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줘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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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내 남자, 내 여자란 애초부터 존재할 수 없었다. 결혼은 열정을 소진하고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마저 파괴했다.
정인은 자신이 평생에 걸쳐 하고 싶은 것은 안정된 결혼 생활이 아니라 사랑임을 알았다. 이혼 후 그 남자를 만나 그의 모든 것을 가지지 못하면서도 사랑에 푹 빠져버렸다. 그녀가 원한 건 사랑밖에 없었으니 사실 그는 그녀가 원하는 모든 걸 줄 수 있었던 셈이다.
결혼과 달리 연애는 언제고 쉽게 떠날 수 있었기에 불안해 하는 여자들이 많지만 어차피 어떤 관계도 영원할 수는 없다. 상대가 내 곁을 떠난다 해도 그렇게 한때나마 서로를 깊이 사랑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그 이상 인생에서 무언을 더 바랄 수 있단 말인가. - 160쪽

"어쩌면 사람들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 주는 운명을 떠안고 살아가는지도 몰라." - 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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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삶에 관하여 (2017 리커버 한정판 나무 에디션)
허지웅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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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근 나의 화두는 그야말로 `버티는 것`이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도무지 여유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분주함이나, 본격적인 가을의 문턱으로 접어들면서 가중되는 육체의 피곤함이나, 그나마 아주 약간 남아 있는 애정조차도 기꺼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인간 관계의 피로로 얽힌 직장 생활에서 내가 떠올릴 수 있었던 단어는 `버티다`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생각뿐만 아니라 몸으로도 버텨야 했기에, 버티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와 `동사`라는 형태로 내게 체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오늘도 그럭저럭 버텼다`는 안스러운 위로가,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이나 뿌듯함보다는 버티는 것에 대한 자괴감으로 다가왔기에 내심 조금 더 힘들거나 괴로웠던 것 같다. 그러다가 내 지금의 상황과 유사한 내용의 제목이 있는 책을 발견했다.

˝인생의 좌표라는, 그 단어부터 너무나 거대해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 세상의 말에 더 이상 무심할 수 없는 나이에 닿아가면서, 결국 버티어내는 것만이 유일하게 선택 가능하되 가장 어려운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기는 것도, 좀더 많이 거머쥐는 것도 아닌 세상사에 맞서 자신을 지키고 버티어내는 것.˝

버텨가는 삶은 오직 나뿐만은 아닐테니. 어쩌면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으며, 살아가는 데 있어 버티는 것 외에 다른 특별한 방식이 존재하는 것 같지도 않으니, 이제는 더 많이 절망하지도 않고, 더 크게 부끄러워하지도 않은 채, 딱 어제만큼만 버텨내면서, 또 그렇게 오늘 하루를 버텨낸 것 만큼 삶에 대한 내 `맷집`도 조금은 좋아졌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로해주어도 괜찮은 걸까.

타인의 순수함과 절박함이 나보다 덜할 것이라 생각하지 말고, 절대악과 절대선이 존재하는 세상을 상정하며 어느 한 편에만 서면 명쾌해질 것이라 착각하지 말되, 마음속에는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을 한 가지씩 준비해놓고 끝까지 버팁시다. 우리의 지상 과제는 성공이나 이기는 것이 아닌 끝까지 버텨내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버티고 버텨서 다음 세대에게 후하고 창피하지 않은 우리가 됩시다. 버티고 버텨서 앞선 세대에게 손을 내밀고 관용할 수 있는 우리가 됩시다.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고 버텨 남 보기에 엉망진창이 되더라도 나 자신에게는 창피한 사람이 되지 맙시다. - 8쪽

나는 그날 이후로 영영 달라졌다. 힘들 때마다 내 비굴한 웃음을 기계적으로 떠올리며, 그날의 나를 해명하기 위해 살아왔다. 그 웃음을 떠올리면 아무리 나쁜 것도 마냥 나쁘게만은 보이지 않고, 제아무리 아름답다는 것도 마냥 아름답게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자신이 받은 알량한 상처의 총량을 빌미로, 타인에게 가하는 상처를 아무것도 아닌 양 무마해버리는 비겁함을 쉽게 감지할 수 있게 되었다. - 17, 18쪽

