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작품이란 "그 책이 없다면 스스로 보지 못했을 것을 볼 수 있도록 작가가 독자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광학기구"라고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이 유명한 문장을 인용하면서 밀란 쿤데라는 친절하게도 "독자는 독서하는 순간 자기 자신에 대한 고유한 독자가 된다" (『커튼』)라고 덧붙였습니다. 책을 읽을 때 독자가 실제로 읽는 것은 책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뜻입니다. - P6
사람은 자기 앞에 가는 사람을 미워하고, 미워하면서 따라가고, 자기 뒷사람은 부정한다고, 뒤를 돌아보지 않는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볼프강 보르헤르트는 말한다.내 뒤에서 내 뒷사람이 되어 걸어보아야 한다. 그러면 네가 얼마나 빨리 나를 미워하게 되는지 보게 될 것이다. - P19
상처 없는 관계라는 게 일찍이 존재 하는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상처는 사랑의 누룩이며, 이제 나는 상처를 원경으로 삼지 않은 사랑이라는 걸 더는 알지 못하게 되었다. 상처는 필연이고 용서는 선택이지만, 어쩌면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봄으로 인해, 상처를 만짐으로 인해 상처를 통해서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세상에는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 P344
그 말을 듣고 내 안에 번져나간 게 낭패감만은 아니었음을, 안도를 닮은 무언가도 없지 않았음을 나는 부인하지 않아. 사람은 그게, 그렇게 선뜻 되지 않아. 자기가 그토록 기다려온거라도, 막상 가시화되면 그게 정말로 바라던 것이었는지 의심하게 돼. - P278
"신이라는 건 있잖아. 그냥 하나의 오래된 질문이라고 생각해." - P285
"기타는 아마도 그런 기억에 대한 보상심리로 건드려봤던 것 같아. 온전히 내 것으로 뭔가 투자해보고 싶다는. 그런데 막상 손에 넣었더니 없는 재능에 금세 시들해져서 오래는 못 갔어." - P174
무언가를 초과하고자 하는 마음, 잉여를 축적하고자 하는 욕망이 인간을 다른 동물과 다르게 만듭니다. 하물며 배움의 과잉은 무엇을 배우는지가 때로는 관건이겠습니다만 인간에게 시간이 남아 있는 한 아무리 넘쳐도 해로울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학을 위해, 승진을 위해, 그 어떤 실용적인 목적만을 위해서라면 배움은 얼마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되겠습니까. - P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