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케인
로버트 E. 하워드 지음, 정탄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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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를 잇는 신화가 시작된다고 "솔로몬 케인"을 소개하고 있지만 단편들이 이어지는 이 책은 글의 흐름이 종종 끊기는 느낌을 받는다.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세상을 구원할 단 한 명의 전사 '솔로몬 케인'. 한 소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리루를 끝까지 쫓는 케인을 보면서 그가 생각하는 '악'에 대해 동조하는 것이 힘들어 악당을 왜 죽이는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물론 리루가 악당이라는 것을 안다. 보물을 가지기 위해 살인을 쉽게 하는 녀석이니까. 하지만 리루가 케인에게 왜 자신을 쫓는지에 대해 물었을 때 케인은 명확한 이유를 대지 못했다. "세상은 내가 구한다" 같은 멋진 이유 같은 건 없었다. 비록 한 소녀와 약속했다는 이유뿐이었지만 이것으로 충분하잖아. 리루 자신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겠지만 말이다. 리루는 누구 하나는 죽어야 끝날 싸움이라면 자신이 죽어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케인은 한 번 정한 목표는 절대 놓치지 않으니까. 죽지 않으면 미쳐 버릴지도 모른다.  

 

검은 망토를 두른 솔로몬 케인의 모습을 보면 현대적인 모습은 아니다. 오로지 칼로 승부를 볼 것 같은 강인한 정신력을 느낄 수 있다. 스파이더 맨이나, 슈퍼맨과 만나면 누가 이길지 겨뤄봐야 알겠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면 글쎄, 누가 이길까. 직접 싸우면 칼을 잘 다루는 케인이 유리하겠지만 공간 이동 능력이 떨어져서 조금 불리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16세기에 솔로몬 케인이라는 이름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을터라 여린 소녀를 구하는 영웅의 이미지를 한껏 드러낼 수 있었을 것이다.

 

케인이 상대하는 악당은 인간뿐만이 아니다. 유령의 억울한 원한도 풀어준다. 그래서 판타지, 호러의 느낌이 강하다. 내가 죽이기로 했으니까 죽인다는 식의 거친 야성미, 힘든 상대가 달려들어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강인함 등 케인은 이 시대에 태어났어도 이 세상을 구원할 영웅으로 빛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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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꼬까신 아기 그림책 3
최숙희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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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에요. "사랑해", "잘했어", "착하다"라는 말보다 지금 살아가는데 있어 나에게 가장 용기를 주는 말입니다. 내 아이도 그럴까요?

 

머리를 양 갈래로 앙증맞게 묶은 한 여자아이가 웃음짓고 있네요. 이 책의 주인공인가 봅니다. 저 멀리 이동하는 개미가 보입니다. 아이가 개미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네요. 아이들은 곧잘 개미를 발로 밝거나 손으로 뭉개는 등의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이 아이는 개미를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어요.

 

그래, 아이야, 개미는 작지. 그러나 힘이 세. 협동심도 뛰어나고 자신의 몸집보다 큰 것도 열심히 나른단다. 고슴도치는 가시로 자신을 보호하고 무서운 사자의 공격에도 전혀 기죽지 않아. 뱀은 다리가 없지만 어디든 갈 수 있구. 으, 뱀이 무섭지 않니? 다리가 없어서 빨리 도망가지 않으면 물릴텐데, 타조는 날지 못하지만 빠리 뛸 수 있어. 기린은 목이 길어 적에게 금세 눈에 띄지만 높이 있는 곳의 먹이를 먹을 수 있단다. 이렇게 약해 보이지만 모두 장점을 가지고 있지. 그럼 넌 어때? 

 

손이 있어 공격을 막을 수 있고, 발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빨리 뛸 수 있어요. 그러나 가장 큰 장점은 세상에서 가장 크게 웃을 수 있다는 거에요. 하하하하하. 맞아요.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도 있지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도 있고 웃으면 정말 좋은 일들만 생길거에요. 웃는 것만으로 나를 해코지 하려는 사람에게 공격을 할 순 없어요. 먹을 것을 구할 수도 없구요. 도망갈 수도 없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나는 소중하니까요.

