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업의 주체는 지역의 소농이다. 땅심을 북돋고, 논밭 농사와 상호 순환하는 축산을 유지하고, 지역사회 먹을거리체계를 지탱하는 원천은 소농이다. 미국 농무부가 지원하는 다국적 농기업은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업통상은 소농의 자치를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힘은 무역이 아니라 소농이 중심이 된 지역사회 자치에 있다. 특히 새 농업통상은 여성 농민의 역할을 중요하게 인식한다. 지구의 보편적 규범으로, 여성이 생산과 유통의 주체가 되어 지역사회 속에서 식량보장계획을 주도하도록 지지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여성 농민에게 농업 공동경영주의 법칙 지위를 보장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36)

이제 도시로의 집중과 개발은 한계에 달했다. 코로나19, 기후위기, 환경위기, 농업위기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먼저 농어촌을 돌봐야 한다. 농어촌 주민에게 기본소득은 이러한 문영의 전환을 위한 소중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가지 않았던 길을 가도록 요구하고 있다. 농촌기본소득은 그 길의 나침반이자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56)

재생가능에너지를 정말 옹호한다면, 자신이 서 있는 자리부터 돌아봐야 한다. 지배엘리트의 관점에서 농촌, 산촌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숲과 환경을 지배 대상으로만 보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농촌의 관점, 농민의 관점, 숲의 관점에서 재생가능에너지를 바라보고, 다시 한번 자기 지역 에너지는 자기 지역에서 해결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에너지전환을 앞당기는 방법이 될 것이다. 그래야 도시와 공장 곳곳에서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려고 애쓰게 될 것이고, 전기 소비를 줄이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전환을 앞당기는 방법이다.

 

(58)

농촌 없는 사회란 상상할 수도 없다. 농촌이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곳이 되면, 그 사회는 망할 것이다. 농민이 있어야 농촌이 살지만, 농촌이 살 만한 곳이 되지 못하면 농민도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농촌, 농민, 농업은 서로 떼래야 뗄 수 없다. 그리고 기후위기가 심각해질수록, 농촌-농민-농업의 가치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는 한반도에서 식량위기로 나타날 것이다. 곡물자급률이 20%대에 머무르는 사회에서 정치와 언론이 이렇게 농촌-농민-농업을 홀대한다는 것은 사회적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102)

농사를 대규모로 짓고 농사짓지 않고 착취하는 수탈계급이 생기면서 인간 문명은 망가지기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농사를 바라보는 저의 관점은 이중적이 되었습니다. 농업문명은 지주-소작인 계급문명으로 변질되더니 약탈과 전쟁이 불가피하게 되었습니다. 자급 중신의 농사문명이 교환 중심의 농업문명으로 바뀐 건 동력 기계와 자본주의가 출현하면서 결국에는 농업이 산업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서구 제국주의 지식인들과 아류들이 말하는 직선적 역사발전 단계설이란 결국 탐욕과 착취를 무한 추구하는 어리석은 인간들이 쌓아올린 바벨벨탑입니다. 자본주의 근대문명의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역사가 종식된 지상천국이 아니라 지옥이지요. 그러니 이제 우리 모두는 모래성을 허물고 흙으로 되돌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108-109)

한 스위스 수녀님이 20대 때 우연히 한국에 오게 되었답니다. 1970년대 초였는데 서울의 판자촌에 가게 되었던 거예요. 그리고 거기서 여남은 명 되는 동네 아이들이 아이스크림 하나를 나눠 먹는 장면을 보았다고 해요. 이 수녀님이 그 모습을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고, 또 감격을 했던 거예요. 그래서 한국에서 이런 사람들하고 같이 살고 싶다고 결심을 하고 고아들, 집 없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 거두면서 평생을 한국에서 살았답니다. 그리고 은퇴를 해서 충청도 어디 시골에 가서 혼자 살고 계셨는데, 그 당시에 기자가 찾아가서 인터뷰를 했어요. 그동안 한국에서 살아온 이야기, 지금 살고 있는 이야기를 기자가 들었는데, 그분이 굉장히 화가 나 있더라는 거예요. 한국이 너무 달라졌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이곳으로 와서 살지 않았다, 지금 한국은 사람 사는 사회가 아니라 돈만 아는 짐승들이 사는 곳이다, 한국이 이렇게 사나운 사회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하면서 눈물을 흘리셨다고 합니다. 그걸 제가 신문에서 보면서 마음이 얼마나 아프던지요.

 

(114-115)

20세기 초에 미국 농무성 토양관리국장으로 있던 프랭클린 H.킹이라는 사람이 조선, 일본, 중국, 만주를 둘러보고 난 뒤에 돌아가서 <4,000년의 농부>라는 책을 썼어요. 동양에 가보고 탄복했다, 동양 사람들이 굉장히 지혜롭게 토양을 관리하더라는 거예요. 이 사람이 깜짝 놀란 게 뭐냐면 인분을 거름으로 쓰는 거였어요. 서양 사람들은 가축분뇨를 퇴비로 쓴다는 것까지는 알지만 임분을 쓴다는 개념이 없었어요. 그런데 인구가 많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인분을 농사에 쓰지 않고 강이나 바다에 버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강물, 바다 다 오염됩니다. 동양 사람들은 과학적 지식이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오랜 옛날부터 이것을 삭혀서 발효시켜가지고 도로 농토로 넣어줬어요. 그렇게 해서 농토가 지력이 고갈되지 않았던 것이죠. 우리가 작물을 키워서 먹으면 그만큼 땅에 있던 양분이 뺏기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다시 땅으로 돌려주는 거예요. 이 순환을 4,000, 아니 만 년 동안 계속하니까 땅이 보호가 되는 거죠. 게다가 논농사는 수전(水田)입니다. 표토가 날아갈 일이 없어요. 그리고 논은 기후도 조절합니다. 우리나라 전체 대형 댐 한 10개 이상의 물 저장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논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116)

