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인문학독서법 - 삶의 기적을 일으키는 인문학 독서법의 비결
김병완 지음 / 북씽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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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독서를 하고, 많은 책을 읽으면 인생이 바뀐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하지만 그것이 실효적으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양과 시간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독서한 양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독서를 한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 경우 독서의 임계점을 돌파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독서한 시간은 단기간이지만, 독서한 양이 너무 작아도 또한 그렇게 된다. - 233쪽

초서(抄書)란 책에서 중요한 부분이나 내용을 뽑아 옮겨 쓰는 것을 말한다. 이런 점에서 필사(筆寫)와는 다르다. (…)
초서는 지금처럼 너무나 많은 책들, 많은 작가들이 넘치는 이 시대에 더욱 더 필요한, 즉 시대의 흐름에 맞는 통합적인 독서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 261쪽

"기억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색에 의해서 얻어진 것만이 참된 지식이다."
톨스토이의 이 말은 우리에게 진짜 독서가 왜 인문학 읽기이며 동시에 사색인지를 깨닫게 해 준다. 지식과 정보는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진짜 지식이 아니다. 하지만 인문학 읽기를 통한 사색은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탐구하는 것이고, 만들어나가는 것이고 없던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사색을 통해 제대로 된 참된 독서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264, 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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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한 정리법 - 세계적 베스트셀러 <심플하게 산다>의 실천편
도미니크 로로 지음, 임영신 옮김 / 문학테라피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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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삶 속에 파고든 무질서를 너무 오랫동안 방치해둔다면, 우리는 진정한 인생의 기쁨을 맛보지 못하고 무질서의 지배를 받게 된다. 점점 감각은 무뎌지고 피로는 더해가고 모든 것을 되는대로 흘려보냈다는 후회와 상념, 죄책감 등으로 과거에 집착하느라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무질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무게가 더해질 뿐이다.
이제 더 이상 자신에게 의미가 없는 물건은 모두 치워버리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열 배는 더 홀가분해질 것이다. 정리해야 할 물건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무질서와 불편함의 문제가 줄어든다. 실제로 무질서의 원인은 지나친 소유에 있기 때문이다. - 17쪽

"더 버릴수록 정신은 더 맑아진다."
모든 과잉은 우리의 지적 기능을 마비시키는 원인이자 그 결과다. 무엇보다 인간은 에너지에서 비롯된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물질적 영역에 속한 것들에 에너지를 쏟아붓다 보면 스스로 한계에 부딪힌다. 인생을 부분이 아닌 전체적 측면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하면, 개인의 태도와 감정, 지성과 심리, 영성 등과 아울러 육체적 부분까지도 완전히 변화된다. 이러한 한 사람의 변화는 파장을 일으켜 그를 둘러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우리 자신의 진동이 변화함에 따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진동 역시 그 성질이 변하기 때문이다. - 25, 26쪽

"나는 너무 많은 물건에 매여 있었다. 아무것도 포기하려 들지 않았다. 나 자신이 홀가분하다 여기면서도, 이 꽃병이 내 부유함을 보여준다고 착각했다. 그러자 어느새 이 꽃병은 탐나는 물건이 되어버렸고 내 주인이 되어 군림했다.
심지어 깨어지는 순간에도 꽃병은 여전히 나의 감정을 사로잡으며 나를 지배했다. 이 꽃병은 분명 내 소유였지만, 구속되어 있는 쪽은 오히려 나였다. 모든 것이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러한 구속 또한 사라진다. 이제 나는 자신에게서 한 발짝 떨어져서 소유가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느끼며, 피조물의 운명을 위해 기도하는 법을 배웠다. 그 결과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행복을 맛보고 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은 덧없고 언젠가는 운명의 날이 찾아온다."
이케자와 나쓰키의 「뼈는 산호, 눈은 진주」 중에서 - 57쪽

자아가 과잉되었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 교만이다. 교만이라는 장벽은 사람들로 하여금 아주 단순한 것도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든다. 불필요한 물건만큼이나 과잉된 자아는 우리 삶을 도둑질한다. 진정한 자유를 얻으려면 사회적 존재로서의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아야 하고, 또 ‘나 자신’을 과신하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초연함에 이르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러한 시각을 통해 자기 이익만을 계산하고 모든 것을 차지하려고 드는 자세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이렇게 혹은 저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틀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고, 자기만의 삶의 방식과 시각을 절대적인 진리인 양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도 않게 된다. - 63쪽

