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브랜드를 알면 자동차가 보인다 - 살림지식총서 447 살림지식총서 447
김흥식 지음 / 살림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를 들면, BMW 760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와 같이, 상식 차원에서 자동차 브랜드를 한번 쭉 훑어보고, 그 브랜드와 앰블렘을 서로 매치 시키는 수준을 원한다면 확실히 도움이 된다.

반면, 시리즈의 특성상 한정된 지면에 자동차 브랜드를 최대한 많이 담으려 한 저자의 노력은 알겠으나, 자동차 브랜드의 배치가 너무 나열식이고 내용 또한 해당 자동차 탄생의 간략한 배경 수준이어서 다소 아쉽다.

독일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표방하는 BMW는 그 이미지에 맞게 모델명에 있어서도 확실한 숫자 표기를 이용한다. 세단은 `1-3-5-7 시리즈` 등 우선 차체 크기에 따라 숫자로 분류한 후 마지막 두 자리에는 배기량을 표기한다. 예를 들어 BMW 최상위 럭셔리 대형 세단인 BMW 760 Li는 7시리즈의 모델이며 배기량 6,000cc를 의미한다. 끝의 `L`은 `롱바디(Lond body)`를 의미하며 `i`는 가솔린 엔진이 장착됐음을 나타낸다. 또 Z4의 경우 `Z`은 2인승을 의미하는 독일어의 약자이며, X5에서 `X`는 4륜구동을 의미한다. M3, M5의 `M`은 Motorsports의 약자로 고성능 스포츠 세단을 의미한다. - 3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고령 유권자들이 투표행위를 통해 자신의 삶과 시대를 인정받으려 했다고 추측한다. 그들은 일제강점과 해방공간의 혼란, 참혹한 전쟁과 절대빈곤의 고통을 견뎌내고 기나긴 군사독재의 시대를 통과해 오늘에 이르는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룸으로써 대한민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았다. 자식들을 먹이고 입히고 교육하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후 빈손으로 노후를 맞았다. 박근혜 후부에게 투표하는 것이 그 삶과 시대를 인정받으려는 소망을 표현하는 적절한 방법은 아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2012년 12월에는 그것 말고는 적절한 표현 방법이 없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설(假說)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이 가설로 2012년 대선 결과를 어느 정도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 22, 23쪽

박근혜 후보가 오로지 `박정희의 딸`이어서 대통령이 되었다고 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문재인 후보가 오로지 `노무현의 친구`였기에 1,500만 표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았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각자 나름의 개성과 훌륭한 경력을 가진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박정희의 딸`과 `노무현의 친구`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유력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12년 대통령 선거는 박정희의 시대와 김대중 노무현의 시대가 부딪친 역사의 전장(戰場)이었다. 그것은 과거와 과거의 싸움인 동시에 서로 다른 미래를 품은 싸움이었다. 그렇다면 박정희의 시대가 승리했고 김대중 노무현의 시대는 패배했는가? 그렇지 않다. 후보와 정당들은 승패를 갈랐지만 국민들은 52:48의 비율로 둘 모두를 긍정했다. 나는 그 선거 결과를 역사의 퇴행으로 규정하는 일부 지식인들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 23쪽

2012년 대통령 선거는 단순한 정당 사이의 권력다툼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관과 인생관의 투쟁이었고, 서로 다른 문화의 갈등이었으며, 서로 다른 역사인식의 충돌이었다.
현재는 과거의 산물이며 미래는 현재의 연장이다. 그런 점에서 미래는 언제나 오래된 것이다. 내일 오는 게 아니라 우리 내면에 이미 들어와 있다. - 28쪽

거듭 말하지만, 역사는 주관적인 기록이다. 누가 쓴 어떤 역사도 과거를 `원래 그러했던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현재`는 가상적인 개념일 뿐이다. 현재의 모든 사실은 발생과 동시에 과거가 된다. 과거는 거대한 임시수용소와 같다. 흐르는 시간에 실려와 퇴적된 모든 사실이 그곳에서 망각과 소멸의 운명을 기다린다. 어떤 역사가가 내민 구원의 손길을 잡은 소수의 사실만이 요행히 그 운명의 집행을 잠시 유예받는 `역사적 사실`이 된다. 사실 자체에는 선택할 권리가 없다. 그것은 역사가의 몫이다. 그래서 같은 시대에 대해 100명의 역사가는 100가지의 서로 다른 역사를 쓸 수 있다. 하나의 시대에 대해 같은 사람이 서로 다른 역사를 쓸 수도 있다. - 28, 29쪽

