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박열은 내가 내민 쪽지를 받아들고 중얼중얼 읽었다.

첫째, 동지로서 함께 살 것.

둘째, 내가 여성이라는 관념을 반드시 제거할 것.

셋째, 둘 중 하나가 사상적으로 타락하여 권력자와 악수하는 일이 생길 경우에는 즉시 공동생활을 그만둘 것.


(229)
요구사항은 모두 네 가지였다.

첫째, 공판정에서는 일절 죄인 대우를 하지 않아야 하며 피고라고 부르지도 말 것

둘째, 공판정에서 조선 예복 착용을 허락할 것

셋째, 자리도 재판장과 동일한 좌석을 마련할 것

넷째, 공판 전에 자기의 선언문 낭독을 허락할 것.

다섯째, 만일 이상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에는 입을 닫고 일절 신문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결심한다.


(233)

가네코도 당당한 응답으로 재판정을 흔들었다.

피고는 국가에 해가 되는 사상을 가지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어 보이는데 어떠한가?”

방금 그 질문은 상당히 모욕적이다. 내가 무적자로 태어나 어려서 친척들로부터 학대를 받았다는 것은 내가 국가와 대척점에 서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오히려 학대한 사람들에 대해서 나는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만일 그들이 나를 편안하게 해주었다면 나도 고분고분하게 순응하는 머저리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와 사회에 어째서 대적하는가? 그럴 만한 계기가 있었는가?”

국가와 개인은 어떤 계기가 있지 않아도 대척점에 있을 수밖에 없다. 국가는 힘으로 개인을 억누르고 자기들이 만들어놓은 틀에 맞춰서 순응하도록 하기 때문에 개인들은 자신들의 자유를 억압받을 수밖에 없다.”


(234)

박열은 미리 약속한대로 자기 선언문을 낭독했다.

국가는 개인의 신체와 생명과 자유를 끝없이 침해하면서 자기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강도들 중에 대강도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국가의 편에 선 재판관이 공정한 판결을 할 리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내가 이 법정에 선 것은 재판을 받자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의 입장을 정확하게 선언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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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독도와 울릉도는 조선의 것이란 말이다!”

나는 독도와 울릉도가 나의 것이라 말하지 않았다. 조선의 것이라 말했다. 우리를 끌고 왔던 어부가 몽둥이로 나의 등짝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진실 아닌 것을 진실이라 꾸미려면 언제나 폭력이 필요하다는 걸 그들은 여실히 보여주었다. 나는 한 차례 더 울릉도와 독도가 우리의 섬이며, 그 섬의 바다는 조선의 바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일본인의 매는 가리지 않고 사방에서 쏟아졌다.


(103)

갑작스럽게 나는 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내가 원하던 바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들 앞에서 기죽고 싶지는 않았다. 조선에 대한 원망이 깊었다. 그럼에도 나는 결국 조선인이었다. 무엇보다 스스로 지키지 못하면 모든 걸 빼앗긴다는 것도 알았다. 우리에게 힘이 있었다면 전국을 뒤져 가져온 산삼을 그렇게 헐값에 넘기진 않았을 터였다. 초량 왜관에 머무는 일본인들에 대한 나의 감정은 날카로웠다. 그들에 대한 선입견에 휩싸여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194)

조선은 몇몇의 나라가 아니라 다수 백성의 나라여야 했다. 나라는 내게 목숨까지 버리라 말하면서도 사방이 막힌 이 순간에는 나를 더욱 깊은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 눈물마저 새카맣게 타버려 흐를 줄 몰랐다. 나는 버려졌다. 그 점은 억울하지 않았다. 나라가 내게 기대한 일이 없으며, 나 역시 나라에게 기대할 일이 없으니 억울할 것도 없었다. 내가 마음이 아픈 건 살아남아도 우리가 의지할 곳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는 사실이었다.


(285)

우리가 가는 건 우리의 섬이고 우리의 땅임을 분명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일본은 울릉도나 독도를 소유했던 번이 없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우리의 울진에 속해 있었지만, 저들은 근래에 와서 지들의 번에 속해 있다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지요. 게다가 독도든, 울릉도든 우리와 달리 일본 백성들이 거주했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일본의 지난 쇼군 시절에 요나고 사람들이 울릉도에 와서 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도해 허가를 해준 일을 두고 자신들의 섬이라 우기고 있는 겁니다. 도해 허가를 내주었다는 사실도 웃긴 일이지만, 그런 사실을 파악했으면 강하게 항의를 했어야 하는데, 우리 조정에서는 그리 못했지요.”