우리의 본성과 취향은 변하므로 더 이상 자신에게 맞지 않는 물건들은 버리도록 하자. 계속 집착하는 것은 인생을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삶 속에서 낯섦과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통제할 수 없게 된 부분에 대해서는 단념할 줄 아는 것만이 인생을 편안하게 사는 방법이다. 이것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 111쪽

수많은 책의 장점을 솔직하게 평가해보면 처음 우리가 그 책을 구입했을 때는 정말 만족했지만 사실 한 번 읽는 정도록 충분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다시 읽지 않을 책들 때문에 생활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우리의 관심사는 늘 변하기 때문에, 평생 변함없이 두고 볼 책은 많지 않다. 게다가 옛날에는 책이 많지 않았고 몹시 귀했지만 오늘날의 책은 예전만큼의 가치가 없다. 그저 무게가 나가고 자리도 많이 차지하는 짐일 뿐이다. 반드시 소유해야만 그 책을 감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책을 사는 것보다 차라리 도서관의 출입증을 가지고 다니는 편이 더 홀가분한 생활을 할 수 있다. - 201, 202쪽

나의 좁은 어깨에 메고 있던 짐은
이번 여행에서 나를 괴롭힌 주된 이유였다.
있는 그대로 검소하게 떠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추위를 막아줄 기모노 한 벌, 비를 막아줄 우비, 필기구 등
친구들이 이별 선물로 준 이 모든 물건을 두고 올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물건은 여행 내내
나를 불편하고 당황스럽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

마쓰오 바쇼 - 256쪽

내가 경험했던 사소한 모험, 두려워했던 일을 생각하고 생각한다.
그 작은 두려움들이 내게는 너무 크게 보였다.
그때는 소유하고 성취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 한 가지뿐이다.
아침에 눈을 떠 멋진 하루를 맞이하며
세상을 가득 채운 빛을 보며 사는 것이다.

필립 한든의 「소박한 여행」 중에서 - 273쪽

필요한 것 이상으로 소비하지 말자. 자신과 완전한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려면 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스트레스를 줄이고 더 홀가분하게 살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니 활용하자. - 274쪽

"너무 많이 가지면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지만, 적게 가지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 2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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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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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지지 않는다는 말이 반드시 이긴다는 걸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지지 않는다는 건 결승점까지 가면 내게 환호를 보낼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않다는 뜻이다. 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 깨달음이 내 인생을 바꿨다. - 9쪽

오랫동안 나는 이런 활수(滑手)의 상태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몸이 건강해지니까 그런 여유가 생긴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달리기 시작하는 이유가 거기 있었으니까. 하지만 몇 년이 지나고 보니 달리기 자체에 몰입하는 시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은 전혀 뛰고 싶지 않은데도 달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몸 때문이 아니라 마음 때문에 달리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서는 아마도 매일 뭔가를 끝낸다는 그 사실에서 이 기쁨이 오는 게 아닌가는 생각이 든다. 고통과 경험이 혼재하는 가운데, 거기 끝이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자발적으로 고통이 아니라 경험을 선택할 때, 그리고 달리기가 끝나고 난 뒤 자신의 그 선택이 옳았다는 걸 확인할 때, 그렇게 매일 그 일을 반복할 때, 세세한 부분까지 삶을 만끽하려는 이 넉넉한 활수의 상태가 생기는 것이라고. - 26, 27쪽

유행가의 교훈이란 이런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가장 좋은 것을 좋아하자. 하지만 곧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이 나올 텐데, 그때는 그 더 좋은 것을 좋아하자. 물론 더 좋은 것도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다른 더 좋은 것을 좋아하자. 아무튼 지금 여기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만 좋아하자. 그게 바로 평생 최고의 노래만 듣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최고의 삶이란 지금 여기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삶을 사는 것이리라. 물론 가장 좋은 삶이라는 건 매 순간 바뀐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식으로 제대로 산다면, 옛날에 좋아하던 유행가들을 들을 때처럼 특정한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경험들을 많이 할 것이다.
결국 최고의 삶이란 잊을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하는 삶이라는 뜻이다. - 30, 31쪽