저는 밥에 대해서 우리가 좀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이 밥이 어디서 나오는가. 이 밥을 지키기 위해서 농민들이 어떻게 고생하는가. 하늘과 별과 바람과 비가 땀과 결합해서 종합 예술품으로서 쌀이 나오는 거잖아요. 일찍이 해월 최시형 선생님이 밥 한 그릇을 제대로 알면 만사를 안다 그랬는데, 하나도 과장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걸 압축하고 있는 말이 공양인 거예요. , 하늘과 농부와 별과 바람과 비가 결합해서 하나의 제물이 되어서 나를 모시는구나. 그걸 깨닫는 순간 밥 먹는 시간이 한없이 거룩해집니다. 쌀 한 알 한 알 씹으면 희열이 생깁니다. 나한테 희생되겠다고 온 거잖아요. 그렇게 되면 뭐 쌀 아껴라, 밥풀 함부로 버리지 마라,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없겠죠. 자연히 경건해지니까요. 해월 선생은 이천식천(以天食天)이라고 그랬습니다. 만물의 관계는 이천식천이다. 하늘이 하늘을 먹여 살리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그분이 말한 하늘은 모든 생명을 말하는 거예요. 하늘의 도움 없이, 하늘의 정기 없이는 어떤 생명도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게 없어요.

 

(207)

2015년 여름 인권사회학자 조효제 교수는 칼럼 기후변화, 절체절명의 인권’(<한겨레>, 2015 8 19)에서 기후변화를 가장 심각한 구조적 폭력이며 “21세기 인권침해의 주범 중 주범이라 확신한다며, 기후변화가 인권에 주는 끔찍한 함의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불면의 밤을 뒤척여야 정상이 아닐까라고 물었다. 인권침해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설정되는 관계만을 인권문제로 파악하는 기존의 인권담론에서는 기후위기로 인한 시스템적, 구조화된 인권문제는 배제된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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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1 00: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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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1 0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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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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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요즘 책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경로는, 알라딘 인터넷 서점 책 전용 SNS인 북플을 통하는 경우가 많단다. 이번에 읽은 <사랑의 역사>도 거기서 많이 올라와서 알게 된 책이란다.

진부한 책제목. 사랑의 역사. 원제도 확인해 보니 The history of love… 그런데 진부한 책제목과 달리 책에 담긴 이야기는 마음을 울리고, 잊었던 사랑의 감정을 불러 일으킬 만했단다. 누구나 자기만의 사랑의 역사를 가지고 있을 거야. 너희들도 앞으로 살면서 너희들의 사랑의 역사를 만들어가겠지. 그리고 자기만의 사랑의 역사는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가 되겠지. 그러면 이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사랑이야기가 있을까. 그 많은 사랑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단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를 해주려고 하는데, 살짝 걱정이 되는구나. 이야기가 너무 얽히고 설켜서 너희들에게 잘 이야기를 해줄지 모르겠구나. 얼마 전에 엄마가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책이 있냐고 물어봐서, 이 책이 괜찮았다고 하니, 내용이 뭐냐고 물어봐서, 줄거리를 이야기하다가 5분도 안되어 이야기가 꼬여서, 한번 읽어보시라 하고 끝맺음을 했는데 말이야. 너희들에게는 잘 한 번 풀어보려고 노력을 해볼게. 중간에 한번 읽어보라고 하면서 편지를 끝내도 이해해주렴.


1.

때는 세계 2차 대전이 한창일 때 폴란드한 사랑하는 젊은 연인이 있었어. 그들은 모두 유대인으로 나치로부터 핍박을 받고 있었어. 많은 유대인이 그런 것처럼 그들은 유럽을 떠나 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했단다. 여자의 식구들이 먼저 미국으로 왔단다. 그런데 뒤늦게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남자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응답이 없었어. 유대인에 대한 대규모 살상 소식이 전해졌고, 남자가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단다. 그 남자의 이름은 레오폴드 거스키였고, 그 여자의 이름은 앨마 메러민스키였단다.

앨마는 미국에서 아들 아이작을 낳았단다. 그리고 일자리를 얻게 되었는데, 그 회사의 사장의 아들과 사랑하게 되었고, 결혼을 하게 되었단다. 그렇게 미국에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었는데, 죽은 줄 알았던 레오(레오폴드)가 찾아왔어.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지.

레오는 원래 작가 지망생으로 글도 많이 쓰고 그랬어. 출간하려고 책도 두어 권 썼으나 지금은 남아 있는 원고는 없었어. 그는 미국에 와서는 밑바닥 인생을 살면서 힘들게 살아갔단다. 많은 일을 했지만, 열쇠수리공이 정식 직업이었고, 세월이 흘러 그것도 은퇴를 해서 혼자 쓸쓸히 노후를 보내고 있었단다. 삶에 쫓겨서일 수도 있고, 앨마에 대한 사랑을 잊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는 결혼하지 않고 평생 독신으로 살았단다. 유일한 친구는 윗집에 살고 있는 홀아비 브루노가 전부였단다. 하지만, 알고 보니 브루노도 오래 전 죽은 친구로, 레오의 상상 속에 있는 친구였단다.

미국으로 건너오기 전에는 여러 친구들이 있었지. 전쟁 통에 뿔뿔이 흩어졌고, 나중에 간신히 연락이 닿은 친구들은 이미 세상을 등지기도 하고불우한 인생이었단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 켠에는 늘 사랑했던 앨마와, 앨마와 자신의 아들 아이작이 있었단다. 아이작이 자신의 존재를 알지 못하지만 멀리서 그를 지켜보곤 했어. 아이작은 유명한 작가가 되었는데, 레오는 팬 싸인회에 참석하기도 했단다. 레오가 젊은 시절을 작가 지망생이었던 만큼 글쓰기 재주가 있었는데, 아들 아이작도 그 재능을 물려받은 것 같았지. 어쩌면 자신의 꿈을 아들이 대신 이루어냈다고 뿌듯해했을 것 같구나.


