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오줌보 축구 국시꼬랭이 동네 16
이춘희 글, 이혜란 그림,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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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공의 역사는 어떻게 될까? 1970년대에 태어난 나는 돼지 오줌보를 직접 눈으로 본 적이 없다. 도시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이미 현재의 축구공의 매끈한 모습을 그 때에 이미 볼 수 있었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주위의 사물들도 사람들과 함께 오랜 세월을 거쳐 나름의 역사를 가진다. 국시꼬랭이라는 글은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었는데 '국수꼬리'를 일컫는 경북지역 토박이 말이라고 한다. "국시꼬랭이"라, 한 번 듣고 머릿속에 쏙 박혀들정도로 정겹고 구수하다. 엄마의 홍두깨질 소리를 들으며 홍두깨질이 끝나길 기다리던 아이들, "자! 국시꼬랭이 받아라"는 엄마의 말에 냉큼 받아들고 아궁이로 뛰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는 듯 하다. 국시꼬랭이가 만들어지기까지 두 눈이 얼마나 반짝반짝 빛이 났을 것인가. 분명 불에 노릇노릇 구워 먹던 국시꼬랭이의 맛을 그리워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해 주시던 내가 즐겨 먹던 김밥, 유부초밥의 맛을 나의 혀 끝이 기억하듯이 말이다.

 

동네에 잔치가 있는 날이면 아이들은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즐거움보다 돼지 오줌보로 축구할 생각에 잠을 설친다. 오줌이 들어차 있으니 얼마나 고약한 냄새가 날 것인가. 그래도 더럽다는 생각보다 돼지 오줌보에 있는 오줌을 모두 빼내고 대나무 대롱으로 바람을 불어 넣으며 축구를 할 생각에 신이 날 뿐이다. 돼지 오줌보의 단점이라면 힘차게 발길질을 하면 약해서 쉽게 터져버린다는 것이다. '펑' 하고 터져 버린 돼지 오줌보에 울음을 터뜨린 명수, 이 아이에게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은 이 돼지 오줌보일 것이다. 세상을 다 가진 듯 즐겁다가 골 한 번 넣어보지 못하고 돼지 오줌보가 터져 버리니 눈물이 날 정도로 서럽다.

 

명수의 구멍난 양말, 돼지 오줌보 이런 것들은 옛 시절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우리의 모습들이다. 훗날 명수는 매끄러운 모습의 축구공을 보며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되겠지? 그렇게 좋아하는 축구와 함께, 그 꿈도 자라났을까. 박지성 같은 멋진 선수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바람을 가르며 뛰어 다니는 아이들의 꿈도 이렇게 함께 자란다. 신나게 공을 차는 아이들의 함성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요즘 월드컵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살기 때문일까, 함께 하진 못해도 아이들의 즐거움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책 마지막에 돼지 오줌보로 축구공을 만드는 방법이 자세히 나와있는데 으, 이걸로 어떻게 만들까 싶지만 아이들은 금세 만들어 축구를 시작한다. 예나 지금이나 축구는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놀이인가 보다. 그 밑에 돼지 오줌보가 터져 울고 있는 명수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 신나게 놀고 있는 호기심에 가득찬 아이들의 모습과 대조되어 슬며시 웃음이 난다. 정말 한 번쯤 돌아가고 싶은 옛 시절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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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칼랭
로맹 가리 지음, 이주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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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 있는 이웃이 비단뱀을 기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나의 반응은 어떠할까. 거기다 비단뱀을 칭칭 감고 거리에 나와 있는 모습까지 보았다면? 분명 처음엔 무서워서 피할 것이고, 멀리 떨어져서 그러나 비단뱀이 잘 보이는 곳에 서서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마술이나 행위 예술을 하는 사람일지, 살짝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일지 헷갈려 하겠지만 가까운 지인에게 "비단뱀을 감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며 호들갑을 떨 것이다. 그리고 어디에 사는 사람인지 필히 알아두려 할 것이다. 혹 우리 집으로 넘어올 불상사는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그로칼랭은 비록 문은 열 수 없지만 어디든 이동이 가능했다. 그러니 내 말을 가볍게 웃으며 넘기지 마시라.

 

로맹가리는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그로칼랭'이라는 작품을 이렇게 세상에 내어 놓았다. '그로칼랭'은 표면에 드러나기 원하지 않는 작가로 인해 쿠쟁처럼 철저한 고독을 느꼈다고 하는데 이번에 출간된 '그로칼랭'은 오래전 출간 당시 삭제되었던 미공개 결말을 포함한 결정판이어서 세간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세월이 흘렀어도 현대인의 고독감을 이렇게 잘 표현해 놓은 책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그로칼랭', 이 책을 읽기 전 쿠쟁의 상태가 평범하지 않다는 생각부터 하지 않고 첫 장을 펼치기를 바란다.

