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실 쫓겨난 걸까? 하지만 이수명 시인의 어느 문장처럼 ‘쫓겨난 자는 빠져나간 자‘가 아닌가.
1번 길은 삶에 뛰어드는 길이고 3번 길은 삶을 관망하는 길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말은 삶에 뛰어들지 말지에 대한 선택권이 우리에게 있는 것처럼 가장하니까. - P71

유머는 시가 자기 폐쇄성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 유머는 청자 없이는 존립할 수 없는 소통 형태이기에 듣는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유머도 없다.
자칫 대상을 희화화하는 우를 범하기도 하지만 장난기가 많은 시는 읽는 사람을 시에 동참하게 만들며, 시는 이로써 대화가 된다.  - P96

물론 영어가 서툴러서 아름다운 문장을 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름답고 멋진 문장을 쓸 수 없음이 도리어 시를 아름답게 했습니다. 간접적으로 말하거나 비유를 쓰는 대신 본질에 직진하는 시를 쓸 수 있었습니다. 완벽한 도구가 없다는 사실이 글을 더 독특하게 만든 것입니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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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잘 통하지 않는 30여 명의 작가들과 삐걱거리는 공동생활에서 내가 배운 건 이해를 내려놓았을 때 또 다른 차원의 문이 열린다는 것이었다. 그곳에는 다른 종류의 희미한 헤아림이 있었다. 서툰 언어와 눈빛, 그리고 몸짓들. 언어를 여과하고 남은 잔여에는 말이 해내지 못하는 힘이 있었다. - P4

낡은 아이오와 하우스 호텔 주변에는 강변을 따라 넓은 들판이 펼쳐진다. 낮에는 들판과 반대 방향으로 걸었지만, 밤이 되면 들판으로 들어갔다. 너무 고요해서 그곳에서라면 삶을 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이오와는 뭔가를 잊을 수 있도록 돕고, 그것을 다시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라던 동료 작가의 말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그 말은 어쩌면 들판의 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삶의 반대편에 들판이 있다면, 난 끝없이 들판을 걸어보고 싶다. 반대 방향으로 걸었을 때 우연히 진짜 삶을 발견하게 되어 지금까지의 삶을, 그리고 앞으로의 삶을 전혀 다르게 바라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한국과 정반대에 있는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유를 발견한 것과 같이. 그것은 들판이 내게 준것이었다. - P5

자신이 사는 곳을 사랑하기란 너무 어렵지 않은가요?
아이오와에 머무는 동안 연구할 첫 번째 주제가 되지 않을까. - P28

그러니까, ‘How are you‘의 가장 큰 문제는 나를 돌아보게 한다는 것이다. - P56

하루를 시작하는 대부분의 이들은 들판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 다운타운으로 간다. 삶의 반의어는 들판이구나. 그럼 들판을 걸어야지.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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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누군가를 먹이려면 피를 봐야 한다는 사실을 도마 앞에 서서 뒤늦게 배워갔지만 그 기분이 싫지는 않았다. - P225

용감하면 카지노 손님이 되고, 똑똑하면 카지노 직원이 된다. - P342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역도에 내려놓는 동작은 존재하지 않았다. 들었다면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에 그대로 바닥에 버렸다.
송희는 들어보고 싶다기보다 버려보고 싶었다. - P245

무거운 걸 들면 기분이 좋아?
그렇게 묻는 남자애가 있었다. 들지 못하던 것을 들면 물론 기뻤다. 하지만 버리는 기분은 더 좋았다. 더 무거운 것을 버릴수록 더 좋았다. 온몸의 무게가 일시에 사라지는 느낌. 아주 잠깐, 두 발이 떠오르는 것 같은. 송희는 그 느낌을 비밀로 남겨두었다. - P249

부모를 비난하기는 쉽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어떤 실수는 바로잡을 수 없을 뿐이다. - P272

원인을 지목하는 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 P275

그러나 ‘아주 하기 싫음‘은 ‘할 수 없음‘으로 여기는 게 정상적인사고다. 그러니 다른 원인을 지목하자. - P276

누구도 누구를 치유하기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마음의 상호확증파괴다. - P295

다. 작은 딱지를 붙인 내 가방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사라지는 걸 지켜봤다. 내가 세상 저편에 갈 때까지 가방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어떻게 내 손에 다시 쥐여질 수 있을까. 내 운명도가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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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으로 여길필요는 없었다. 전성기는 무한히 지속될 수 없으며, 때로 아티스트는 대중의 외면을 스스로 가속시키는 법이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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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박한 단맛이 아니라 깊이가 있고 구조가 있는 하지만 묘사해보려고 하면 이미 여운만 남기고 사라져서 어쩐지 조금 외로워지는 달콤함. 사람을 전혀 파괴하지 않고도 패배시킬 수 있는 달콤함. - P176

자본은 때때로 자신이 무엇을 잉태하는지도 모르고 질주한다.  - P185

진부한 악과 싸우는 일보다는 감춰진 위선을 폭로하는 일이 자극적이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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