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인정하는 비평가는 단 하나뿐이에요. 바로 시간이죠. 작품에 진정한 가치를 부여하는 건 시간이에요. 고만고만한 작가들을 사라지게 하고 혁신적인 작가들만 영원히 살아남게 만드는 건 시간이라는 비평가가 지닌 힘이죠.」 - 37

「맞아요. 난 도리어 그게 자랑스러워요. 타이타닉은 공부를 한 엔지니어들이 건조했지만 노아의 방주는 독학자가 만들었어요. 그런데 뭐가 침몰하고 뭐가 대홍수를 견렸는지는 모두가 잘 알죠.」 - 42

<선택은 포기의 다른 이름이다.> - 111

어찌 보면 작가로 존재한다는 것은 일종의 강박증일 지도 모른다. 아니면 스스로 감당을 자처한 질병이거나. - 183

<글쓰기가 나를 구원한다. 이 순간이야말로 내가 진정한 나로서 존재하는 유일한 순간이다. 오직 이 공간에서만큼은 사건을 뒤따라가는 게 아니라, 내가, 그것들을 창조해 낸다.> - 185

「사람들을 구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면 그건 대단한 오만이에요. 그러니까 당신들이 닿을 수 없는 세상의 섭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소꿉놀이하듯 사소한 정의를 구현하려는 짓은 이제 그만둬요. 인간은 자신의 어두운 면과 맞부닥뜨려 봐야 비로소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질러 봐야 고칠 수 있는 거에요. 단시간에 변혁을 이루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작은 변화와 성과를 소중히 여겨요. 진화는 덜컹거리고 요동치면서 서서히 이루어지는 거니까.」 - 198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은 해야겠지만 절대 자신의 힘을 과신하지 말라는 뜻이에요. 세계가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데는 모종의 숨겨진 의도가 있으리라는 걸 기억하라는 말이에요. 실수 없이 앎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해요. 경험은 오랜 시간에 걸쳐 퇴적물처럼 쌓이는 거죠. 우리는 누구나 경험을 해봐야 해요. 그러고 나서 그 경험의 결과물을 확인해야 비로소 행동을 바꾸어야겠다는 자각이 오죠. 그래야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돼요.」 - 198

<한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밖으로 나오야 한다.> - 209

첫째, 인간의 삶은 짧기 때문에 매 순간을 자신에게 이롭게 쓸 필요가 있다.
둘째,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남들이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결국 선택은 우리 스스로 하는 것이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우리가 지는 것이다.
셋째, 실패해도 괜찮다. 실패는 도리어 우리를 완성시킨다. 실패할 때마다 뭔가를 배우기 때문이다.
넷째, 다른 사람에게 우리를 대신 사랑해 달라고 할 수는 없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은 각자의 몫이다.
다섯째, 만물은 변화하고 움직인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물건이든 억지로 잡아 두거나 움직임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
여섯째, 지금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가지려 하기보다 지금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모든 삶은 유일무이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완벽하다. 비교하지 말고 오직 이 삶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 애써야 한다. -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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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랑 놓치지 마라 - 수도원에서 보내는 마음의 시 산문
이해인 지음 / 마음산책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내 눈은 늘 먼 곳을 향해 있어, 현실의 주변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탓에, 이제와 느껴지는 안타까움이 제목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너무 긍정적이거나 신앙적인 글은 공감보다는 반감이 더 하였는데, 시와 시인의 설명을 같이 읽으니, 비로소 시가 다시 읽힌다. 한 해의 시작에 좋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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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자신이 언제 죽을지 결정하지도 못한다면 과연 자유롭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죠. - 153

더러 옛날이 좋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 그런 얘기를 들으면 난 그들을 과거로 보내 버리고 싶어, 정말 좋은지 가서 두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라고 말이야! - 208

멈추는 순간을 스스로 결정하지도 못하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게 과연 진보일까? 거지라면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기라도 하지, 나는 몸이 묶인 채 꼼짝도 못 했어! 손발이 묶인 채 화끈거리는 등을 침대에 붙이고 온종일 누워만 있는 모습을 한번 상상해 봐. -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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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내게
잃었던 꿈을 찾아줍니다.
다정한 눈길을 주지 못한 나의 일상日常에
새 옷을 입혀줍니다.