뉴스를 보다보면 세상의 속살이 드러나 그 추잡함과 헐거움, 촌스러움에 치를 떨게 될 때가 있다. 나는 그게 근본적으로 서로 앞다투어 멋지고 잘났고 괜찮고 근사하고 옳다고 믿는 사람들 투성이라 초래된 세상이라고 본다. 그것이 체계 안의 인간이기 때문이든, 태생적 한계이든 간에 관계없이, 모든 인간은 모순적이고 흠결투성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확신한다. 자신의 흠결을 들여다보고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은 외부 세계의 그 어떤 분야에 대해서도 고쳐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나아가 남의 흠결을 공격하는 데에만 혈안이 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제일 별로라고 말하고 다닌다. 너도 사실 별로라고 말하려고. - 21, 22쪽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다는 건 자기 주변을 책임질 일이 늘어간다는 것이다. 당신도 알다시피 책임을 진다는 건 말처럼 그리 고상한 일이 아니다. 더럽고 치사한 일이다. 내 소신이 아니라 남의 소신을 지켜주어야 하는 일이다. - 33, 34쪽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주변 세계를 향한 애정을 조금씩 잃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 47쪽

사실 냉소는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편리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비관과 냉소는 대개의 경우 피폐한 자들의 가장 쉽고 편한 도피처다. 나는 냉소의 영향력 아래 있을 때가 제일 아늑하고 좋다. 글쓰는 자에게는 냉소적인 태도가 객관성을 담보해주기도 한다. 뜨겁고 충만할 때보다 냉소적일 때 했던 말과 글이 더 오랜 시간 유효하다. 그래서 나는 곧잘 타인의 진심을 무시한다. 정확히 말하면 진정성을 주장하는 말들을 무시한다.
실제 모든 종류의 ‘진심’이란 아무 의미가 없는 호소다. 진심, 진정성은 주관의 영역에 있는 것이지 남에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의 진심을 몰라준다고 세상을 탓할 일도 아니다. - 101쪽

모든 노인이 지혜로운 건 아니지만, 시간의 녹을 먹은 노인들이야말로 가장 지혜로울 수 있는 자들임에 틀림없다. 세상이 늘 어리석고 파괴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지혜로운 노인이 늘 사라져갈 수밖에 없는 원리를, 그 모든 아비규환과 부정과 폭력과 살인과 슬픔이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까닭을, 노인의 주름은 알고 있는 듯했다. - 110쪽

이 나라에서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70퍼센트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한국의 중산층은 40퍼센트가 채 되지 않는다. 이 놀라운 통계의 마술은 한 가지 명징한 진실을 환기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 가상의 필터를 ‘가치관’이라고 부른다. 수많은 장르영화들이 이 같은 소재를 다뤄왔다. 사람들은 자신의 계급적 정체성에 따라 투표하지 않는다. 바로 이 가치관에 따라 투표한다. - 155쪽

요컨대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위한 정책 정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그들이 부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부유함이나 풍요로움 같은 부자의 가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와 함께 수반돼 연상되는 보수적 언어를 ‘옳은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누가 혹은 어떤 정당이 서민을 대변하고 말고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사람들은 부자를 보며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다. 성공신화에 매료될 뿐이다. 부와 이익이라는 (그들이 생각하기에) 긍정적인 에너지에 박수를 보낼 뿐이다. - 155쪽

도대체 내가 좌파여선 왜 안되나. 좌파라면 그런 대우를 받아도 되는 것인가. 너는 좌파라서 안 된다는 말을 꺼내는 사람들은, 오히려 나는 좌파가 아니라는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 잡음과 논란은 많을수록 좋다. 가져선 안 될 신념을 상정하고 현실화하는 것. 그것이 말의 힘이고 마법이다. - 175쪽

집단행위란 거기 가담하는 개인을 익명으로 만들기 때문에 개별의 지분을 축소하는 착시효과를 낳기 마련이다. 스스로 폭력의 주체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1/N의 폭력이 무서운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 185쪽

그렇게 한국의 디즈니를 찾기 시작했다. 한국의 스티븐 스필버그를 찾기 시작했다. 이제는 한국의 닌텐도를 찾는다. 십 수 년이 지났어도 달라진 건 없다. 오히려 공고해졌다. 지금 한국 문화계를 바라보며 혀를 차는 시장주의자들의 핵심 논점은 변함없이 ‘한국에는 왜 아무개가 없느냐’는 것이다. 저 수많은 문화계 지원정책의 핵심 키워드 또한, 여전히 ‘한국의 아무개를 육성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아무개를 찾는 말들에는 당연한 오류가 있다. 그 아무개가 한국이라는 환경 아래에서도 그 놀라운 시장가치를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냐는 문제다. - 211, 212쪽

