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에 대한 서평을 썼다. 역설적이게도 읽고 할 말이 많은 책은 서평 내용이 길어지고 중구난방이 되기 일쑤다. (http://blog.aladin.co.kr/733820179/9164479) 요약하면 책은 인간의 재미와 놀이 본능이 인류 문명을 어떻게 발전시켰는가다. 패션과 쇼핑, 음악, 맛, 환영, 게임, 공공장소를 여섯 주제를 흥미롭게 풀었다. 역사를 좋아하는 호사가의 입담, 혹은 재밌는 다큐멘터리를 접한 것 같다. 저자 스티븐 존슨은 <뉴스위크>가 선정한 '인터넷상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50인'에 포함된 과학저술가다. 책 뒷면에는 이어령 전 장관,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등 다양한 인물들의 추천사를 볼 수 있다.
다음은 <원더랜드>를 읽고 관심이 생긴 책, 그리고 읽으면서 떠오른 책들이다.
-안 읽은 책- <원더랜드>의 저자 스티븐 존슨의 저서로, 우리나라 독자에게 이름을 알린 책이다. 오늘날의 세상을 만든 6가지 혁신이란 주제로, 유리, 냉기, 소리, 청결, 시간, 빛을 다루고 있다. 역사는 재밌다. 오늘날 현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맥락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맥락이 있는 지식은 재밌다. 유리, 냉기, 소리, 청결, 시간, 빛으로 오늘날 현대 사회를 만든 맥락을 살펴본다니 관심이 생긴다.
- 안 읽은 책- "지난 세월 동안 나는 문명은 놀이에서 생성되고, 놀이로서 전개된다는 확신을 품게 되었다." <호모 루덴스>는 요한 하위징아가 1938년 출간한 인문사회 명저다. 이성적 인간 호모 사피엔스, 만드는 인간 호모 파베르에 이어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에 주목한다. 다양한 문화의 유희 개념을 다각적으로 고찰하고, 놀이가 문명에 파생된 것이 아닌 그 자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고 한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 워낙 유명한지라 언젠가 읽어야지 계획은 했지만, 당시엔 유희와 문명 발전의 관계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었다. 독특하고 대안적인 시각 중 하나라고만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이와 유희 본능이 인류 문명과 발전에 어떤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를 <원더랜드>를 읽고 더 알아보고 싶다. 지금이야 문화산업과 첨단산업이 게임과 오락 문화와 직접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상식이지만, 1938년 당시에 이런 통찰을 한 것이 놀랍다. 꼭 읽어보고 싶다.
- 안 읽은 책 - <원더랜드>를 읽고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러 샀다. 1958년 출간되었고, 문예출판사 번역판 뒷 표지에는 "놀이와 문화의 상관관계에 주목, 인간을 열광케 하는 놀이의 영역을 경쟁, 운, 모의(模擬 ), 현기증이라는 매우 독창적이고 새로운 범주로 분류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문화의 발달을 고찰한다."고 나와 있다. 놀이와 문화, 인간에 주목하지만, <호모 루덴스>와 시각차가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아직 안 읽었다.
창조와 창의력의 근원을 다룬 책이다. 저자 케빈 애슈턴은 사물인터넷의 권위자로, 창조는 플라톤이 말했던 것처럼 시인이 뮤즈신의 영감을 받아 작품을 쓰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었던 창조의 결과물로부터 한 단계 발전한 것이라고 한다. 과거의 유산들을 열심히 습득하는 과정과 새롭게 보기를 통해서 창조가 결실을 맺는다. 예컨대, 의사들은 CT 촬영지로 암세포는 쉽게 찾지만, 촬영지에 합성한 고릴라 문양은 발견하지 못했다. 선택적 집중을 하기 때문이다. 체스선수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일반인보다 생각하는 경우의 수가 적다. 불필요한 수를 선택지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전략을 창안하기 위해선 새롭게 보기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창조가 나온다. 이러한 결과물은 또다른 촉매제가 되어 새로운 창조를 낳는다. 아마 저작권에 대한 부정적인 주장 가운데 이러한 관점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그러한 창조 과정에 기여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 혹은 편견 때문에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인물들을 소개한다. <원더랜드>에서 에드몽의 손짓을 읽고 떠올랐다. 농장 흑인 노예 에드몽 덕에 그나마 바닐라가 사치품에서 일등품으로 대중화되었고, 애드몽의 손짓은 그가 창안한 바닐라 수분 방법을 일컫는다.
수헉자들이 도박에 도전했던 역사를 소개한다. 운과 무작위성을 지배하기 위한 수학자들의 노력과 연구를 담았다.<원더랜드>에서 균일한 주사위가 발명되고 무작위성에 대한 연구가 촉발되었듯이, 주사위, 카지노에 도전한 수학자들이 어떻게 판돈을 땄는지가 나온다. 그 과정에서 확률과 통계, 게임이론, 수학사의 한 획을 그은 업적들이 나왔다는 점이 신기하다. 일례로 MIT 컴퓨터 공학자 에드워드 소프와 섀넌은 카지노 룰렛에 도전했고, 실제로 관련서를 여러 권 출간했다. 그 후 금융회사를 만들었고, 헤지펀드 등 이슈와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공학에 일조했다.
놀이와 유희의 대상인 예술 명작 뒤에 숨겨진 러브스토리를 소개한다. 그 중에서 바흐가 기억에 남는다. 10명이 넘는 자녀를 비롯한 대식구 살림에 언제나 빠듯했고, 결혼을 세 번 했다. 그러나 현모 양처를 만났고, 자녀들도 아버지를 닮아 예술적 재능이 탁월했다. 당시엔 여성이 커피를 즐기는 것을 금기시하는 관행이 있었는데, 커피가 임신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풍문도 돌았다. 그러나 바흐의 딸들은 커피 애호가였고, 바흐는 타일러도 봤지만 소용이 없어서 결국 딸을 위해 커피 칸타타를 작곡한다. 커피하우스의 격의 없는 문화가 보수적인 여성관과 맞지 않아서였을까. 유독 여성의 유행은 터부시하고 사회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건 뭘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런던 '옥양목 귀부인들' 덕택에 산업 혁명이 촉발된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