가장 건강한 마음이란 쉽게 상처받는 마음이다. 세상의 기쁨과 고통에 민감할 때, 우리는 가장 건강하다. 때로 즐거운 마음으로 조간신문을 펼쳤다가도 우리는 슬픔을 느낀다. 물론 마음이 약해졌을 때다. 하지만 그 약한 마음을 통해 우리는 서로 하나가 된다. 마찬가지로 가장 건강한 몸은 금방 지치는 몸이다. 자신은 지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약한 것들은 서로의 처지를 너무나 잘 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여리고, 쉽게 상처 받고, 금방 지치는 사람이다. 다행히도 원래 우리는 모두 그렇게 태어났다. - 42쪽

그날 이후로 나는 서울에서 혼자 살기 시작했고, 어쩔 수 없이 외로워졌다. 그러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어떤 사람이 됐을까? 아마도 "너를 안다, 정말 잘 안다, 네가 무슨 속셈으로 그러는지 다 알고 있다, 네가 틀렸다는 것을 안다, 그걸 알기 때문에 나는 옳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됐을지도 모른다. 외로운 밤들을 여러 번 보낸 뒤에야 나는 어떤 사람의 속마음을 안다는 건 무척이나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하물며 누군가의 인생이 정의로운지 비겁한지, 성공인지 실패인지 말하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했다. - 45쪽

"가까운 사이인데도 난 당신을 몰라요. 당신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요. 그러니 한 번 더 말해주세요." 그 말에 당신이 한 번 더 말하기 시작하면, 설사 그 말들을 이해하는 데에는 한 번 더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한 번 더 말하고 내가 한 번 더 들을 수 있다면, 관계는 구원받을 수 있으리라. 그러니 우리 사이를 유지하는 건 막 힘이 없는 소통이 아니라 그저 행위들, 말하는 행위, 그리고 듣는 행위들일지도 모른다. - 49쪽

지금은 이제 슬픈 맛 다 알기에
말하려다 그만둔다
말하려다 그만두고
아! 서늘해서 좋은 가을이어라 했지요.
而今識盡愁滋味
欲設還休
欲設還休
却道天凉好個秋 - 58쪽

그러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다고 해서 하기 싫은 일을 반드시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으니까 하기 싫은 일은 더구나 하지 말아야지. - 83쪽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해진다고 한다. 이유는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은 서로 다른 세상에 살기 때문에. 20대가 사는 세상은 아직 탄생한 지 30년도 지나지 않은 세상이다. 지속 시간이 짧으니 삶에는 인과보다는 우연이 더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60대가 사는 세계는 벌써 70년 가까이 지속된 세계다. 시간이 그 정도 지속되면 결과를 통해서 원인을 따져 볼 수 있다. 젊은이들이 사는 세계에서는 담배를 피운다고 폐암에 걸리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늙은이들이 사는 세계에서는 수두룩하다. 그러니 두 세계가 다를 수밖에. 노인들의 행복은 거기서 비롯한다고 한다. 그들은 예측가능한 세계에 살기 때문에. - 89쪽

내가 사 온 보석바를 보더니 친구도 "어, 보석바가 아직도 나오네"라며 반색했다. 사실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도 심심찮게 만나는 친구였다. 둘이서 어렸을 때 먹었던 아이스크림 이야기를 한참 떠들었다. 물론 보석바를 먹던 시절의 이야기도. 그때 나는 깨달았다. 추억을 만드는 데는 최소한 두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혼자서 하는 일은 절대로 추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 161쪽

간절히 원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이뤄 주기 위해서 온 우주가 움직인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자주 우주는 내 소원과는 무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건 어쩌면 우리가 소원을 말하는 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정말 사랑한다면, 결혼이 아니라 아낌없이 사랑할 수 있기를 원해야만 할 것이다. 결혼은 어려울 수 있지만, 아낌없이 사랑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다. 그건 내 쪽에 달린 문제니까. 마찬가지로 마라톤 완주가 아니라 매일 달리기를 원해야만 한다. 마라톤을 완주하느냐, 실패하느냐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매일 달리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때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때, 우주는 우리를 돕는다. 설명하기 무척 힘들지만, 경험상 나는 그게 사실이라는 걸 알고 있다. - 207쪽

