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통권 161호 - 2018년 7월~8월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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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녹색평론 161호를 읽었단다. 녹색평론을 읽다 보면, 공통적으로 다루는 주제가 있고, 시의성을 띠는 주제가 있단다. 그런 시의성을 띠는 것 중에 이번 161호를 구입하면서 예상했던 것이 두 가지 있었단다. 지금은 시간이 쫌 지나서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졌지만, 지난 6월에 있었던 북미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지난 6월에 있었던 지방선거에 관한 이야기가 그것이란다. 지방선거의 경우, 녹색당이 결국 당선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지만, 나름 선전했던 선거라고 할 수 있었단다. 그 외 지방 선거의 의미를 진보적인 시각에서, 또는 녹색평론이 그 동안 지향해 왔던 스탠스에서 한두 꼭지 이야기를 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아쉽지만 없었단다.

왜 없었을까? 궁금증이 들더구나. 그렇다고 이번호에서 꼭 다루어야 할 사안들이 많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왜냐하면 북미정상회담 관련된 꼭지와 연재를 제외하고는 그동안 녹색평론에서 줄곧 다루었던 주제들이었거든한두 꼭지를 통해서 이번 지방선거 의미를 되짚어보고, 녹색당의 한계에 대한 평가도 있을 법했는데 없었다는 것이 의아해했고,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더구나.

북미 정상 회담에 대한 평가는 이미 많은 언론에서 다룬 이야기와 크게 엇나가지 않았단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비주류였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평가를 했어. 많은 이들이 그런 평가를 했었지. 미국의 기득권 세력들은 군수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세력들이기 때문에 그들은 세계의 평화가 그리 달갑지 않았거든. 하지만 트럼프는 그저 자신의 영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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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금 미국의 주류 언론을 비롯하여 기성 정치인, 관료, 학자, 지식인들 다수가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이 만나는 것 자체를 반대해왔고, 막상 회담이 끝나자 성과가 없다거나 지나친 양보를 하였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격심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을 거쳐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완화되고, 이 지역에 궁극적으로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수립된다면 결국은 군산복합체가 와해될 것이고, 그 결과 군산복합체와 다양한 형태로 얽힌 채 이해관계를 같이하고 있는 미국 및 서양의 지배층의 존립 토대가 허물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전후 미국의 지배체제가 기본적으로 안보논리 위에 구축되어온 데에 연유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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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이후 빠른 속도로 평화체계를 향해 나아갈 줄 알았는데, 속도 조절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구나. 그것을 비판의 시각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데, 아빠는 오히려 그것이 낫다고 본단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이후 빠른 진행보다는 천천히 꼼꼼하게 진행되었으면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물도 급히 마시면 체하는 법….

 

 

1.

북한의 개방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란다. 이제 공식적으로 개방하면서 속도도 낼 듯 하구나.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국내외 석학의 이야기를 통해 북한이 어떤 나라가 되면 좋을지 이야기를 했단다. 그 중에 아시아 인스티튜트 소장인 임마뉴엘 페스트라이쉬라는 분이 쓴 글이 인상적이며 걱정도 하게 만들었단다. 북한도 개방을 해서 서로 잘 살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본주의 노선으로 성장 우선 주의로 만들어진 오늘날의 우리나라가 과연 잘 사는 나라일까? 행복한 나라일까?를 생각해보면 쉽게 답을 이야기하기 어렵단다. 그럼, 미국은?

북한의 개방은 곧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한다는 이야기인데, 자본주의 국가는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단다. 북한은 그야말로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할 수 있는 나라라고 이야기했어. 그래서 그냥 자본주의 국가로 변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떠냐면서 발전 계획을 제시하였단다. 친환경을 중점으로 한 국가 모델을 제시했고, 자본주의 선진국의 잘못된 점을 답습하지 말 것을 이야기했고, 그들을 반면교사를 삼아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어. 그러기 위해서는 도덕성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는데, 도덕성 있는 전문가가 쉬운 말은 아닐 거야.

