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에는 `매립`과 `소각` 두 가지가 있다. 여기에 환경부가 새로운 쓰레기 해결책으로 선택한 것이 시멘트다. 시멘트는 제조 과정에서 많은 열량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소각재와 하수 슬러지(Sludge)를 비롯해 온갖 비가연성 산업쓰레기까지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 19쪽
오늘날 대한민국의 모든 시멘트 공장들은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든다. 폐타이어, 폐고무, 폐비닐, 폐유 등의 가연성 쓰레기와 소각재, 하수 슬러지, 공장의 슬러지, 제철소 슬래그(Slag) 등의 비가연성 쓰레기를 석회석과 혼합해 태워 만든 것이 우리의 집을 짓는 시멘트다. - 40쪽
시멘트 공장은 홍보물을 통해 쓰레기 시멘트는 천연자원 보존과 매립장 수명을 연장하는 "시멘트 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누가 시멘트 공장에게 환경을 생각하는 사회적 책임을 주었는가? 시멘트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은 딱 하나다.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유해물질 없는 깨끗한 시멘트를 만드는 것뿐이다. 일본에서 쓰레기처리비를 준다고 일본의 석탄재를 수입해 오는 시멘트 공장들이다. 돈을 위해서라면 일본의 쓰레기까지 수입해 오는 비양심적인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운운할 자격이 있을까? 쓰레기 시멘트를 합리화하는 변명에 불과하다. - 50쪽
최근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세계 여러 나라들이 방사능 오염을 우려해 일본산 고철 수입을 중단했다. 그러나 한국은 방사능 오염의 우려가 있는 값싼 일본산 고철 수입이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은 방사능 오염의 우려가 있는 값싼 일본산 고철 수입이 증가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이 적발되지 않도록 방사능 검사기가 설치돼 있지 않은 전북 군산항 등을 통해 일본산 고철이 수입되었다는 사실이다. 방사능 고철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 방사능 고철의 무분별한 수입은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고철 쓰레기가 섞인 아스팔트뿐만 아니라, 방사능 고철로 만든 제품들은 철근과 자동차, 그리고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주방용품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무관심과 돈벌이만 생각하는 업자들 덕에 우리의 일상이 방사능에 노출되고 있다. - 57쪽
어떻게 시멘트에서 방사능이 나올 가능성이 있을까? 고철을 용광로에 녹였을 때 발생하는 슬래그를 섞은 아스팔트에서 방사능이 검출된 것처럼, 시멘트 제조에도 고철 슬래그를 비롯해 온갖 쓰레기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시멘트가 석회석 돌가루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집 짓는 데 사용되는 모든 시멘트는 석회석과 함께 전기 전자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등의 공장에서 발생하는 산업폐기물을 섞어 만든다. - 58쪽
원래 시멘트란 석회석에 점토, 철광석, 규석을 섞어 유연탄으로 1400도 고온에 태워 만든다. 그러나 지금은 `쓰레기 재활용`이라는 미명하에 점토 대신 석탄재와 하수 슬러지, 소각재, 각종 공장의 오니가 사용되고, 철광석과 규석 대신 제철로 고철에서 발생한 쓰레기인 슬래그와 폐주물사 등이 사용된다. 그리고 유연탄 대신 폐타이어, 폐고무, 폐비닐, 폐유 등이 사용한다. 석회석과 소각재, 하수 슬러지, 공장 슬러지, 슬래그 등의 각종 비가연성 쓰레기와 폐타이어, 폐고무 등의 가연성 폐기물을 혼합해 태우고 난 재가 우리의 집을 짓는 시멘트가 된다. 그 결과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에는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이 가득하다. 바로 이 때문에 시멘트에 방사능이 잔존할 가능성이 있다. - 59쪽