2.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단다. 이스라엘 출신의 다비드와 영국 출신 샬럿의 사랑이야기. 그들은 사랑을 하게 되고, 천문학자였던 다비드의 직장 때문에 미국으로 이사를 오게 된단다. 그리고 미국에서 첫째 앨마와 둘째 버드가 태어난단다. 첫째 앨마의 이름은 엄마와 아빠가 좋아하는 <사랑의 역사>라는 책의 주인공에서 따왔다고 했어. 행복한 가정은 오래가지 못했어. 앨마는 일곱 살 때 아빠 다비드가 병에 걸려 돌아가시고 말았거든. 엄마 샬럿은 아빠를 잊지 못하고 계속 혼자 지내고 있었어.

시간을 흘러 앨마는 열다섯 살이 되었단다. 샬럿의 직업은 번역가였는데, 어느날 이상한 제안이 왔단다. 제이컵 마커스라는 사람이 편지로 연락이 왔는데, 스페인어로 된 <사랑의 역사>를 번역해 달라는 내용이었단다. 다른 책도 아닌 <사랑의 역사>라니엄마는 그 제안을 받았고, 번역을 해서 4번에 나눠 보내주기로 했단다. 앨마는 이 이상한 인연이 엄마의 운명이라고 생각했어. 아빠가 돌아가시고 지금까지 혼자 지낸 엄마의 짝이 드디어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지. 엄마가 번역본을 보내는 심부름을 앨마에게 시켰는데, 앨마는 엄마 몰래 엄마인 척 하면서 제이컵에게 편지를 보냈어. 레오가 사랑하는 앨마와 구분하고 위해서 여기 앨마는 앞으로 앨마 싱어라고 이야기할게.

샬럿과 다비드가 그토록 사랑하는 책 <사랑의 역사>는 어떤 책이냐그 책은 지은이는 즈비 리트비노프라는 사람이란다. 그가 남긴 유일한 책이 <사랑의 역사>라는 책인데, 그가 살아 있는 동안은 인정을 받지 못했고, 나중에 우연히 알려지게 된단다. 그 책이 널리 알려지는데 공을 세운 이가 다비드 싱어였는데, 남미 여행 중에 다비드 싱어가 이 책을 중고서점에 우연히 발견되었고, 이 책의 내용이 너무 좋아 아내 샬럿에게 선물을 했던 거야. <사랑의 역사>의 여주인공의 이름이 맨 처음 이야기했던 레오가 사랑했던 앨마와 똑같았잖아. 그렇다면 즈미 리트비노프와 앨마와도 무슨 관계가 있을까? 그건 조금 있다가 다시 알려줄게.


3.

레오는 우연히 신문 기사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보게 된단다. 아들 아이작이 죽었다는 기사였어. 이제 60살밖에 되지 안 되었는데 죽다니레오가 사랑했던 앨마는 이미 5년 전에 죽고 없었어. 그런데 자신보다 아들이 먼저 죽다니레오는 아이작의 장례식에 꼭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자신의 신분을 밝힐 수 없으니 먼 친척이라고만 하고, 아이작의 이부 동생인 버나드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어. 아이작의 집에 가서는, 자신과 앨마가 어린 시절 폴란드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하게 되어 몰래 가지고 오기도 했단다. 그 옛사진을 누가 신경이나 쓰겠니.

….

레오의 젊은 시절. 기자였던 즈비 리트비노프와 친구였단다. 앞서 이야기했던 <사랑의 역사>의 지은이 즈비와 레오는 친구였던 거야. 즈비도 마찬가지로 유대인이었고, 유럽을 떠나 남미로 향했어. 그때 레오는 자신이 쓴 원고를 그에게 보관해달라고 부탁했어. 즈비가 도착한 땅은 칠레. 그곳에서 로사라는 여인과 만나 결혼도 해서 정착을 했단다. 앨마도 그랬듯이 즈비도 레오가 죽은 줄 알았어. 그리고 그의 손에는 레오의 원고가 있었지. 즈비는 폴란드말로 되어 있는 레오의 원고를 스페인어로 번역해서 출간하였단다. 그가 추가한 글은 마지막 장 레오폴드 거스키의 죽음이 전부였단다. 즈비가 그 책을 비록 출간했지만, 그는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갔단다.

뒤늦게 레오로부터 연락이 왔어. 자신이 미국에 왔다면서 원고를 보내달라고하지만, 그 연락을 즈비가 받지 못했어. 당시 즈비는 큰 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있었거든. 레오의 연락을 받은 것은 즈비의 아내 로사였고, 로사는 레오에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어. 몇 년 전 홍수로 원고를 잃어버렸다고 말이야.

, 정리를 하면레오가 자신의 원고를 즈비에게 주었고, 즈비는 레오가 죽은 줄 알고 레오의 원고를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했고, 그 책을 다비드 싱어가 중고서점에 발견하여 샬럿에게 선물했고, 그들은 결혼하여 첫 번째 아이의 이름을 그 책의 여주인공 앨마로 지었고이해했지?


4.

다시 샬럿과 다비드의 열다섯 살 딸 앨마 싱어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꾸나. 호기심 많은 앨마는 <사랑의 역사>라는 책에 나온 여주인공 앨마 메러민스키가 실존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찾아 나섰단다. 어떤 인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알고 싶었지. 하지만 그런 이름을 갖고 있는 이는 없었어. 당연했겠지. 앨마는 결혼해서 다른 성을 쓰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열다섯 살 앨마는 책 속의 앨마의 결혼 후 성을 알아내고 찾아갔지만, 이미 5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했어. 다만 앨마의 아들이 아이작이라는 작가라는 것을 알고 그의 집에 쪽지와 연락처를 남겨두고 왔단다.

그런데 그 일이 있고 얼마 뒤 아이작의 부고 소식을 기사로 접하게 되었단다. 앨마는 아이작이 어떤 작가일까? 생각하고 그의 대표작 <치유>라는 책을 읽어. 그런데, <치유>라는 책의 주인공 이름이 다름 아닌 제이컵 마티스. 바로 엄마한테 <사랑의 역사>의 번역을 맡긴 제이컵 마티스와 같았어. , 앨마의 머릿속의 한줄기 깨달음. 제이컵 마티스는 바로 아이작이었구나.