그가 이야기하는 새로운 국가론을 읽다 보니 유토피아가 떠오르기도 했어. 그만큼 현실에서는 만들어질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생각이 들더구나. 그리고 그냥 중국이나 우리나라처럼 자본주의 체제로 나아간다면, 공해 문제, 빈부 격차, 무한 경쟁에 따른 폐해 등 심각한 문제점을 만들게 되겠지. 올 여름 한달이 넘게 이어진 무더위로 고생을 했는데, 북한의 공장은 이를 더 부추기게 될 거야. 그리고 그 많은 석탄들이 통제 없이 쓰이게 되면, 그것들을 이용한 화력발전소가 건립이 된다면 한반도는 더욱 미세먼지 속으로 빠져들게 될 거야. 이런 것들이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걱정거리들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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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북한에 엄청나게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석탄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핵프로그램의 해체보다 훨씬 더 어려운 문제이다. 석탄 사용이 기후에 파국적인 영향을 미치며, 석탄과 석유 사용의 지속이 향후 30년 안에 지구를 인간이 거주할 수 없는 곳으로 만들 것이라는 점은 과학연구의 압도적인 증거에 의하여 확인된 바다. 가장 훌륭한 정책은 북한 정부가 매장된 석탄을 손대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이다. 석탄을 판매하여 이윤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주류 언론과 유력 경제인 및 정치인들은 오로지 이런 사람들이 제출하는 의견에 대해서만 소개하고 논의한다. 그러나 진실을 왜곡하는 정보 혹은 거짓된 적합성도 지니지 못한다. 진실이 무엇인가가 가장 중요하며, 남북한 사람들이 진실에 접근할 수만 있다면 결론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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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머지 주제들은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녹색평론에서 그동안 자주 다루었던 내용들이었단다. 기본소득에 관한 이야기, 제비 뽑기 선거와 숙의 민주주의에 관한 이야기, 미나마타병과 환경에 관한 이야기 등이었어. 각각의 꼭지들을 읽다 보면 비슷한 주제로 다루었던 내용들과 중복되는 내용들이 많았어. 너희들에게 쓴 독서편지에서도 한두 번은 이야기를 해주었던 것이라서 이번에는 따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해.

연재에 실린 이야기들은 왜 안 해주냐고 이야기할지 모르겠구나. 아빠가 놀랄 만큼 인상적인 글이 있으면 알려주지그런데 그냥 평범한 글들이라서…. (그렇다 보니 제대로 된 메모도 하지를 않아서…) 전호근님이 연재하고 계신스승과 제자가 마음에 들기는 한데, 너무 짧게 소개해서 깊이 있는 내용이 아쉽더구나. 이번 호에는 아빠가 좋아하는 조선인들의 지식인들이 나와서 반가웠어. 박지원과 그의 서출 제자들에 관한 북학파 이야기가 나왔는데, 너무 짧게 끝내서 안타까웠단다. 요약본을 읽은 기분이었어. 나중에 이곳에 연재하고 있는 글을 단행본으로 출간할 계획이라면, 좀더 보충해서 내실 있는 내용으로 출간하면 읽을 만한 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리고 이번 호에 소개된 서평도 확 땡기는 책은 한 권뿐이었는데, 그것도 아빠가 이미 신간소개에서 알게 되어 보관함에 재어 둔 책이었단다. 그 책은 너희들이 좋아했던 <강아지똥>을 쓰신 권정생 선생님의 평전인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이라는 책이란다. 이 책은 언젠가는 한번 읽어볼 생각이란다. , 그럼 오늘은 이만 간단히 마칠게.