환경부가 국내 시멘트의 유해성을 조사하고도 감추고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수소문 끝에 입수한 보고서의 실체는 충격이었다. 국내 시멘트 10개 중 6개 제품이 지정폐기물 기준보다 발암물질인 6가크롬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었다. 국내 시멘트 제품 60퍼센트가 지정폐기물보다 발암물질이 많다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쓰레기 시멘트를 허가한 당사자인 환경부가 져야 하니, 환경부로서는 보고서를 감출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발암물질 1.5mg/kg이 넘으면 유독성 지정폐기물로 지정해 따로 매립하도록 정한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집을 짓는 시멘트에서 `지정폐기물`의 기준치보다 많은 발암물질이 검출된 것이다. 그것도 한두 제품이 아니라 조사 대상의 60퍼센트였다. 이는 아파트 열 채 중 여섯 채는 지정폐기물보다 더 유독한 발암 시멘트로 지어졌다는 말과 같다. - 62, 63쪽
`중국산 시멘트가 국산 시멘트보다 안전하다`는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국내 모든 시멘트와 중국산 시멘트를 구입해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유해물질 조사를 의뢰했다. 중국산 시멘트에서는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는데, 국산 시멘트 중 동양시멘트에서 발암물질 6가크롬이 무려 110ppm 검출되었다. 환경부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기준 20ppm의 5배가 넘는 수치였다. - 70쪽
중국은 1999년 6월 전국에 8000여 개가 넘는 시멘트 공장의 품질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4000여 개의 공장을 폐쇄했다. 놀랍게도 같은 해인 1999년 8월, 한국은 IMF로 경영이 어려워진 시멘트 공장들을 위해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도록 환경부가 허가해 주었다. 중국 시멘트와 국산 시멘트의 유해물질 차이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시멘트 내의 유해물질은 기술력이 아니라 쓰레기 사용 여부에 달렸다. 만약 환경부가 산적한 폐기물 처리를 위해 시멘트에 쓰레기를 사용하도록 허가했다면, 쓰레기 사용기준과 시멘트 제품의 안전기준을 정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유해물질 덩어리인 소각재가 시멘트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시멘트 공장들이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어 돈을 벌 수 있게 배려하면서 10년이 되도록 단 하나의 쓰레기 사용기준도 만들지 않았다. - 73쪽
예전엔 석회석에 점토와 철광석, 규석을 혼합해 유연탄에 구워 시멘트를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석회석을 뺀 나머지가 모두 쓰레기로 대체되었다. 석회석에 하수 슬러지, 철 슬래그, 폐주물사, 소각재, 공장 오니 등의 비가연성 쓰레기와 폐타이어, 폐고무, 폐유 등의 가연성 쓰레기를 혼합해 소각하고 난 재가 바로 우리가 사는 집을 짓는 시멘트가 된다. 자원 재활용이라는 명분 아래 전기, 전자, 반도체, 석유화학, 제철 등 온갖 공장의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드는 현실이 천연광물로 시멘트를 만들던 예전과 달라진 점이다. 온갖 산업 쓰레기로 만들었으니 쓰레기 안의 그 많은 유해물질이 시멘트 안에 잔류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시멘트 안의 유해물질은 발암물질인 6가크롬만이 아니다. 또 다른 종류의 발암물질인 비소As를 비롯해 크롬Cr, 납Pb, 니켈Ni, 구리Cu, 수은Hg, 바륨Ba 등 시멘트 안엔 중금속들로 가득하다. - 82, 83쪽
2009년 10월, 환경부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보고한 업무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시멘트에는 발암물질인 비소가 최대 489.2ppm, 납이 최대 1만 1800ppm 검출되었다고 밝혔다. 발암물질 6가크롬뿐 아니라 유독물인 비소와납으로 가득한 시멘트가 국민 건강에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 83쪽
그동안 환경부는 시멘트에 아무리 유해물질이 많아도 굳으면 절대 안전하다고 주장해 왔다. `굳으면 안전하다`는 막연한 가설 하나만 믿고 온갖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어왔던 것이다. 환경부의 주장처럼, 정말 시멘트가 굳으면 시멘트 안에 발암물질과 유해물질이 아무리 많아도 인체에 아무 해가 없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시멘트는 크롬 숟가락처럼 완전물질이 아니다. 쉽게 부서지고 가루가 날리며 물을 흡수하는 불완전물질이다. - 88쪽