역사적 사실 그 자체가 객관적인 진리를 이야기한다고 믿는 것은 순진한 착각일 뿐이다. 사실은 스스로 말하지 못한다. 역사가가 허락할 때만 말을 한다. 역사가는 제멋대로 사실을 만들거나 바꿀 수 없지만 사실의 노예인 것도 아니다. 사실과 역사가는 평등한 관계에서 서로를 필요로 한다. 자기의 사실을 가지지 않은 역사가는 뿌리 없는 풀과 같고 자기의 역사가가 없는 사실은 죽은 것이다. 역사는 역사가와 사실들의 지속적 상호작용이다. - 29쪽

1959년 국민의 가장 강력한 욕망은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 북한의 위협과 사회 내부의 혼란에서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문제였다. 사람들은 이 욕망을 충족할 수 있게 해주기만 한다면 어떤 사람이나 집단에게도 복종할 뜻이 있었다. 4.19에서 5.16까지 1년을 제외하면, 국민들은 정부 수립 이후 1987년까지 40년 동안 권력에 굴종하며 살았다. 이승만 정부는 `멸공통일`을, 박정희 정부와 전두환 정부는 그와 더불어 `경제발전`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힘으로 대중을 억눌렀다. 격렬하게 저항한 사람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에 대한 억압을 기꺼이 받아들이거나 어쩔 수 없이 굴복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에 근접해 생존에 필요한 물질적 자원을 어느 정도 확보한 다음에야 대중은 분명한 태도로 자유와 민주주의, 사회적의와 인권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은 그렇게 해서 일어났다. - 55쪽

안보국가에서 출발해 발전국가와 민주국가를 거쳐 복지국가로 나아간 것은 인류의 문명사에서 보편적인 국가의 `계통발생`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그 과정을 정확하게 압축.재현했다. 국가의 진화는 `욕망의 위계`를 반영한다. 문명 발생 이후 호모사피엔스가 생물학적 진화를 이루었다는 증거는 없다. 1만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은 동일한 위계를 가진 동일한 욕망을 품고 있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생리적 욕망`부터 충족한 다음 더 고차원적인 욕망을 충족하려고 한다. 인간 공동체인 국가도 `생리적 욕망`의 충족을 도모하는 데서 출발해 안전, 자유, 존엄이라는 차원 높은 욕망 충족을 향해 나아간다. - 57쪽

먹고 마시고 좋은 곳에서 잠을 자려는 욕망을 다 충족한 후에야 더 차원 높은 욕망이 행동의 동기가 될 수 있다면 사람은 죽을 때까지 생리적 욕망과 충동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인간은 그렇지 않다. 흙먼지 날리는 거리에서 김밥을 팔아 모은 재산을 대학에 기부하는 할머니는 생리적 욕구나 안전에 대한 욕구를 다 충족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면서 자기 몸에 불을 붙였던 청년 노동자 전태일도 그렇다. 목숨을 걸고 농장을 탈출해 도시로 달아났던 19세기 중반 미국의 흑인 노예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을 사로잡았던 욕망은 사회적 존경, 자기 존중, 존엄, 정의, 자유 같은 것이었다. 인간의 여러 욕망 사이에 엄격한 위계는 없다. 사람에 따라, 시대에 따라,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우선순위가 있을 뿐이다. 이렇게 느슨하게 해석하면 욕망의 위계 가설은 역사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무척 유익하다. - 58, 59쪽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프랑스 정치가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 1805-1859)이 한 말로 알려져 있다. 대학생 시절 책에서 처음 이 문장을 보았을 때는 늘 옳은 말인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가라면 당연히 국민 수준이 정부 수준을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고 언론을 통제해 여론을 조작하며, 정부를 찬양하는 교과서로 아이들을 세뇌하고, 공포를 조장해 대중을 길들이는 독재체제에서는 정부와 국민의 수준이 일치할 수 없다. 우리 국민은 훨씬 더 훌륭한 정부를 가질 자격이 있다. 독재를 무너뜨리고 민주화를 하기만 하면 우리도 미국이나 서유럽처럼 수준 높은 정부를 세울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믿었다. - 68쪽

