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구나. 그래서 가끔 하느님이 답답했구나. 전지전능하다면서 저 나쁜 놈들에게 벼락도 내리지 않기에 나는 무력한 신이 답답했었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삼갈 일이 많다는 거구나 아기를 재운 엄마가 아무리 나쁜 놈이 와도 큰 소리로 싸우기를 주저하듯이, 함부로 움직이지도 소리 내지도 못하는 거구나. 그래서 악은 일견 시원해 보이고 사이다 같고 힘이 세 보이는 거였다. 거칠게 없지 않나. 누가 다치든 상처 입든 상관이 없을 테니. 그래서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삼가야 할 일이 많고 헤아려줄 일이 많고 그래서 많이 약해 보이는 것이었구나. 지금 이 순간 나는 동백이를 누구보다 사랑하기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나는 동백이와 함께 꼬박 하룻밤을 앓았다. - P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