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철학자 - 아무도 말하지 않은 철학의 역사
마르트 룰만 지음, 이한우 옮김 / 푸른숲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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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두께에 망설이다가 그만큼 내용이 충실하려니 믿고 선택했다. 책에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여성 철학자가 소개되어 있다. 모두 서구 인물들이니 만약 여기에 동양의 여성 철학자까지 보탠다면 그 양은 정말 엄청나리라. 하긴 그 오랜 역사에서 여성 철학자들을 뽑았으니 왜 안 그렇겠는가. 하지만 읽다보면 좀 지루해지고 실망스럽다. 여성 철학자도 남성 철학자만큼 많았다는 걸 보여주는 게 의미있긴 하겠지만 그게 핵심은 아니라고 본다. 중요한 건 남성 철학자들과 다른 철학을 한 여성 철학자들의 존재일 것이다. 물론 '여성이 감히 철학을 한다고?'라고 생각하는 무식한 남성이 워낙 많으니 이런 무식한 두께의 책도 나온 거지만, 이제는 여성 철학자들의 인명사전이 아니라 여성 철학의 비전과 깊이를 보여주는 철학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남성들의 철학이 위기에 봉착한 지금, 여성 철학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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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바다로, 멀리 다른 땅으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을 보며 도심에서 여름을 견딘다. 그러다 견디기 힘들어질 땐 고궁을 찾는다. 오래된 나무들이 푸른 그늘을 만드는 고즈넉한 궁궐의 뜨락을 거닐며, 느린 걸음에 마음을 맞춘다. 소박한 나만의 여름 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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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창덕궁 나들이
김이경 지음, 김수자 그림 / 파란자전거 / 2007년 8월
10,900원 → 9,810원(10%할인) / 마일리지 5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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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집 동궐에 들다- 창덕궁과 창경궁으로 떠나는 우리 역사 기행
한영우 지음, 김대벽 사진 / 효형출판 / 2006년 10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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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궁궐기행-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운궁 경희궁 종묘의 건축과 역사읽기
이덕수 글 사진 / 대원사 / 2004년 3월
39,500원 → 35,550원(10%할인) / 마일리지 1,9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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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이승원 지음 / 초방책방 / 2004년 7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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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켈러 - A Life - 고요한 밤의 빛이 된 여인 미다스 휴먼북스 3
도로시 허먼 지음, 이수영 옮김 / 미다스북스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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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책을 읽다가 평전을 한번 읽어볼까 하는 맘이 들었다. 그래서 언젠가 썩 좋은 리뷰를 읽었던 기억으로 '헬렌 켈러'를 선택했다. 놀라운 위인으로만 알아온 헬렌 켈러에게 또다른 이야기가 있는 걸까 라는 궁금증으로.

도로시 허먼의 헬렌 켈러는 섬세하고 성실하고 엄정하다. 섣부른 판단, 주관적 잣대에 의한 재단은 이 책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은데, 도로시 허먼은 이 점에서 탁월한 전범을 보인다. 저자는 헬렌 켈러의 따뜻함과 냉담함을, 애니 설리번의 헌신과 이기를 함께 얘기한다. 이들뿐 아니라 헬렌과 애니를 둘러싼 사람들 -애니의 남편 존, 그들의 지지자인 알렉산더 벨과 마크 트웨인, 말년을 지킨 폴리와 넬라 모두 결코 일면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도로시 허먼은 인간이 가진 다면성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드러내며, 성급한 판단 대신 그 연원과 파급효과에 대해 이야기한다. 평전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하지만 가질 수 없는 미덕이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서 이야기는 반복되는 느낌을 준다. 헬렌과 애니의 다층적 성격을 잘 드러내고 싶은 욕심이 설명의 과잉으로 이어지고 그 때문에 책의 긴장감이 떨어진다. 두 여자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든 것인데, 수십 년 간에 걸친 둘의 관계가 시간순으로 서술되다 보니 극적 긴장과 집중이 사라져 막상 그 관계의 독특함을 잊게 된다. 평전은 결국 선택을 필요로 하는데 -어떤 사건, 어떤 관계, 관계의 어떤 측면을 택할 것이냐- 이 점에서 도로시 허먼은 지나치게 신중했던 것 같다. 지금 페이지에서 100페이지쯤 덜어낼 각오를 하고 집중성을 발휘했다면 더 매력적인 헬렌 켈러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으리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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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제된 천사 이미지를 벗어난 헬렌켈러
    from 일다의 블로그 소통 2009-04-16 16:08 
    도로시 허먼의 평전 대부분의 어린이용 위인전처럼 헬렌 켈러 역시 위인전에서 장애를 이겨내고 인간적 승리를 거둔 여성이자 장애인의 복지를 위해 노력한 천사 같은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헬렌 켈러와 애니 설리번 ‘천사’라는 박제된 이미지와 판에 박힌 서사를 걷어내고 난 후의 많은 것들이 궁금해진다. 헬렌이 정말 ‘천사’같은 성품만을 지니고 있었을까? 평생 예외적인 장애인으로써 관찰 당하면서 살아야 했을 텐데 억하심..
 
 
 
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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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김훈의 작업실에 붙어 있는 표어라고 한다. 과연 [남한산성]은 닦고 조이고 기름친 문장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특히 이 소설에 이르러 김훈의 문장이 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 지극한 문장을 한 숨 한 숨 읽다보면, 어느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가 정수리가 환해졌다가 한숨이 터져나온다.