한 며칠 시원한 바람이 불더만 오늘은 다시 습하고 뜨거운 공기가 아빠의 퇴근길을 괴롭히더구나. 내일 올라오는 태풍 솔릭님이 오기 전에 뜨거운 바람을 잔뜩 밀고 와서 그런 것 같은데, 솔릭님이 큰 피해를 주지 않고, 가을이나 떨어뜨리고 가셨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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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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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나이를 먹어도 겉모습에 혹하고, 귀가 얇아 남의 이야기에 혹하는 것은 잘 변하지 않는 것 같구나. 이번에 읽은 책 <나의 눈부신 친구>도 그런 이유로 읽게 된 것이란다. 파스텔 톤의 4권짜리 책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모습은 읽지 않고 책꽂이에 꽂아 두기만 해도 아주 예쁜 인테리어로 충분해 보였어. 그리고 이 책을 읽은 이들의 좋은 평가들 또한 아빠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요인이었단다.

나폴리 4부작. 덥석 구매를 했는데사진애서 본 것보다 직접 4권을 책꽂이에 꽂아놓으니 정말 예쁘더구나. 뿌듯함. 그리고 1권을 읽었어. 이야기도 괜찮았단다. .. 그러니까 가끔 겉모습에 혹하고, 귀가 얇아 남 이야기에 혹하는 것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자기 합리화 절대 아님

지은이는 엘레나 페란테라는 이탈리아 사람이란다. 소설의 배경이 된 나폴리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나폴리 4부작이 대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고 하는구나. 심지어 엘레나 페란테 조차 본명이 아니고 필명이라고 하는구나. 인터뷰도 서면으로만 해서 이탈리아에서조차 작가의 정체를 모른다고 했어. 구글링이나 위키에서도 그의 사진을 찾아볼 수가 없구나. 오늘날 같은 정보화 시절에 얼굴 없는 작가로 남을 수 있다니.. 신기하구나. 혹시 AI가 쓴 거 아냐?^^

 

 

1.

소설의 등장인물이 참 많아. 다행히 책 앞부분에 등장인물들을 잘 정리해주어 다행이었단다. 전체적으로 보면 엘레나와 라파엘라 두 사람의 우정 이야기란다. 둘은 60년간 친구였어. 어느날 라파렐라의 아들이 엘레나를 찾아와서 이야기하기를 라파엘레가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이야기했어. 엘레나는 놀라지 않았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라파엘라는 그런 이야기를 했으니까 말이야.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싶다고 말이야. 그러면서 라파엘라와 오랜 우정의 이야기를 회상하게 된단다.

앞으로는 라파엘라와 엘레나를 애칭인 릴라와 레누라고 이야기할게. 이야기는 레누의 일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단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레누는 릴라를 처음 만났어. 릴라는 장난기가 무척 심했고, 모험심도 많아 보였어. 레누와 릴라가 사는 마을은 나폴리의 가난한 시골 마을이었어. 이웃들이 티격태격하며 살아가는 곳이었어. 그런 시골의 모습을 보니 문득 아빠의 어린 시절도 생각이 나는구나. 시골에서 자란 아빠도 그런 동네 풍경이 익숙했거든. 동네 친구들과 몰려 다니며 놀던 그 시절.

릴라는 장난이 심하기도 했지만, 한가지 특이한 것은 머리가 무척 비상했다는 거야. 독학으로 글을 배우고 수학도 형 누나들보다 잘했어. 그렇게 공부에 재질이 있다 보니까 선생님도 중학교 진학을 권유했어. 하지만, 릴라의 아버지는 구두방을 했는데 집안이 그리 넉넉하지 못했기 때문에 릴라의 아버지는 허락해주지 않았단다. 릴라의 오빠 리노는 릴라의 든든한 빽이었어. 리노는 릴라의 중학교 진학을 강력히 주장하였어. 그래서 리노는 아버지와 말다툼을 하기도 했지만 돈줄을 쥐고 있는 것은 아버지이니 릴라는 아버지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지. 릴라는 크게 불평하지 않았어. 공부야 하고만 싶다면 다른 방법으로도 할 수 있었거든. 릴라에 반에 레누는 집안이 여유가 있어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단다.

 

 

2.