"뉴잉글랜드의 기후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다. 거친 날씨와 찌는 듯이 무더운 날씨, 흐릿한 날씨, 얼음 벌판에 빛이 반사되어 비치는 듯한 누르스름한 날씨가 있으면, 또한 화창하게 맑은 날씨, 덥지도 춥지도 않은 완벽한 날씨도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나는 이걸 써먹어 본다. 30대 후반은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시절이다. 끝없이 일어나는 일들과 당장 어딘가로 사라지고 싶은 욕망, 암울하고 불안한 앞날, 외로움에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은 퇴근길의 나날이 있으면, 또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밤들, 내일의 일들이 기대되는 완벽한 나날도 있다. 아, 그렇구나. 훌륭하다는 말의 참된 의미는 그런 것이었구나. - 230쪽

이제 그 길은 혼자 걸어도 괜찮은 길이라기보다는 혼자 걸어야만 좋은 길이 된다. - 237쪽

일본에서 신사에 들렀을 때, 일본인 친구의 권유로 재미삼아 소원을 빌었다. 주택가 옆 작은 신사를 빠져나오는데 일본인 친구가 무슨 소원을 빌었느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더 많은 일들이 내게 일어나기를, 그리고 그 일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를 원했다고 대답했다. 예컨대 어떤 일이냐고 그 친구가 내게 물었다. 말하자면 예측할 수 없이 변하는 날씨처럼, 늘 살아서 뛰어다니는 짐승들처럼, 잠시도 쉬지 않고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들처럼. 그처럼 단 한순간도 내가 아는 나로 살아가지 않기를, 그러니까 내가 아닌 다른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나를 사로잡는 것들이 있으면 그 언제라도 편안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 246, 247쪽

내가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일들에 귀를 기울이고 냄새를 맡고 형태와 색을 바라볼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다면, 두려움과 공포와 절망과 좌절이 지금 이 순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걸. 내 절망과 좌절은 과거에 있거나, 두려움과 공포는 미래에 있다는 걸. 지금 이 순간에는 오직 지금 이 순간의 감각적 세계뿐이라는 걸. - 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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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 사랑과 자유를 찾아가는 유쾌한 사유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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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욕망의 주체는 금지를 수용하지만, 동시에 금지된 것을 욕망하면서 탄생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라캉은 "법과 억압된 욕망은 동일한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정확히 프로이트가 발견했던 것이다"(<에크리 Ecrits>)라고 이야기했던 겁니다. 따라서 욕망의 주체는 분열된 주체일 수밖에 없습니다. - 34쪽

성관계를 맺을 때 강박증자, 즉 남성에게 여성은 `대상 a`의 우연적인 용기나 매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핑크는 지적합니다. 당연히 남성에게 여성은 "대체 가능하고 교환 가능한 것"일 뿐입니다. 핑크의 지적은 강박증에 대한 라캉의 논의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라캉도 강조했던 적이 있습니다. "남자에게 여성은 어머니 아니면 매춘부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이지요. 그러니까 남성에게 여성이란 자신만의 고유한 욕망이 없는 존재로 드러난다는 겁니다. 그래서 강박증자로서 남성이 가장 당혹스러워하는 순간은 단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던 여성이 당당하게 그녀만의 욕망을 피력할 때입니다. - 39, 40쪽

핑크는 이어서 히스테리는 강박증과는 반대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강박증자에게 중요한 것이 자신의 욕망이었다면, 히스테리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반대로 타자의 욕망입니다. 히스테리 구조를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여성은 상대방 남성이 욕망하는 대상, 즉 `대상 a`가 되려고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여성이 자신의 욕망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상대방 남성에게 욕망의 대상이 되려는 노력 자체는 여성의 실존에서 갈등 요인으로 기능하게 될 겁니다. 히스테리가 신경증에 속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 40쪽

