙이 존재한다. 이를 준수하는 사람과 그러지 않는 사람은 다르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사람은 기본적으로 평등한 세계를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모든 인간은 예외 없이 절대적인 권리로서의 인권을 갖는다. 따라서 차이와 차별이 없는 수평적인 관계의 실현을 위해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274)

보수와 진보는 고리타분하고 모호한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이며,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평생 한 가지의 정치적 성향만을 지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평생 보수이고 평생 진보인 사람은 정치인밖에 없다. 시민은 자유롭다. 인생 속에서 변화하는 개인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에 따라 순간순간 가장 적합한 선택을 하면 된다. 이제 미디어나 타인의 말, 혹은 고정관념에 휘둘리지 말고, 나와 사회의 이익을 대변할 정치적 입장을 선택할 때다.

(310)

국제사회는 저성장 시대로 돌입했다. 모든 국가가 자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경쟁하게 되었다. 이때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인플레이션 정책이다. 앞으로 국제사회는 자국의 통화량을 팽창시키고 화폐가치를 낮추려는 경쟁을 할 것이다. 미국의 양적 완화, 중국의 위안화 절하, 일본의 엔저 정책이 이러한 맥락에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통화량 팽창에 따른 부작용으로 부동산과 주식 가격의 버블이 커질 수 있다. 경제성장과 경제붕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국가는 세계의 눈치를 보느라 통화량 팽창을 쉽게 진행하기 어렵겠지만, 강대국은 군사적, 정치적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스스로의 통화량 팽창의 정당성을 부여할 가능성이 높다.

(345)

시민은 그 자체로 자유다. 역사의 필연적 귀결로서 시민은 자유의 실현자다. 여기서의 자유는 두 가지 의미다. 개인으로서의 나를 구성할 자유와 사회를 선택할 자유. 삶의 현장 속에서 나는 치열하게 일하고 공부하고 경쟁하며 나를 구성한다. 동시에 세계를 분석하고 이해함으로써 정치적, 사회적 선택을 해야 한다. 세계의 복잡성으로부터 잠시 회피하여 쉬고 있는 시민들에게 손을 내밀고, 그들을 사회적 담론의 장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은 시민으로서 당신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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