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나만의 무대를 세워라 - 초라한 들러리에서 연봉 10억 골드미스가 된 유수연의 성공 비법
유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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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라"라는 투의 제목을 싫어한다. 원래가 명령조의 말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이런 제목을 가진 책의 특징은 '~해라, 그러면 성공한다'와 같이 원인과 결과를 너무 단순화하거나, (자신을 다른 이들의 워너비쯤으로 여기고) '~해라, 그려면 나처럼 될 수 있다'며 자신의 성공스토리를 과대하게 포장한 메세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제목이 싫다면서 굳이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도대체 20대들이 왜 이 사람의 독설에 열광하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정신상태가 안일하다며 매섭게 몰아치고, 인생을 독하게 살라고 주문하는 말에 왜 그렇게 많은 20대들이 빠져드는 것일까, 궁금했다(그런데 정작 '독설'이라는 제목의 책이 따로 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나 스스로에 대한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내가 도저히 20대들의 시선으로 이런 책들을 읽어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각 파트마다 '시작', '도전', '열정', '비전'과 같이 일반화된 자기계발서의 용어나 수준을 벗어나지 않은 정형화된 형식을 취하고 있어 다른 계발서들과 특별한 차별성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스스로 초라하다고 했던 20대 무명에서 스타강사가 되기까지의 사례를 사이사이에 포함시키고, 일반화된 자기계발 지침들을 적절히 자신의 목소리로 변환했다는 점이 특징이기는 하다. 예를 들면, '블루오션 직업을 찾아라', '기회와 행운은 움직이는 자의 것', '글로벌 시대, 해외 인턴에 도전하라', '재능보다 노력이다', '미치려면 제대로 미쳐라', '선택과 집중! 나를 완성하는 열쇠', '나만의 경쟁력을 개발하라'는 소제목들은 이미 보편하되고 흔해 빠진 이야기들이지만, 성공한 스타강사이자 독설가 유수연이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뭔가 다른 내용일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정작 이 책을 쓴 저자가 아니라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책을 폈다고는 했지만, 카피에 뭉뚱거려진 '연봉 10억 골드미스'라는 저자의 상황은 누구라도 한번쯤은 호기심을 가질 법 한 경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삶이나 성공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나 행동을 따르고 싶다는 생각은 읽는 내내 전혀 들지 않았다. 별로 가진 것도 없는 불리한 조건과 배경을 딛고 금전적인 부(富)를 얻은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일부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보이는 오류를, 저자 또한 그대로 보이고 있는데, 이는 성공이 오로지 자신만의 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러한 자신의 경험이 모든 이들의 성공을 위한 공통적이고 유일한 분모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과 같은 방식이 노력이 아닌 것에는 매우 배타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내가 그런 그들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나는 내 힘으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그들이 1명씩 나와 맞짱을 뜨면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다. 난 늦더라도 그렇게 1명씩 제쳐서 조금씩, 그리고 이제 상당히 많이 이 사회를 밟고 올라가오 있다. 비켜라, 거치적거린다. 뭐, 이런 것쯤이야!" 


또한 자신은 이미 성공의 맛을 보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열에 올라섰음에도 여전히 20대들과 자신을 한 편으로 묶고 기성세대들을 비판하는 오류를 보이기도 한다. 


"그래, 우리가 한국 영어 교육을 망친다! 그런데 그거 알아? 힘없고 돈 없고 빽 없고 학벌 없는 우리는 취업부터 해야겠다. 그런데 취업하려니 토익 성적 가져 오란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쓰레기' 같은 강의라도 들어서 취업해야겠다. 외국 나가서 돈으로 영어를 발라 올 수 없어서! (...) 학벌과 토익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이 사회에서 한번 살아보겠다고 얼마나 발버둥 치는지 당신들이 알긴 알아?"


그러나 저자는 지금 스스로 비판하고 있는 바로 그 시스템으로 인하여 덕을 본 사람이다. 유학을 다녀오지 않았다면 강사를 할 수 있었을까? 토익 점수가 모든 20대에게 요구되는 사회가 아니었다면 저자의 성공은 가능했을까? 물론 저자가 기존의 시스템을 이용한 것이 비난받을 일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 반대로 그 혜택을 받아온 저자가 기존 시스템을 비판하는 것은 얘기가 좀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사회 시스템을 경영학적 마인드로 제대로 간파하고 피나는 노력 끝에 성공한 지금 시점에서, 과연 저자는 기존에 자신이 밟아왔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의 부조리한 시스템을 바꿀 의향이 있는 걸까? 아쉽게도 이런 생각들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자신은 독하게 마음먹고 실천하여 성공했다고 하면서도, 정작 스스로를 '이 사회를 바꿀 힘이 없'는 존재로 낮추고 있다. 그러면서 기성세대가 사회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니 약자인 20대와 자신은 강의실에서 '썩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비판은 실컷해놓고나서 보여주는 약자코스프레와 '이렇게라도 공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무책임은 적잖이 당황스럽다. 


