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떠돌아다니는 말로 내가 가장 절묘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정부는 정책을 만들고 국민은 대책을 만든다" 이다.
어려서부터 나는 장래 희망이라는 것이 없었다. 미래에 대한 기대도, 사람에 대한 환상도 없었다. 스무 살이 되던 해라고 해서 달랐을 리 없었다. 하루를 보내고 나면 또 하루가 왔고, 한 사람과 헤어지면 또 누군가와 새로 만나게 되리라 믿었다. 그게 시간의 법칙이었다. 꿈을 꾼다고 해서 하루가 마흔여덟 시간으으로 늘어나거나 1년이 한 달 새에 지나가는 일은 없다.나는 시계 속 톱니바퀴처럼 규칙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행복했다. 너무 행복해서 이래도 되나 잠깐 불안했다. 이상하다. 행복은 늘 불안한 마음을 동반한다.
뉘십네까? 하는 목소리를 듣고 대답하려는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나는 상대가 누구인지 몰랐다. 메일에 적혀 있던 건 주소뿐이었다. 상대를 모르니 내가 누구여야 하는지도 알수 없었다. 존재라는 게 이렇게 상대적인 거였군.
참 이상한 일입니다. 당신은 늘 집에 없는 존재 같아서 나는 늘 혼자 허허벌판에 서 있는 것 같았는데, 나 혼자 살고 있는 이 집에는 온통 당신 흔적뿐입니다. 당신이 죽은 이후 조금이라도 당신과 상관이 있는 물건을 모두 버린다면 내게는 아무것도남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비로소 했습니다. 무척 슬프고 참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