(335)

*1693 9월 초, 안용복과 박어둔은 돗토리 번에서 나가사키로 후송되었다고 한다. 당시 안용복과 박어둔을 납치한 내용은 오야 집안의 문서인 <죽도 도해 유래기 발서공, 이하 발서공>과 한자로는 백기로 적는 호키주의 일을 기록한 <이본 백기지>에도 실려 있다. <발서공>에는 안용복이 에도에 갔고,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은 채, 에도 막부가 안용복에 대한 조사를 끝낸 뒤 안용복에게 무엇인가를 줘서 조선으로 귀국시켰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쇼군으로부터 받은 서계로 추측된다. 두 사람이 나가사키로 후송되었을 때 쓰시마 번 사람들이 두 사람을 맞이했는데, 이때 선물과 서계를 모두 강탈당했으며 이를 쓰시마 번에서 보관하고 있을 거라는 가정 하에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해 재해석했다. 하지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사실에 기초하고 있음을 밝힌다.


(369)

안용복은 영웅호걸이다. 미천한 일개 군졸로서 만 번 죽음을 무릅쓰고 국가를 위하여 강적과 겨루어 간사한 마음을 꺾어버리고, 여러 대를 끌어온 분쟁을 그치게 했으며, 한 고을의 토지를 회복했으니, 부개자와 진탕에 비하여 그 일이 더욱 어려운 것이니, 영특한 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조정에서는 상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에는 형벌을 내리고 뒤에는 귀양을 보내어 꺾어버리기에 주저하지 않았으니, 참으로 애통한 일이다. 울르도와 독도가 비록 척박하다고 하나, 쓰시마도 또한 한 조각의 농토가 없는 곳으로서 왜인의 소굴이 되어 역대로 내려오면서 우환거리가 되고 있는데, 울릉도와 독도를 한 번 빼앗긴다면 이는 또 하나의 쓰시마가 불어나게 되는 것이니, 앞으로 오는 앙화를 어찌 말하겠는가? 안용복은 한 세대의 공적을 세운 것뿐이 아니었다. 고금에 장순왕의 화원노졸(花園老卒)을 호걸이라고 칭송하나, 그가 이룩한 일은 대상 거부에 지나지 않았으며, 국가의 큰 계책에는 도움이 없었던 것이다. 안용복과 같은 자는 국가의 위급한 때를 당하여 항오에서 발탁하여 장수급으로 등용하고 그 뜻을 행하게 했다면, 그 이룩한 바가 어찌 이에 그쳤겠는가? – 이익의 <성호사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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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일기
다니엘 페나크 지음, 조현실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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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단 한 편의 책으로 아빠의 마음을 빼앗아 버린 이가 있었으니, 다니엘 페나크라는 분이란다. 작년에 SNS에서 알게 되어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처럼>이란 책을 읽었는데, 크게 감탄을 했단다. 어찌 이리 유쾌하고 재미있으면서 교양을 팍팍 심어주는 글을 쓸 수 있단 말인가. 그의 또 다른 책을 검색해 보니, <몸의 일기>라는 독특한 제목을 가진 소설이 있더구나. 일기를 책으로 출간하는 경우가 많은데, 누구누구의 일기가 아니고, 몸의 일기라니대충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는 생각은 들더구나.

일기.. 너희들도 가끔씩 일기를 쓰잖아. 사실 아빠도 일기를 쓰려고 노력을 한단다. 그래서 해마다 다이어리도 구입하고 그래. 그런데, 올해는 정말 일기를 제대로 쓴 날이 거의 없구나. 다이어리도 거의 새 것이란다. 일기뿐만 아니라 너희들에게 써야 할 독서편지도 사실 얼마나 밀렸는지 몰라. 회사 일 때문에 그렇다고 하면 핑계가 되려나. 사실 아빠는 하고 싶은 게 많고, 계산을 해보니, 집에 와서 샤워하고 난 다음 적어도 세 시간은 있어야 아빠가 하고 싶은 것들을 채울 수 있을 것 같구나. 사실 하고 싶은 것들 중에 여럿 포기하고 계산한 시간이란다. 그런데 올해도 여전히 일거리가 많고, 우리가 회사에서 좀 더 먼 거리로 이사를 오다 보니, 예전보다 퇴근 후 시간이 더 적어졌구나. 그렇다 보니 일기도 못쓰고 독서 편지도 말리고 그러는 것 같구나. 그렇다고 잠을 줄이는 것도 뭣하고아이고, 일기 이야기하다가 엉뚱한 곳으로 이야기가 빠졌구나. 아무튼, 아빠도 일기를 쓰려고 노력은 하고 있어..

