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어른들의 글쓰기도 자기의 삶을 정직하게 쓰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까닭은 무엇보다도 지금까지의 우리 문학이 크게 잘못된 글쓰기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 문학은 겨레의 삶과 말에서 멀리 떠나 있었다. 그것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방안에 앉아 글만 쓰는 데서 오는 필연의 결과였다. 삶과 말에서 떨어져 나간 문학은 일부 사람들의 오락물 구실밖에 할 것이 없었다. 그래서 그 문장은 갈수록 사실과 사물을 떠난 병든 말의 희롱으로 떨어진 것이다. 우리 문학작품이 일본말과 일본말법을 퍼뜨려 우리 글 전체를 오염하고 우리 말을 병들게 한 사실도 바로 보아야 한다.

(12)

그렇다. 사람은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어서 쓰는 것이다. 돈벌이로 글을 파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는 자기표현으로 글을 쓴다. 책이 책방에 산으로 쌓이고 거리에 넘치더라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역시 글을 써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생명을 이어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13)

그런데 앞에서 말한 아주머니가 왜 쓸 것이 없다고 했나 생각해본다. 그 아주머니는 아마 평소에 말을 많이 하는 분 같다. 누구든지 만나면 자기 생각을 다 토해내어버리니 다시 더 할 말을 글로 쓸 필요가 없겠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아주머니도 다른 사람들 우리 나라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름없이 아주 어릴 때부터 자기표현을 글로 할 수 없도록 하는, 남의 흉내만 내는 짓에 길이 들어버렸기 때문일까? 그래서 자기표현 대신에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또 버스안에서나 밤낮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남의 표현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동안에 어느덧 그것을 자기표현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둘 중 하나일 것이다.

(17)

소설이나 동화, 혹은 수필 같은 글을 처음 쓰는 이들의 글을 읽으면 흔히 첫머리가 부자연스럽게 시작된다. 근사한 말로 요란스럽게 꾸며놓은 글이 무엇을 쓰려고 했는지 짐작할 수 없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다가 한참 읽어나가면 그때야 이야기가 술술 풀린다. 해야 할 말을 쓰고 있는 것이다. 왜 글 첫머리를 이렇게 쓰는가? 문학이란 것을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작품이라면 보통 생활에서 쓰는 글같이 쉽고 분명하게 써서는 안된다는 그릇된 생각이 널리 퍼져 있는 증거다.

(32)

중국글자말을 쓸 경우에 그 뜻을 잘못 알게 보는 보기는 얼마든지 들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는 것이 두 가지 있으니 그 첫째는 글은 말보다 어렵게 써도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쉽게, 더 친절하게 써야 한다는 사실이고, 다음 또 하나는 될 수 있는 대로 중국글자말을 쓰지 말고 우리 말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45)

우리 나라 사람들이 거의 모두 걸려 있는 정신병이 있는데, 그것이 유식병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쉬운 말을 하면 무식한 사람이 된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남들이 잘 안 하는 말, 어려운 말, 유식한 말을 하고 싶어한다. ‘말을 한다고 할 것도 언어를 사용한다고 보통으로 글을 쓰고 말도 그렇게 한다. ‘우리 집은 산 밑에 있는데할 것을 산 밑에 위치해 있는데한다. 누구를 만났다든지, 무슨 책을 읽었다든지, 무슨 소식을 들었다든지 하는 말은 모조리 접한다고 한다. 그래야 공부를 한 사람, 유식한 사람으로 알아준다고 여긴다. 나는 아직 우리 나라 신문에서 언어를 사용한다.’를 안 쓰고 말을 한다고 써놓은 기사를 읽은 저기 없고, 무슨 건물이 어디에 위치한다고 안하고 있다고 쓴 신문 기사를 읽지 못했다. ‘사건이 발발했다고 안 쓰고 일이 일어났다고 쓴 신문도 본 적이 없다. 거의 100년 전에 나왔던 <독립신문>에서 우리 말을 읽은 이후 쉬운 우리 말로 쓴 신문을 보지 못했다. 쉬운 말로 글을 쓰면 무식한 사람들이 만드는 신문이라고 말할까봐 그렇게 쓰는 것이다. 유식한 척하려고, 학문이 있고 똑똑한 사람들이 만드는 신문임을 내보이려고 하는 것이다.