시멘트는 결코 숟가락처럼 완전한 물질이 아니다. 시멘트는 살아 숨 쉬는 생명체와 같다. 집 안에 널어놓은 빨래가 마르는 것은 시멘트가 그 습기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시멘트는 실내의 습기를 흡수하고 또 다시 건조되며 끊임없이 화학적 작용을 반복하는 불완전한 위험물질이다. - 92쪽
그런데 몇해 전 한 폐기물 운반업자로부터 제보가 들어왔다. "목사님, 지금 환경부는 시멘트가 많이 개선되었다고 좋아하는데, 자신들이 속고 있는 걸 몰라요. 시멘트가 좋아진 게 아니라 시멘트에서 6가크롬이 검출되지 않도록 약품ㅇ르 섞은 거에요." 너무도 충격적인 제보였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국민을 기만한 범죄다. 자세히 알아보니 시멘트를 생산하는 마지막 분쇄과정에 6가크롬이 검출되지 않는 약품을 섞는다고 했다. - 97, 98쪽
쓰레기로 어떻게 시멘트를 만드는지 그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자. 원래 시멘트는 석회석에 점토, 철광석, 규석을 혼합해 가로길이 60-70미터의 긴 원통형 소성로에서 유연탄으로 1400도 고온에 태워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석회석을 뺀 나머지가 모두 쓰레기로 대체되었다. 점토, 철광석, 규석 대신 소각재, 하수 슬러지, 제철소 슬래그, 폐주물사, 공장 오니 등 불에 타지 않는 쓰레기들이 `원료대체`라는 이름으로 소성로에 들어간다. 그리고 유연탄 대신 폐타이어, 폐고무, 폐유, 폐비닐 등의 불타는 가연성 쓰레기가 `연료대체`라는 명목으로 사용된다. - 103쪽
철을 녹이는 곳은 용광로라 하고, 시멘트가 만들어지는 곳은 소성로라 부른다. 시멘트 소성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보일러 개념과는 전혀 다르다. 보일러처럼 한쪽 끝에서 가열해서는 가로길리 60-70미터의 원통형 소성로 온도를 1400도로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석회석과 소각재, 분진, 석탄재, 슬래그 등과 폐타이어, 폐고무, 폐비닐 등을 혼합해 소성로 안에 함께 투입한다. 소성로 안에서 투입된 폐타이어 등이 석회석과 함께 불타며 소성로 안 온도를 높여주고, 다 타고 난 소각재가 시멘트다. 석회석과 혼합한 온갖 쓰레기를 소각하고 난 재가 오늘날 우리가 집을 짓는 시멘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 104쪽
시멘트 공장은 쓰레기 소각장으로 인정받아 쓰레기 처리비를 버는 것만으론 성에 차지 않았다. 위 서류엔 환경부 장관에게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개발을 위해 정책자금 지원을 해달라는 요청까지 하고 있다. 환경부는 건설경기 악화로 다 죽어가던 시멘트 공장들이 쓰레기 처리비를 받아 연명하도록 법을 개정해 주었을 뿐 아니라, 쓰레기 시멘트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도록 정책자금까지 안겨주었다. 시멘트 공장을 위해 이토록 배려해준 환경부는 정작 쓰레기 시멘트가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조사해 본 적이 없다. 쓰레기 시멘트가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는 고사하고, 단 하나의 `쓰레기 사용기준`도 `시멘트제품 안전기준`도 없었다. 그저 시멘트 공장의 돈벌이를 위해 쓰레기 사용허가만 내주었다.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발암물질 가득한 시멘트로 만든 집에서 살아가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환경부다. - 106, 107쪽
시멘트 공장은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며 `대용량이다. 소각 후 소각재라는 2차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장점이라고 자랑한다. 이게 과연 장점일까? 시멘트 공장이 자랑하는 장점을 다시 해석하면, `시멘트 공장은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사용한다. 그러나 그 많은 쓰레기를 소각해도 따로 처리할 소각재가 남지 않는다. 모든 소각재가 시멘트가 되기 때문이다`라는 말과 같다. 그동안 시멘트 공장은 스스로 최고의 쓰레기 소각시설이라고 자랑했다. 시멘트 소성로가 완벽한 쓰레기 처리시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쓰레기는 아무리 고온에 소각해도 유기물은 어느 정도 사라질지 모르지만 중금속은 그대로 잔존한다. 시멘트 토론회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자, 토론자로 참석한 시멘트 공장 고위 임원이 다음과 같이 인정했다. "질량보존의 법칙에 의해 시멘트 공장의 굴뚝을 통해 나가든지 시멘트 재에 남든지 두 개 중 하나입니다." - 112쪽