그런데 일기라는 것이 주로 하루에 있었던 일과 그것에 대한 감상나의 생각들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잖아.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은 자신의 몸의 변화를 중심으로 쓰고 있단다. 십대 소년이 팔십 대 노인이 될 때까지 몸의 변화이 책을 읽다 보면, 당연이 자신의 모습도 되돌아보게 된단다. 아빠도 그랬어. 주인공이 쓴 일기들의 나이 때, 나도 그랬었지, 아니 나는 이랬었지이런 생각이 많이 떠올랐단다.

1.

이 책에는 자라면서 겪는 신체 변화를 솔직하게 적어두고 있단다. 주인공은 1923년생이야.. 1차 세계대전의 아픔이 곳곳에 남아 있던 시절이었지. 주인공의 아버지도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후유증으로 일찍 돌아가셨어. 돌아가시기 전에 주인공과 애틋한 정이 많이 남아 있어, 주인공의 일기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었단다. 아버지도 오래 살 것이라 예상을 했는지 주인공인 아들과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 첫 몽정을 할 것을 대비해서도 너무 놀라지 말라고 미리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그 부분을 읽고, 아빠도 우리 막둥이에게도 나중에 아래처럼 이야기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쑥스러움을 타는 아빠가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노골적인 것 같기도 하니, 조금은 편집해서 이야기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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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아빠가 미리 얘기해줬었다! 하지만 아는 것과 실제로 일이 닥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난 잠에서 깨자마자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잠옷 바지가 젖어 있었고 두 손도 온통 끈적끈적했다! 이불에도 묻어 있었다. 사실상 온 사방에 묻어 있었다는 게 정확한 말일 것이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바지를 벗으면서 난 아빠가 얘기해줬던 걸 떠올렸다. 그걸 사정(射精)이라고 해. 밤사이에 그 일이 일어나더라도 겁먹지 마라. 다시 오줌을 싸기 시작한 건 아니니까. 그건 새로운 미래가 시작된다는 신호야. 놀라지 말고 얼른 적응하는 편이 나아. 넌 앞으로 평생 정자를 만들어낼 테니까. 처음엔 뜻대로 조절이 안 될 거야. 성기를 만지작거리며 쾌감을 느끼는가 싶다가 어, 어느새 끝나버리지! 그러다 점차 익숙해지면 절제할 줄도 알게 되고, 결국엔 최선의 요령을 깨우치게 될 게다.

==============================

….

십대를 거치고 본격적인 젊음으로 들어오면, 누구나 겪는 사랑. 다들 겪는 사랑의 종류는 다양하고 다르지만, 그 사랑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리고 그 사랑을 할 때는 피곤하지도 않고, 세상의 중심이 내가 되고,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린다고 느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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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몸은 사랑의 에너지 덕을 어느 정도로나 보는 걸까. 요즘은 모든 게, 정말 모든 게 다 잘 풀린다. 직장 일에서도 지치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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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랑의 결실은 결혼과 출산이 아닐까 싶구나. 이 책의 주인공도 아이가 생겼을 때의 이야기가 있는데, 그 글을 읽으면서 너희들이 태어났을 때가 기억이 나는구나. 아주 생생한 기억. 너희들과 처음 만났을 때의 기쁨 말이야. 아빠가 서툴러서 너희를 안아주는 것도 처음에는 어려워하고, 기저귀 하나 가는 것도 낑낑 매던 시절이 있었지. 이 책의 주인공도 그런 시절이 있었고, 하지만 위험이 닥쳤을 때, 그것이 자신의 실수이긴 했지만, 자신의 몸이 다치는 한이 있더라고 아이의 안전을 생각하는 몸의 움직임은 본능이 아닐까 싶더구나. 세상 모든 아빠는 슈퍼맨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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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9)