 

아이가 슈퍼맨이 되기를 바라지 않아요. 세상을 구하는 영웅요? 전혀요. 그저 건강하게 잘 자라주면 된답니다. 평범하게 살아도 행복하다면 이게 가장 좋은 거에요. "괜찮아" 책은 보잘 것 없는 존재라도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고, 하찮은 존재라도 다 쓰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책이에요. 보드책이 아니라 조금 아쉽습니다. 아이가 직접 손으로 책장을 넘기며 볼 수 있음 좋을텐데요. 이 책을 읽고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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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 수상작
박솔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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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회 자음과 모음 신인문학상 수상작 '을'

책속의 등장인물들의 삶이 평범한 일상은 아닌데 책장을 넘기면 하품이 날만큼 단조로운 삶이 이어진다. '을', '민주', '프래니', '주이', '씨안'. 이들 다섯 명은 호텔에 장기 투숙을 함으로서 한 장소에 머물며 서로 관계를 맺어간다. 가까이 다가오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는 이들의 관계를 계속 살펴보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을 이 곳에 오래 머문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존재가 독자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흔히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사랑, 복수 등 드라마 적인 아주 극적인 요소를 담고 있진 않은데 왜 이 소설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당길까. 등장인물 다섯 명의 관계가 마지막에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단조롭게 읊조리는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너무 조용하여 큰 사건이 터질 것만 같은 긴장감을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책 제목만 보고 이것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이야 그저 평범한 제목이라는 것을 알지만 말이다.

 

'을'이 장기 투숙하고 있는 곳으로 '민주'를 부른다. 연인관계인가? 아니, 이 두 사람도 한 장소에서 함께 머물 뿐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뿐인 것 같다. 작가는 장기 투숙하는 사람들이지만 각자의 삶에 갇혀 홀로 살아가는 인생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일까. 같은 공간에 자리하고 있지만 철저하게 홀로 살아가는 듯 모든 인물들이 외로워 보인다. 나는 처음에 '을'이 남자고 '민주'가 여자인줄 알았다. 그렇게 읽어내려 가다가 '민주'가 남자인 것을 알고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담담하게 이어지는 등장인물들간의 관계를 파고들다 보니 이도 곧 잊고 말았다.

 

분명 작가는 내가 아는 언어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낯선 세상에 온 듯 모든 것이 생소하다. 이 소설의 색깔은 짙은 회색빛으로 전혀 빛을 머금고 있지 않다. 주요 등장인물들만이 이 곳에 있는 것은 아닐진데 유독 이들 한 명, 한 명이 작가의 손에 의해 구체적인 모습으로 세상에 드러난 이유는 무언인가. 마지막 책장을 덮고 모든 관계를 알게 되어도 명확하게 알지 못하겠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충격적인 사건 하나가 터졌을 때만이 이들이 비로소 숨을 쉬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는 것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이야기는 끝이 난 것 같지만 이들의 삶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거대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들의 삶이 소설속에서도 끝을 맺지 않는다. 이방의 땅이기에 다음엔 어디든지 갈 수 있겠지만 마음 한 자락은 언제나 지나온 곳에 놓아두게 되는 것이 삶이다. "정말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 아무데나 갈 수 있을까?"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소설을 오롯이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동안 읽어 왔던 소설들과 다른, 낯선 느낌이 좋았다. 책을 덮고 난 후 마음에 담았던 모든 것을 툭툭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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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애 - 파국의 사랑
김은희 지음, 류훈.권진연 각본.각색 / 피카디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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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란 말야. 어떻게 하라고. 기적만을 바라며 남편을 바라봐야 하는 나를 보라고. 이렇게 말라 비틀어져 죽어가는거 안보여? 진우 씨와 꼭 닮은 진호 씨에게 빠져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모르겠어? 날 이해하지 못하겠냐고" 연이는 세상을 향해, 아니 자신을 향해 이렇게 외치고 싶었을 것이다.

