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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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 충성과 복종을 강요하는 국가관 따위는 걷어 치우고 이제 `나`에 대해서만 생각해보자. 이런 나라에서 계속 버틸 것인지, 도망칠 것인지. 물론 어느 쪽도 낙관적인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건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할 수는 있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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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 서양 좌파가 말하는 한국 정치
다니엘 튜더 지음, 송정화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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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세금은 낮추고 정부 지출은 늘리는` 양립 불가능한 정책을 추진한 결과 장기적 적자에 시달리며 자국 민주주의의 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투자자이자 싱크탱크 설립자인 니콜라스 베르그루엔(Nicolas Berggruen)은 `소비자 민주주의(Consumer democracy)`라는 표현을 쓴다. 소비자 민주주의란 정치인은 감세와 공공 지출 확대 경쟁에 몰두하고, 유권자는 그중에서 가장 후한 혜택을 약속하는 후보를 선택하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달기만 할 뿐 영양가는 없으니 `다이어트 콜라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 17, 18쪽

민주주의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정치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느냐가 문제다. 결국 우리는 우리 수준에 걸맞는 정부를 갖게 되어 있다. 우리가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사회를 생각하고, 정치인의 빈말이나 현실성 없는 공약에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민주주의는 잘 작동할 것이다. - 21쪽

국회의원으로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논하는 과정에서 `희망`이나 `꿈`을 언급할 수는 있지만, 아무런 알맹이 없이 희망이라는 단어 하나로는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 29쪽

홍보 친화적이면서 모호한 정치적 수사는 실체 없는 허언이며, 장기적으로 해악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다이어트 콜라 민주주의와 짝을 이룬다. 다이어트 콜라 민주주의와 마찬가지로 텅 빈 정치 구호로 당선된 정치인은 눈앞의 이득을 얻지만 국민의 삶은 한층 고달파진다. 값싸고 맛있지만 금방 배가 꺼지고 몸에도 좋지 않는 맥도날드 버거 세트를 닮았다. `새정치` 같은 문구를 한번 생각해보자. 처음에는 많은 것을 약속해주는 것 같았지만 이제는 듣기도 싫지 않은가? - 32쪽

오늘날 반(半)독재자들은 무식하게 탱크를 앞세우는 대신 언론을 이용해 교묘하게 통치하는 방법을 터득해가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언론 비자유국`이나 `언론 자유국`처럼 명백하게 구분되는 국가보다 애매모호한 `부분적 언론 자유국`에 속하는 나라가 더 흔해진 것이다. 부분적 언론 자유국이란 국민이 자신들의 나라가 실제보다 더 민주적이라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까지만 일부 비판을 허용하거나 언론의 독립성을 용인하는 국가를 뜻한다. 99퍼센터의 투표율에 98퍼센트의 찬성 표를 받는 북한처럼 비현실적인 지지를 받아야만 국가를 통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를 지속적으로 지지하는, 평균을 상회하는 국민만 확보하면 충분하다. 집권 세력에 동조하는 인물을 규제 당국, 사법 당국에 앉혀놓고 언론을 이용해 과반수의 국민을 설득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모든 선거에서 이길 필요도 없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선거에서만 이기면 만사형통이다. -61쪽

전경련이 내세우는 자유시장은 미국 신자유주의자들이 열령히 신봉하는 자유시장과 다르다. 미국에는 진정한 자유시장이 존재한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 전 공화당 하원의원 론 폴(Ron Paul)과 같은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은 시종일관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려고 애쓴다. 반면 한국의 사이비 자유시장주의자들은 정부가 허가해주는 독과점 혜택을 누려왔고, 막대한 규모의 정부 계약을 따내고 국민의 혈세로 제공되는 전기 사용료 등의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사회에 기여하라는 요구에는 사회주의 운운하며 불평을 늘어 놓는다. `나 먼저`라는 믿음 외에는 별다른 철학이 없다. - 71쪽

한때 미국인들이 오바마에게 큰 기대를 걸었던 것처럼 그들은 안철수가 이면의 공작이 난무하는 더럽고 썩은 기성 정치를 뒤엎고 새로운 정치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안철수는 기성 정치세력의 압력에 못 이겨 대선후보에서 물러났지만 결국 기성 정치세력 중 차악과 손잡았다. 그것도 그의 선량함과 새누리당에 대한 반감만으로 말이다.
하지만 안철수는 메시아가 아니라 또다른 정치인이 되고 말았다. 안철수 본인의 잘못은 아니다. 안타깝지만 선량한 구원자라는 초월적인 자질을 안철수라는 인물에 투사하여 안철수 신화를 만들어낸 대중과 언론의 탓이다. - 80쪽