손님들 앞에서 이 세상의 여덟번째 기적이라고 자랑하며 브뤼노를 흔들어대다가, 아기를 안고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것이다. 앞쪽으로 넘어지면서 바닥까지 굴렀다. 정확히 열한 계단. 난 본능적으로 브뤼노를 감쌌다. 계속 구르는 중에도 아기의 머리를 내 가슴팍에 붙이고, 팔꿈치와 이두박근과 등으로 보호했다. 난 아들을 덮고 있는 껍데기였다. 모두가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우린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손님들이 모두 달려들었다. 손등, 골반뼈, 무릎뼈, 발목, 등뼈, 어깨, 전부 다 계단 모서리에 부딪혔다. 하지만 난 구르는 와중에도, 가슴이 파이고 배가 움츠러드는 와중에도, 브뤼노가 내 품 안에서 완벽하게 안전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난 본능적으로 인간 완충장치로 변신했던 것이다. 브뤼노가 매트리스 싸인 채 굴렀다 해도 더 안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난 유도를 해본 적도 없고 낙법을 배운 적도 없는데. 부성애의 놀라운 발현?

==============================

….

그리고 그런 아이들이 십대 반항아가 되어 괴롭히기도 하지.. 그렇게 세월은 무섭게 지나간단다.

2.

그리고 책의 주인공은 지금의 아빠의 나이에 다다르게 된단다. 아빠도 지금까지는 큰병 걸리지 않고 잘 살아왔던 것 같구나. 평범하고, 평균적인 건강을 가지고 말이야. 최근 들어 평균적인 몸무게에서 조금씩 오버하지만 말이야.. 그런데, 앞으로는 어떨까? 주인공이 지금의 아빠의 나이를 넘어가면서 쓰는 몸의 일기는 있잖니, 무척 슬프게 했단다.

이제 아빠의 남은 날들은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보다 점점 건강은 안 좋아질 것이고, 병원도 자주 자게 될 거야. 지금도 건강은 잘 모르겠지만, 이미 체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기초 대사량도 줄어든 느낌이 들더구나. 먹는 양이 크게 늘지 않고 비슷한데도 살이 붙는 것을 보니 말이야. 노화에 대한 경험을 하나 둘 겪고 일기에 고스란히 적혀 있단다.

이명. 귀에서 끊임없이 나는 소리. 아빠도 이명이 생긴지 무척 오래되었는데,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했는데, 아주 크지는 않고, 청력 검사를 해도 정상이고 해서 그냥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사실은 정적이 그리울 때도 있단다. 아빠는 정적을 느껴본 지 꽤 오래되었어. 지금도 키보드 치는 소리는 이명 건너편에서 고막에 도착하고 있단다..

==============================

(281)

그에 따르면 이명은 아주 적응이 잘 되는 병이라고 한다. 아니, 더불어 사는 거라고 봐야지, 그가 말을 고쳤다. 그래도 어쨌든 고요함은 포기하는 수밖에 없어. 에티엔도 나와 마찬가지로 처음엔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와 똑 같은 비유를 했다. 꼭 내 몸이 켜진 라디오에 연결돼 있는 것 같더라고. 스피커 신세로 살아가야 한다는 게 정말 달갑진 않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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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늙어가면서 겪는 경험들도 슬프고, 젊은 시절 함께 했던 친구들, 친척들이 먼저 저 세상으로 가는 장면도 슬펐단다. 이런 일들이 앞으로 아빠의 인생에서 경험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니, 인생의 삶을 누가 설계한 것이라면 너무 잔인한 설계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있는 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는 것이 아닐까 싶구나. 그러기 위해서는 잠도 충분히 자고 그래야 하니, 너희들에게 보내는 독서 편지도 짧게 쓰고 잠을 청해야겠구나.^^ …

삶은 얼마 안 남겨두고 쓴 주인공의 일기가 다시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구나.