레누는 중학교에 진학을 하고 릴라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안을 도왔어. 그런데 릴라는 도서관에 가서 가족 명의로 도서관 회원증을 만들어 많은 책을 빌려서 보곤 했단다. 그런 책들을 이용해서 중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을 독학했어. 레누는 중학교 공부는 그리 녹록하지 않았어. 라틴어 수업 같은 경우는 과락을 해서 재시험을 봐야 하는 처지였지. 그런데 독학을 한 릴라가 라틴어 공부를 같이 해주었어. 그리고 재시험을 봐서 레누는 라틴어 시험에서 최고점을 받았단다. 선생님들은 어떤 과외를 했냐고 물어볼 정도였어.. 그렇게 릴라가 공부의 방향을 잡아주자, 레누는 계속 좋은 성적을 받았단다. 그렇게 우등생으로 중학교를 졸업했어. 그러자 레누의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 올리비에르는 레누의 고등학교 진학을 추천했단다. 고등학교라는 말조차 들어보지 못했던 레누.. 그 시골에서는 그렇게 고등학교에 가 본 사람이 거의 없었던 거야. 선생님이 레누의 부모님을 설득해서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었단다.

중고등학교 시절이면 사춘기 시절이잖아. 레누도 2차 성징도 나타나고, 이성에 관심을 갖기도 했어. 하지만 릴라는 그런 것에 무관심해 하는 것 같았고, 아버지의 구두 만드는 일을 도우면서 오빠 리노와 함께 아버지 몰래 혁신적인 구두를 만드는 일을 했어. 그렇게 만든 구두를 보고 릴라는 실패작이라고 생각했고, 오빠 리노는 대성공이라고 생각했어. 이 둘의 의견차이로 둘 사이가 틀어지기도 했단다.

릴라도 사춘기가 남들보다 늦었지만 오긴 왔어. 그런데 릴라는 사춘기가 되면서 엄청 예뻐졌단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릴라의 외모를 사랑하게 되었단다. 그리고 릴라는 여전히 머리가 명석하여 무엇인가 배우면 그것에 우수한 실력자가 되었어. 공부도, 구두 만드는 일도, 심지어 춤추는 일도 말이야. 자기 주장도 뚜렷했어. 남들이 보기에는 성깔있다고 할만했지. 레누를 괴롭히는 남자를 칼로 위협해서 망신을 주기도 했어.

.

레누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그리스를 배운다고 하자, 릴라는 그리스어를 독학으로 공부해서 레누의 그리스어 공부를 도와주었단다. 릴라의 도움으로 고등학교에서도 레누는 우등생이 되었어. 남자에게 인기도 많고, 늘 자기보다 먼저 공부해서 자기보다 더 잘 아는 것에 대해 레누는 릴라에게 질투를 느끼기도 했어. 그래서 한동안 연락 없이 지내다가도 다시 만나게 되었어. 릴라에게는 무엇인가 끌리는 것이 있었어.

 

 

3.

레누는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 올리비에르 선생님의 도움으로 여름 방학 때 올리비에르 선생님의 사촌 넬라 아줌마가 머물고 있는 이스키아 섬에 머물게 되었어. 넬라 아줌마의 집안일 조금만 도와주고 나면 모든 시간이 자기만의 시간이었어. 책도 읽고 수영도 하고 여행 온 다른 나라 사람들과 친해지기도 했어. 릴라에게 꾸준히 편지를 썼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어. 그런데 그곳에 예전에 레누의 동네에 살았던, 그런데 지금은 이사를 간, 레누가 짝사랑하던 니노의 가족들이 휴가를 온 것이었어. 니노의 아버지는 시인이자 철도원인 도나토 사라토레라는 사람이었어. 니노가 와서 레누는 뭔가 썸씽이 있을 것을 기대했지만, 존경 받고 점잖은 것으로 알려진 니노의 아버지 도나토 사라토레의 추행을 받았어. 그 당황스러운 일을 겪고 레누는 일정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왔어.

