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만든 공간 -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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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유현준님의 책을 또 읽었단다. 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엄마가 유현준님의 책이 괜찮다고 추천을 해서, 얼마 전에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고, 이번에는 그의 최근작 <공간이 만든 공간>을 읽었단다. 엄마는 <공간이 만든 공간>이 더 좋았다고 했어. 그런데, 아빠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가 더 좋았단다. 전작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에서도 그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번 책에서는 아예 제목에 공간이라는 단어를 두 번이나 썼구나.

이번 책에서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초점은, 왜 동양과 서양과 다른가에 맞춘 것으로 보인단다. 동양과 서양을 서로 비교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연구가 되어 왔고, 아마 지금도 하고 있고, 그로 인해 책들도 많이 출간되었단다. 유현준님은 건축물을 기준으로 동양과 서양이 왜 다른 모양으로 발전과 변화를 해왔는지 설명해 주고 있단다. 그리고 근현대에 오면서 그 차이는 융합으로 그 선을 점차 지우고 있다는 것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아빠는 이해했단다.


1.

오랫동안 동양과 서양은 서로 교류를 하지 않고 지내왔단다. 그러면서 그곳에 환경에 맞게 생활을 해왔지. 이 책에서도 많이 언급한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 , >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모든 것은 지리적인 환경에 의한 요인이라는 것이지동양 사람들이 밀을 싫어하고 쌀을 좋아해서 쌀을 심은 게 아니고, 서양 사람들이 쌀을 싫어하고 밀을 좋아해서 밀을 심은 게 아니라는 것이야. 그저 동양은 쌀을 심기 유리한 자연 환경이었던 것이고, 서양은 밀을 심기 유리한 자연 환경이었던 것이야. 그런 환경으로 인해 먹는 것이 다르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건축도 달라지는 것이었어.

동양은 벼가 많이 오는 지역이 많아.. 그래서 벼농사를 하게 된 거야. 그런데 벼농사라는 것이 혼자는 할 수 없는 일이란다. 지금이야 농기계가 있어서 혼자 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것이 없었던 아주 먼 옛날에는, 아니 아빠가 어렸을 때도 벼농사를 할 때면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하곤 했단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중요시하게 된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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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