==============================

(458)

내 몸과 나는 서로 상관없는 동거인으로서, 인생이라는 임대차 계약의 마지막 기간을 살아가고 있다. 양쪽 다 집을 돌볼 생각을 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사는 것도 참 편안하고 좋다. 그러나 최근의 혈액검사 결과를 보며, 이젠 마지막으로 펜을 들 때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평생 자기 몸에 관해 일기를 써온 사람이 마지막 가는 길을 거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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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도 일기를 쓰긴 하지만 아주 좋아하는 것 같지 않은데, 조금 번거롭더라도 일기는 쓰면 좋을 것 같구나. 나중에 커서 그 일기를 읽어보면 좋을 테니 말이야. 아빠도 너희들 만할 때 비록 숙제로 쓰긴 했지만, 일기를 썼었는데, 안타깝게도 다 사라지고 말았단다. 지금이라도 다시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서 다시 일기를 써보려고 노력해야겠구나. 인생 후반전열심히 기록으로 남겨볼게. 그 일기에는 우리 식구들의 행복만 가득 적혀 있길 바라며오늘은 이만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 지금쯤 넌 장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있겠구나.

책의 끝 문장 : 겁먹지 마, 너도 데려가줄게.


청결함에 관해선 아빠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어느 날 내가 아빠 등을 때수건으로 밀어주고 있을 때 아빠가 말했었다. 우리가 벗겨낸 이 때는 다 어디로 갈까? 너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 있니? 우리 몸을 깨끗이 하느라고 우린 또 뭘 더럽히고 있는 건지. - P31

눈물은 자아의 배설이다. 그 엄청난 양이란! 우리는 울면서 오줌 눌 때보다 훨씬 더 시원하게 자신을 비운다. 맑은 호수에 몸을 던지는 것보다도 더 깨끗이 자신을 청소한다. 그 정화의 과정이 모두 끝나고 나면 종착역에 정신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눈물로 표현된 정신은 비로소 몸과도 좋은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낸 몸도 오늘 밤엔 잠을 잘 것이다. 안도의 울음을 실컷 울었으니. 이제 끝났다. - P140

건강염려증: 몸의 상태에 대해 과도하게 신경 쓰는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 자신이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가 되는 망상. 정신과 몸이 서로에게 술책을 부리는 것. 어쨌든 처음 경험하는 느낌이라 일시적인 증상의 희생자일까? - P154

순전히 정에 겨워 아기를 어르는 것과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어르는 것 사이엔 이런 차이가 있다. 첫번째 경우, 아이는 자신이 사랑의 중심에 있다고 느낀다. 두번째 경우엔 아이를 창밖으로 던져 버리고픈 충동을 느낀다. - P190

흠잡을 데 없는 똥. 딱 한 덩어리뿐이다. 완벽하게 매끈하고, 모양도 반듯하다. 차지면서도 끈끈하진 않고, 냄새는 나되 악취는 아니고, 단면이 깔끔하며 균질의 갈색을 띠고 있다. 딱 한 번 힘줘서 쑥 빠져나왔다. 휴지에도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았으니, 이거야말로 완벽한 장인의 솜씨다. 내 몸아, 참 잘해냈다. - P224

시선을 피하며 머리를 위아래로 가볍게 흔든다.
: 계속 이야기해봐, 관심 있으니까.
시선은 어느 한 지점에 고정하고 손가락으로 식탁 위에서 피아노 치는 시늉을 한다.
: 그 얘긴 벌써 백 번도 더 했잖아요.
속으로 어렴풋이 미소를 지으며 시선은 테이블보에 고정되어 있다.
: 내가 말은 하지 않지만, 나도 다 생각이 있다고요.
빈정거리는 미소
: 내가 맘만 먹으면 박살을 내줄 텐데.
눈의 역할
: 눈을 돌리는 건 자기 맘을 몰라줘서 답답하다는 의미, 눈을 크게 뜨는 건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 눈꺼풀이 축 처지면 지쳤다는 의미……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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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만든 공간 -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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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유현준님의 책을 또 읽었단다. 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엄마가 유현준님의 책이 괜찮다고 추천을 해서, 얼마 전에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고, 이번에는 그의 최근작 <공간이 만든 공간>을 읽었단다. 엄마는 <공간이 만든 공간>이 더 좋았다고 했어. 그런데, 아빠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가 더 좋았단다. 전작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에서도 그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번 책에서는 아예 제목에 공간이라는 단어를 두 번이나 썼구나.

이번 책에서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초점은, 왜 동양과 서양과 다른가에 맞춘 것으로 보인단다. 동양과 서양을 서로 비교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연구가 되어 왔고, 아마 지금도 하고 있고, 그로 인해 책들도 많이 출간되었단다. 유현준님은 건축물을 기준으로 동양과 서양이 왜 다른 모양으로 발전과 변화를 해왔는지 설명해 주고 있단다. 그리고 근현대에 오면서 그 차이는 융합으로 그 선을 점차 지우고 있다는 것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아빠는 이해했단다.