그리고 릴라의 편지를 받았어. 릴라의 편지는 마치 한편의 문학작품과도 같았어. 그렇게 릴라는 글쓰기에도 소질이 좋았던 거야. 동네에 있는 제과점집 주인 아들 마르첼로가 밤마다 선물을 들고 와서 청혼을 한다는 거야. 릴라는 물론 완강히 거절을 했지. 이 일로 릴라는 아버지와 갈등을 빚기도 했어. 릴라는 또다른 부잣집 아들이면서 심성이 착한 스테파노를 대체자로 생각했어. 스테파노를 아주 사랑한 것 같지는 않았어. 마르첼로가 너무 싫었고, 스테파노가 착해서 사귀게 된 거야.

스테파노는 릴라 아버지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서 릴라 아버지 구두 가게를 확장해주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었어. 릴라는 그렇게 스테파노의 애인이 되었단다. 릴라의 자극을 받은 레누는 자신도 사랑을 해야 한다는 약간의 강박관념을 받았어. 그래서 안토니오라는 동네의 남자와 사귀었어. 안토니이와 함께 있으면서 애정행각을 벌이면서, 레누는 릴라는 어떤 연애를 할까 궁금해했어. 뭐야, 이런 것도 경쟁이야?

스테파노의 어머니와 동생은 스테파노가 릴라에게 빠져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어.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스테파노는 릴라에게 청혼을 했고, 그들을 결혼하기로 했어. 결혼 준비를 하면서도 릴라는 시동생, 시엄마과 자주 갈등을 하게 되었어. 릴라는 이런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레누에게 물어보았어. 레누는 상식 선에서 조언을 해 주었는데, 그것들이 좋은 해결책이 되었어. 릴라는 레누에게나의 눈부신 친구라고 이야기하면서 칭찬을 했어. 레누는 자신보다 늘 앞서가는 릴라는 가끔씩 질투를 했는데, 릴라는 레누를 늘 좋은 친구, 눈부신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결혼식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스테파노는 그들 결혼의 증인이 마르첼로의 아버지라고 이야기했어. 이에 릴라는 몹시 삐쳐서 결혼 자체를 다시 생각하려고 했어. 릴라는 마르첼로 집안 사람들을 무척 싫어했거든. 이 문제도 눈부신 친구 레누가 잘 해결주었단다. 증인은 증인일 뿐이라고릴라는 자신이 싫어하는 마르첼로를 결혼식에 초대하지 않은 것으로 타협점을 찾았어.

그런데 결혼식 날수많은 하객들 중에는 마르첼로가 등장을 했단다. 새신랑 스테파노가 약속을 어겼단 것이지그리고 스페타노가 릴라가 만든 구두를 산 적이 있는데, 지금 그 부두를 마르첼로가 신고 있었단다.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 같아. 릴라는 신랑에게 배신감을 느꼈는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화가 난 얼굴이었단다.

.

여기까지가 1권의 이야기란다. 릴라의 결혼 생활이 그리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나는구나. 2권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는지….

..

드디어 덥고 덥던 올여름의 끝이 보이는 듯 하구나. 이번 여름의 무더위는 무더위 그 자체보다, 지구의 종말, 아니 인류의 종말이 더 빨리 올까 하는 두려움을 주었단다. 이것 또한 걱정이로구나. 앞으로 매년 여름이면 전세계가 들끓을 텐데, 그냥 에어컨 밑으로 숨어 지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PS :

 책의 첫문장 : 오늘 아침 리노의 전화를 받았다.

 책의 끝문장 : 릴라가 수개월 동안 두 손을 망가뜨려가며 만들었다 분해하고, 다시 만들기를 수없이 반복해서 완성시킨 바로 그 신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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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8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18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생 : 그랜머더.. 머더.. 그랜머더.. 아빠, 그랜이 무슨 뜻이야?
아빠 : 그랜? 음....
누나 : 그랜? 할!
동생 : 할? 그게 뭐야?
누나 : 그랜머더는 할머니, 그랜빠더는 할아버지.. 그래서 그랜은 할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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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느릿느릿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그제야 어머니가 가장 사랑하는 자식은 나라는 사실을 진정으로 깨달았다. 어머니는 나와 작별인사를 할 때면 먼 옛날 내가 어머니 배 속에 있었던 것처럼 이제는 어머니가 내 안에 쏙 들어와 계속 남고 싶다는 듯이 내 품에 꼭 안겼다. 어머니가 건강할 때는 어머니의 몸이 내 몸에 닿는 것이 싫었지만 지금은 좋았다.