영웅주의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솒나다. 영웅시된 정치인 개인에게 책임을 요구할 근거가 빈약할 뿐 아니라 정치인이 실제로 무엇을 하고, 지향하는 정책이 무엇인지보다는 인물 자체나 부풀려진 비현실적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나 논의 등은 부차적인 것이 되고 만다. 영웅이 정당정치 위에 존재하므로 정당마저 뒤로 밀러난다. 안타깝게도 이 일련의 과정은 영웅이 아닌 대중 스스로 주도한다. - 81쪽

한번은 김어준이 성차별주의자로 해석될 법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러자 내가 아는 좌파 성향 친구들 절반 정도가 우리 영웅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SNS에 토로하며 큰 실망감을 표했다. 하지만 애초에 김어준을 구세주, 총수로 받들지 않았더라면 실망할 일도 없지 않았을까? 김어주는 호감 가는 재미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명박을 싫어한다. 하지만 단지 나와 적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김어준 또는 그 누구라도 완벽하길 기대하지는 마라.
또한 모든 사안에 대한 그들의 관점이 당신의 관점과 일치하기를 기대하는 것도 금물이다. - 85쪽

필자가 보기에 한국의 토크콘서트는 실질적 사상을 논하거나 논의를 펼치는 장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토론과는 반대 양상이 나타난다. 토크콘서트는 한국 정치와 마찬가지로 연사에 대한 경외감을 기반으로 하는 하향식 의견 전달 구조에 가깝다. 토크콘서트는 소위 전문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나머지 사람을 평범한 관중으로 전락시킨다. 토크콘서트 대신 진정한 의미의 열린 대화가 자리잡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 일을 마치고 유명인사의 강연을 들으러 가기보다 술집이나 카페이 들러서 정치 사회 이슈에 대해 함께 토론할 수 있다면 어떨지 상상해보자. - 86, 87쪽

성공 지향적인 한국 사회에서 진보 진영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은 부자를 벌하는 정책이 아니라 진보적이되 유권자의 사회, 경제적 지위 향상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사회계층 고착화가 더 심한 나라도 마찬가지다. 네거티브 전략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대표 얼굴만 바꾸거나 계층 간 투쟁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하는 포지티브 전략을 구사해야 진보 진영이 이길 수 있다.
평균적인 유권자들에게 보수주의는 일종의 `기본 세팅`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변화를 싫어한다. `얻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보다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보수주의는 정치적 의미에서의 보수가 아니라 연속성을 선호하는 인간 심리의 보수성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연속성이란 박정희가 추진한 재벌 일변도의 국가 주도형 자본주의를 잇는 새누리당으로 대변된다.
이 연속성을 깨기 위해서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설득할 만큼 큰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 정권을 창출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새누리당 때리기로 일관하는 새정치연합의 전략은 먹혀들리 없다. - 120, 121쪽

새정치연합은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일에 늘 젬병이다. 새누리당을 비판하고 정부 인사들의 스캔들을 공격하는 등 어부지리식 승리에만 기댈 뿐이다. 포지티브 선거를 통해 왜 새정치연합을 선택해야 하는지 보여주지 못한다. 포지티브 선거가 가능하려면 더 나은 나라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 기반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새정치연합은 차기 정부라기보다는 만년 야당처럼 행동한다. 만년 야당처럼 행동하면 야당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새정치 연합의 비극이다. - 123쪽

내부적으로 차이가 존재해도 주 권력층에 대항하는 집단적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한데 묶여 있다는 의미로 새정치연합을 `부족주의(部族主義)` 정당이라고 칭했다. 즉 새정치연합은 당으로서의 독자적인 가치가 아니라 `반대한다`는 대명제로 묶여 있다. - 134, 1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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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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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에 녹아 있는 집단주와 패거리 문화에 지쳐버린 나로서는, 체제의 정점에서 나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살 것만 같은 이런 분의 생각 속에서 나와 비슷한 점을 발견한다는 것 자체가 반갑고, 기쁘고,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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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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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 대해 위화는 말한다. "나는 매번 위대한 작품을 읽을 때마다 그 작품을 따라 어디론가 갔다. (...) 위대한 작품들은 나를 어느 정도 이끌어준 다음, 나로 하여금 혼자 걸어가게 했다. 제자리로 돌아오고 나서야 나는 그 작품들이 이미 영원히 나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77쪽