이리가레이는 여성은 남성과는 구별되는 존재라는 확실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과거와 비교해볼 때, 여성의 법적인 지위가 향상된 것은 사실입니다. "여성과 남성은 평등해져가고 있는" 중이지요. 그렇지만 이리가레이는 평등이란 단어가 함축하고 있는 폭력성에 주목합니다. 이것은 남성과 여성 사이의 존재론적 차이를 부정하는 논리를 숨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이리가레이에 따르면, 남녀평등 이념 속에서 평등이란 잣대는 여전히 남성적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녀는 남녀평등이란 미명이 "민중의 아편"과 같다고 이야기했던 겁니다. 남성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어 자신을 만들어가게 되면, 여성들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남성적 정체성을 내면화하기 때문이지요. - 72, 73쪽

베유의 통찰에 따르면, 노동자의 지위는 육체노동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문명이 도래하지 않는다면 결코 회복될 수 없습니다. 육체를 움직여본 사람은 알 겁니다. 인간이 혼자 있을 때 얼마나 나약하고 무기력한지를 말이지요. 돌 하나를 옮기려고 해도 타자와 관계하여 힘을 모아야만 합니다. 당연히 육체노동은 자신의 한계를 겸허히 받아들이게 하고, 동시에 타자와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각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베유도 강조했던 겁니다. "육체노동이 최고의 가치인 것은 생산하는 물건과의 관계가 아니라 노동하는 인간과의 관계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 101, 102쪽

사랑은 타자를 신과 같은 절대자로 만들어버립니다. 그가 나를 나만큼 사랑해주기를 강제할 수 없고, 단지 바라는 것 이외에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사랑에 빠진 우리가 사랑하는 바로 그 사람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긍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그렇지만 이런 상태는 우리를 불안하게 합니다. 기도의 이면에 사실 내 기도를 들어주었으면 하는 숨은 욕망이 있는 것처럼, 내 사랑도 그에 걸맞은 대가를 무의식적으로 원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사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로부터 사랑받으려는 욕망이 아닌가요? - 186쪽

흥미로운 것은 죽음에 직면했을 때에만 삶도 분명해진다는 사실입니다. 바깥과 직면했을 때에만 안은 안으로서 규정될 수 있는 법이니까요. 타자를 만나지 못하면 자신을 자신으로 자각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겁니다. 죽음이라는 바깥과 직면해 있는 동안에만, 삶은 삶으로서 그 빛을 발하게 됩니다. 블랑쇼는 인간이란 바깥ㅌ과 직면할 때에만 자신으로서 존재할 수 있다고 이해했던 사람입니다. 그의 지적이 옳다면 인간은 자기 자신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깥, 타자 혹은 차이와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겁니다. 레비나스와 낭시가 강조했던 개념 `엑스포지숑exposition`도 바로 이런 사태를 가리키는 겁니다. 그러니까 `바깥ex`에 대해 `서 있는position`것이 존재의 비밀이라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인간은 죽음이라는 바깥과 직면하면서 삶을 살아내는 존재입니다. 결국 우리는 `무`에 직면해야만 `존재`를 확보할 수 있는 비극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 242쪽

체제가 원하는 것을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착각한다면, 우리는 이미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 아니지요. 단지 우리는 주어진 배역을 연기하는 불쌍한 꼭두각시나 광대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구경꾼이 되면 될수록 우리는 더 적게 살아가게 된다"라는 기 드보로의 지적이 가슴을 철렁하게 만듭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세계 혹은 타자들과 직접 부딪쳐야만 합니다. 설령 체제가 제공한 제스처를 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세계와 직접 부딪치면 되는 겁니다. 바로 그 순간 우리가 흉내 내고 있는 제스처가 나의 삶에 어떤 행복과 힘을 주는지 알게 될 테니까요. - 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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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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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본성이었다. 생명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본성. 그가 쉬차를 버리지 않았다면 쉬차가 그를 버렸을 터였다. 그것이 삶이 가진 폭력성이자 슬픔이었다. 자신을, 타인을, 다른 생명체를 사랑하고 연민하는 건 그 서글픈 본성 때문일지도 몰랐다. 서로 보듬으면 덜 쓸쓸할 것 같아서. 보듬고 있는 동안만큼은 너를 버리지도 해치지도 않으리란 자기기만이 가능하니까. - 345, 346쪽

"욕망이 없다면 잃어버릴 것도 없어. 잃을 게 없으면 두려움도 없고. 드림랜드에 있으면 그렇게 살 수 있을 줄 알았어. 잃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적어도 그때보다 무서운 일은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어. 그런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야."-3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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