벼농사는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때 많은 물을 다뤄야 하기에 치수를 위한 토목 공사가 많이 필요하다. 물을 담는 작은 저수지인 를 만들어야 하고 모내기도 집단으로 모여서 한다. 벼농사를 지을 때는 저수지나 다른 사람의 땅에서 사용한 물을 내 논으로 내려 받아서 사용하고 다시 그 물을 물길을 내어서 이웃의 땅으로 전달해 주어야 한다. 벼농사에서는 농사에 가장 중요한 물을 함께 힘을 합쳐서 공동으로 사용해야만 한다. 시기를 놓치면 농사가 어려운 품종이기 때문에 노동의 형태도 집단적으로 집중해서 심고 태풍이 오기 전에 집중적으로 추구하는 형식을 띤다. 이러한 노동의 과정을 통해서 벼농사 지역은 자연스럽게 공동체 의식과 집단의식이 강하게 자리 잡게 된다. 벼농사는 옆에 있는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지 않으면 지을 수 없다. 다른 말로, 이웃과 잘 지내지 않으면 생존을 위협받는 것이 벼농사 지역에서의 삶이다. 그래서 벼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우리 할머니는 서울에 와서도 이웃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생활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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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가 적은 서양에서는 밀농사를 하게 되었는데, 밀 농사는 혼자서 씨를 뿌리고, 물도 많이 필요 없어서 손도 별로 안 간다고 했어. 그렇다 보니 굳이 사람들과 모여 살 필요 없었어. 지금도 유럽의 시골에 가 보면 집이 띄엄띄엄 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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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반면 밀 농사는 씨 뿌리는 모습부터 다르다. 벼농사를 지을 때는 함께 줄을 맞추어서 모를 심지만, 밀 농사 지을 때는 땅 위를 혼자 걸어 다니면서 씨를 뿌린다. 집단으로 모여서 일하는 경우가 적다. 밀은 맨땅에서 자라고 물이 많이 필요하지 않고, 비가 집중호우 없이 적당히 고루 내리는 지역에서 농사짓기 때문에 관개수로를 만들 필요도 없다. 밀 농사는 벼농사에 비해서 서로 협력할 필요도 없고, 모여서 살 필요도 적다. 자연스럽게 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관개수로 토목공사를 하고 집단 모내기를 하면서 벼농사를 짓던 사람에 비해 개인주의적 성격이 만들어지게 된다. 벼농사 지역의 이혼율이 밀 농사 지역보다 매우 낮은 이유도 이와 같은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유럽 여행을 가면 자연 속에 오두막이 띄엄띄엄 있는 평온한 시골 풍경을 볼 수 있는 반면, 동양의 시골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다. 농사 방식은 마을의 풍경도 다르게 만들었다. 노동 방식이 문명의 성격을 결정지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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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환경은 건축물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했잖아. 비가 적게 오는 서양은 땅이 단단하기 때문에 무거운 벽돌로 집을 지을 수 있지만, 동양은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땅이 무른 때가 많아서 무거운 벽돌로 지으면 쓰러지게 된단다. 그래서 가벼운 나무를 이용하여 집을 이었다고 하는구나. 벽도 가볍게 해야 하기 때문에 나무 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를 흙 등으로 메운 것이지. 그래서 서양은 벽 중심의 건물이.. 동양은 기둥 중심의 건물이 만들어진 것이야. 누가 유능하고, 누가 무능해서 아니란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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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강수량은 땅의 단단한 정도를 결정한다. 비가 적게 오는 서양의 땅은 단단하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돌이나 벽돌 같은 무겁지만 단단한 건축 재료를 이용해서 벽으로 지붕을 받치는 벽 중심의 건축을 했다. 반면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인 동양은 장마철에 땅이 물러지기 때문에 무거운 재료로 만든 벽은 쓰러진다. 따라서 가벼운 건축 재료인 나무를 사용하였고, 자연스럽게 나무 기둥으로 지붕을 받치는 기둥 중심의 건축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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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건축물의 차이를 확장시켜 동양에서는 바둑을, 서양에서는 체스를 즐기는 것을 설명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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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바둑과 동양 건축물의 배치 모습에서도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만약 바둑돌을 건물이나 담장으로 보고, 바둑돌이 만드는 빈 집을 마당으로 본다면, 바둑판의 돌이 놓인 패턴과 동양 건축물 배치의 패턴이 유사함을 알 수 있다. 바둑돌들이 둘러싸서 빈 공간을 만들 듯이 동양 건축에서는 건물과 담당으로 둘러싸서 마당 같은 빈 공간을 만들면서 건축물이 성장한다. 혹은 검정색 돌이 건축물, 흰색 돌이 자연이라고 생각하고 보아도 좋다. 둘 사이의 관계에 의해서 패턴이 정해지고 곳곳에 빈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 바둑과 동양 건축의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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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서양의 문화는 양식이라는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의 반복을 통해서 공간을 만들어 가는 형식이다. 이는 마치 체스에서 각각의 말들이 다른 형태의 규칙과 위계를 가지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양식 혹은 규칙을 만들고 규정하기 좋아하는 것이 서양 문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동양의 나무 기둥과 보를 가지는 구조 양식은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다만 건물은 놓인 대지의 조건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반응하면서 건물의 배치를 변화시켜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유기적이고 상대적인 공간을 연출해 왔다. 물론 여기에도 풍수지리 같은 보이지 않는 규칙은 존재했지만, 그 풍수지리라는 규칙도 물과 산과 사람의 상대적인 관계에 관심의 초점이 있다. 이렇듯 동양 건축은 양식보다는 상대적인 관계를 중요하게 여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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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다루는 것도 동양과 서양이 달랐다고 이야기한단다. 미국 같은 경우 땅이 넓다 보니, 그러니까 공간이 넘쳐 나니까, 시간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 거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건축이 발전하였고, 동양의 경우, 특히 일본 같은 섬나라는 공간이 부족하고 시간이 남는 경우는, 공간을 확대하기 위해 시간을 지연시키는 방향으로 건축이 발전하였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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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그의 주장에 의하면 미국과 같이 공간이 넘쳐 나는 지역에서는 시간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 거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건축이 발전해 왔다고 한다. 고속도로가 대표적인 예다. 멀리 떨어진 도시로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발전한 건축 시스템이다. 이와는 반대로 일본 같은 섬나라에서는 공간이 부족하고 시간을 오히려 남는다. 이런 경우에는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시간을 지연시키는 쪽으로 건축이 발전해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같은 면적의 공간이라도 이동 시간을 늘리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면 많은 기억이 남게 되고, 따라서 공간이 더 넓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일본 전통 정원의 경우, 좁은 공간을 넓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일본 전통 정원의 경우, 좁은 공간을 넓게 인식되게 하려고 분절되고, 회전하고, 돌아가는 식의 장치를 만들어서 시간을 지연시켰고 그렇게 함으로써 같은 공간이라도 실제보다 더 넓게 인식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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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중세를 넘어오면서, 서양과 동양은 서로 교류를 하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근현대에 와서는 하나의 세계가 되었다고 봐야 해. 그렇다 보니, 동양의 건축물에 서양의 건축의 특징이 더해지고, 서양의 건축물에 동양의 건축이 특징이 더해지고 있단다. 그런 건축물들을 만드는 건축가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가 되었단다. 아빠는 모르지만, 르 코브쥐이에라는 유명한 건축가가 있대. 그가 근대 건축의 5원칙을 정의했다고 하는데, 그 중에 하나만 빼고는 동양 건축의 특징이라는구나. 그러니까 르 코브쥐이에가 이야기한 5원칙은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근대 서양건축의 5원칙이라고 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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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241)

