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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7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317/pimg_7351811961613200.jpg)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은 알라딘 북플이라는 책 관련 SNS에서 알게 된 책이란다. 사노 요코라는 일본 작가가 쓴 수필집이야. 이 분은 일본에서 유명한
그림책 작가이기도 한데, 수필집도 많이 썼나 봐. 그 중에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자식이 뭐라고' 등 'OO이
뭐라고'라는 제목으로 된 책이 많이 있더구나. 다들 평이
좋더라고. 전에 너희들과 함께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가 이 책이 있길래 집어 들었단다. 2003년부터 2008년 때까지 지은이가 쓴 글들을 모아 놓은 글이야.
소재는 일상. 방법은 솔직.
가끔 글을 평가할 때 담백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아빠가 이
책을 읽을 때 떠오른 단어가 바로 '담백'이라는 단어였단다. 글을 읽는데, 심각하게 생각할 것도 없고 솔직한 할머니의 글을 읽으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감동 받기도 하다 보면 마지막 장을 덮게 되더구나. 이 글을 쓸 당시 60대 후반의 할머니였던 지은이 사노 요코는 그만 암에 걸리셔서 2010년에
돌아가셨다고 하는구나. 이 책에도 지은이가 암 판정을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자신의 남은 삶을 항암제가 아닌 재규어를 선택하였단다. 마치 그런
시한부 인생을 통보 받으면 이렇게 해야지 준비를 한 듯 했어. 그 장면이 왠지 찡했고, 책을 덮은 후에도 한참 동안 그 여운이 남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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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이나 남았나요?” “호스피스에 들어가면 2년 정도일까요.” “죽을 때까지 돈은 얼마나 드나요?” “1천만 엔.” “알겠어요. 항암제는 주시지 말고요, 목숨을 늘리지도 말아주세요. 되도록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럭키, 나는 프리랜서라 연금이 없으니 아흔까지 살면 어쩌나 싶어 악착같이 저금을 했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근처 재규어 대리점에 가서, 매장에 있던 잉글리시 그린의 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주세요.” 나는 국수주의자라서 지금껏 오기로라도 절대 외제
차를 타지 않았다.
배달된 재규어에 올라탄
순간 ‘아, 나는 이런 남자를 평생 찾아다녔지만 이젠 늦었구나’라고 느꼈다. 시트는 나를 안전히 지키겠노라 맹세하고 있다. 쓸데없는 서비스는 하나도 없었고 마음으로부터 신뢰감이 저절로 우러났다. 마지막으로
타는 차가 재큐어라니 나는 운이 좋다. (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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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 번의 결혼의 실패 후 혼자 살고 있지만, 사노 요코는 그렇게 외롭고
고독하지 않았어. 자식도 있었고, 친구도 있었고, 무엇보다 할 일도 있었어. 그 할 일도 자신이 좋아서 하는 글 쓰는
일이었지. 그러면서도 글에 육십 대 할머니의 연륜이 묻어나기도 했어.
그리고 아빠도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느끼게 될 감정들도 글에 묻어 있었단다. 아빠도 요즘에는
몸이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간혹 있어. 건강검진을 하더라도 예전에 없던 “만성”이 붙은 결과를 받아들곤 해.
그리고 그런 결과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너희들과 놀 때도 체력이 딸려서 쉬 지치는
것에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곤 해. 이것은 나를 먹고 나면 더 많아지겠지. 그럴 때 그것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할 텐데. 지은이의 글을 보면서 마음에 새겨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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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는데 몇 시인지
모르겠다. 또 침대에서 발로 커튼을 열어젖혔다. 시험 삼아
해보았더니 아직 다리로 커튼을 열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병석에 드러눕기라도 하면 다리로 커튼을 열 수 있는 지금의 건강을 얼마나 눈물겹게 그리워하게 될까? 그런 상상이 멈추지 않는다. 문득 다리 힘이 서서히 약해지는 과정을
차분히 느끼고 싶다는 용감무쌍한 생각이 들었다. 바지랑대와 이웃집 지붕, 건너편 맨션 너머로 맑은지 흐린지 알 수 없는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어느 계절인지 모르겠다. 기타카루이자와의 아침, 창을 열어
나무와 하늘, 고요한 풍경을 보고 싶다. 나뭇잎과 땅과 눈이
날마다 조금씩 변하고 있다. 자연은 언제나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늦봄
새싹의 기세는 자라나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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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득 책 제목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단다. 사는 게 뭐라고. 그래, 뭐 대단한 것이라고 집착하고 아등바등 사는 지 모르겠구나. 작은 문제가 발생해도 고민하고 마음 조아리고, 걱정에 잠을 자지
못하고... 사는 게 뭐라고. 그저 몸 건강히 가족들과 행복하게
오순도순 살면 되는 것이지. 사는 게 뭐라고. 그것은 체념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야. 달관을 이야기하는 거야^^ 그렇게
살다 보면 이 다음에 삶을 마감하면서 삶을 뒤돌아볼 때, 썩 괜찮은 삶이었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구나. 너희들이 있어 더욱 빛났던 삶이었다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