아이작이 엄마한테 번역을 맡긴 거야. 그럼 왜? 아이작은 그 <사랑의 역사>라는 책의 번역을 의뢰했던 것일까. 아이작은 5년 전 엄마 앨마가 죽고 나서 엄마가 레오 거스키라는 사람과 주고 받은 편지를 발견하게 돼. 그리고 편지 내용은 스페인어로 된 책 <사랑의 역사>의 이야기와 일치했단다. 그래서 아이작은 레오 거스키라는 사람이 자신의 진짜 아버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고, 제대로 읽기 위해 <사랑의 역사>의 번역을 의뢰했던 것이야. 하지만, 아이작은 번역본 전부를 보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것이란다. 아이작이 죽기 전에 네오가 자신과 앨마 사이의 이야기를 적어 아이작에게 보낸 적이 있는데, 그 원고가 아이작이 죽고 나서 발견이 되어 아이작의 유고로 오인해서 출간되었단다.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가하면서 말이야레오도 아들의 이름을 빌어 인정을 받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구나.

자 이제 소설의 마무리로 달려가보자꾸나. 레오가 사랑했던 많은 이들이 거의 다 죽었잖아. 이제 레오도 죽음을 기다리는 것으로 그의 사랑의 역사도 마무리할 시점이었지. 그런데, 앨마라는 사람으로부터 만나자는 쪽지를 받게 된단다.

그 쪽지의 사연은 이랬단다. 앨마 싱어의 남동생 버드가 오해를 하나 하게 돼. 버드가 누나의 노트를 몰래 봤는데, 거기에서 앨마 메러민스키라는 이름을 보게 돼. 그게 누나의 진짜 이름인 것으로 오해를 했어. 성이 다르니, 누나의 진짜 아빠는 메러민스키라는 사람일 거라고 추측해. 그리고 아이작의 동생 버나드의 전화를 받게 되는데… (앨마 싱어가 아이작이 죽기 전에 아이작의 집에 쪽지와 전화번호를 남겼거든…_) 그래서 버드는 레오폴드와 누나 앨마에게 편지를 써서 서로 만나자는 약속을 정하게 되고레오폴드는 깜짝 놀라게 되지. 죽은 앨마가 만나자고 하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 장소에 가보니, 그 옛날 십대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는 앨마가 서 있었어.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든다면, 아름다운 엔딩 장면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햇살 따스하게 내리 쬐는 공원에서 레오폴드와 앨마의 만남좀더 상상의 날개를 펴면 레오폴드는 십대의 모습으로 변하고, 앨마 싱어는 레오폴드가 사랑했던 앨마 메러민스키로 바뀌면서….  서로 미소 지으며 끝. 이 책의 줄거리를 이야기를 어떻게 해주어야 하나 걱정했는데, 어찌저찌하여 마무리는 했구나. 오랜만에 괜찮은 사랑 이야기를 잘 읽었단다. 지은이는 니콜 크라우스라는 사람인데  그 분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었어. 그의 다른 소설들도 한번 살펴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내 부고가 쓰일 때, 내일. 혹은 그다음날. 거기에는 이렇게 적힐 것이다.

책의 끝 문장 : 그것이 그의 삶이 전부였다.


내 책에는 내가 가슴으로 외우는 단락들이 있다.

가슴으로(by heart), 이것은 내가 가벼이 쓰는 표현이 아니다.

내 심장(heart)은 약하고 믿을 수 없다. 내가 간다면, 그건 심장 때문일 것이다. 나는 심장에 되도록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무언가 심장에 영향을 줄 것 같으면, 방향을 다른 데로 돌린다. 예를 들어, 내 위장, 혹은 폐, 폐는 잠시 작동을 멈출 수는 있겠지만 아직까지 다음 숨을 쉬지 못한 적이 없다. 거울 앞을 지나다 내 모습을 일별할 때, 혹은 정류장에 있는데 아이들이 내 뒤에 와서, 누가 똥냄새를 풍기는 거야? 하고 말할 때 – 날마다 겪는 작은 모욕들 – 나는 그것들을 대개는 간에서 받아낸다. 다른 피해들은 또다른 곳에서 받는다. 모든 상실한 것들에서 받는 타격은 췌장이 전담한다. 상실한 것들이 너무 많은데 비해 그 장기는 너무 작은 게 사실이다. - P20

인간의 최초 언어는 손짓이었다. 사람들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이 언어는 전혀 원시적이지 않았으며, 손가락과 손목의 섬세한 뼈를 이용한 무한한 조합의 동작으로 현재 우리가 쓰는 말 가운데 표현할 수 없는 것은 없었다. 손짓 하나하나가 복잡하고 미묘했으며, 그 움직임을 통해 발휘되었던 섬세함은 그때 이후로는 완전히 상실되었다. - P111

우리가 손짓의 언어를 완전히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말을 하며 손을 움직이는 습관이 그 언어의 잔재다. 손뼉을 치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엄지를 치켜세우고 하는 모든 것이 고대의 손짓이 남긴 유물이다. 예를 들어 서로 손을 잡는 것은 함께 있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기억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너무 어두워 앞이 보이지 않는 밤중에는 뜻을 전하기 위해 서로의 몸에 대고 손짓을 할 필요를 느낀다. - P113

사람들이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느끼고 싶은 욕망도 커졌다. 이따금 심하게 상처를 받으면서도 그들은 더 많이, 더 깊이 느끼고 싶어했다. 사람들은 감정에 중독되었다. 새로운 감정들을 발견하려고 발버둥을 쳤다. 예술은 바로 이런 식으로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종류의 기쁨이 새로운 종류의 슬픔과 함께 만들어졌다. 예컨대, 있는 그대로의 삶에 대한 영원한 실망, 예상치 못한 유예가 주는 안도감, 죽음에 대한 두려움. - P160