(58)

우리는 모두 제각기, 자기가 가장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확인해서 그것부터 써야 한다. 자기의 삶을 바로 보고 그것을 풀어가려고 하는 데서 비로소 사물이 제대로 잡히고, 살아 있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자연조차도 삶 속에 들어온 것이라야 나뭇잎 하나라도 구름 한 조각이라도 비로소 제대로 살아 있는 모양과 빛깔을 띠고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165)

글은 저혼자 기분으로 써서는 안되고, 쓰는 재미에 취해서 쓰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오늘날 이 땅에서는 누구든지 엄숙한 마음으로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구끼리, 이웃끼리 나눠보는 정도의 글도 그 친구와 이웃들의 삶을 높여주는 글이 되어야 하겠지만, 더구나 온 나라 사람들이 읽으라고 내놓은 글이 값싼 이야기를 장난삼아 써놓거나, 세상 일을 바로 볼 수 없도록 하는 안개를 피우는 글 같이 되어 있으면 용서할 수 없다. 따라서 세상 사람들이 그 이름만 보고도 그가 쓴 글을 읽게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바른 글을 쓰기 위해 목숨을 바칠 결심까지 해야 할 때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하겠고, 그런 결심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반민족, 반민중의 글을 쓰지 않기 위해 온갖 고난을 달게 받을 생각만은 단단히 해야 하리라 본다. 만약 그런 마음이 서지 않는다면 글을 쓰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글쓰는 사람이 가야 할 가시밭길이고, 또한 영광의 길이다.

(215)

글을 다 쓴 다음에는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그것을 그대로 남에게 보이거나 발표를 해서는 안된다. 반드시 다듬어야 한다. 한번 쓴 글을 다시 읽어보고 빠뜨린 것을 써 넣고, 필요가 없는 말을 줄이고, 틀린 말이나 정확하지 않은 말을 고쳐 쓰고 하는 일을 글 다듬기라 한다. 전에는 이것을 중국사람들 말 따라 추고퇴고니 했는데 우리 말로 다듬기라고 하면 아주 알맞다.

글을 왜 다듬어야 하는가? 어떤 사람의 글이든지 처음 써 놓은 글은 여러모로 잘못되어 있기가 예사다. 말을 잘못 썼거나 글자를 틀리게 쓴 경우도 흔히 있지만, 꼭 써야 할 내용을 빠뜨리는 수도 있고, 기분대로 쓴 것이 엉뚱한 말로 나타나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한 번 얽어서 고치고, 또 읽어서 고치고, 여러 번 줄이고 보내고 바로 잡아서 다듬을수록 좋은 글이 된다.

(217)

쓰고 나면 곧 그 자리에서 읽어 보고 잘못된 곳을 바로잡는다. 한 차례 그렇게 해서 다듬어 놓고는 며칠 뒤에, 될 수 있으면 그 글을 어떻게 썼던가를 거의 잊어버렸을 때 다시 찾아내어서 다듬는 것이 좋다. 글을 쓸 때는 흔히 마음이 흥분해 있어서 바로 뒤에 읽으면 그 글을 올바른 눈으로 보기가 힘들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떤 글이든지 적어도 두 차례는 다듬어야 한다.