쓰레기 매립장에 묻힌 쓰레기는 최종처리된 쓰레기다. 최종처리된 쓰레기를 다시 캐내 중간처리업체를 통해 시멘트 공장에서 재활용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어느 법에서도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 쓰레기의 안전한 재활용을 위해서는 쓰레기 발생처가 명확해야 한다. 그러나 청라지구에 묻힌 쓰레기는 30년 동안 마구 매립된 쓰레기들이다. 발생처는 고사하고 어떤 쓰레기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다. - 141쪽
쌍용양회가 일본에서 크롬 함유량이 7000mg/kg이 넘는 철 슬래그를 수입했다. 그러나 크롬 함량이 너무 높아 시멘트 중 발암불질이 다량 발생하자 2005년 4월, 스스로 수입을 중단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쌍용양회가 일본의 철 슬래그 수입을 중단하자, 동양시멘트가 일본으로 달려가 톤당 2-3만원의 쓰레기 처리비를 받고 그것을 국내로 들여온 것이다. - 146, 147쪽
한국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이 우려되는 일본 고철 수입이 오히려 증가한 이상한 나라다. 그뿐 아니다. 일본의 화력발전소 쓰레기인 석탄재를 수입하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다. 일본 환경성 홈페이지는 매년 폐기물 처리현황을 발표한다. 이중 석탄재 처리 현황을 보면, 수출 대상국이 `한국, 한국, 한국, 한국, 한국, 한국...`만 끝없이 이어진다. 일본 석탄재를 수입해 시멘트를 만드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뿐이다. -153, 154쪽
이런 충격 요법을 쓴 덕에 일본 폐기물의 한국 수입이 중단되었다. 그러나 힘들게 얻어낸 일본 쓰레기 독립은 고작 한 달 만에 끝났다. 대한민국 환경부 산업폐기물과 최종원 과장이 쓰레기를 보내달라고 구걸하는 공문을 일본 환경성에 보냈기 때문이다. 최 과장은 일본에 보낸 편지에서 지난번 일본 환경성에서 지역 주민(최병성)이 지적한 문제는 다 해결되었으니 다시 쓰레기를 수입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일을 한 나라의 환경부 직원이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은 과연 정상적인 나라일까? - 162, 163쪽
일본 쓰레기 수입으로 큰돈을 벌고 있던 시멘트 업계에게 수입금지는 막대한 손실을 의미했다. 게다가 정연만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국정감사에서 "이윤추구가 기업의 목적인데, 쓰레기 처리비를 더 많이 주는 일본에서 쓰레기를 수입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멘트 공장들이 일본에서 쓰레기 수입을 계속하려면 편법이 필요했다. 일본 쓰레기 수입에 대한 여론도 따갑고, 무언가 해야 했다. 그때 환경부가 만든 꼼수가 `수출입신고제`였다. 이전엔 누가 어떤 쓰레기를 얼마나 수입했는지 몰랐지만, 수출입신고제로 인해 폐기물 관리가 가능해졌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내가 원한 것은 `신고`가 아니라 `금지`였다. 환경부가 수출입신고제를 만들자 일본의 쓰레기업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 합법적으로 악성 쓰레기를 한국으로 보낼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 180쪽
진폐증은 환경개선으로 우리 곁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질병이다. 그러나 광산이아 먼지 관련 직업에 근무한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연이어 진폐증이 발견되었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사건이었다. 그것도 한두 시멘트 공장만이 아니라, 국내 모든 시멘트 공장 주변 마을 주민들에게 진폐증 환자가 대거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이다. 환경부 조사결과에 따른 시멘트 공장별 환자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삼척 동양시멘트: 광산 직업력 없는 진폐환자 17명, 만성폐쇄성폐질환자 278명. - 단양 성신 한일 시멘트: 광산 직업력 없는 진폐환자 8명, 만성폐쇄성폐질환자 205명. - 영월 쌍용 현대 아세아 시멘트: 광산 직업력 없는 진폐환자 3명, 만성폐쇄성폐질환자 211명. - 강릉 한라 동해 쌍용양회: 광산 직업력 없는 진폐환자 3명, 만성폐쇄성폐질환자 228명. - 장성 고려시멘트: 광산 직업력 없는 진폐환자 3명, 만성폐쇄성폐질환자 166명. - 209, 210쪽