하지만 그것은 공부와 경험이 아직 부족한 청년의 순진한 낙관론이었다. 토크빌이 전적으로 옳다. `국민의 수준`에는 훌륭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거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능력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이승만 정부도 박정희 정부도, 심지어는 전두환 정부조차도 모두 국민의 수준을 반영한 정부였다고 생각한다. 그때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민주주의를 손에 넣을 만한 의지와 능력이 없었다. - 68쪽

그런데 혁명인지 쿠데타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쿠데타는 혁명과 달리 민중의 동의와 지지와 참여가 없이 폭력으로 국가질서를 전복하고 권력을 장악하는 행위다. 군대를 동원해 이런 일을 하는 것이 군사쿠데타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학술적 개념이다. 박정희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5.16을 굳이 혁명이라고 주장하는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경제발전을 이루었으니 `결과적으로` 5.16은 잘된 일이었고, 잘된 일에는 군사정변이나 쿠데타보다 혁명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이 국가운영을 잘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고 해도 5.16이 군사쿠데타였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 94쪽

4.19와 5.16 둘 모두 일정한 성공을 이루었다. 4.19는 실패한 것처럼 보였지만 50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점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다만, 10년으로 끝나버린 진보세력의 집권과 심각하게 흔들리는 오늘의 민주주의는 4.19의 승리가 아직은 완성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5.16도 성공했다. 박정희 장군은 18년 동안이나 권력을 누렸으며 그 후예인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이 12년 더 집권했다. 서가 33년이 지난 시점에 딸이 국민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이 되었으며, 이유가 무엇이든 그는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 가운데 한 사람으로 남아 있다. 세계사에서 이만큼 성공한 군사쿠데타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을 가장 좋아하는 시민들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대상은 사실 그의 인격과 행위가 아니라 그 시대를 통과하면서 시민들 자신이 쏟았던 열정과 이루었던 성취, 자기 자신의 인생일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 99쪽

민주주의는 단순한 제도의 총합이 아니다. 제도와 행태와 의식의 복합물이다. 합리적인 제도가 있어도 행태가 비뚤어지면 그 제도는 힘을 잃는다. 권력집단과 유권자의 행태는 욕망과 감정, 의식과 관습을 비롯한 여러 요소에 좌우된다. 좋은 헌법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집권세력 또는 통치자가 헌법과 민주주의 기본원리를 존중해야 하며 시민들이 자기의 권리를 제대로 알고 행사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잇다. 통치자가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하고, 시민들이 그것을 별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거나 굴종하면 헌법은 한낱 종이에 쓴 글씨에 지나지 않는다. - 177, 178쪽

칼 포퍼는 특정한 계획이나 목표에 입각해 사회 전체를 개조하는 사회혁명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는 인간의 능력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았다. 사람은 현실조차 있는 그대로 인식할 능력이 없으며, 미래를 옳게 설계할 능력은 말할 나위도 없다. 특정한 목표 또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 전체를 재조직하려는 혁명가들의 동기는 고상할지 모르지만 그들의 청사진이 옳고 훌륭하다는 증거는 없다. 그들이 국가권력을 장악한 다음 그 청사진에 따라 재조직한 사회가 혁명 이전의 사회보다 확실히 훌륭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정의, 평등, 인간해방 등 혁명가들이 내거는 목표가 무엇이든, 어떤 추상적인 선을 실현하기 위해 폭력으고 사회를 재조직하는 혁명은 반드시 전체주의 독재로 귀결된다. 이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불행하게도 20세기 세계사는 포퍼가 옳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포퍼는 추상적인 선은 실현하려고 혁명을 하기보다는 현실의 구체적인 악을 제거하기 위한 사회적 개혁과 개량에 집중하자고 호소했다. - 178쪽

