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바는 자신이 하는 행동과그 행동을 일으키는 환경으로부터 나오는 부산물이다. 필사적인 의지로 기분을 바꾸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런 감정을 일으키는 환경을 바꿈으로써 기분을 전환하는 게 낫다. 이 숲에서 나는 풀과 꽃이 즐겁지 않다면 다른 숲으로가 유유자적하게 걸어보면 된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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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 기간이 지난지식은 버려야 한다. 어떤 이론이나 지식, 심지어 원칙도 그 시대와 사회의 편견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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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는미물이지만 우리에게 인간과 이웃과 자연이 함께 지복을 누리는 좋은 삶, 그걸 생각해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전령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P125

인간은 발전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고, 인간의 역사는 발전해온 것이고, 앞으로도 발전은 지속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당연시해온 발전 이데올로기인데요. 사실은 근대사회에서, 특히 68혁명 이후에는 발전 이데올로기가 당연하지 않거든요. 물적 발전, 물질주의적 발전이라는 성장지상주의가 대단히 위험할 수 있고 오래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자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인식이 동시에 있었어요. - P141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수월성meritocracy 사고는 이제 존엄성dignocracy 사고로 바뀌어야 합니다. 중요한 건 경쟁에서 승리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겁니다. - P151

심리학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불안은 사실을알려달라는 감정이고, 분노는 진실을 말하라는 감정이다. 그런데 우리가 광장에 나갈 때는 어떤 상태일까요? 분노해서 나가죠. 광장에 나간 시민들은 진실을 말하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그때 ‘아니야, 이거 별문제 없는 거야.‘라고 사실관계만얘기하면 분노가 사라지지 않죠. - P167

정말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사회적으로 원하는 걸 계속 추구하다 보면 훨씬 더 많이 벌어야 합니다. 훨씬 더 많이 가지고 훨씬 더 많이 빼앗아야 합니다. 그런데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걸 알아가면서 그에 대한 역량을 발전시켜가는 사회나 문화에서는 더 적은 걸 가지고 공존하면서도 다 함께 행복하게살 수 있겠죠. - P176

공존력을 갖춰야 가장 안전한 개체가 되잖아요. 그러니까 욕망을 끝없이 추구하는 국가나 문화는 반드시 누군가에 의해서 크게 당하고, 역으로 침략받을 가능성이 커지기도하고요. 그러니 우리를 잘 지킬 수 있는 최대한의 경쟁력이자무기가 공존력이고 적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이라고 보면되겠습니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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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후 변화 때문에 그 박쥐들이 지금 계속 온대 지방으로 슬금슬금 옮겨 오고 있어요. 사람들이 이걸 또 건드려대니까 앞으로 이런 일이 점점 잦아질 겁니다. 지구온난화로인해 온대지방에 전염성 질병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어요. 바이러스와 세균을 옮기는 매개동물들의 분포 범위가 넓어지고 있죠.
예를 들어 뎅기열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가대만까지 북상했습니다. 우리나라로 건너오는 건 이제 시간문제입니다. 시베리아 같은 극지방에서 동토가 녹으면서 예전에 탄저병으로 죽은 순록 사체가 드러나며 다시금 탄저균이기승을 부리기 시작했어요. 이런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 P30

그리고 돌봄경제, 영어로는 ‘care economy‘라고 하는데요.
집에서 하는 가사노동부터 의료, 기본 서비스 등에 종사하는분들이 없으면, 즉 이러한 돌봄경제가 없으면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경제라는 것이 존재할 수도 없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다 서로 얽혀 살고 있어요. 그러니까서로 돕고 안전을 지켜주지 않으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않는 거죠. 코로나19 사태를 기회로 이런 인식들이 점점 퍼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좀 더 연대가 강화되는 쪽으로 사회가 재구성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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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내가 그 이후를 어떻게 지나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후,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다. 누군가가 내 몸을 보고 흥분하고 발기하는 일을 선물처럼 여기게 되었다. ‘첫‘이 아닌 것들의의미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었다. 사랑에서 애걸로 되는 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자를좋아하는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 조금은 덜 실패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도 영화도 내가 선택한 잘못 찾아들어간 길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과연 유의미한 변화인 것일까? 무의미한변화는 없었던 것인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만이 유의미한 것인가? 아는 것과 변하는 것은 얼마나 어떻게 다른가? 기억의 열람만이 가능할 뿐이라면 무엇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겠는가? - P86

풍경과 동경이 만들어낸 정경은 아름답기만 하고, 그가 이곳에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나는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져 상상 속의 그처럼 웃어버렸다. - P128

그래,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은 이제 줄었을지도 몰라. 어쩌면 함께하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을지도모르지. 근데 내 마음이, 그애를 생각하는 내 사려의 깊이와 농도가 달라. 이건 물리적인 시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새로운 차원의 시간을 획득하는 거라고. - P188

온몸에 힘이 빠진 채 서로를마주 보고 누워 있을 때면, 그리고 그를 안을 때면, 나는H를 안고 있는 것이었지만 너무나 두터워진 시간을 끌어안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 P212

그럼에도, 우리에게 또 한번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이렇게 되기를 원하지 않을까? - P210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하나하나 기억할 수 없을 만큼의수많은 첫들, 첫이 아니게 되어 좋았던 것들, 반복되는 것들, 익숙해진 것들과 질린 것들 사이, 우리는 그저 그다음이 궁금했던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필요했던것이 아니라 서로가 아닌 것이 필요하고 궁금했다고. 그럼에도 우리는 처음으로 헤어져야 했기에 유려하지 못했고, 이별 아닌 다른 방법을 몰랐던 것이라고도 나는 생각한다. - P215

오래된 연인은 이별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그렇기에H와의 이별이 급작스러운 것이 아님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 P262

유한한 운명을 지닌사랑은 곁을 흐르다 사라지지만, 그 사랑이 남겨놓은 흔적들은 계절이 돌아오듯 시간 속에서 강렬하게 기억을 환기한다. 그래서 이별과 함께 시작되는 김봉곤의 글쓰기는날씨가 아니라 계절의 글쓰기이며, 사랑의 환희와 희열을이어가는 내밀한 몸짓이다. - P336

진정한 사랑이란 상대를 포용하고상처를 넘어서는 것임을 머리로는 모두 알지만, 상대에게이미 마음의 일부를 주었을 때 점점 더 자기파괴적이고불안정하고 위태로워지는 사랑은 자신을 버리는 일처럼뿌리치기 어려운 것이다. - P340

다시 태어날 것을 다짐하고 있지만, 김봉곤은 더이상 그 강렬한 밀도가 담보하는 파괴성에 홀리는 것 같지 않다. 인생의 모든 변화 앞에서 매번몸을 해체하며 다시 태어나는 극적인 탈피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때로는 수면의 위아래를 오가는 미약한 부력으로 살아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이제 그는 안다. 그렇게그의 글쓰기는 몸을 바꿨다. 일상의 소용돌이가 그친 후부서지는 강렬한 슬픔 속에서 비로소 글쓰기의 활동이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나른하게 이어지는 일상의 건조하고 옅은 슬픔들 사이로 글쓰기가 끊이지 않고 흐르며 ‘문장- 풍경‘을 만들어간다.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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