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내가 트랄파마도어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 죽는다 해도 죽은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점이다. 여전히 과거에 잘 살아 있으므로 장례식에서 우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짓이다.
모든 순간,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순간은 늘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늘 존재할 것이다. 트랄파마도어인은 예를 들어 우리가 쭉 뻗은 로키산맥을 한눈에 볼 수 있듯이 모든 순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들은 모든 순간이 영원하다는 것을 봐서 알고 있고, 그 가운데
관심이 있는 어떤 순간에도 시선을 돌릴 수 있다. 마치 줄로 엮인 구슬처럼 어떤 순간에 다음 순간이
따르고 그 순간이 흘러가면 그것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린다는 것은 여기 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착각일 뿐이다.
(113)
“지구인을 연구하느라 그렇게 많은 시간을 쓰지 않았다면 ‘자유의지’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나는 전혀 몰랐을 겁니다. 나는 우주의 유인행성 서른한 곳을 찾아가보았고, 그 외에도 백 개
행성에 대한 보고서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오직 지구에서만 자유의지 이야기를 합니다.” 트랄파마도어인이 말했다.
(166)
포로가 된 미군 징집병을 처음 다루는 수용소 행정관들은 주의해야 한다. 심지어
형제들 사이에서도 형제애는 기대하지 마라. 개인 사이에 응집력은 전혀 없을 것이다. 모두가 차라리 죽기를 바라는 침울한 아이처럼 구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캠벨은 독일인이 포로가 된 미군 징집병들을 만나 어떤 경험을 했는지 이야기한다.
이들은 어디에서나 전쟁 포로들 가운데 가장 연민이 심하고, 우애가 가장 부족하고, 가장 더럽다고 알려져 있다. 캠벨은 그렇게 말한다. 그들은 서로 도울 능력이 없으며 이는 결국 자신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 가운데서 나온 지도자를 경멸하고, 그를 따르려 하지도, 심지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도 않는다. 그가 자신들보다
나을 것이 없고, 따라서 허세를 부리지 말라는 것이다.
(242)
도살장에 도착했을 때 빌리는 마차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세월이
흐른 뒤 트랄파마도어인들은 빌리에게 인생의 행복한 순간에 집중하라고, 불행한 순간은 무시하라고 – 예쁜 것만 바라보고 있으라고, 그러면 영원한 시간이 그냥 흐르지
않고 그곳에서 멈출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런 선별이 빌리에게 가능했다면, 그는 수레 뒤에서 햇볕에 흠뻑 젖은 채 꾸벅꾸벅 졸던 때를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선택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