1.

오랫동안 동양과 서양은 서로 교류를 하지 않고 지내왔단다. 그러면서 그곳에 환경에 맞게 생활을 해왔지. 이 책에서도 많이 언급한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 , >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모든 것은 지리적인 환경에 의한 요인이라는 것이지동양 사람들이 밀을 싫어하고 쌀을 좋아해서 쌀을 심은 게 아니고, 서양 사람들이 쌀을 싫어하고 밀을 좋아해서 밀을 심은 게 아니라는 것이야. 그저 동양은 쌀을 심기 유리한 자연 환경이었던 것이고, 서양은 밀을 심기 유리한 자연 환경이었던 것이야. 그런 환경으로 인해 먹는 것이 다르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건축도 달라지는 것이었어.

동양은 벼가 많이 오는 지역이 많아.. 그래서 벼농사를 하게 된 거야. 그런데 벼농사라는 것이 혼자는 할 수 없는 일이란다. 지금이야 농기계가 있어서 혼자 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것이 없었던 아주 먼 옛날에는, 아니 아빠가 어렸을 때도 벼농사를 할 때면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하곤 했단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중요시하게 된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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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

벼농사는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때 많은 물을 다뤄야 하기에 치수를 위한 토목 공사가 많이 필요하다. 물을 담는 작은 저수지인 를 만들어야 하고 모내기도 집단으로 모여서 한다. 벼농사를 지을 때는 저수지나 다른 사람의 땅에서 사용한 물을 내 논으로 내려 받아서 사용하고 다시 그 물을 물길을 내어서 이웃의 땅으로 전달해 주어야 한다. 벼농사에서는 농사에 가장 중요한 물을 함께 힘을 합쳐서 공동으로 사용해야만 한다. 시기를 놓치면 농사가 어려운 품종이기 때문에 노동의 형태도 집단적으로 집중해서 심고 태풍이 오기 전에 집중적으로 추구하는 형식을 띤다. 이러한 노동의 과정을 통해서 벼농사 지역은 자연스럽게 공동체 의식과 집단의식이 강하게 자리 잡게 된다. 벼농사는 옆에 있는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지 않으면 지을 수 없다. 다른 말로, 이웃과 잘 지내지 않으면 생존을 위협받는 것이 벼농사 지역에서의 삶이다. 그래서 벼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우리 할머니는 서울에 와서도 이웃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생활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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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가 적은 서양에서는 밀농사를 하게 되었는데, 밀 농사는 혼자서 씨를 뿌리고, 물도 많이 필요 없어서 손도 별로 안 간다고 했어. 그렇다 보니 굳이 사람들과 모여 살 필요 없었어. 지금도 유럽의 시골에 가 보면 집이 띄엄띄엄 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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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반면 밀 농사는 씨 뿌리는 모습부터 다르다. 벼농사를 지을 때는 함께 줄을 맞추어서 모를 심지만, 밀 농사 지을 때는 땅 위를 혼자 걸어 다니면서 씨를 뿌린다. 집단으로 모여서 일하는 경우가 적다. 밀은 맨땅에서 자라고 물이 많이 필요하지 않고, 비가 집중호우 없이 적당히 고루 내리는 지역에서 농사짓기 때문에 관개수로를 만들 필요도 없다. 밀 농사는 벼농사에 비해서 서로 협력할 필요도 없고, 모여서 살 필요도 적다. 자연스럽게 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관개수로 토목공사를 하고 집단 모내기를 하면서 벼농사를 짓던 사람에 비해 개인주의적 성격이 만들어지게 된다. 벼농사 지역의 이혼율이 밀 농사 지역보다 매우 낮은 이유도 이와 같은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유럽 여행을 가면 자연 속에 오두막이 띄엄띄엄 있는 평온한 시골 풍경을 볼 수 있는 반면, 동양의 시골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다. 농사 방식은 마을의 풍경도 다르게 만들었다. 노동 방식이 문명의 성격을 결정지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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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환경은 건축물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했잖아. 비가 적게 오는 서양은 땅이 단단하기 때문에 무거운 벽돌로 집을 지을 수 있지만, 동양은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땅이 무른 때가 많아서 무거운 벽돌로 지으면 쓰러지게 된단다. 그래서 가벼운 나무를 이용하여 집을 이었다고 하는구나. 벽도 가볍게 해야 하기 때문에 나무 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를 흙 등으로 메운 것이지. 그래서 서양은 벽 중심의 건물이.. 동양은 기둥 중심의 건물이 만들어진 것이야. 누가 유능하고, 누가 무능해서 아니란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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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강수량은 땅의 단단한 정도를 결정한다. 비가 적게 오는 서양의 땅은 단단하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돌이나 벽돌 같은 무겁지만 단단한 건축 재료를 이용해서 벽으로 지붕을 받치는 벽 중심의 건축을 했다. 반면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인 동양은 장마철에 땅이 물러지기 때문에 무거운 재료로 만든 벽은 쓰러진다. 