국립환경과학원의 과장과 `쓰레기 시멘트`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 환경부 자원순환국 국장의 입장을 전해 들었다. 요지는 이랬다.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지 않으면 그 많은 쓰레기를 매립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침출수 등으로 토양오염이 되지 않겠느냐,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면 자원도 재활용하고 좋지 않냐."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무지한 자들이 환경부 요직에 앉아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무지가 아니라면 시멘트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다 보니 그런 구차한 변명이 나온 것이리라.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의 말대로,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면 쓰레기를 치운 것이 될까? 그렇지 않다. 쓰레기 시멘트로 지은 아파트가 과연 몇 년이나 갈까? 길어야 30년이다. 지금 새로 지은 아파트라도 30년 뒤엔 철거되어 흙으로 돌아간다. 그러므로 쓰레기를 치운 게 아니라 지금의 쓰레기를 30년 뒤의 후손들에게 물려준 것에 불과하다. - 217, 218쪽
검찰은 쌍용양회 영월 공장뿐 아니라 서울 본사까지 압수수색했다. 왜 그랬을까? 또 다른 신문은 그 이유를 "쌍용양회 영월 공장이 가동과정에서 폐유기용제 재생연료유를 불법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라고 설명했다. 시멘트 공장의 액상 지정폐기물의 불법사용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이라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는 흐지부지 끝났다. 수사결과 발표(2006년 12월 14일)를 하루 앞둔 12월 13일, 검찰이 시멘트 공장을 처벌하지 못하도록 환경부가 신속하게 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불법`이 `합법`이 되었다. 환경부는 규제개혁위원회에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령안 시설 강화 심사안`을 올려 그동안 시멘트 공장들이 불법으로 사용해 오던 액상 지정폐기물을 시멘트 소성로에 사용가능한 `재활용 제품`으로 인정한다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시멘트 공장을 살리려는 환경부의 눈물겨운 노력 덕분에 검찰은 "범죄 후 법령개폐로 형이 폐지되면 면소판결 선고"될 수 밖에 없다며 수사를 흐지부지 끝맺었다. - 270, 271쪽
외국의 경우 시멘트 공장에서 액상 폐기물을 사용할 경우, 폐기물 배출업자가 1차 시료를 분석해 시멘트 공장으로 가져가면, 시멘트 공장에서 두 시간 이내에 2차 분석을 실시해 폐기물 배출업자가 가져온 시험 분석서와 일치할 경우 액상 폐기물을 반입하게 된다. 그래서 외국의 시멘트 공장들을 액상 폐기물의 사용과 분석을 위한 연구시설과 인력을 시멘트 공장 안에 갖추고 있으며, 전체 직원 중 50퍼센트 이상이 화학 관련 전공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반입되는 액상 폐기물을 현장에서 분석할 수 있는 연구시설을 갖춘 시멘트 공장이 없다. 폐기물 배출업자가 제출하는 분석 데이터에만 의존할 뿐이다. 폐기물 배출업자가 어떤 유해물질을 혼합했느지, 분석표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도 알 방법이 없다. - 275쪽
환경부 공무원들은 `개선`하라는 국회의원과 장관의 지시를 왜 `개악`으로 역행하는 것일까? 환경부 공무원들은 국민의 건강보다 시멘트 회사의 이익을 위해 왜 그토록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한겨레>가 2006년 9월 15일자 `환경부, 시멘트 업계 `배려` 이유는`이라는 기사에서 환경부 폐기물정책 성공의 핵심열쇠가 시멘트 공장의 쓰레기 소각에 달렸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바다에 폐기하지 못해 발생할 음식물쓰레기 침출수와 하수오니처리까지 시멘트 공장에 맡기려니 환경부가 시멘트 공장을 배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멘트 공장에서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면 환경부의 재활용 성과가 올라간다. 환경부에게 쓰레기 시멘트는 `소각`이 아니라 `재활용`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재활용` 성과를 올리기 위해 국민의 목숨을 쓰레기 시멘트라는 도박판에 걸어놓는 환경부. 더 이상 쓰레기 시멘트 개선을 환경부에 맡길 수 없음이 명백해졌다. - 287, 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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