(425)

나는 글과 사람은 따로 볼 수 없고, 따로 보아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글과 사람이 다른 것처럼 보는 것은 우리가 글을 바로 보지 못했거나 사람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을 잘못 이해하기도 예사이지만 글을 잘못 보는 일도 흔하다. 더구나 재주꾼들이 써놓은 글에 속아 넘어가는 일이 너무나 많다. 세상에는 사기꾼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말로 남을 속이는 사람도 많지만 글로, 문학이라는 이름의 글로 사기를 치는 사람도 알고 보면 놀랄 만큼 많다. 적어도 내가 겪어서 알고 있는 바로는 그렇다. 다만 이런 사기꾼들은 훌륭한 문필가로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이 말로 하는 사기꾼과 다를 뿐이다. 글은 온몸으로 써야 하는 것이지 머리로 써서는 안된다. 사기꾼들의 글이 바로 머리로 쓴 글이다.

(426)

이제 와서 새삼 또 친일작가를 들먹이느냐 할는지 모른다. 어떤 특정한 한 사람을 단죄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 겨레가 살아 남으려면 역사 전체의 잘못된 흐름을 기어코 바로잡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한 번도 겨레의 이름으로 반역의 무리들을 정죄하지 못했으니, 그 일을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민주와 통일을 이룰 때까지는 말과 글의 사기꾼들을 철저하게 가려내고 비판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겨레정신을 세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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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옳다
길리언 플린 지음, 김희숙 옮김 / 푸른숲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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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아빠가 작년에 <나를 찾아줘>라는 소설을 읽고, 그 책을 지은 길리언 플린이라는 사람의 다른 소설들을 살펴보다가 알게 된 책이 이번에 읽은 <나는 언제나 옳다>라는 책이란다. 자극적인 겉표지를 가진 이 소설은 2015년 에드거상 최우수 단편에 선정되었다고 하는구나.

단편? 단편을 한 권으로 책으로 냈기 때문에 금방 읽을 수 있었단다. 아빠가 단편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주말에 가볍게 읽고 해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펼쳤단다. 그리고 그의 전작을 재미있게 읽어서 내심 기대도 하고 말이야. 전체적으로 짧게 평가하자면, 짧지만 있을 것은 다 갖춘 추리 소설이라고 평가할 수 있더구나.

 

1.

첫 부분부터 어린 너희들에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들이 나오더구나. 너희들이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이 글을 본다고 생각하고 이야기해야겠구나. 유사 성매매업을 하는 주인공. 주인공이 일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이름이 끝까지 밝히지 않아서 그냥주인공이라고 할게. 그녀는 상대의 기분을 잘 파악할 줄 알았어.

어린 시절 엄마와 단둘이 지냈고, 구걸로 돈벌이를 했단다. 십대에 들어서면서 그녀는 엄마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아냈고, 16살부터 독립해서 혼자 생활하다가 비베카라는 여인을 만났어. 비베카는 불법 성매매업소를 운영하고 있었어. 겉으로는 타로점을 봐주는 가게였지만, 뒤쪽에는 불법적인 일들이 벌어졌어. 주인공은 수음을 도와주는 일을 했는데, 그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손목이 아파 더 이상 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타로점 봐주는 일을 했어. 그렇다고 주인공이 타로점에 대한 자격증이 있거나 해 본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야. 그저 상대의 기분을 잘 파악해주는 능력으로 가짜 점쟁이가 된 거지. 그래서 서툴기도 했어.

그러다가 어느날 수전 버크라는 여인이 찾아왔어. 돈은 많았지만 무엇인가 절망에 빠진 여인이었어. 딱히 점을 보러 오는 것보다 주인공과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위로를 받으려고 했던 것 같았어. 수전은 남편과 재혼으로 만나서 그들 사이에는 친아들이 있었지만, 의붓 아들 마일즈라는 아이도 있었어. 마일즈가 아홉 살 때부터 같이 살았는데, 십대 중반이 되면서 갈등을 겪게 되어서 고민이 많다고 했어. 공격적으로 변해서 겁조차 난다고 했어. 거기다가 남편은 늘 외출 중이었고, 수전이 살고 있는 오래된 저택에는 귀신이 씌웠다고 했어. 그래서 주인공은 자신이 그 귀신을 쫓아주겠다고 했어. 속으로는 돈을 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그 집에 갔는데, 정말 불길한 기운이 돌았고, 벽마다 핏자국이 있었어. 의붓아들 마일즈는 주인공을 볼 때마다 나가라고 협박을 했어. 수전이 마일즈 때문에 고민을 할 만하다고 생각했단다. 수전은 마일즈가 자신과 친아들을 죽일 것 같다고 했어. 주인공은 집에 와서 수전이 살고 있는 저택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봤단다. 그랬더니, 100년 전 큰 아들이 잔인하게 살해되었다는 이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단다. 더 놀라운 것은 100년 전 저택에 살던 가족 사진이 있었는데, 큰 아들이 마일즈와 꼭 닮았던 거야.