살아 있는 누군가는 깎아내려짐으로써 상품화된다. 이미 죽은 누군가는 신화화됨으로써 상품화된다. 어제 잭슨을 욕해 배를 채웠던 사람들이 오늘 잭슨을 우러러 다시 배를 채운다. 잭슨에 대한 평가는 하루아침에 바뀌었지만, 정작 그를 둘러싼 세계의 동기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진심과 진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본질에 대한 어떤 규명이나 확인도 없이 괴물은 우상이 되고 우상은 괴물이 된다. 돈이 된다면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세상에서 가장 쉽고 천박하며 공공연한 진실이다. - 234쪽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일들은 대개, 정의의 이름으로 이루어진다. - 288쪽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다름 아닌 가능성이다. 우리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나을 수 있는 가능성이다. 커티스와 남궁민수는 지금의 체계와 규칙을 물려주고 그 안에서 아프니까 청춘이고 밖은 추우니까 열차는 달려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가능성을 물려준다. 그것은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선사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유산이다. - 310쪽

우리는 모두 가족이라는 이름의 코끼리를 기르고 있다. 공공연한 폭력의 최전선은 전쟁터가 아니라 가정이다. 남이 하면 뭐 저런 미친놈이 다 있어, 삿대질할 것도 엄마에게 형제에게 자식에게 남김없이 쏟아낸다. 문제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나마 잠깐 후회하고 금세 망각하고 다시 되풀이 된다. 나와 나의 행동을 분리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가능한 저열함이다. 수십 년을 함께한 가족관계 안에서 나 자신과 부모와 형제자매를 개별적인 인격체로 객관화할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 317, 318쪽

<레 미제라블>이 제시하는 이슈는 정의의 궁극적 승리 따위가 아니다. 장발장과 자베르가 벌이는 신념의 대결, 장발장과 코제트-마리우스의 마지막 해후는 무엇을 의미하나. 혁명이라는 거대서사의 소용돌이 안에서조차, 서로 다른 가치관과 계급과 세대에 속한 이들을 공히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개인의 평생에 걸친 자기비판과 성찰, 그리고 그로부터 얻어지는 박애뿐이라는 사실이다.
고작 상대 진영과 특정 세대에 책임을 돌리는 증오의 해법으로 이미 일어난 일을 설명하려는 사람들은, 적어도 이 텍스트에서만큼은 힐링을 누릴 자격이 없다. 우리는 이 숭고한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기 이전에 앙졸라가 아닌 장발장의 염려를 껴안아야만 한다. 장발장이 숲속에서 코제트를 만난 이후 최후의 순간까지 골몰했던 바로 그것.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인가. - 351쪽

세상에 운명 따윈 없다. 약속된 땅도 계획도 다음 생 같은 것도 기대하지 마라. 덜 낭만적으로 들리겠지만 정신 차리고 제대로 살기 위해, 결코 도래하지 않을 행복을 빌미로 오늘을 희생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들의 정체를 규명해야만 한다. 그것이 연애든, 고용이든, 혈연이든 마찬가지이다. 너와 나의 관계가 주는 만족감의 뿌리가 정말 이 관계로부터 오고 있는 것일까. 혹은 단지 세상으로부터 정의 내려진 역할에 충실하고 있었던 것뿐일까. 역할에 휘둘릴 것인가, 아니면 정말 관계를 할 것인가. 그 쉽지 않은 답을 찾는 것으로 우리는 정말 나아질 수 있다. 끝이 어떠하든,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 - 357쪽

인생의 좌표라는, 그 단어부터 너무나 거대해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 세상의 말에 더 이상 무심할 수 없는 나이에 닿아가면서, 결국 버티어내는 것만이 유일하게 선택 가능하되 가장 어려운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기는 것도, 좀더 많이 거머쥐는 것도 아닌 세상사에 맞서 자신을 지키고 버티어내는 것. 록키 발보아가 그랬듯이 말이다. 언제나 록키 발보아 이야기로 끝을 맺고 싶었다. 마지막이다. 모두들, 부디 끝까지 버티어내시길. - 3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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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 없는 진보 - 진보의 최후 집권 전략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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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계몽의식`과 `자뻑`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 주고 있다. 결국 자신들도 보수와 똑같은 권력쟁탈을 하면서도, 지난날 반독재의 편에 섰다는 경험 하나로 도덕적인 미화를 하며, 패배에 대해서는 오히려 국민들의 무지, 무관심, 무기력을 탓하는 모습으로는 더이상 정치생명을 이어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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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서재 - 최재천 교수와 함께 떠나는 꿈과 지식의 탐험 우리 시대 아이콘의 서재 1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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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의 제목과 그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본다. `서재`라는 말을 쓰기에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책의 양이나 내용이 너무 빈약하다.(이런 점에서는 차라리 `통섭의 식탁`을 권한다) 과학자가 읽은 책들보다는 통섭을 소개한 과학자 최재천의 성장과정을 보기에 오히려 적절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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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공부법 - 통찰력을 길러주는
안상헌 지음 / 북포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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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적을 한마디로 말하라고 하면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새로운 삶을 위한 문장을 얻는 것!"-23쪽