 

 

(438)

또 고소를 당할 거예요. 골치 아픈 일만 잔뜩 늘어날 테고 결국 법이란 법을 어기는 사람이 아니라 법을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만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 거예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요.”

 

 

(607)

지난날 국가를 무너뜨리려 했던 세력 앞에 겁에 질려 물러났던 민중은 이제 여러 명분 아래 국가를 섬기는 척하면서 사과 속에 생긴 거대한 벌레처럼 먹어치운 이들에게 신물이 나 뒤로 펄쩍 뛰었다. 화려한 권력의 향연과 신중치 못하고 오만한 언어의 홍수 아래 숨어 있던 검은 파도가 점점 더 드러나면서 이탈리아 전역에 흘러넘쳤다. 유년 시절 우리 고향만이 국가의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나폴리만 구제 불능이었던 것이 아니었다.

 

 

(638)

대답한 거야. 네가 이해하지 못한 척할 뿐이지. 글을 쓰려면 삶의 의미가 될 정도로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해. 그런데 나는 살고 싶은 마음도 없어. 나는 한 번도 너처럼 강렬하게 살려는 의지를 가졌던 적이 없어. 우리가 지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 순간 나 자신을 지워버릴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해질 것 같아. 그런 내가 글이라니 당치도 않아.”

…..

…..

컴퓨터는 겉보기에나 깨끗하지 실은 지저분하기 짝이 없어. 주변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물건이야. 사람들에게 여기저기 흔적을 남기고 다닐 수밖에 없게 해. 아무데서나 쉴 새 없이 똥을 싸고 오줌을 누고 다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 나는 나와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남기고 싶지 않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컴퓨터 자판은 삭제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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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나는 실제로 그렇게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나는 그때 내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실은 길이가 길어질수록 고리가 커지는 사실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향 동네는 나폴리와, 나폴리는 이탈리아와, 이탈리아는 유럽과, 유럽은 전 세계와 연결되어 있었다.

이제야 하는 생각한다. 병든 것은 우리 고향 동네가 아니라, 나폴리가 아니라 지구 전체다. 유일한 우주 또는 무수히 많은 우주가 모두 병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조차 사물의 본질을 숨길 줄 아는 능력이다.

 

 

(60)

하지만 나도 모르게 내 감정에 형태를 부여하고자 하는 노력에 집중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었고 그 안에는 내가 있었다. 책장에 꽂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되어 있는 나 자신을 보니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비단 내 책뿐만 아니라 소설에는 나를 흥분시키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소설에는 날 것 그대로 요동치는 심장이 있었다. 아주 먼 옛날 릴라가 내게 함께 이야기를 지어보자고 했을 때도 그런 터질 것 같은 감정을 느꼈었다. 그런데 내가 정말로 그런 일을 하게 된 것이다.

 

 

(506)

나는 성숙이란 결국 삶의 굴곡을 호들갑 떨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일상적인 삶과 이론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고, 변화를 기다리며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507)

여성의 고독은 슬픈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름의 문화나 전통을 만들어낼 기회도 없이 그런 식으로 자기 인생에서 상대방을 쫓아내버리는 것은 아까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럴 때면 생각이 중간에서 멈추는 것 같았다. 그 생각은 매력적이지만 결함이 많아서 당장 확인이 필요하고 더 발전시켜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내 생각에 자신감도 믿음도 없었다. 그럴 때면 다시 릴라에게 전화해서 내 생각을 말하고 싶다는 욕에 사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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