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은 생명의 밥을 짓는 거룩한 곳이며, 주부 혼자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곳입니다. 밥을 지어 나누는 사람이 기분 좋아야, 밥도 좋고 집안도 좋아집니다. 따라서 부엌의 자리는 집 가운데 가장 좋으면서도 편리한 남동쪽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P38
넓은 창을 갖고 싶어욕심을 부렸다. 창으로 들어오는 풍경은 살아 있는 풍경화란 생각에 기왕이면 큰 그림을 갖고 싶었다. 방에 앉아 창밖으로 천천히, 때로는 갑자기지나가는 계절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싶었다. 세월이 그렇게 흐르면 그도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창의 방향을 잡는 일도 좋은 그림을 고르는 일체럼 쉽지 않았다. - P72
갈수록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몇 달 전만 해도 일요일은 휴식을위한 날이었다. 과장하자면 일요일을 위해 사는 인생이었다. 그러나 이제내게 모든 요일은 그놈이 그놈이다. 일요일에 쉴 아무런 명분이 없다. 그러나 이것은 내가 그토록 바라던 진정한 노동의 모양새가 아니던가. 일하는 날과 일하지 않는 날을 정해놓고 사는 것은 삶과 노동을 단절시킨다. 삶과 노동은 별개의 것이 아니며, 삶이 곧 노동이고 노동이 곧 삶이다. 삶은 노동으로 건강해지고 노동은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일을 한다는 것은살아 있다는 가장 선명한 표현이다. - P118
사람들은 노동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꿈을 이루고 성취감을느끼고 그것으로 생계를 꾸려나간다. 그러니 노동은 삶의 전체라고 해도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노동이 ‘일‘이 될 때 사람들은 노동의 성취나 기쁨보다 고통이나 부담을 느낀다. 그러니 주말과 일요일을 악착같이 쉬려고하는 것은, 역으로 말하면 현대인들은 대부분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일‘을 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요즘 나의 노동은 점점 일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 P118
포악한 시간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리라. 우리는 현재를 살지만 현재에만 사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시간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해주지만 우리는 현재에만 갇혀 사는 것이 아니다. 지나온 시간으로 마음껏 되돌아갈 수 있다. 단지 지나온 시간을 현재로 바꿀수가 없을 뿐, 과거도 우리의 마음속에는 분명히 존재하는 시간이다. 작은아버지는 잠시 과거로 돌아가 그때의 마음으로 나를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의 마음과 그때의 기준으로 내게 용돈을 주신 것이리라. 잠시 우주가 멈춘 순간이었다. - P238
나는 간절함과 현실 인식은 비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꿈이 간절할수록 오래 버텨야 하는데, 현실에 발붙이지 않은 무모함은 금방 지치게마련이기 때문이다. 간절하게 한쪽 눈을 뜨고 걷다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 그 기회를 알아보는 것도, 잡는 것도 평소의 간절함과 노력이있어야 가능하다. 모든 직업은 현실이다. 그러니 부디 순간 불타고 마는 간절함에 속지 말기를, 그리고 제발, 현실을 버리고 꿈만 꾸는 몽상가가 되지 말기를, - P15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바는 자신이 하는 행동과그 행동을 일으키는 환경으로부터 나오는 부산물이다. 필사적인 의지로 기분을 바꾸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런 감정을 일으키는 환경을 바꿈으로써 기분을 전환하는 게 낫다. 이 숲에서 나는 풀과 꽃이 즐겁지 않다면 다른 숲으로가 유유자적하게 걸어보면 된다. - P166
유효 기간이 지난지식은 버려야 한다. 어떤 이론이나 지식, 심지어 원칙도 그 시대와 사회의 편견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 P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