몽상에 빠져 있다가 내려야 할 정류장을 놓쳐서 열 블록을 되돌아 걸어가야 했는데, 한 블록씩 지날 때마다 불안은 커지고 확신을 줄어들었다. 앨마가 – 실제 살아 있는 앨마가 – 정말로 나온다면 어떡하지? 책 속에서 걸어나온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거지? <사랑의 역사>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면 어떡하지? 들어본 적은 있지만 잊고 싶다면? 그동안 앨마를 찾느라 너무 바쁜 나머지, 정작 그녀가 발견되기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 P269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때가 있었고,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한 때도 있었다. 최소한 삶을 꾸리기는 했다. 어떤 종류의 삶? 그냥 삶. 나는 살았다. 쉽지는 않았다. 그렇긴 하지만. 절대로 견딜 수 없는 것이란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 P340

정말이지, 별로 말할 것은 없다.
그는 위대한 작가였다.
그는 사랑에 빠졌다.
그것이 그의 삶의 전부였다. - P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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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 2021-03-17 0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멋진 어머니세요 ㅠㅠㅠㅠㅠ..... 딸과 아들 분이 정말 부럽네요!:)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는데, 정성스런 독서편지에 감동받아서 꼭 읽어야겠네요!

bookholic 2021-03-17 08:00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그런데, 제 리뷰가 스포일러가 되었을까 걱정이네요...
그런데 읽어보시면 위 리뷰가 여기저기 오류들이 있었음을 알게 되실 거예요..
(몇몇 기억이 애매한 부분은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써서~~^^)
즐거운 독서 되시길 바랍니다.
아참, 그리고 제 프로필 사진 때문에 가끔 ‘엄마(또는 어머니)‘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아빠랍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나탈리 2021-03-17 09:20   좋아요 1 | URL
세상에 제가 편견이 있어나봐요 ㅎㅎ ㅠㅠ 너무나 당연하게 어머니라고 생각하다니....
정말 멋진 아버지분으로 정정할게요!!!
좋은 책은 알고있어도 좋은 책이니까요!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새파랑 2021-03-17 0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네요~!설명하기 힘든 책이던데... 저도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이 책이 제일 감동있고 재미있었습니다 ㅎㅎ 딸과 아들이 부럽네요^^

bookholic 2021-03-17 08:03   좋아요 1 | URL
ㅎㅎ 고맙습니다.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 쓴 리뷰일 뿐인데, 칭찬을 해주시니...
다시 읽어보니 문맥이 좀 안 맞는 부분도 있고... 줄거리를 휙 건너뛴 부분도 있고...^^
말씀하신 것처럼 이 책 잔잔한 감동을 마구 뿜어냈던 것 같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12)

산악파는 열이면 열 모두 사형에 표를 던졌고, 평원파의 38퍼센트가 그들과 함께 찬성표를 던진 반면, 오로지 14퍼센트의 지롱드파만이 시역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자코뱅 당원들 중 가장 결연한 자들 눈에는 지롱드파의 이 신중함이 위태한 이 시기에 비난받아 마땅한, 위험한 계산일 뿐이었다.


(41-42)

장 봉 생탕드레는 편지에 다음과 같이 썼다. “도처에서 사람들은 혁명에 지쳐 있습니다. 부자들은 혁명을 싫어하며, 가난한 자들에게는 빵이 부족하고, 비난해야 할 것은 우리라고 사람들은 그들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에 기력을 북돋우려고 우리는 모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시체들에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가난한 자들에게 빵이 없지만 곡물이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곡물을 꼭 쥐고 놓지 않고 있습니다. 가난한 자들에게 살 길을 긴급히 내주어야 합니다. 그들이 혁명을 완수하도록 우리를 돕기 원한다면 말입니다......

방데와 그 인근의 도에서 생긴 혼란이 아마도 걱정스러울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위험한 것은 그들 모두의 가슴속에 자유에 대한 신성한 열정이 질식되어 있기 때문일 뿐입니다.”


(138)

뤼오가 결론지었다. “얼마나 이상한 국가인가. 모든 일에서 극단을 달리다니! 프랑스는 왕을 숭배했다가, 마지막 왕을 죽였다. 가톨릭 신앙의 멍에 아래 기꺼이 숙이고 들어갔다가, 막 완전히 뒤집어 엎었다. 중간 조치는 전혀 모른다……. 이 모든 것의 마지막은 무엇일까? 비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녕, 나의 친애하는 친구여, 더 보지 않으려 내 눈에 띠를 맨다네……”


(155-156)

전에는 신권을 가지고 있던 왕이, 왕비가, 1788년 자유를 위해 일어났던 바르나브가, 마르세유 대표자들과 함께 1792 8 10일 튈르리 궁 공격에 나섰던 바르바루가, 브리소가 그들의 머리를 창문에 내놓았다면, 그들처럼 널빤지 위에 굴러떨어지지 않으리라 확신한다고 할 수 있는 이가 누구겠는가? 로베스피에르 자신도 외쳤다.

사람들이 나에게도 역시 공포의 생각을 심으려 했으나, 위험이 나에게 뭐 그리 중요한가? 나의 생명은 조국의 것이고, 내 심장은 걱정에 사로잡히지 않으며, 내가 죽는다면 그것은 나무랄 것도, 수치스러워할 것도 없는 일이 될 것이다.”


(170)

혁명 정부의 동력은 덕이며 동시에 공포입니다. 덕이 없으면 공포는 파국을 초래합니다. 공포가 없다면 덕은 무력합니다.”

기요틴은 사람들을 고결하게 만드는 기계와 같은 것이었다.


(208)

구체제에서 손가락질을 받으며 국내 통관세 세무 관리 노릇을 한 징세 청부인 스물일곱 명을 죽였다.

그들 중에는 위대한 화학자 라부아지에도 있었다.

루이 16세의 누이인 마담 엘리자베트도 죽였다.

이는 복수의 살인이었다.

그렇게 공화국을 정화했다.’

로베스피에르의 제안하에, 보클뤼즈와 부슈뒤론의 연방주의자들왕당파들의 재판을 위한 인민위원회를 오랑주에 창설했다. 이 위원회는 사형 332건을 선고했다.