그렇다고 해서 그가 모든 종류의 혁명에 반대한 것은 아니다. 전제정치를 타도하고 민주주의를 세우는 정치혁명만은 열렬히 옹호했다. 민주주의는 최선의 인물이 권력을 장악해 최대의 선을 실현하도록 하는 제도가 아니다. 최악의 인물이 권력을 잡아도 악을 마음껏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민주주의는 현실에 존재하는 구체적인 악을 최소화함으로써 사회를 지속적으로 개량해나가는 데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이다. 이렇게 본다면 전제정치를 타도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민중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정당한 행위가 된다. 단, 민중의 저항권 행사는 독재를 타도하고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세우는 데서 멈추어야 한다. 이것이 포퍼의 주장이다. 대한민국의 정치혁명은 바로 그런 혁명이었다. 4.19혁명과 6월 민주항쟁은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세운 바로 그 지점에서 멈추었다. - 178, 179쪽

박정희 대통령은 `자기 성공의 희생자`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생물학적 생명을 빼앗은 것은 총탄이었지만 정치적 생명을 앗아간 것은 그 자신이 이룬 성공이었다. 그는 물질적 풍요를 바라는 대중의 욕망을 무제한 분출시키고 그 탁류에 기대어 권력을 유지했다. 그런데 산업화의 성공으로 절대빈곤의 수렁에서 빠져나온 대중은 다른 욕망에 끌리기 시작했다. 자유, 정의, 민주주의, 인간적 존엄성을 원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그 욕망을 존중하지 않자 많은 국민들이 마음으로 그를 버렸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으로 하여금 방아쇠를 당기게 한 것은 그와 같은 민심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나는 10.26사건을 그렇게 이해한다. - 221, 222쪽

광주민중항쟁은 민주주의 정치혁명의 가능성과 당시 민주화운동의 현주소를 명료하게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전제정치를 타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연속적.동시다발적.전국적 도시봉기라는 것, 그로 아직 대한민국 국민은 그 과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준비를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참혹한 패배로 막을 내린 광주민중항쟁은 많은 국민의 가슴에 깊은 죄책감을 남겼다. 신군부가 광주에서 무자비한 살상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지역 시민들이 계엄군의 폭력에 굴복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1987년 6월,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는 어느 지역도 고립되지 않는 전국적 도시봉기를 정밀하게 기획하고 준비했다. 광주 시민들만 홀로 고립의 아픔을 겪게 만든 1980년 5월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6월 민주항쟁은 사실상 광주민중항쟁의 전국적 확대판이었다. - 235, 236쪽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 아니다. 미래는 우리들 각자의 머리와 가슴에 이미 들어와 있다. 지금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이 미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시각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 시간의 물결을 타고 나와 대한민국의 미래가 된다. 역사는 역사 밖에 존재하는 어떤 법칙이나 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역사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욕망과 의지이다. 더 좋은 미래를 원한다면 매 순간 우리들 각자의 내면에 좋은 것을 쌓아야 한다. 우리 안에 만들어야 할 좋은 것의 목록에는 역사에 대한 공명도 들어 있다. 우리가 만든 대한민국현대사의 갈피마다 누군가의 땀과 눈물, 야망과 좌절, 희망과 성공, 번민과 헌신, 어리석은 악행과 억울한 죽음이 묻어 있다. 그 55년의 이야기를 마치면서, 나는 그 모든 것에 공명하고 싶어하는 동시대의 벗들에게 말하고 싶다. 벗이여, 미래는 우리 안에 이미 와 있습니다! - 417, 41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삼권은 어찌 보면 자본가나 권력자 같은 강자에게는 불공평해 보일 수 있는 법조항이다. 노동자는 자본가에 대항해서 노조를 만들 권리가 있고 단체교섭을 하고 조건이 맞지 않으면 쟁의행위를 할 수가 있다. 그 과정에서 그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자본가와 사용자의 편이어야 할 법이 노동자에게 이런 권리를 보장해주고 있는가. 산업혁명 이후에 노동자들이 너무도 안 좋은 작업환경에서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을 하며 착취를 당한 나머지 유럽 산업도시 소년 노동자 평균수명이 15세밖에 되지 않았다. 공장을 돌릴 최소한의 노동력을 보충할 노동자마저 씨가 말랐던 거다. 노동자가 없으면 자본주의도 없다. 그래서 자본조의 편인 국가가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법적 장치며 권리로서 노동권을 보장해주게 된 것이다. 그게 바로 노동법이다. 절대로 자본과 권력이 노동자들에게 은혜를 베풀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투쟁을 하는 것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다. 저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맞다. - 255쪽, 256쪽