"사회 구성원을 법적으로 살해하는 그런 사회의 일원으로 남고 싶지 않"았던 에릭센은 "그간 착실히 구상하고 준비해온 전체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데, 그게 바로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다. 다 읽고 나면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한 느낌이 들어 책을 한동안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는데, 평소 고집이 세다는 말을 들어온 내가 이 대목을 읽고 사형 제도에 대한 생각이 바뀐 걸 보면 유순한 분들은 대부분 설득당하지 않을까 싶다. 사형 제도를 반대하는 글을 꽤 여러 편 읽었지만, 이 소설만큼 설득력 있게 사형의 부당함을 말해주는 책은 없었다. - 114쪽

다시금 저자는 말한다. "마지막 거짓말 한마디를 하기 위해 스무 마디 백 마디의 진실을 열심히 이야기" 한다고. 저자의 대표작 <하얀 전쟁>에는 서울 사직공원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저자는 직접 답사를 나갔고, 심지어 시간대까지 비슷하게 맞추었단다. "독자로 하여금 소설에서 지어낸 이야기에 공감하고 믿게 만들려면 철저한 사실화가 도움"되기 때문에. - 184, 185쪽

프랭크 모트(Frank Mott)라는 사람은 이런 이야기를 했단다.
"사랑 이야기를 엮어내기 위해 작가는 뉴욕에서 유럽으로 가는 여객선에 멋지고 매혹적인 젊은 남녀를 함께 태운다. 성탄절 전야에 짝이 없어 외로운 그들은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밤에 우연히 만나고, 사랑을 시작한다. (...) 책이 출판된 다음에 어디에선가 어느 족자가 연감을 찾아보고, 소설의 시간적인 배경으로 선택한 성탄절을 전후해 정말로 뉴욕에서 유럽으로 떠난 여객선이 있었는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그 성탄절이 음력으로 보름이었는지, 그날 밤 해상 날씨가 맑아 달의 관측이 가능했는지까지 확인할지 모른다. 따라서 작가는 작품에 등장하는 갖가지 사실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 185쪽

여기서 알 수 있듯 글을 잘 쓰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저자는 말한다. "조금씩, 날마다, 꾸준히 - 이것이 글쓰기의 세 가지 원칙이다. 초등학생의 일기 쓰기는 그 3원칙을 몸에 익히는 기회이다." - 186쪽

김대식의 문제의식은 서울대학교 이공계 교수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박사를 땄다는 데서 출발한다. 과학이 가장 발전한 나라가 미국이니 유학의 필요성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 정도의 국력을 가지고 아직도 우르르 미국으로 몰려가는 건 이상한 일"이란다. 일본의 경우 과학발전의 초창기 때 수십 명 정도가 유럽에서 배운 뒤 유학 가는 길을 아예 끊어버렸고, 그 결과 일본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고 노벨상도 탈 수 있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노벨상을 탄) 15명 중에서 13명은 일본에서 박사를 딴 사람들이고 (...) 200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마스카와 도시히데 교수는 노벨상을 탈 때까지 외국을 다녀온 적이 없어서 아예 여권이 없었잖아요." - 232, 233쪽

이런 식으로 자기 나라만의 독특한 학문 세계를 구축하는 것을 김대식은 "자기 집을 짓는다"라고 표현하는데, 그에 따르면 `자기 집`은 연구자의 국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단다. 즉 우리나라 사람이 미국에서 박사를 받고 그 후에도 미국에서 계속 연구해서 노벨상을 받은 것은 우리나라 학문의 발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그보다는 인도에서 유학을 온 학생이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노벨상을 받는 것이 훨씬 좋은 일이라는 것. 그런데 일본이 일찍부터 일본 박사들을 중심으로 자기 집을 짓기 시작한 것과 달리 한국은 해외 박사만 우대해 자기 집을 짓는 데 실패했다.
"자기가 하버드대 박사 출신 서울대 교수면서 자기 제자인 서울대 박사를 서울대 교수로 뽑지 않는 거에요. 대신 서울대 학부 나와서 하버드대에서 박사를 딴 후배를 서울대 교수로 뽑는 거지." - 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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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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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시절부터 좋아하는 책과 음악만 잔뜩 쌓아놓고 홀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개인주의자였다. 요령껏 사회생활을 잘해나가는 편이지만 잔을 돌려가며 왁자지껄 먹고 마시는 회식자리를 힘들어하고, 눈치와 겉치레를 중요시하는 한국의 집단주의적 문화가 한국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 개인주의는 유아적인 이기주의나 사회를 거부하는 고립주의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사회에는 공정한 룰이 필요하고, 그로 인해 개인의 자유가 일정 부분 제약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개인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위해 다른 입장을 가진 타인들과 타협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믿는다. 집단 내 무한경쟁과 서열싸움 속에서 개인의 행복은 존중되지 않는 불행한 사회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이민’만은 아닐 것이라고 믿으며, 감히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의 사회를 꿈꾼다. - 책 날개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서로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들이 북적대는 술집 같은 것이 내가 생각하는 사회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내 생각일 뿐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에게 강요할 수 있는 것이 못 된다. 그저 저 별에서 저런 과정을 거쳐 자란 인간들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하는 것을 서로 알게 될 뿐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차이에 대한 인식이 평화로운 공존과 타협의 시작일지 모른다. 저 초록색 외계인들이 내 맘에는 안 들더라도 어차피 잠시 머물려 즐겁게 보내야 할 이 술집에서 서로 오해하고 총질하면 내 손해니 잠시 참아주기라도 하자는 합의가 있어야 술집이 돌아간다. ‘다름’은 물론 불편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가능한 한 참아주는 것, 그것이 톨레랑스다. 차이에 대한 용인이다. - 9, 10쪽