- 이해인, 「희망에게」, 21

나이가 들면 더 느긋하고 유순해져야 하는데 반대로 성급해지고 거칠어지는 성향을 발견할 적마다 스스로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모릅니다.
‘그날 밤의 꿈이 평화스러울 수 있도록 하루를 보내라’ ‘너의 노년이 평화스러울 수 있도록 젊은 날을 보내라’. 어려서 마음에 새긴 경구를 기억하면서 올 한 해는 좀 더 온유한 마음을 지녀야지 결심해봅니다. - 35

그가 부탁한 글귀들 중 특히 제게 와닿은 구절은 ‘호수에 돌을 던 지면 파장이 일듯이 말의 파장이 운명을 결정 짓는다, 오늘은 어제 사용한 말의 결실이고 내일은 오늘 사용한 말의 열매’였습니다. - 38

한줄기 햇빛이
고맙고 고마운
위로가 되네

살아갈수록
마음은 따뜻해도
몸이 추워서
얼음인 나에게

- 이해인, 「햇빛일기」, 43

이왕 내게 온 아픔을 잘 감수하고 다른 이에겐 필요 이상의 요구로 부담을 주지 말아야지 수도 없이 결심해보지만 뜻대로 되질 않기에, 어느 날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많이 아플 때/ 꼭 한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어떤 결심」에서)라는 구절을 적어보기도했습니다. - 53

상상 속에 있는 것은
언제나 멀어서
아름답지

그러나 내가
오늘도 가까이
안아야 할 행복은

바로 앞의 산
바로 앞의 바다
바로 앞의 내 마음
바로 앞의 그 사람

놓치지 말자
보내지 말자.

- 이해인, 「가까운 행복」, 62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 낼 수 있다고

- 이해인, 「6월의 장미」, 80

오늘도 중심을 잘 잡아야지
결심하는 것이
내 하루의 첫 기도이다.
걸어가는 일
글을 쓰는 일
사람을 대하는 일
기도하는 일에 있어서도
중심을 잘 잡아야 넘어지지 않는 법
한 번 흔들리면
계속 흔들린다
한 번 불안하면
계속 불안하다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잘 버티어 낸 것에 대한 감사가
내 하루의 마침기도이다

- 이해인, 「중심 잡기」, 120

살아서 눈을 뜨는 것,신발을 신는 것, 하늘과 바다와 꽃을 보는 것, 사람을 만나는 것 그리고 그날이 그날 같은 단조로운 일상의 시간표조차도 모두 새롭고 경이로운 감탄사로 다가옵니다. 살아서 누리는 평범하고 작은 기쁨들, 제가 마음의 눈을 뜨고 깨어있으면 쉽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이젠 제 탓으로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 146

눈부시게 아름다운
흰 종이에
손을 베었다

종이가 나의 손을
살짝 스쳐간 것뿐인데도
피가 나다니
쓰라리다니

나는 이제
가벼운 종이도
조심조심
무겁게 다루어야지
다짐해본다

세상에 그 무엇도
실상 가벼운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 이해인, 「종이에 손을 베고」, 153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위대한 희생이나 의무가 아니라
미소와 위로의 말 한 마디가
우리 삶을 아름다움으로 채우네

간혹 가슴앓이가 오고 가지만
다른 얼굴을 한 축복일 뿐
시간이 책장을 넘기면
위대한 놀라움을 보여주리

- 메리 R. 하트먼,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176

산다는 일은
끊임없이 새 옷을 갈아입어도
떨어진 단추를 제자리에 달듯
평범한 일들의 연속이지

탄탄한 실을 바늘에 꿰어
하나의 단추를 달듯
제자리를 찾으며 살아야겠네

- 이해인, 「단추를 달듯」, 201

성경에 사도 바오로가 ‘내가 자랑할 것은 약점밖에 없다’라고 말씀하는 구절이 나와요. 아! 약점을 자랑하는용기가 있으면 살겠구나. 언제나 망신당할 각오가 있는사람들은 제 몫을 해나가죠. -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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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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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변하는 유행에도 불구하고 예전 책들 중 놓친 것들을 살펴보기 위해 읽었다. 저자가 서평의 효용으로 제시하고 있는 개인적 장점(자랑, 친분, 금전적 이익, 쓰기 능력의 향상, 지적인 도움)보다는 서문에서 인용한 로쟈의 주장인 ‘일독 여부의 판단‘에 공감이 되고, 실제 그런 도움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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