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상상하는 것과 찾아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 P92

결국 모두가 헤어질 이유는 많고 계속 만나야 할 이유는 적었다. - P88

좋은 꿈. 좋은 꿈. 메시지를 나누고 누우면 가끔 얼떨떨했다. 이토록 좋은 일이 이토록 평범한 방식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이 의심스러웠다.  - P95

그는 청혼에 비하면 결혼식은 다소 과대평가된 의례라고 생각했다. 청혼은 둘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지만 결혼식은 둘이 아닌 사람들을 위한 일이었다.  - P97

그는 어떤 것들은 예고될 수 없으며 호명될 뿐이라고 생각하며 담대해졌다. 당장 해야 할 일은 단순하고 명료했다.  - P107

진주 자신도 즉석밥이나 생수 따위를 종종 주문했는데, 그 점에 비춰보면 그들도 단지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일 거라고, 그래서 자기가 시급을 받고 시간을 팔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그들은 아낀 시간으로 무엇을 할까. 마트에 와서 물건을 담는 귀찮은 과정을 생략하고 오직 그 물건들이 주는 행복의 알맹이만을 누리고 있을까. 아니면 그 물건들을 사기 위해 자기처럼 또다른 누군가에게 시간을 팔고 있을까. - P127

때로는 시시하고 때로는 끔찍했으며 결국에는 죄다 망해버린 연애들이 있었다. 초라하게 사라진 나라들조차 폐허 어딘가에는 영광을 남기는 것처럼 그 연애들에도 부정할 수 없는 순간은 있었다. 연애가 망하더라도 사랑은 망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몰랐다.  - P142

미래는 여전히 닫힌 봉투 안에 있었고 몇몇 퇴근길에는 사는 게 형벌 같았다. 미미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워 담았고 그게 도움이 안 될 때는 불확실하지만 원대한 행복을 상상했다. 보일러를 아껴 트는 겨울. 설거지를 하고 식탁을 닦는 서로의 등을 보면 봄날의 교무실이 떠올랐다. 어떤 예언은 엉뚱한 형태로 전해지고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야 실현되는 것일지도 몰랐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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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불편한 예감에 시달릴 때마다 이상하게도 오래전 지하 소극장에서 본 오타쿠들이 떠오른다. 그 기모이한 오타쿠들의 열렬한 구호. 가치코이코죠. 진짜 사랑 고백. 좋아 좋아 정말 좋아 역시 좋아・・・・・・ 그것도사랑이라면, 나는 어쩐지 그 근시의 사랑이 조금 그립다. - P37

사람들이 클래식을 듣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마음을 증류해서 색과 맛과 향을 없애기. - P42

혼자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둘이서 행복할 수는 없다는 전언에 맹희도 동의했다. 혼자를 두려워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말 것. 적극적으로 혼자 됨을 실천할 것. 연애는 옵션이거나 그조차도 못 되므로 질척거리지 말고 단독자로서 산뜻한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할 것. - P47

왜 사람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서도 부재를 느낄 수 있는지.  - P51

여기까지 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원하는 게 있어. 나는 내가 원하는 게 있다는 걸 알고 있어.  - P56

사람들은 나이와 직업과 외모를 초월한 사랑이 더 진실하다 여기면서도 정말 그것들을 초월하려고 시도하면 자격을 물었다. 인생을 반도 안 산 사람에게 어떻게 ‘도태‘되었다는 표현을 할 수 있는지, 596명이나 거기에 추천을 누르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의아했다. - P70

속을 보이면 어째서 가난함과 평안함이 함께 올까.  - P74

무언가를 가져보기 전에 도둑맞는 게 가능한지 생각했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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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정지아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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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는 취하기 위해 혹은 분위기에 맞춰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마셨던 술인데, 나이가 들면서는 술 그 본연의 맛을 점차 알게 된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주말 저녁 조용히 술 한 잔 따라 놓고 홀짝이며 책에 적힌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술친구 삼아 조금씩 아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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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이 서로에게 동시에 열정을 느끼는 일이 기적 같은 일이라서 더 그랬을지도 몰라. 이런 애틋한 마음이 내게 깃드는 한 나는 앞으로도 정신 못 차리겠지. - P12

사랑이 깊지 않았다면 온기가 남아 있는 두툼한 이불 속에서 금세 다시 잠들었을 텐데 나는 이 어쩔 줄 모르는 감정을 진정시켜야만 했어.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정신을 놔버릴 것만 같았어. 결국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두 손으로 입을 막고천천히 심호흡을 반복했어. - P25

나는 여전히 모르겠어. ‘당분간 떨어져 있는말의 뜻을 그건 제안이 아니라 선언이었고 나는 거기에 찬성도 반대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어. 그게 무슨 뜻이냐고 되묻는 순간, 당신이 견디지 못하고 내 앞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릴 것을 아니까. 상대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쪽은 무력하게 얼어붙지. - P26

왜 혼자서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지.
만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었으면, 왜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지.
우리가 그런 이야기도 못 하는 사이인지.
당신한테 나는 인간적으로 겨우 그 정도 사람밖에 되지 않는지.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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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의 딸에게도 따스했던 사람이니 상처받아 잔뜩 독 오른 아이가 당신의 호의를 가뿐하게 저버린 것도 혹 이해해주지 않으려나. 선생이라면 호의를 받아들이는 데도 여유가 필요함을 알았을 것이다. 그때의 나에게는, 열넷의 나에게는 그런 여유가 없었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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