어느날 주인공은 수전의 집에 갔는데, 마일즈만 있었어. 마일즈와 단 둘이 있었지. 그런데 마일즈가 놀라운 말을 했어. 수전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거야. 그래서 도망을 가려고 하는데 도와달라는 거야. 주인공은 도와줄 이유가 없잖아. 그런데 마일즈 말로는 수전이 주인공도 죽일거라는 거야. 전혀 뜻밖이었어. 마일즈 말은 이랬어. 마일즈의 아빠, , 수전의 남편은 주인공이 했던 수음 서비스의 오랜 손님이었다는 거야. 그 사실을 얼마 전에 알게 된 수전은 주인공에게 일부러 접근을 했고, 그녀를 죽이려는 계획을 세웠던 거래. 저택에 귀신이 씌운 것 같다는 것도 다 조작된 것이라는 거지. 그녀는 놀랬어.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자신의 목숨이 걸린 일인데 말이야. 결국 그녀는 마일즈를 따라 나섰단다.

그렇게 소설을 끝이 났단다. 수전의 말이 옳은 것인지, 마일즈의 말이 옳은 것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스릴러로서 충분이 훌륭한 결말인 것 같더구나. 그 뒷이야기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지.

... , 그런데 왜 제목이 '나는 언제나 옳다'이지? 이 제목이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암시해주는 걸까? 아니면 자신이 언제나 옳다는 생각은 언젠가는 틀릴 것이고, 그 틀린 선택이 그녀의 마지막 선택임을 알려주는 것일까? 이 책을 읽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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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4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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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전에 너희들이랑 알라딘 중고 서점에 갔다가 시현이가 세종 대왕 만화책을 구입했잖아. 그리고는 집에 와서 그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 것을 보고, 아빠도 문득 전에 사두고 읽지 않은 세종대왕에 관한 책이 생각났어. 아빠도 이번 기회에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어. 읽는 동안 너희들이 어디까지 읽었냐고 계속 물어보기도 했잖아. 아빠가 이 책을 구입한 것은 한참 전이야.

사실 우리나라에서 세종대왕만큼 유명한 사람이 있을까 싶구나. 그런데도 아빠는 어른이 되어서도 세종대왕에 대해 읽은 책이라고는 어렸을 때 읽은 위인전이나, 일반 역사서에 나온 정도였어. 그래서, 세종 대왕에 대해서 자세히 쓴 책을 읽고 싶어서 찾아봤어. 그런데 그렇게 유명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이 읽을만한 세종 대왕을 자세히 적은 책이 많지는 않더구나. 그런 책들 중에 이 책이 있어서 고른 것이야. 이 책의 지은이 박영규라는 분은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시작으로한권으로 읽는시리즈로 대박을 터뜨린 사람이야. 아빠도 그의 책들을 재미있게 읽었고 말이야. 그래서 그 사람이 쓴 <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을 골랐던 것이란다.

 

 1.

며칠 전에 너희들과 끝말잇기를 하는데, 갑자기 시현이가이도를 이야기했잖아. 엄마가이도가 뭐야?”하고 물었고, 시현이가세종대왕 이름이야라고 했잖아. 세종대왕이 유명하긴 하지만, 실제 이름을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 같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왕들의 호칭 즉, 태조, 태종, 세종, 정조 등등은 묘호라는 것으로 죽은 다음에 붙여진 이름들이란다. 세종은 업적이 뛰어나서대왕이 붙어서 세종대왕이라고 흔히들 불러.