우리가 언제나 옳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법으로 정해진 우리의 권리조차 다 찾지 못하고 있다. - 256쪽

단지 가족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훌륭하고 고귀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저절로 좋아하고 존경하게 된 거다. 태어나면서부터, 타고나기를 그랬던 것 같다. 그들은 나의 뿌리이고 울타리이고 자랑이다. 나는 그들이 정말 좋다. 지금도 그렇다. 눈을 감으면 언제든 복숭아꽃 살구꽃이 환하게 핀 고향의 집에서 어머니가 나 오기를 기다리며 마당에 서 있는 게 보인다. 형님은 하모니카로 `클레멘타인`을 불고 아버지는 가마니를 짜고 새끼를 꼬고 있다. 어서 와, 어서 와. 누나들은 산나물이 담긴 바구니를 옆에 끼고 나를 향해 손짓한다. 할아버지의 글 읽는 소리. 할머니의 다정한 말소리. 동생들이 달려나온다. 석수다. 옥희다. 나는 마주 달려간다. 부엌에서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난다. 햇볕이 따뜻하다. 소가 운다.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내 아들 태석이가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린다. 앞 치마를 한 아내가 손을 닦으며 나를 바라다보고 있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거기 다 있다. 보인다. - 365, 366쪽

지금 같은 순간이 있어서 나는 행복하다. 내가 목숨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소리, 기쁨이 내 영혼을 가득 채우며 차 오른다.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느낌, 개인의 벽을 넘어 존재가 뒤섞이며 서로의 가장 깊은 곳까지 다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진짜 나다. - 36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1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1
은지성 지음 / 황소북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대 즈음 책의 제목인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기억이 났다. 이 말을 들을 때면, 나는 그 원작자인 폴 발레리가 아닌 스콧 니어링을 떠올리게 된다. 그야말로 생각하는 대로 살았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소신' 따위의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세상을 생각하는 대로 살기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서는 새삼 확인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큰 일이야 물론이고, 너무나도 사소한 일까지도 끊임없이 남과 세상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이 문구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온라인 메신저 프로필로 10년 넘게 이것을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머리말을 통하여 "인간의 일생은 그 인간이 생각한 대로 된다"라고 하면서, 역경을 딛고 일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만의 롤 모델을 삼을 사람을 만나 그들의 삶을 따라가 볼 것을,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스스로를 바꿀 것을,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을 권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사례, 그를 통한 교훈은 좋았지만, 아무래도 내가 이 문구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과 저자가 생각하는 것은 약간의 차이가 있는듯 하다. 다수의 자기계발서와 유사하게 꿈을 실현하기 위해 포기하지 말고 행동하여 미래를 개척하고자 하는 교훈을 주고자 하면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제목은 어색하다. 제목이 이끄는 대로의 지침을 주기 위해서는 사는 대로 생각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생각대로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꿈과 성공을 향한 확실한 길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대로 살기 위해 과감하게 그 길을 포기했던 사람이나,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꿈과 성공과는 조금 다른 의미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역경을 딛고 일어서서 결국 성공한, 그리고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성공에 대한 일화를 통하여 독자들의 변화를 권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생각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행동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생각한 대로 행동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괴테

아름다운 입술을 가지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봐라.
날신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 번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으면
결코 너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하라.
사람들은 상처러부터 복구되어야 하며
낡은 것으로부터 새로워져야 하고
병으로부터 회복되어져야 하고
무지함으로부터 교화되어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서는 안 된다.
기억하라.
만약 도움의 손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 27, 28쪽