그렇게 책을 읽다가 문득 한 생각이 떠오른다. 이 핍진한 스타일이 분명 한 경지인 것은 맞겠으나 그게 한국소설의 미래가 될 수 있는가?

생각은 꼬리를 문다. 스타일은 소설을 얼마큼 완성시키는가, 소설은 과연 스타일로서 충분한가, 이야기와 구조와 인물이 사라진 자리에 스타일을 놓고 그것으로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수십 만 독자가 이 소설을 읽었을 때 이미 김훈의 문장이 가진 힘은 증명이 되었다. 그가 만든 말은 길이 되었다. 그러나 그 길이 그의 길을 넘어서 뻗어나갈 수 있을까? 

[남한산성]의 인물들은 자문자답을 하며 자신을 들여다본다. 인조도 김상헌도, 최명길도 홍타이지도. 그들은 스스로 답하고 선택하고 결정한다, 그렇게 보인다. 그러나 그 선택과 답은 상황이 바뀔 때마다 스스로를 배반하고 모순된 답을 내리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들은 모든 것을 아는 듯 보이지만 매번 그들을 배반하는 실제의 역사적 진행 앞에서 허방을 짚을 뿐이다.

하지만 김훈은 태연자약하다. 인물의 일관성은 애초 그에게 문제가 아니므로. 김훈의 인물들은 김훈의 반영이고 그는 스타일이 모든 것을 반영, 아니 모든 것을 넘어선다고 믿으므로.

지극한 스타일을 보는 건 즐거움을 준다. 허나 스타일이 모든 것이라고 말하는 걸 보는 건 불편하고 내키지 않는다. [남한산성]이 수많은 독자들을 열광시킨 게 혹시 내용의 창조를 부인하는 시대, 스타일이 모든 것인 시대를 만난 때문은 아닌지, 나는 못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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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훈이 "남한산성"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05 02:19 
    남한산성 - 김훈 지음/학고재 2007년 10월 31일 읽은 책이다. 올해 내가 읽을 책목록으로 11월에 읽으려고 했던 책이었다. 재미가 있어서 빨리 읽게 되어 11월이 아닌 10월에 다 보게 되었다. 총평 김훈이라는 작가의 기존 저서에서 흐르는 공통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다분히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매우 냉정한 어조로 상황을 그려나가고 있다. 소설이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이 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읽었음에도 주전파..
 
 
 
빛의 제국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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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는 소설을 잘 만드는 작가라고 생각해왔다. 그가 짜나가는 정교한 플롯은 늘 재미와 감탄을 준다. 감동을 추구하는 작가는 아니니 내가 감동을 받지 못하는 건 애초에 문제가 안 되고, 때론 감탄이 감동스러울 정도로 글을 잘 쓰는 작가라고 생각해왔다. 과거형에서 짐작하겠지만, 이 소설은 그런 생각을 좀 훼손시키는 엉성한 구조와 캐릭터들이 실망스러웠다.

고정간첩으로 근 이십 년을 남한에서 살아온 김기영에게 어느날 지령이 내려온다. 올라오라는 것. 느닷없는 지령에 기영은 온갖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올라갈 것인가 머물 것인가를 고민한다. 소설은 그런 기영의 하루를 따라가면서, 더불어 그의 아내 마리와 딸 현미의 하루를 보여준다. 스스로를 방기한 중년의 마리와, 정의 구현을 꿈꾸는 십대의 현미. 그들의 하루 또한 기영의 하루와 마찬가지로 끝없이 흔들린다. 이런 설정은 자못 흥미진진하고 진지하기도 하다. 그런데 막상 소설을 덮고 나면 이 설정들에 대한 의문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하이네켄을 좋아하고 예술영화를 즐기는 기영, 그가 지령을 받고 북으로 가길 꺼려하는 것은 독자에겐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는 간첩이란 직업을 가진 40대 남한인일 뿐이고, 그 사실은 마치 북에서 교육을 받을 때부터 그랬던 듯하다. 그는 시종 북에 대한 거리감을 강조하는데, 이 때문에 김기영의 정체성은 한번도 흔들리지 않고 지령은 갑작스런 아리랑치기 같은 불행으로만 여겨진다. 그의 삶이 겪는 불행, 아내 마리의 추락과 위악 또한 간첩이란 설정과는 무관하다. 김기영과 마리, 현미의 불행은 한국사회를 살고 있기에 겪는 불행이다. 그래서 이들의 비극에 마음 아파하고 그 위악에 가슴이 찔리다가도, 근데 이게 간첩과 무슨 상관인가 싶다. 김기영은 그저 그런 386세대여도 상관없고, 그가 느끼는 회오와 불안과 절망은 그 세대의 누구나 공감한다고 늘 이야기되던 것이 아닌가? 결국 간첩이란 설정은 이야기의 재미를 주기 위한 장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마리의 위악적 섹스 역시 그런 서비스의 일환으로 여겨질 뿐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를 채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글을 쓴 듯하다. 간첩이라는 매력적인 소재, 두 나라를 조국으로 둔 인물을 말할 수 있는 한반도의 작가라는 위치에 착안한 데 고무되어 그의 장기를 잊은 듯하다고 말하면 지나친 걸까. 간첩을 소재로만 활용하고 싶었다면 더 솔직했어야 하고, 그걸 주제로 육박해가는 주요 장치로 삼고 싶었다면 더 진지했어야 한다. 스스로가 믿지 않은 거짓말에 속을 만큼 독자는 바보가 아니니 소설가는 무엇보다 먼저 자신을 속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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