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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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삼권은 어찌 보면 자본가나 권력자 같은 강자에게는 불공평해 보일 수 있는 법조항이다. 노동자는 자본가에 대항해서 노조를 만들 권리가 있고 단체교섭을 하고 조건이 맞지 않으면 쟁의행위를 할 수가 있다. 그 과정에서 그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자본가와 사용자의 편이어야 할 법이 노동자에게 이런 권리를 보장해주고 있는가. 산업혁명 이후에 노동자들이 너무도 안 좋은 작업환경에서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을 하며 착취를 당한 나머지 유럽 산업도시 소년 노동자 평균수명이 15세밖에 되지 않았다. 공장을 돌릴 최소한의 노동력을 보충할 노동자마저 씨가 말랐던 거다. 노동자가 없으면 자본주의도 없다. 그래서 자본조의 편인 국가가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법적 장치며 권리로서 노동권을 보장해주게 된 것이다. 그게 바로 노동법이다. 절대로 자본과 권력이 노동자들에게 은혜를 베풀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투쟁을 하는 것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다. 저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맞다. - 255쪽, 256쪽

우리가 언제나 옳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법으로 정해진 우리의 권리조차 다 찾지 못하고 있다. - 256쪽

단지 가족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훌륭하고 고귀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저절로 좋아하고 존경하게 된 거다. 태어나면서부터, 타고나기를 그랬던 것 같다. 그들은 나의 뿌리이고 울타리이고 자랑이다. 나는 그들이 정말 좋다. 지금도 그렇다. 눈을 감으면 언제든 복숭아꽃 살구꽃이 환하게 핀 고향의 집에서 어머니가 나 오기를 기다리며 마당에 서 있는 게 보인다. 형님은 하모니카로 `클레멘타인`을 불고 아버지는 가마니를 짜고 새끼를 꼬고 있다. 어서 와, 어서 와. 누나들은 산나물이 담긴 바구니를 옆에 끼고 나를 향해 손짓한다. 할아버지의 글 읽는 소리. 할머니의 다정한 말소리. 동생들이 달려나온다. 석수다. 옥희다. 나는 마주 달려간다. 부엌에서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난다. 햇볕이 따뜻하다. 소가 운다.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내 아들 태석이가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린다. 앞 치마를 한 아내가 손을 닦으며 나를 바라다보고 있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거기 다 있다. 보인다. - 365, 366쪽

지금 같은 순간이 있어서 나는 행복하다. 내가 목숨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소리, 기쁨이 내 영혼을 가득 채우며 차 오른다.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느낌, 개인의 벽을 넘어 존재가 뒤섞이며 서로의 가장 깊은 곳까지 다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진짜 나다. - 3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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