세종의 아버지는 태종인데, 사실 그는 형제들을 죽이고 아버지를 내쫓다시피 해서 왕이 된, 어찌 보면 흉악한 사람이란다. 그럼에도 그를 아주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아들 세종의 업적 때문인 아닌가 싶구나. 그것도 왕이 될 수 없는 세번째 아들을 왕으로 만들고, 세종으로 하여금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나라의 기반을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있단다. , 태종이 없었으면 세종도 없었다는 이야기로 그의 업적을 이야기할 때도 있어.

원래 태자는 첫째 아들 양녕대군이었어. 그런데 그는 여색을 밝히고, 행세가 좋지 않았단다. 태종이 몇 번을 용서하고 기회를 좋지만, 그는 결국 그 버릇을 끊지 못하고 결국 폐위되었단다. 그리고 둘째형 효령대군은 불교에 빠져 있었고, 셋째 충녕대군, 바로 이도가 세자가 되었단다. 그는 이미 세자가 되기 전부터 책을 좋아하고 심성이 착하기로 유명했단다. 세자가 될 때도 몇 번을 사양했지만, 결국 받아들였어. 그리고 세자가 된 지 두 달 밖에 안되었는데, 태종은 왕자리를 전위한다고 했어. 신하들은 안 된다고 했어. 전에 양녕대군이 세자로 있을 때도 전위 파동을 일으킨 적이 있었거든. 양녕대군의 외척이 권력을 휘두르고자 해서 그것을 견제하기 위한 가짜 전위 파동이었어. 결국 양녕대군의 외척이었던 민무구와 민무질을 유배 보내버렸지. 이번 전위 의도도 다른 뜻이 있을 거라고 신하들과 세종이 절대 반대했지만, 이번에는 진짜였단다. 태종의 뜻이 견고해서 이번에는 실제 전위를 하고 세종이 왕이 되었단다. 하지만, 태종이 병권은 자신이 갖고 있겠다고 했어. 실제 권력은 태종이 쥐고 있다고 봐야지. 이것은 세종이 즉위한 이후 4년간 이어졌단다. 태종은 이때 왕권 강화에 힘썼어. , 권력을 넘보는 세력들을 처단했단다. 세종의 부인이었던 소헌왕후 심씨 집안도 마찬가지였어. 소헌왕후의 작은 아버지가 태종에 밉보이자, 소헌왕후의 아버지이자 세종의 장인어른인 심온까지 죽였단다. 세종의 간절한 부탁으로 소헌왕후는 폐위를 당하지 않았지만, 그 집안은 노비집안으로 전락하고 말았단다.

세종의 업적이 뛰어난 것이 한글을 만들고, 과학을 중시하는 눈에 드러나는 것만 있는 게 아니란다. 어떤 정책을 펼칠 때 백성들의 여론을 귀담아 들었대. 어떤 정책은 17만 명이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결정했다고 하니, 그렇게 칭송을 받을 수 밖에지난 9년 동안 대통령 자리에 있던 분들은 무소불위를 자랑하듯 국민들은 뒷전, 자신들 마음대로 결정하고 나라꼴을 개판으로 만들었으니, 원통하기 그지 않구나. 그래도 다행히 우리 국민들은 한 힘으로 그 불의를 끌어내려서 정말 다행이란다. 올해는 상식의 대한민국으로 되돌아왔으면 좋겠구나.