우리 평범한 인간들이 어찌 이웃을 ‘사랑’하기까지 하겠는가. 그저 큰 피해 없으면 참아주기라도 하자는 것이다. "제발 우리 서로 사이좋게 지내요. 어차피 한동안은 이 땅에 다 같이 발붙이고 살아야 하잖아요. 그러니 서로 노력을 해나가자고요." 평생 청각장애인으로 살아야 될 정도로 백인 경관들에게 무차별 구타를 당한 로드니 킹이 그로 인한 LA 폭동 때 평화를 호소하며 했던 말이다. - 10쪽

가성비 좋은 행복 전략이라는 관점으로 생각하면 직업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집착할 필요도 없다. 우선 자기 힘으로 생존하는 것이 생명체의 기본 사명이므로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자기가 선택가능한 직업 중 최선을 선택하여 생계를 유지하되, 직업은 직업일 뿐 자신의 전부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므로 취미 활동, 봉사, 사회 참여 등 다양한 행복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것이다.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고 반드시 백댄서가 되어 평생 춤만 춰야하는 것이 아니다. 일하면서 동호회 활동으로 주말에 홍대 앞에 나가 춤을 춰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 재능과 열망의 크기에 따라 합리적으로 선택하면 그뿐이다. 이런 식으로 위험을 분산하면 행복할 기회가 늘어나고 소소한 행복의 플랜B, 플랜C를 계속 만들어 갈 수 있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과학에 따라. - 54, 55쪽

법관들도 말에 대해 주의하고 반성하기 위해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다. 그때 배운 것이 있다. 데이의 <세 황금문>이다. 누구나 말하기 전에 세 문을 거쳐야 한다. `그것이 참말인가?`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
흔히들 첫번째 질문만 생각한다. 살집이 좀 있는 사람에게 `뚱뚱하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 아니다. 그러나 참말이기는 하지만 굳이 입 밖에 낼 필요는 없는 말이다. 사실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하지 말라는 두번째 문만 잘 지켜도 대부분의 잘못은 막을 수 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필요 없는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가고 있는지...
더 나아가 진심으로 친구의 비만을 걱정해 충고하고 싶다면 말을 잘 골라서 `친절하게` 해야 한다. 옳은 충고도 `싸가지 없이`하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진심이 담긴 필요한 말이라고 해도 배려심 없이 내뱉으면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에 더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도 있다. - 136쪽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북유럽사회에서 배울 것은 정치나 제도 이전에 먼저 그들의 문화적 전통이 아닐까 한다. 스웨덴의 문화적 전통 중 중요한 것으로 `라곰(Lagom)`이 있다.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게, 적당히`라는 뜻이다. 바이킹 시대 술통을 돌려가며 마시는 풍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한 사람이 너무 많이 마셔버리면 다음 사람이 마시지 못하니 적당히 나눠야 함을 강조하는 말이라고 한다. - 260쪽

북유럽 전역에서 관습법처럼 통용되는 `얀테의 법`이라는 것도 있다. 1933년 산데모제라는 노르웨이 작가가 이를 정리하여 소설 속 가상의 덴마크 마을 얀테의 관습법으로 발펴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의 핵심은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지 마라, 남보다 더 낫다고 남보다 더 많이 안다고 남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지 마라, 남을 비웃지 마라`다. -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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