"이 사회가 그들의 진정한 능력을 보려 하지 않고 토익 점수와 학벌과 학점을 요구할 때 우리는 아직 이 사회를 바꿀 힘이 없어 저는 이 젊은 친구들과 함께 돈 5,000원에 9시간 동안 강의실에 틀어박혀 보냅니다. 그런데 방송은 이 젊은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비판? 대안 없는 비판? 왜곡?

우리 젊은이들은 이번 여름 무더위에도 푹푹 찌는 강의실에서 썩어야 합니다. 부모님들은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느라 허리가 휘게 일해야 하고, 강사인 저는 목이 나가도록 떠들어야 합니다. 힘없는 우리 젊은이들을..."


재미있는 것은 저자가 '우리'의 범위에 묶는 자신과 20대는, 그의 표현에 의하면 이미 이질적인 대상이라는 점이다. 그런 20대들에게 한다는 말이 헝그리 정신, 새마을운동 정신이라고? 이쯤되면 충고의 수준은 거의 노년들의 입에서 나오는 뻔한 패턴, 즉 '꼰대'수준과 다를 바 없다. 


웰빙이라는 것에는 기존의 경쟁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무엇이 진정한 성공이고 행복인지 살펴볼 수 있는 다른 관점의 시선이 포함되어 있기도 한데, 이 웰빙에 대한 저자의 이해수준은 단지 풍족한 이들이 즐기고 누리는 라이프 스타일에만 국한되어 있다. 이는 저자가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스스로의 경험을 너무 과도하게 긍정화하기 때문에 드러나는 생각이다.  


"웰빙의 유혹은 이미 20대 젊은이들의 가슴 깊은 곳까지 파고든 상태다. 사회가 20대들에게 면죄부와 자기 합리화를 주는 것이다. 성공을 꿈꾸는 20대? 야망을 좇는 20대? 패기의 20대? 그런 20대가 과연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 생길 정도로 요즘 20대는 웰빙에 젖어 있다. 나는 그렇게 웰빙을 좇는 20대가 싫다. 그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웰빙이 아닌 새마을운동 정신이다."


어느 정도 노력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고,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노력이 부족해서였다고 둘러댈 수 있으니, '노력해라'라는 말은 어찌보면 가장 쉽고 편한, 그렇지만 무책임한 조언이다. 


책을 다 읽고나서 저자가 과연 젊은이들의 멘토를 자처할 수 있을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스타강사로 성공한 저자의 이후 행보는 과연 무엇일지도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30대인 저자가 조금 더 나이든 기성세대가 되면 20대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조금이라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영향력이 주어진다면 저자는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 저자가 호주에 어학연수를 가서 독하게 영어공부를 하고, 영국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고, 그러한 경험들을 접목하여 유명한 토익강사가 되었다는 성공 스토리는, 저자와 같이 토익강사로 성공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모를까, 모든 영역에 당연하게 적용될 수는 없는 단편적 사례일뿐이다. 개인의 성공스토리를 궁금해하는 것과 그와 같은 방식을 따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우리는 흔히 그 사람이 가진 현재의 지위나 부(富)의 상태만을 보고 그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갖는 오류를 범하는데, 그러기 전에 상황이 바뀌면 내가 과연 그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냐는 질문을 스스로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스스로에게 맞지 않는 길이라는 걸 알면서도 따라가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으니까. 


가장 만족할 만한 점은 내가 즐기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것이다. 난 Nobody로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난 나를 통해 지식이 전달되고 있을 때, 나를 통해 같이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때 더 자극을 받는다. 강의실에 빼곡하게 들어찬 수강생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 쏠려 있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나의 모든 세포들이 살아 숨 쉬는 것이 느껴진다. - 32쪽