따라서 가벼운 건축 재료인 나무를 사용하였고, 자연스럽게 나무 기둥으로 지붕을 받치는 기둥 중심의 건축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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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건축물의 차이를 확장시켜 동양에서는 바둑을, 서양에서는 체스를 즐기는 것을 설명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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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바둑과 동양 건축물의 배치 모습에서도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만약 바둑돌을 건물이나 담장으로 보고, 바둑돌이 만드는 빈 집을 마당으로 본다면, 바둑판의 돌이 놓인 패턴과 동양 건축물 배치의 패턴이 유사함을 알 수 있다. 바둑돌들이 둘러싸서 빈 공간을 만들 듯이 동양 건축에서는 건물과 담당으로 둘러싸서 마당 같은 빈 공간을 만들면서 건축물이 성장한다. 혹은 검정색 돌이 건축물, 흰색 돌이 자연이라고 생각하고 보아도 좋다. 둘 사이의 관계에 의해서 패턴이 정해지고 곳곳에 빈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 바둑과 동양 건축의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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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서양의 문화는 양식이라는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의 반복을 통해서 공간을 만들어 가는 형식이다. 이는 마치 체스에서 각각의 말들이 다른 형태의 규칙과 위계를 가지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양식 혹은 규칙을 만들고 규정하기 좋아하는 것이 서양 문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동양의 나무 기둥과 보를 가지는 구조 양식은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다만 건물은 놓인 대지의 조건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반응하면서 건물의 배치를 변화시켜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유기적이고 상대적인 공간을 연출해 왔다. 물론 여기에도 풍수지리 같은 보이지 않는 규칙은 존재했지만, 그 풍수지리라는 규칙도 물과 산과 사람의 상대적인 관계에 관심의 초점이 있다. 이렇듯 동양 건축은 양식보다는 상대적인 관계를 중요하게 여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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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다루는 것도 동양과 서양이 달랐다고 이야기한단다. 미국 같은 경우 땅이 넓다 보니, 그러니까 공간이 넘쳐 나니까, 시간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 거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건축이 발전하였고, 동양의 경우, 특히 일본 같은 섬나라는 공간이 부족하고 시간이 남는 경우는, 공간을 확대하기 위해 시간을 지연시키는 방향으로 건축이 발전하였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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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그의 주장에 의하면 미국과 같이 공간이 넘쳐 나는 지역에서는 시간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 거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건축이 발전해 왔다고 한다. 고속도로가 대표적인 예다. 멀리 떨어진 도시로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발전한 건축 시스템이다. 이와는 반대로 일본 같은 섬나라에서는 공간이 부족하고 시간을 오히려 남는다. 이런 경우에는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시간을 지연시키는 쪽으로 건축이 발전해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같은 면적의 공간이라도 이동 시간을 늘리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면 많은 기억이 남게 되고, 따라서 공간이 더 넓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일본 전통 정원의 경우, 좁은 공간을 넓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일본 전통 정원의 경우, 좁은 공간을 넓게 인식되게 하려고 분절되고, 회전하고, 돌아가는 식의 장치를 만들어서 시간을 지연시켰고 그렇게 함으로써 같은 공간이라도 실제보다 더 넓게 인식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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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중세를 넘어오면서, 서양과 동양은 서로 교류를 하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근현대에 와서는 하나의 세계가 되었다고 봐야 해. 그렇다 보니, 동양의 건축물에 서양의 건축의 특징이 더해지고, 서양의 건축물에 동양의 건축이 특징이 더해지고 있단다. 그런 건축물들을 만드는 건축가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가 되었단다. 아빠는 모르지만, 르 코브쥐이에라는 유명한 건축가가 있대. 그가 근대 건축의 5원칙을 정의했다고 하는데, 그 중에 하나만 빼고는 동양 건축의 특징이라는구나. 그러니까 르 코브쥐이에가 이야기한 5원칙은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근대 서양건축의 5원칙이라고 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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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241)