모든 공부는 자신이 부족하다는 사실, 무지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공부가 시작된다는 것은 소크라테스가 찾아낸 보편적 진리 중 하나였다.
그렇게 해서 얻은 삶의 진실이 있다면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인생을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바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말로 실천이 철학자의 중요한 태도임을 지적한다. 진실을 발견하고 그것을 실천한다는 것이 그가 생각한 삶의 진리였다.-99-100쪽

삶을 변화시키려면 세계관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조그만 삶의 기술을 바꾸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다. 환경파수꾼 톰 하트만은 그의 책 <우리 문명의 마지막 시간들>에서 세계관을 전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렇게 이야기 한다.
-150쪽

우리가 겪는 문제들은 과학기술이나 식량생산, 언론 폭력같이 우리가 저지른 일들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들은 우리 문화에서, 말하자면 세계관에서 생겼다. 세상 위기에 대한 대부분의 해결책이 비현실적인 이유는 그것들이 문제를 일으킨 바로 그 세계관에서 나온 것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재활용이 세상을 구하지 못하고, 산아제한이 세상을 구하지는 못하며,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열대우림의 보전이 세상을 구하지는 못한다. 설사 이 모든 바람직한 실천들이 완벽하게 이루어진다 해도, 우리의 근본문제는 여전히 남을 것이고, 불가피하게 되풀이 될 것이다. 설사 상온 핵융합 방식이 성공하여 석유 사용을 그만두고 모든 사라에게 무료로 전기를 공급해준다 해도, 그것이 '세상을 구하지는' 못할 것이다. 진실로 의미 있는 변화가 이루어지려면 세상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자연스러운 인구조절과 산림복구, 공동체의 재챙조, 물자 낭비의 감소는 이런 시각변화가 있고서야 가능하다.-151쪽

모든 공부의 시작과 마무리는 자기성찰과 수양이다.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면 제대로 된 공부가 될 수 없고 공부한 것을 갈고 닦지 않으면 발전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진짜 공부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자신이 행동하고 있는 것의 차이를 발견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154쪽

소설가 김연수는 <우리가 보낸 순간>에서 시를 읽는 즐거움을 이렇게 표현한다.
나는 원래 좋아서 책을 읽는 사람이다. 이 좋다는 것의 의미는 참으로 오묘하다. 재미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재미가 없는데도 좋을 때가 있었다. 수학책도 즐겨 읽는데, 이건 내게 전적으로 무용한 세계에 대해서 알아간다는 즐거움 때문에 읽는다. 세상에는 이런 종류의 즐거움도 있는 것이다. 시를 읽는 즐거움 역시 오로지 무용하다는 것에서 비롯한다. 다른 이유 없이 오직 그 언어만을 순수하게 소비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훨씬 탐욕적인 독서일지도 모르겠다. 소비할 것은 언어뿐이므로 나는 게걸스럽게 시의 문장들을 받아들인다. 하루 중 얼마간을 그런 시간으로 할애하면 내 인산은 약간 고귀해진다.-226-227쪽

훌륭한 독서가는 준비된 독서가다. 텍스트가 주는 변용의 힘을 얻을 준비가 된 사람은 무엇을 읽든 자신의 이야기처럼 읽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필요한 메시지를 가지고 현실로 내려와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나간다. 그러자면 이야기를 자기 삶에 대입해보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고, 발견한 메시지를 일상을 통해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287쪽

영화 <트로이>에서 주인공 아킬레우스는 포로로 잡은 트로이의 공주 브뤼세이스에게 인간의 매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네게 아무도 모르는 비밀 한 가지를 얘기해줄까? 신은 인간을 질투해. 왜냐하면 인간은 언젠가는 죽을 운명이거든."
그의 말 속에는 인간과 인생에 대한 진실이 담겨 있다. 인간은 죽을 운명이라는 것과 그것으로 말미암아 인생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영원히 사는 것은 아름답지 않다. 영원히 사는 것은 현재의 가치를 무너뜨린다. 영원한 삶에게 지금은 소중하지 않다. 당연히 삶 전체도 소중하지 않다. 언젠가 죽을 운명이므로 지금이 소중하고 인생이 아름다울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의 삶은 소중하고 아름답다. -290쪽

내성적인 사람은 의미부여를 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생각이 안을 향해 흐르므로 자기 안에서 어떤 의미가 있어야만 필요한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외향적인 사람은 특별한 이유나 의미부여 없이도 무엇인가를 한다. 그들은 이유를 따지지 않고 그냥 한다. 가끔 외향적인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러면서도 한심해보였다.-321쪽

죽음의 수용소 생활을 통해서 빅터 플랭클은 중대한 발견 하나를 하게 된다. 그것은 니체가 남긴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322-3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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