치열하게 살라고 하면 사람들은 머릿속으로만 치열하다. 각종 고민과 답 없는 질문들로 돌다리만 두드리고 있다. 20대의 치열함은 머리가 아니라 몸에서 나와야 한다. 몸이 고달프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그런데 20대의 대부분은 몸이 아닌 머릿속이 치열하다. 그것도 하나 마나 한 쓸데없는 걱정을 하느라 가뜩이나 복잡한 머릿속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내가 20대일 때는 너무 가진 것이 없어서 고민할 것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는 가진 것이 너무 많아서 잃을까봐 고민인가?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 미리 고민하지 마라. 스스로가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존재가 되기 전에 하는 고민은 나를 비롯한 모두를 더 초라하게 할 뿐이다. 결국 그것이 우리의 발목윽 잡아 불확실한 미래를 핑계로 눌러 앉게 만든다. - 44쪽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친구들이 제일 한심하다. 일단 움직여라. 사진을 배운다면 사진 아르바이트도 뛰고, 경력도 쌓고, 동호회도 나가고, 공모전에도 도전해라. 그저 방 안에서 인터넷만 뒤지고 있지 마라. 그리고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을 기웃거리지 마라. 내가 가지 못한 길에는 항상 미련이 남는다. 그 미련에 흔들리면 결국 어떤 길도 내 것이 될 수 없다. - 55쪽

하지만 운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 그저 내가 운이 좋아서 스타 강사가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해줄 말은 한마디 뿐이다.
"Luck sometimes visits a fool, but it never sits down with him.(행운은 부족한 사람에게 올 수는 있어도 그 사람에게 오래 머무르지는 않는다.)"
나에게 운이 따랐다고 한다면 그것은 그만큼 쉬지 않고 부지런히 시장을 분석하고 몸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낯선 외국으로 떠나는 것이 두려웠지만 주저하지 않고 떠났고, 호주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강사로 제법 입지를 굳혔음에도 애써 다진 기반을 떨치고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 또 다시 영국으로 날아갔다.
난 ‘용기란 두려운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렵지만 밀고 나가는 것’이라는 말을 항상 새기고 산다. - 96쪽

사람들은 종종 수단과 목표를 혼동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영어는 수단이고 의사소통의 기술일 뿐이다. 목표를 향해 동원하는 수단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그 수단들을 가장 경쟁력 있게 써먹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사회가 수단 중의 하나인 영어에만 집착하고 그것을 어떻게 써먹어야 하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만약 구체적으로 영어를 잘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와 비전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실력을 요구한다면 공부하는 입장에서도 좀 더 확실하게 영어를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 104, 105쪽

준비를 해서, 때가 되어서는 움직일 수 없다. 준비된 자에게는 지금이 바로 그때다. 준비 없이 일단 몸으로 부딪치며 자신의 길을 열어가는 사람에게도 지금이 시작할 때다. 고민하고 준비하며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항상 여기에 남아 나머지들의 자리를 지켜둔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좋은 때는 바로 지금, 오늘이다. - 137쪽

나에게 공부는 생존이었다. 특별한 공부법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실망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열심히 미쳐라’라는 것이 전부다. 어떻게 미치느냐, 얼마나 미쳐야 하는가는 각자의 몫이다. 각자의 앞에 어떤 변수가 놓여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 사람이 변수를 풀어내는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는데 가타부타 조언을 하는 것은 무의미할 뿐이다. - 148쪽

나는 어느 한 순간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수롭지 않은 순간순간들이 모여 나를 완성한다. 우리 모두는 각자가 만들어가야 할 작품이다. 시간을 더 아껴서 쪼개 쓰고, 최선을 다한 사람이 더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 156쪽

‘재주 많은 사람이 굶어 죽는다’는 옛말이 있다. 얕은 재주로 어설프게 인정받다가 이도 저도 남지 않고 결국 모든 것을 놔야 하는 사람들, 어려서는 통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분야에서도 전문성이 없으니 밀려나고 결국 과거의 화려함을 입에 달고 사는 초라한 사람들, "내가 예전에는 말이지, 나도 그거 좀 아는데..." 어설프게 내 것이 아닌 것을 미리 즐기다간 바로 추월당한다.
뭐든 잘한다는 말은 거꾸로 생각하면 잘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과 같다. 물론 어떤 일이든 소박하게 중간 이상만 할 줄 알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면 가장 중심이 되는 일 하나에만 집중해야 한다. 나머지 어설픈 재능들을 포기할 수 있는 것도 자기 관리 능력이다. - 160,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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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8-19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기계발서를 읽다 보면 이러한 자화자찬에 금세 피곤함이 오는 것 같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붉은눈님

붉은눈 2016-08-19 16:07   좋아요 1 | URL
어차피 좋은 시선으로 읽지도 못할 책을 굳이 골라 비난만 늘어놓았는데, 좋은 리뷰라고 해주시니 부끄럽습니다. 어쩌면 이 책을 찾는 이들은 배경이나 계층적 괴리감 없이도 흠모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 그가 전해주는 이런 단순한 메세지를 통하여 성공으로 향하는 구름다리를 꿈꾸는 것은 아닐까도 생각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