 

연이의 진호를 향한 비밀스러운 사랑. 그러나 그 사랑을 감출 수가 없다. 아니 감추기가 싫어졌다. 나에겐 진호 씨만 있으면 되니까. 결혼 2개월만에 남편 진우가 혼수 상태에 빠진 후, 시든 꽃처럼 바짝 말라가는 연이에게 '희망'이란 단어는 자신에겐 존재하지 않는 단어였다. 시동생인 진호를 공항에 마중나갈 때만 해도 그녀의 사랑이 이렇게 위태롭게 흔들리게 될 줄 몰랐다. 진우와의 사랑을 끝으로 이제 다시는 자신에게 사랑이 찾아오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세상이 밝게 빛나고 있음을 다시 알게 해 준 사람 진호, 그를 통해서 사랑을 다시 배웠다. 남편 진우와 꼭 닮은 진호를 처음 본 연이에게 다른 선택은 있을 수 없었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그녀를 잡고 싶었다. 운명이 우리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진호는 형의 여자를, 형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 그러면 안되는 걸까. 진우가 좀 더 늦게 깨어났다면 세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진우를 닮았기에 진호에게 빠져들게 되었던 연이, 그녀는 지금 누구를 사랑하는 것일까.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묘한 감정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 세 사람의 관계가 확연하게 드러날지도 모른다. 연이와 진우와의 만남이 운명인지, 진우로 인해 알게 된 진호와의 만남이 운명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파격적이고 비밀스러운 사랑이기에 더 빠져드는 사랑.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이기적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가지지 못하면 너도 가질 수 없어'

이 사랑의 승자는 누가 될까. 누가 되든 사랑을 차지한 사람도 상처 입을 수 밖에 없어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아프게 만든다. 도덕, 정의를 떠나서 누구에게 손을 들어 줘야 할까. 연이의 마음이 궁금하다. 그녀에겐 진우도, 진호도 아닌 다른 사람이었어도 상관 없었을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 연이에겐 그렇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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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와 가을이 사계절 웃는 코끼리 3
김양미 지음, 정문주 그림 / 사계절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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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인 가을이는 다섯 살 때 엘리베이터 안에서 오줌 싼 기억을 "어릴 때 있었던 일"이라 말합니다. 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가 봅니다. 아니, 많이 컸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사계절 웃는 코끼리 "학교 가는 길을 개척할거야"의 민구도 고등학생 형에게 '꼬맹이'라는 말을 듣고 발끈했으니까요. 가을이에게 오줌싸개라고 놀리는 누나 여름이도 실은 여덟 살 밖에 되지 않아요.

 

누나 이름은 '여름이', 그리고 이 책의 화자인 '나'는 이름이 '가을이'입니다. 지금부터 이 책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여름날 시원하게 들리는 매미소리처럼 아이들의 대화가 더운 날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처럼 나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들어 줍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책표지를 보면 그림을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러니 꼭 책을 읽어봐야겠죠?

 

고양이 놀이가 하고 싶은 가을이는 얼굴에 털실로 수염까지 붙여요. 영특하게도 고양이는 말을 해선 안된다는 생각까지 하네요. 고양이로 변신한 가을이와 누나는 서로 대화가 통하질 않아요. 심지어는 개미를 보고 고양이에서 개미로 변신한 가을이를 누나는 여전히 고양이로 생각한답니다. 개미에서 다시 나무로 변한 가을이를 누가 알아볼 수 있을까요. 이번에도 역시 누나는 여전히 개미로 생각하고 가을이를 골탕먹이기 위해 물을 뿌립니다.

 

오줌 누고 물을 먹는게 나을지, 물을 먹고 오줌을 누는게 나을지를 놓고 의견을 내는 여름이와 가을이를 보니 어른의 입장에서는 참 쓸데없는 것으로 입씨름을 한다 싶었어요. 뭐가 먼저든 어때요. 사실 이 질문에 나는 어떤게 좋은가 고민을 했어요. 전 가을이 의견에 한표 던집니다. 나중에 가을이는 아주 멋진 계획을 생각해 내는데요. 싸르르 아프던 배도 나을정도로 통쾌해지는 생각이에요.

 

팥 호빵, 야채 호빵을 함께 나눠 먹는 아이들의 모습도 정겹게 보입니다. 두 가지를 다 먹고 싶은데 한 가지를 고르라면 꼭 고민하게 되잖아요. 형제가 있으니 이렇게 반씩 나눠먹을 수 있네요. 달님에게 아이들이 소원을 빌어요. 누나 여름이는 무엇을 빌었을까 궁금합니다. 엄마가 아프시니 빨리 낫게 해 달라고 빌었을까요. 이렇게 아이들은 한 뼘씩 자라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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