(263-264)

뤼오가 썼다. “, 혁명에서 각 개인의 열정은 끔찍하고 수치스러운 것이다. 그 열정들은 가장 활발한 이들을, 이 혁명을 그 목적에 이르도록 이끌 능력이 가장 많은 이들을 사형대로 보낸다. 열정에 빠져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이들은 사형 집행인의 손으로 서로를 죽이고, 자신들의 대의명분을 약화하며, 인류 역사의 이 놀랍고 숭고한 모험을 불명예스러운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268)

캉바세레스가 말을 이어 갔다. “우리의 불행도, 우리의 잘못도 서로에게 비난하지 맙시다. 혁명은 이루어졌습니다…… 혁명은 희생자들을 대가로 요구했으며, 운명이 뒤집혔습니다. 여러분은 모든 사건들 각각에 대한 조사를 허락할 것입니까? 건물이 완성되면, 장비를 처분하는 건축가는 협력자들을 부수지 않습니다. 인민과 국민공회가 하나를 이루는 한, 자유의 적들의 노력은 우리 발아래 숨이 끊어지게 될 것입니다.


(324)

나폴레옹이 형 조제프에게 썼다. “나는 삶에 큰 애착이 없으며, 큰 애정을 갖고 삶을 바라보지도 않고, 항상 전투 전야의 마음 상태로,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죽음이 한가운데 있을 때 걱정이나 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생각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계속된다면, 형님, 나는 결국 지나가는 마차에게 길을 비켜 주지 않게 될 것입니다.

나의 이성은 종종 이런 것에 놀랍니다. 그러나 이는 이 나라의 도덕적 광경과 습관적 우연이 나에게 만들어 놓은 경향입니다.”


(406)

보나파르트가 결론에서 말했다. “나에 대해 말하면, 나는 여러분에게 휴식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나는 당신들이 나에게 준 신뢰를 정당화했으며,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 이상의 영광을 획득했습니다……. 신의 없는 의도를 나에게 돌리려는 중상모략은 허망한 노력이 될 것입니다. 시민으로서 나의 경력은 나의 군 경력과 마찬가지로 하나며 단순한 것이 될 겁니다……”


(486)

그가 말했다. “시민 총재들이여, 나는 이 칼을 오로지 공화국과 그 정부의 보호를 위해서만 뽑을 것임을 맹세합니다.”


(493-494)

보나파르트가 계속해서 말했다. “당신들은 내가 그대들에게 그렇게 빛나는 모습으로 남겨 놓았던 이 프랑스를 가지고 무엇을 했소? 나는 당신들에게 평화를 남겨 놓았소! 나는 전쟁을 재발견했소. 나는 당신들에게 승리를 남겨 놓았소! 나는 그 반대를 발견했소! 나는 당신들에게 이탈리아로부터 수백만 남겨 주었소! 나는 어디서나 약탈의 법칙과 빈곤을 발견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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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플레이스
길리언 플린 지음, 유수아 옮김 / 푸른숲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가끔은 찐한 스릴러 소설이 읽고 싶을 때가 있단다. 그래서 책장을 훑어봤어. 안 읽은 책들로 꽂혀 있는 책장을 훑어 보다가 마주친 책이 바로 길리언 플린의 <다크 플레이스>란다. 예전에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를 괜찮게 읽고 사두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구나. <다크 플레이스>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보지는 못 했어. , 책으로 보면 되지. 밀린 독서 편지를 따라 잡기 위해, 오늘은 짧고 굵게 이야기하고 마무리할게.


1.

이 소설이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출간되었지만, 원작은 2009년에 출간하였더구나. 그러니까 소설의 시기는 그 즈음이라고 이라고 생각하면 돼.

1985 1 2일에서 3일로 넘어가는 겨울 밤. 캔자스의 한 작은 농장에서 잔인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단다. 이혼하여 혼자 아이 넷을 키우고 있던 패기열다섯 살 먹은 큰아들 벤이 일가족을 잔인하게 죽인 사건이었어. 막내딸 리비가 숲으로 도망을 가서 간신히 살아남았고, 엄마 패기, 언니들인 미셸과 데비도 모두 죽었어. 벤은 그 사건으로 감옥에 갇혀 있었단다. 가족 없이 고아가 된 리비는 이모의 집과 먼 친척집에 옮겨 다니며 살았어. 오빠에 의해 일가족이 몰살당하고 혼자 살아 남은 일곱 살 소녀라는 타이틀이 붙은 리비는 많은 동정심을 받으면서 기부금도 많이 받게 되었단다. 그렇다고 그 사건이 잊혀지는 것이 아니니,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고,  후유증으로 어른이 되어서도 제대로 된 직업을 얻지 못했어.

그 사건이 일어난 지도 25년이 거의 다 되었고, 있던 돈도 다 떨어졌어. 25년이나 지난 사건을 다시 소환시켜 기부금을 다시 받기에는, 사람들에게 잊혀질 만큼 오래되었고, 더 잔인한 사건들이 일어나 더 불쌍한 피해자들도 많았어. 그런 와중에 라일이라는 사람이 연락을 해왔어. 자신들의 클럽에 오면 돈을 준다는 거야. 돈이 거의 다 떨어졌으니, 그곳에 안 갈 수가 없었지. 그가 초대한 곳은 킬링 클럽이라는 곳이야. 그 클럽은 다른 여느 클럽과 달랐어. 부스들이 만들어져 있고, 각 부스 별로 유명한 살인 사건에 대해 토론 비슷한 것을 했어. 그 부스 중에는 리비가 겪은 그 사건을 다루는 부스도 있었고, 리비는 그 부스로 초대를 받은 것이란다. 여전히 그 사건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의 공통점은 그 사건의 범인이 오빠 벤이 아니라는 거야. 그렇다면오빠는 범행을 인정하고 감옥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는데


2.