인터넷에서 르 코브쥐이에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근대 건축의 5원칙이 나온다. 근대 건축의 5원칙은 근대 건축이라면 가질 법한 다섯가지 특징을 코르뷔지에가 정리해 놓은 것이다. 여기서 간단히 소개한다면, 1. 필로티, 2. 옥상 정원, 3. 자유로운 평면, 4. 자유로운 입면, 5. 리본 수평창이다.

그런데 사실 르 코르뷔지에가 이야기한 근대 건축의 5원칙이라는 것이 두 번째 항목인 옥상 정원을 제외하고 나면 다 동양의 기둥식 구조의 건축에서 보이는 디자인과 거의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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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 책에는 많은 사진 자료들이 나오는구나. 그 사진들을 보니 건축물들이 그냥 건물이 아니라, 예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그 사진들을 보니 직접 보고 싶은 생각도 들더구나. 하지만 지금은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코로나 시대이 코로나 시대는 언제 끝날지 모르겠구나. 그렇게 이야기를 해도 일부 교회에서는 대면 예배를 강행하고 있더구나. 아빠는 잘못된 신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의 지은이 유현준은 종교는 집단 공간이 만드는 권력이라고 설명하면서, 모이지 못하면 권력을 잃게 된다고 하더구나. 그러니까 그들이 대면 예배를 하는 것은 하느님의 뜻을 따르려는 것보다, 권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이구나. 아무튼, 참 나쁜 사람들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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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한 공간에 모이지 못하면 종교는 집단 공간이 만드는 권력을 잃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전염병은 종교 단체 최고의 적이다. 역사적으로 중세 때 흑사병으로 천 년 동안 무소불위의 권위를 가졌던 교회가 힘을 잃었고, 이후 르네상스라는 인문 개혁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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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길거리에 다니면서 건물들을 한번 더 살펴보게 되더구나. 저건 서양식 건물이고, 저건 동양식 건물이고저건 공간이 강조된 건물이고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지


PS:

책의 첫 문장 : 건축가로서 창조적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책의 끝 문장 : 그리고 그런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창조적 영감은 갈등을 화합으로 이끌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기둥 중심의 건축으로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건축 공간이다 보니 여러모로 주변과의 ‘관계’가 중요한 건축으로 발전했고, 이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벼농사를 지으면서 집단행동이 필요해져 사람 간의 관계에 무게를 두는 가치관이 형성됐다면, 건축을 통해서는 사람과 건축과 주변 자연환경과의 관계에 무게를 두는 디자인관이 발전하게 된 것이다.- P77

생각은 창작자 자신이 의식을 하건 안 하건 상관없이 영향을 받고 진화하는 법이다. 산업혁명으로 늘어난 제품들을 팔기위해서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를 비롯해서 1886년에는 에펠탑이 지어진 파리 만국박람회,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 등 수많은 박람회의 국가관을 통해서 세계 각국의 건축 디자인이 교류되고 소개되었다. 이러한 문화적인 흐름 속에서 이미 서양의 문화는 다른 대륙의 문화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러한 거대한 시대 흐름 속에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공간에 대한 생각이 서양식에서 동양식으로 점차적으로 진화해 갔을 것이다. - P245

건축에서 가장 변화하지 않는 것은 ‘중력’이라는 법칙이다. 많은 건축이 다양한 디자인을 하지만 태초부터 바뀌지 않는 건축의 본질은 중력과 싸워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현대 건축에서는 구조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형태의 건축물이 디자인되기도 한다. 구조적으로 파격적인 디자인은 본능적으로도 파격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항상 감동을 준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랜드마크 건물은 구조적으로 만들기 어려운 건축물들이었다. 이런 현상을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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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20-10-28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시는...>읽고있는데 이 양반 좀 흥미롭다 싶어서 다 읽어볼 요량입니다만...작가의 해석이 독보적인 글인듯 합니다

bookholic 2020-10-30 00:22   좋아요 1 | URL
저는 개인적으로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가 좋았어요.. 카알벨루치님도 즐거운 독서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