"상황이 나빠지고 진정으로 포기하고 싶을 때가 바로 더욱 더 추진력을 발휘해야 할 순간이다. 게임이란 역경이 닥치기 전에는 시작되지 않는 법이다. 나는 안 되는구나 생각되어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지금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라.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은 자기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삶이다." - 168쪽

"사람이 할 수 있는 일 그것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고통까지 함께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 209쪽

사무엘 스마일스는 이렇게 말했다.
"고정관념과 같은 자신의 관점이나 생각을 바꾸면 점차적으로 자신의 운명도 바뀌어간다.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을 바꾸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을 바꾸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을 바꾸면 운명이 바뀐다."
세상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아니 그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당신의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변하면 그때부터 세상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바꿀 수 있는 모든 것을 바꿔라. 다른 각도에서 보고 생각하는 유연성을 갖추어라. - 218, 21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만을 보았다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이선민 옮김 / 문학테라피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남자가 자신은 절대 영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은 언제일까? - 26쪽

어머니가 오랜 시간 가만히 내 옆에 누워 계시길래 잠드셨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진중하면서도 애정 어린 말을 내뱉기 시작하셨어. 아들아, 절대 네 아버지 같은 남자는 되지 마라. 박력 있고, 강하고, 제구실하는 남자가 돼라. 여자들을 휘어잡고, 여자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꿈꾸도록 만들어야 한다. 설령 네가 지킬 수 없는 약속이라도 해. 세상 모든 여자들은 현실이 아니라 희망을 바라보며 사니까. 현실만 바라보고 사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야. 저녁 7시 30분에 저녁상을 차리고, 쓰레기를 비우고, 굿나이트 키스를 하고, 주일엔 몽투아 카페에서 4프랑 50상팀짜리 타르틀레트를 사 먹는 동안, 한 여자의 인생은 너무 허무하게 무너져버리고 말지. 너무 허무하게. - 28, 29쪽

사람들은 무언가를 할 때, 그건 다 자신이 남에게 잊히지 않기 위해 하는 거라고 하지? 그렇지만 난 진실은 그게 아니라고 생각해. 사람은 누구나 늘 혼자인 거지, 그게 날 슬프게 해. - 65, 66쪽

인생이 우리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왔어. - 66쪽

유년기는 너무도 짧았어. 우리가 양팔을 벌려 안으려는 순간, 저절로 품 안으로 되돌아올 것이라 오산한 바로 그 순간에 눈앞에서 지나가 버리고 말았지. 유년기의 일부를 간직하는 게 그나마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끈이었거늘. - 81쪽

그날 우리는 저녁 식사 후에 키스를 나누지 않았어. 상대방의 집에 함께 올라가지도 않았어. 그녀가 누군가를 마음속에서 떠나보내고 있던 중이었거든. 어떤 남자를. 그녀는 혼란스럽고 지저분한 상태에서 우리 사이가 시작되길 원치 않았어. 제로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 했지. 백지상태를 원했던 거야.
세상 모든 사람은 백지상태를 꿈꾸지만, 불행히도 결국엔 하얀 종이 위에 뭐라고 써 있는 글자를 발견하고 말지. - 88쪽

아들아, 사람은 멈출 줄 알아야 한단다. 그게 우리한테 주어진 선물인 셈이지. 끝이 언제인지를 아는 것. 자신을 아끼고 당당히 손가락으로 욕을 날려. 더는 상처받지 않을 거라며 그들한테 외치라고. - 139쪽

우리는 마치 이 세상의 끝에 와 있는 것만 같았다. 모든 것이 멈춘 곳. 지구가 둥글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곳. 그곳으로부터 몇 킬로미터만 더 가면, 대양이 절벽처럼 뚝 떨어져 바닷물이 우주로 모조리 빨려 들어가고, 물방울 하나하나가 아주 작은 별이 된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곳. 우리는 미물이며 이미 끝난 존재인 것을. - 164, 165쪽

난 온 힘을 다해 삶을 택했다. - 181쪽

자네의 은신처는 침묵이더군. 하지만 있잖아. 침묵은 권총의 총알과도 같은 걸세. 결코 잠자코 있지 않아. 언젠가는 파멸을 부르지. - 20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