  

2.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어. 세종의 업적과 생애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세종실록을 정리해서 이야기해주고, 마지막 부분은 세종 시대 유명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단다. 그의 업적과 생애는 많이 유명하고, 너희들도 만화를 통해 알게 되었으니, 아빠는 세종실록에 나와 있었던 일화들을 몇 개 소개해줄게

당시에도 코끼리가 있었대. 동물원 같은 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동네에 돌아다니다 보니 사람들이 코끼리 발에 채여 죽는 경우도 있었대. 그래서 상왕(태종)은 물 좋고 풀 많은 곳에 놓아주라고 했고, 잘 살펴서 죽게 하지 말라고 했다는구나. 동물들의 권리도 지켜주는 것이 오늘날 진보 정당들의 모습도 엿볼 수 있구나. 조선시대에는 복지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황희가 예조판서로 있을 때 고양현에서 굶어 죽은 사람이 발생하자, 고양현 현감에 형장 80대를 친 일도 있다고 하는구나. 그렇듯 당시 백성들의 최소한의 의식주에 관심을 가진 기록들이 여럿 보였단다.

세종실록에는 무엇보다 신하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왕의 모습이 여러 군데 보인단다. 세종은 <태종실록>을 보려고 하였지만, 신하들이 만류했다고 하는구나. 왜냐하면 세종이 <태종실록>을 보다가 그에 대한 평가를 내리게 되면 실록을 만든 신하들이나 사초를 작성한 사관들의 마음이 편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어. 신하들의 이 말이 옳다고 생각한 세종은 읽지 않았다고 하더구나. 이런 예를 봐도 세종은 합리적인 신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에 따른 것만 봐도 성군이 아니었나 싶구나. 지난 9년 우린 비상식적인 대통령만 봐와서 이런 상식적인 행동조차 성군처럼 생각되고 부러운 생각이 드는구나.

앞서 이야기했지만 세종 시대에 유명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했잖아. 아빠가 모르고 있던 사람들도 있고, 알고 있던 사람들도 나왔단다. 정치인으로는 황희, 맹사성, 류관을 소개해 주었고, 국방의 영역을 넓인 이들로 이종무, 최윤덕, 김종서를 소개했단다. 그리고 세종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변계량, 이수, 윤회, 정인지를 소개하였고, 세종이 키운 과학의 인재라고 할 수 있는 정초, 이순지, 장영실, 박연을 소개했단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 역사적인 일이 있었단다. 무능하고 부패한 대통령을 국민들의 상식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으로 끌어내렸단다. 이 책을 읽으면서, 파면한 대통령이 얼마나 무능한 대통령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단다. 그리고 세종이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그를 롤모델로 삼는 경우가 드문데, 세종을 롤모델을 삼는 대통령 후보가 나왔으면 좋겠구나. 그가 백성을 향해 행한 것을 그대로 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칭송을 받는 대통령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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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말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도자의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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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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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은 알라딘 북플이라는 책 관련 SNS에서 알게 된 책이란다. 사노 요코라는 일본 작가가 쓴 수필집이야. 이 분은 일본에서 유명한 그림책 작가이기도 한데, 수필집도 많이 썼나 봐. 그 중에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자식이 뭐라고' 'OO이 뭐라고'라는 제목으로 된 책이 많이 있더구나. 다들 평이 좋더라고. 전에 너희들과 함께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가 이 책이 있길래 집어 들었단다. 2003년부터 2008년 때까지 지은이가 쓴 글들을 모아 놓은 글이야.

소재는 일상. 방법은 솔직.