 

물론 나도 처음 책장을 넘기기 전 쿠쟁이 비단뱀을 기른다는 설정이 웃음이 날 정도로 가볍게 다가왔으나 비단뱀에게 먹이를 주는 일로 고민하는 그를 보면서 그가 갈구하는 것이 사랑임을 알게 되면서 그의 행동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결코 주저하지 않게 되었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오롯이 서로에게 속해 있다는 느낌은, 그로칼랭에 의해 꽉 껴 안아진 상태(그로칼랭은 쿠쟁을 계속 잡아 먹으려고 시도하지 않았을까? 집을 쩍 벌린 그로칼랭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라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둘이 있어도 외로운 적이 얼마나 많은가. 이를 생각해 보면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쿠쟁은 두 팔만으로 자신의 온몸을 끌어 안아 보지만 비단뱀 그로칼랭이 포옹해주는 것만큼의 온기를 느낄 수가 없다. 홀로 살아가는 쿠쟁의 고독, 존재감 부재는 그로칼랭에 의해 비로소 자신이 살아 숨쉬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쿠쟁은 짝사랑(결혼할 사람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분명 짝사랑일 것이다.)의 상대인 드레퓌스와의 달콤한 미래를 꿈꾸며 심각하게 비단뱀과의 동거에 그녀가 찬성할 것인지 고민하는 아주 아주 평범한 한 남자다. 혹자는 그가 평범하다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을 던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통계일을 하는 쿠쟁이 집으로 돌아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것의 허무함을, 그의 고독을 외면하지 않는다면 그가 나와 같은 꿈을 꾸고 살아가는 한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책의 결말 부분에 다다를수록 작품속에 정말 비단뱀이 존재했었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데 이는 쿠쟁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때문이다. 애정결핍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연구의 연구대상이 되어도 손색이 없을 이 쿠쟁 씨의 삶이 그가 무한한 애정을 담아 돌보는 비단뱀 그로칼랭으로 인해 더 절망적인 상황으로 내몰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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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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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몽"은 백화점이 붕괴되어 사고를 당한 박선녀를 처음 도입부분에 등장시켜 독자들을 그 시대로 순식간에 데려가 버린다. 이어 등장하는 김진이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며 앞서 등장한 박선녀에 대해서는 까마득하게 잊어 버리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서 궁금한 것은, 이 김진이라는 자는 대체 누구인가?인가 하는 것이다. 
 
작가는 김진이라는 사람을 내세워 영웅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도, 선과 악을 대비시키지도 않는다. 김진 그가 아주 오랜 세월 자신이 옳다고 믿어온 울타리 안에서 행해온 모든 것들이 우리가 살아온 역사의 소용돌이에 맞물려 돌아가며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지난 세월을 보여주게 되는데 김진 인생의 말년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보여주며 우리들이 무엇을 보기를 바라는 것인지 이 책을 통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책 소개를 읽지 않은 나는 책 중반까지 김진과 박선녀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못했다. 김진의 이야기가 시작된 후 그가 살게 된 집에 향나무와 편백나무 울타리가 둘러싸여 있다는 글을 본 후 박선녀가 그의 후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깐 등장하는 것이라 짐작했던 박선녀의 존재는 이렇듯 김진이 살아가는 세월속에 있었다. 그녀의 존재가 이 책 속에서 어떤 것들을 보여주게 되는지 책의 끝에 이르게 될 때까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데 작가는 백화점 붕괴에서 살아난 사람들을 통해 '희망'을 보여주고 싶은가 보다.
 
결코 모든 것들이 꿈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하루 아침에 무너져 내리는 백화점을 보면서 그저 꿈이기를 바라지만 이것은 누구든 뼈져리게 느낄 수 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꾸었을 부와 명예를 가지는 꿈들, 역사와 함께 쌓여온 보통 사람들의 삶들, 이 책은 보통 사람들의 삶도 엿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네 역사와 그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상처까지 볼 수 있다. 엄청난 부를 거머쥔 사람들의 이야기는 먼 나라의 이야기인 듯 까마득하게만 느껴지지만 일제시대부터 70년대,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사회의 모습은 우리 앞세대에서 겪어온 우리의 참모습을 보여주기에 결코 소설속의 이야기라고 가볍게 볼 수 만은 없다.
 