인터넷에서 르 코브쥐이에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근대 건축의 5원칙이 나온다. 근대 건축의 5원칙은 근대 건축이라면 가질 법한 다섯가지 특징을 코르뷔지에가 정리해 놓은 것이다. 여기서 간단히 소개한다면, 1. 필로티, 2. 옥상 정원, 3. 자유로운 평면, 4. 자유로운 입면, 5. 리본 수평창이다.

그런데 사실 르 코르뷔지에가 이야기한 근대 건축의 5원칙이라는 것이 두 번째 항목인 옥상 정원을 제외하고 나면 다 동양의 기둥식 구조의 건축에서 보이는 디자인과 거의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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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 책에는 많은 사진 자료들이 나오는구나. 그 사진들을 보니 건축물들이 그냥 건물이 아니라, 예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그 사진들을 보니 직접 보고 싶은 생각도 들더구나. 하지만 지금은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코로나 시대이 코로나 시대는 언제 끝날지 모르겠구나. 그렇게 이야기를 해도 일부 교회에서는 대면 예배를 강행하고 있더구나. 아빠는 잘못된 신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의 지은이 유현준은 종교는 집단 공간이 만드는 권력이라고 설명하면서, 모이지 못하면 권력을 잃게 된다고 하더구나. 그러니까 그들이 대면 예배를 하는 것은 하느님의 뜻을 따르려는 것보다, 권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이구나. 아무튼, 참 나쁜 사람들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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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한 공간에 모이지 못하면 종교는 집단 공간이 만드는 권력을 잃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전염병은 종교 단체 최고의 적이다. 역사적으로 중세 때 흑사병으로 천 년 동안 무소불위의 권위를 가졌던 교회가 힘을 잃었고, 이후 르네상스라는 인문 개혁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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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길거리에 다니면서 건물들을 한번 더 살펴보게 되더구나. 저건 서양식 건물이고, 저건 동양식 건물이고저건 공간이 강조된 건물이고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지


PS:

책의 첫 문장 : 건축가로서 창조적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책의 끝 문장 : 그리고 그런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창조적 영감은 갈등을 화합으로 이끌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기둥 중심의 건축으로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건축 공간이다 보니 여러모로 주변과의 ‘관계’가 중요한 건축으로 발전했고, 이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벼농사를 지으면서 집단행동이 필요해져 사람 간의 관계에 무게를 두는 가치관이 형성됐다면, 건축을 통해서는 사람과 건축과 주변 자연환경과의 관계에 무게를 두는 디자인관이 발전하게 된 것이다. - P77

생각은 창작자 자신이 의식을 하건 안 하건 상관없이 영향을 받고 진화하는 법이다. 산업혁명으로 늘어난 제품들을 팔기위해서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를 비롯해서 1886년에는 에펠탑이 지어진 파리 만국박람회,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 등 수많은 박람회의 국가관을 통해서 세계 각국의 건축 디자인이 교류되고 소개되었다. 이러한 문화적인 흐름 속에서 이미 서양의 문화는 다른 대륙의 문화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러한 거대한 시대 흐름 속에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공간에 대한 생각이 서양식에서 동양식으로 점차적으로 진화해 갔을 것이다. - P245

건축에서 가장 변화하지 않는 것은 ‘중력’이라는 법칙이다. 많은 건축이 다양한 디자인을 하지만 태초부터 바뀌지 않는 건축의 본질은 중력과 싸워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현대 건축에서는 구조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형태의 건축물이 디자인되기도 한다. 구조적으로 파격적인 디자인은 본능적으로도 파격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항상 감동을 준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랜드마크 건물은 구조적으로 만들기 어려운 건축물들이었다. 이런 현상을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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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20-10-28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시는...>읽고있는데 이 양반 좀 흥미롭다 싶어서 다 읽어볼 요량입니다만...작가의 해석이 독보적인 글인듯 합니다

bookholic 2020-10-30 00:22   좋아요 1 | URL
저는 개인적으로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가 좋았어요.. 카알벨루치님도 즐거운 독서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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