사건이 일어난 1985 1 2일과 그 며칠 전으로 가보자꾸나. 벤이 열다섯 살이었는데, 열다섯 살이면 한창 예민한 사춘기 시절이었지. 안타깝게도 벤은 못된 친구들과 어울렸단다. 트레이. 벤보다 나이는 많지만 여전히 어린 나이인데 사채업을 하는 친구. 디온드라. 벤보다 두 살이 많은 공식 여친. 부잣집 딸이지만, 성격도 안 좋고 트레이와 함께 벤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친구. 그들은 악마를 숭배하는 모임을 갖고 있었고, 가끔 가축들을 죽이는 악마 숭배 의식을 갖기도 했어. 벤은 그 의식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참고 같이 참여하곤 했어.

….

벤이 그들 이외 친하게 지내는 이 중에 열한 살 크리시라는 아이가 있었어. 벤의 여동생 학교에 들렀다가 만난 아이인데, 아직 어리지만 벤의 숨겨둔 순수한 마음과 잘 맞는 아이였어. 집에도 같이 가고 그런 사이였어. 크리시도 벤을 좋아했지. 그런데, 벤이 성추행을 고소당하는 일이 생긴 거야. 크리시 말고도 다른 아이들도 더 성추행을 당했다는 거야. 나중에 밝혀지지만 그것은 크리시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에 의해 허위 진술을 한 것이란다. 하지만 당시에는 벤은 어린 아이들을 성추행하는 못된 아이가 되어 있었어. 소문은 금방 퍼지고, 그 소문은 엄마 패기의 귀에도 들어갔어. 패기는 언니 다이앤과 함께 피해 부모를 찾아가 용서를 구했어. 하지만 외면 당했단다. 아들을 믿고 있었기에 아들 벤을 만나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아들은 어디를 갔는지 보이지 않았어. 예전에 알고 지낸 아들의 친구를 찾아가 보았지만, 그 친구는 벤을 만난 지 오래되었고, 최근에는 악마를 숭배하는 친구들을 만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어. 엄마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충격적인 이야기이겠니. 이쯤 되니, 만약 벤이 무죄라고 하면 그 친구들이 범인을 확률이 높아지겠구나. 벤은 그러면 왜 대신 죄를 뒤집어 쓰고….

이 책을 나중에 읽겠다는 생각이 혹시 있으면, 이 편지의 다음 부분부터는 읽지 않는 것이 좋겠구나. 아빠는 기억을 위해 줄거리 끝까지 적어 놓으니까, 추리 소설이나 스릴러 소설에서 끝을 알면 재미가 반감되니까 말이야. 이 책을 적극 추천하지는 않지만 말이야.


3.

다시 현재로 돌아와 보자꾸나. 리비는 킬링클럽 회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라일과 함께 그 사건의 진실을 찾는데 돕기로 한단다. 가장 먼저 만날 사람은 아무래도 교도소에 있는 오빠 벤이었어. 20년 넘게 감옥생활을 안 벤은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어. 그러면서도 자신은 무죄라고 이야기했단다. 사실 벤이 유죄를 받은 것에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당시 일곱 살이었던 리비의 증언 때문이었단다. 그래서 리비는 감옥에 있는 오빠를 찾아오지도 않았어. 하지만 벤은 리비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어. 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리비도 벤이 정말 범인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이제 리비는 20년 전 그 사건과 연루된 사람들을 찾아 만났어. 성추행을 당했다고 거짓말을 했던 크리시. 크리시는 나중에 리비를 찾아와 자신이 오빠에 대한 허위진술을 했었다면서, 미안하다고 용서를 구했단다. 쓰레기 폐기장에서 폐인으로 지내고 있는 라바의 아빠 러너. 그리고 벤의 그 나쁜 친구들 트레이와 디온드라. 트레이는 사료 장사를 하고 있는데, 여전히 의심되는 말들을 하곤 했어. 디온드라는 그 사건 이후 실종되어 또 다른 피해자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 리비와 라일은 추적 끝에 가명으로 살아가고 있는 디온드라를 만날 수 있었어. 디온드라는 딸 크리스털과 함께 살고 있었어. 그런데 그 딸은 바로 오빠 벤의 딸이기도 했단다. 디온드라는 과거를 잊고 착한 모녀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어. 그러나….. 디온드라를 추궁하자, 리비를 공격했고, 리비는 간신히 도망을 나왔단다. 도대체 1985 1 2일 한밤중에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4.

다시 1985 1 2일로 돌아가보자꾸나. 디온드라, 트레이, 벤은 마약을 먹고, 소를 죽이는 사탄 숭배 의식을 했어. 그리고 그들은 벤에게 도망치자고 했어. 디온드라가 벤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는데, 부모님한테 걸리면 끝장이라면서 도망을 가자고 했어. 열다섯 살 벤이 그 상황에서 이성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지. 벤도 그러자고 했고, 집에 가서 돈을 좀 가지고 오겠다고 했어. 벤과 디온드라가 함께 벤의 집에 갔는데, 아직 잠을 안 자고 있던 벤의 여동생 미셀이 그들을 보았고, 말 다툼을 하다가 디온디라가 미셀의 목을 졸라 죽는 사건이 일어났어. 그런데 둘째 동생 데비가 그 장면을 보고, 무서워서 도망을 갔단다.

한편 그 시간에 엄마 패기는 아들 벤 걱정에 잠을 못 이루고, 현관 밖을 나갔는데, 어떤 괴한이 나타나 패기를 죽였단다. 그 장면을 도망가던 데비가 보았고, 괴한은 데비마저 죽였단다. 그 괴한이 누구일까? 트레이? 뒤늦게 1층에 내려온 벤은 피가 낭자한 엄마와 여동생을 보았고, 그때 숨어 있던 리비가 그런 오빠를 보고 집 밖으로 도망을 간 거야. 기가 막힌 타이밍이구나. 그러니, 리비가 오빠 벤이 범인이라고 할 수 밖에

그런다면 그 진짜 범인 괴한은 누구인가. 그 괴한은 청부살인업자였단다. 누가 부탁을 했냐고? 바로 엄마 패기였어. 패기는 청부살인업자한테 자기를 죽여달라고 요청했어. 왜냐하면 자신이 적지 않은 보험을 들었거든. 찢어지게 가난한 지금의 이 생활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한 거야. 그래서 얼마 전에 청부살인업자에게 부탁을 한 것인데, 그게 그날이었던 것이란다. 그 청부살인업자는 엄마만 죽이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 살인 사건을 목격한 딸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거지. 그도 양심의 가책이라는 것이 있는지, 죄책감을 갖고 있었지. 그리고 다행히 그 집 아들 벤이 다 뒤집어 쓰고 감옥에 갔으니….