가끔 글을 평가할 때 담백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아빠가 이 책을 읽을 때 떠오른 단어가 바로 '담백'이라는 단어였단다. 글을 읽는데, 심각하게 생각할 것도 없고 솔직한 할머니의 글을 읽으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감동 받기도 하다 보면 마지막 장을 덮게 되더구나. 이 글을 쓸 당시 60대 후반의 할머니였던 지은이 사노 요코는 그만 암에 걸리셔서 2010년에 돌아가셨다고 하는구나. 이 책에도 지은이가 암 판정을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자신의 남은 삶을 항암제가 아닌 재규어를 선택하였단다. 마치 그런 시한부 인생을 통보 받으면 이렇게 해야지 준비를 한 듯 했어. 그 장면이 왠지 찡했고, 책을 덮은 후에도 한참 동안 그 여운이 남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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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이나 남았나요?” “호스피스에 들어가면 2년 정도일까요.” “죽을 때까지 돈은 얼마나 드나요?” “1천만 엔.” “알겠어요. 항암제는 주시지 말고요, 목숨을 늘리지도 말아주세요. 되도록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럭키, 나는 프리랜서라 연금이 없으니 아흔까지 살면 어쩌나 싶어 악착같이 저금을 했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근처 재규어 대리점에 가서, 매장에 있던 잉글리시 그린의 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주세요.” 나는 국수주의자라서 지금껏 오기로라도 절대 외제 차를 타지 않았다.

배달된 재규어에 올라탄 순간, 나는 이런 남자를 평생 찾아다녔지만 이젠 늦었구나라고 느꼈다. 시트는 나를 안전히 지키겠노라 맹세하고 있다. 쓸데없는 서비스는 하나도 없었고 마음으로부터 신뢰감이 저절로 우러났다. 마지막으로 타는 차가 재큐어라니 나는 운이 좋다.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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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 번의 결혼의 실패 후 혼자 살고 있지만, 사노 요코는 그렇게 외롭고 고독하지 않았어. 자식도 있었고, 친구도 있었고, 무엇보다 할 일도 있었어. 그 할 일도 자신이 좋아서 하는 글 쓰는 일이었지. 그러면서도 글에 육십 대 할머니의 연륜이 묻어나기도 했어. 그리고 아빠도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느끼게 될 감정들도 글에 묻어 있었단다. 아빠도 요즘에는 몸이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간혹 있어. 건강검진을 하더라도 예전에 없던만성이 붙은 결과를 받아들곤 해. 그리고 그런 결과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너희들과 놀 때도 체력이 딸려서 쉬 지치는 것에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곤 해. 이것은 나를 먹고 나면 더 많아지겠지. 그럴 때 그것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할 텐데. 지은이의 글을 보면서 마음에 새겨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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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는데 몇 시인지 모르겠다. 또 침대에서 발로 커튼을 열어젖혔다. 시험 삼아 해보았더니 아직 다리로 커튼을 열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병석에 드러눕기라도 하면 다리로 커튼을 열 수 있는 지금의 건강을 얼마나 눈물겹게 그리워하게 될까? 그런 상상이 멈추지 않는다. 문득 다리 힘이 서서히 약해지는 과정을 차분히 느끼고 싶다는 용감무쌍한 생각이 들었다. 바지랑대와 이웃집 지붕, 건너편 맨션 너머로 맑은지 흐린지 알 수 없는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어느 계절인지 모르겠다. 기타카루이자와의 아침, 창을 열어 나무와 하늘, 고요한 풍경을 보고 싶다. 나뭇잎과 땅과 눈이 날마다 조금씩 변하고 있다. 자연은 언제나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늦봄 새싹의 기세는 자라나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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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득 책 제목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단다. 사는 게 뭐라고. 그래, 뭐 대단한 것이라고 집착하고 아등바등 사는 지 모르겠구나. 작은 문제가 발생해도 고민하고 마음 조아리고, 걱정에 잠을 자지 못하고... 사는 게 뭐라고. 그저 몸 건강히 가족들과 행복하게 오순도순 살면 되는 것이지. 사는 게 뭐라고. 그것은 체념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야. 달관을 이야기하는 거야^^ 그렇게 살다 보면 이 다음에 삶을 마감하면서 삶을 뒤돌아볼 때, 썩 괜찮은 삶이었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구나. 너희들이 있어 더욱 빛났던 삶이었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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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03-17 0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는 게 뭐라고… 하지만 현재, 너희들이 있어 더욱 빛나는 삶이 되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해주시는군요. 댁의 아이들이 나중까지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bookholic 2017-03-18 08:1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삶을 빛나게 하는 이들과 함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