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창을 갖고 싶어욕심을 부렸다. 창으로 들어오는 풍경은 살아 있는 풍경화란 생각에 기왕이면 큰 그림을 갖고 싶었다. 방에 앉아 창밖으로 천천히, 때로는 갑자기지나가는 계절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싶었다. 세월이 그렇게 흐르면 그도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창의 방향을 잡는 일도 좋은 그림을 고르는 일체럼 쉽지 않았다. - P72
갈수록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몇 달 전만 해도 일요일은 휴식을위한 날이었다. 과장하자면 일요일을 위해 사는 인생이었다. 그러나 이제내게 모든 요일은 그놈이 그놈이다. 일요일에 쉴 아무런 명분이 없다. 그러나 이것은 내가 그토록 바라던 진정한 노동의 모양새가 아니던가. 일하는 날과 일하지 않는 날을 정해놓고 사는 것은 삶과 노동을 단절시킨다. 삶과 노동은 별개의 것이 아니며, 삶이 곧 노동이고 노동이 곧 삶이다. 삶은 노동으로 건강해지고 노동은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일을 한다는 것은살아 있다는 가장 선명한 표현이다. - P118
사람들은 노동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꿈을 이루고 성취감을느끼고 그것으로 생계를 꾸려나간다. 그러니 노동은 삶의 전체라고 해도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노동이 ‘일‘이 될 때 사람들은 노동의 성취나 기쁨보다 고통이나 부담을 느낀다. 그러니 주말과 일요일을 악착같이 쉬려고하는 것은, 역으로 말하면 현대인들은 대부분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요즘 나의 노동은 점점 일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 P118
포악한 시간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리라. 우리는 현재를 살지만 현재에만 사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시간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해주지만 우리는 현재에만 갇혀 사는 것이 아니다. 지나온 시간으로 마음껏 되돌아갈 수 있다. 단지 지나온 시간을 현재로 바꿀수가 없을 뿐, 과거도 우리의 마음속에는 분명히 존재하는 시간이다. 작은아버지는 잠시 과거로 돌아가 그때의 마음으로 나를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의 마음과 그때의 기준으로 내게 용돈을 주신 것이리라. 잠시 우주가 멈춘 순간이었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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