디온드라는 미셸을 죽인 죄로 체포되었고, 오빠 벤은 25년만에 무죄로 풀려나게 되었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어. 이런…. 아주 짧게 이야기한다고 할말 안할말 다 하고 완벽한 스포일러로 끝냈구나. 다 지우고 다시 짧게 쓸까?^^


PS:

책의 첫 문장 : 내 몸 안에는 비열함이 실제 장기처럼 자리하고 있다.

책의 끝 문장 : ‘저기 저쪽집으로 돌아가는 평범한 여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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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무엇을 원하시오? 나는 업무에 짓눌려 있고, 겨우 스무 살일 뿐이오. 모든 것이 나를 어지럽히고 있소.” 모르파에게 루이가 말했다.

오직 결정을 내리는 것만이 그 혼란을 멈출 것입니다. 지연하는 것은 일들을 쌓이게 하고 심지어 망치기까지 합니다. 미룬다고 해서 일들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하나에 대해 결정하는 그날에 또 다른 하나가 생겨날 것입니다. 마지막 숨을 쉬는 순간까지 전하의 운명이 될 영원한 풍차입니다.” 모르파의 대답이었다.


(80)

시작된 계획을 포기한다면, 연약함과 불행의 연속에 대해 모든 이들과 제가 예견하는 바를 전하께 아무리 반복해서 말씀드려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전하, 내부의 혼동에 전쟁의 어지러움이 덧붙으면 어떻게 될까요…… 조용한 바다에서도 방향타를 유지하지 못하는 손이 어떻게 폭풍우의 영향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생각과 의지의 그런 변덕스러움, 연약함 뒤에 항상 따라오는 경솔함이라는 습관을 가지고 어떻게 전쟁을 견뎌 낼 수 있을까요?

튀고르의 문장 하나가 루이 16세의 마음을 온통 뒤집어 놓았다.


(159)

국민의회

루이는 이 단어를 되뇌고, 앞에 높인 팸플릿과 그 이야기를 다시 읽었다. 그는 마치 심연의 가장자리에서 서둘러 그 속으로 내던져질 준비가 된 듯이, 현기증에 사로잡히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그의 육체가 망설임과 그 위로 덮쳐 오는 두려움을 동시에 표현하듯이 앞뒤로 비틀거리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190)

바스티유가 함락되었다. 카니발의 외침을 질러 대며, 창끝에 머리들을 달아 내돌리고 있었다.

반란이야.” 루이 16게가 둔탁한 목소리로 우물우물 말했다.

아닙니다. 전하. 혁명입니다.”


(221)

우리를 나누는 계급이 이제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형제입니다.” 노트르담에서 파리 국민방위대의 깃발을 축성하며, 포셰 신부가 선포했다.


(338)

로베스피에르는 또박또박 말했다. “나는 평민 출신입니다. 정의와 인류와 자유에 대한 사랑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열정의 하나입니다. 열정이 지배적일 때는 그것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합니다. 황금이나 명예에 대한 갈증과 같은 다른 종류의 열정들에 자기 영혼을 열었을 때는 그것에 영광과 정의와 인류와 백성과 조국, 모든 것을 제물로 바칩니다. 이것이 인간 마음의 비밀입니다. 이것이 범죄와 정직함 사이에, 폭군과 인류의 은인 사이에 존대하는 차이점의 전부입니다.


(401-402)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것은 1789년의 혁명을 취소하는 새로운 혁명이다. 왕정을 폐지하고, 민주공화정을 만들기로 결심한 듯하다. 이것은 신이 허락하실 때 빠져나오게 될 악과 불행의 연속이 될 것이다…… 주여, 웬 변화란 말입니까! 1715 8 10, 죽기 며칠 전에 루이 14에게 전하, 칠십칠 년 후에는 프랑스 왕조가 파괴될 것이며 프랑스에서 부르봉가의 치세는 끝날 것입니다. 전하는 이 고대 왕조의 끝에서 세 번째 왕이십니다.’라는 말을 전했다면 그는 뭐라고 대답했을까?”


(470)

악을 치료하기 원하는가? 마침내 확실한 진보를 원하는가? 정의롭고 싶은가? 언제나 근원으로 돌아가시오! 루이 16세를 그의 범죄에 대해 재판하시오. 그에게 능욕을 당한 온 나라에 그의 인신을 통해 보상하시오. 루이의 끔찍한 배우자를 재판하시오. 그녀의 악행과 중죄는 폭군들의 마음을 탐색하는 데 가장 잘 단련된 상상력조차 두려움에 떨게 할 것이오!

국민공회 의원들이여! 프랑스 인들에게 당신들이 그들의 행복을 원한다는 것을 알려 주시오! 유럽 국가들에게 같은 대가를 치를 때에야 동일한 행복을 누릴게 될 것임을 알려 주시오! 정의와 인간적 신중함에 따라 이 사악한 종족을 추방하시오! 그들 모두 영원히 자유의 땅에서 사라지게 하시오! 브루투스라면 타르퀴니우스가()의 친족이나 친구나 어떠한 동맹자도 로마에 남기지 않을 것이오!”


(483)

생쥐스트가 외쳤다. “행복하지 않은 인민에게는 조국도 없습니다. 그들은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습니다. 만약 공화국을 세우기 원한다면, 인민들을 부패시키는 불확실과 빈곤 상태에서 그들을 끄집어내는 데 전념해야 합니다…… 빈곤이 대혁명을 탄생시켰고, 빈곤이 이것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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