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특히 부모들은 자기들이 귀찮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아니들이 누리는 기쁨을 금지시키곤 한다. 저녁 늦게까지 밖에서 놀다 들어온 아이의 옷과 신발에 묻어 있는 진흙에 짜증내지 않는 부모는 드물 것이다. - 31
어린이 앞의 세상은 신선하고, 새롭고, 아름다우며, 놀라움과 흥분으로 가득하다. 어른들의 가장 큰 불행은 아름다운 것, 놀라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추구하는 순수한 본능이 흐려졌다는 데 있다. 자연과 세상을 바라보는 맑은 눈을 상실하는일은 심지어 어른이 되기 전에 일어나기도 한다. - 51
우리는 광대한 우주의 언저리에서, 저 먼 곳 다른 언저리를 바라보는 외로운 두 별이었다. - 62
나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의 파도가 내 안에서 물결치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한 고독감,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삶의 방향이 정해지곤 하는, 나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피조물에 대한 연민, 간절히 원할 수도, 철저히 거부할 수도 없이, 다만 어김없이 따라야만 하는 어떤 섭리에 대한 경외감, 해마다 틀림없는 이동 경로와 방향을 밟는 철새들의 설명할 길 없는 본능에서 느껴지는 신비감……. - 84
그러나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린이에게나, 어린이를 인도해야 할 어른에게나, 자연을 ‘아는 것’은 자연을 ‘느끼는 것‘의 절반만큼도 중요하지 않다. 자연과 관련한 사실들은, 말하자면 씨앗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씨앗은 나중에 커서 지식과 지혜의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연에서 느끼는 이런 저런 감정과 인상은 그 씨앗이 터잡아 자라날 기름진 땅 이라고 할 수 있다. 유년 시절은 그런 기름진 땅을 준비할 시간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감수성, 새로운 것, 미지의 것에 대한 흥분과 기대 · 공감 · 동정 · 존경 · 사랑…. 이런 감정들이 기름진 땅을 이루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킨 사물에 대한 지식을 올바르게 추구할 수 있다. -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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