꿈은 누구나 꿀 수 있다. 현실이 없다면 꿈조차 꿔 볼 수 없을 것이다. 꿈인지도 모를테니까. 역사는 아직 계속되고, 삶도 여전히 이어지지만 인간의 욕망은 여전히 이 도시를 움직이고 탐욕스럽게 꾸는 거대한 꿈들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강남몽"에 등장하는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은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역사속의 한 페이지를 살다간 사람들이며, 나의 가족들일 것이다. 내 어머니의 어머니, 또 할머니의 어머니.......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면 누구나 이 소설속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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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극한기
이지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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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로맨스 소설의 주인공, 백마탄 왕자님의 이름으로 어울리진 않지만 '남수필'이라, 옥택선과 이 남자가 서로 사랑하게 되는 건가? 헉, 아니 왜 갑자기 남수필이 죽어? 실험용 쥐들을 애도하여 미키마우스 인형을 모아 참회의 기도를 한다는 이 순수한 남자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지? 이 사건으로 '청춘극한기'는 점점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이 되어 간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망했다는 남수필과 함께 밤을 보낸 택선도 죽음의 그림자를 피해갈 수 없는 걸까. 처음 만난 남수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분명 택선에게 반했다고 하기엔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물론 나는 남수필이 택선에게 반했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건 아닌 것 같다. 거기다 택선의 첫사랑 연우를 만나 한 행동을 봐라. 남수필의 행동과 유사하다. 어쩌면 택선도 남수필처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 택선은 이대로 죽어야만 하는가. 이균을 만나라는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난 남수필의 말이 택선에게 유일한 희망일 것이다.
 
그런데 이균이 택선의 증상을 듣고 말하는 '러브 바이러스'라니, 이건 점점 미스터리가 아니라 SF 장르의 소설로 변해가는 것 같다. "이 바이러스는 신호전달 과정을 급하게 중합효소연쇄반응에 의해 번석해본 결과.....그 초기 병적 징후는.....사랑에 빠질 때의 감정과 같다?" 오호, 어쩌냐. 어려운 말은 모르겠고 사랑에 빠질 때의 감정과 같다니, 이 세상의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걸린 것 같지 않은가. 벌써 이 바이러스가 대 유행하고 있는가 보다. 백신을 맞는다고 이 병에 걸리지 않을까 보냐. 이 병에 걸리길 기대하는 처녀, 총각들도 많겠으나 내가 원하지 않는 이에게 사랑을 느끼는 폐해도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랑받고 싶은 상대를 찾아 뛰어가다 어느 누구에게 사랑을 느끼게 될지 모르니 말이다.
 
"청춘극한기"는 '모던보이'의 작가 이지민의 책이라 많은 이들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세상에 나온 책이다. 두 소설 모두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시대적 배경때문에 '모던보이'의 분위기는 아주 무거운 반면 '청춘극한기'는 남수필이라는 이의 죽음이 관련되어 있으면서도 이 소설은 '사랑'에 대해 시종일관 가볍다는 느낌을 벗어날 수가 없다. '러브 바이러스' 자체가 황당한 소재이고 로맨스 소설의 결말을 기대하는 독자들을 만족시켜줄 장치들이 여러 군데 빛을 발하고 있음에도 이는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질 뿐 가슴 떨리는 두근거림을 느낄 수 없다.
 
톡톡 튀는 발랄함으로 젊은 사람들만이 공유할 것이라 생각되는 '러브 바이러스'라는 이미지는 이 소설의 공간을 제한하는 요소다. 칙릿소설의 전형적인 내용을 따라갔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든다. 이 바이러스가 세상에 활개를 치고 다닌다면 사랑만이 가득한 세상이 오게 될까. 엇갈린 사랑으로 더 무서운 세상이 될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바이러스는 책 속에서만 등장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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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 할머니 꽃보다 아름다운 우리
오채 지음, 김유대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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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메, 왜 이렇게 눈물이 난다냐"

오메 할머니 사투리 이렇게 쓰는 거 맞나요? 아마 오메 할머니처럼 구수하게 들리지는 않을 거에요. 지금은 봉지도 오메 할머니 곁에 있겠지요. 오메 할머니와 봉지는 저에게 진정한 가족이 무엇인지 알게 해 주었습니다. 에효, 벌써 오메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아, 물론 봉지두요. 이녀석 사람처럼 생각하는 것을 봐서 분명 자기를 챙기지 않았다고 심통을 부릴 것 같네요.

 

온통 맞춤법이 틀린 오메 할머니의 일기장을 보면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글을 배우고 이제 글씨를 쓰기 시작하는 그 때 얼마나 꿈이 많았었던가. 오메 할머니는 이제 나이가 많이 들어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도 버겁지만 '박서운'이라고 서툴게 쓴 글씨에 오메 할머니에게도 이름이 있었구나, 젊은 시절이 있었구나, 란 생각이 들어 가슴속에 뭔가가 턱 하니 박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이 책은 오메 할머니의 손녀, 은지의 시각으로 쓴 글이 아니라 날아다니는 봉지를 잡으려고 집을 나서다 길을 잃어버린 개, 봉지의 시선으로 쓰여진다는 것을 늘 염두해 두고 읽어야 하는데 인간처럼 생각하고 말하기(짖기) 때문에 털이 곤두선다거나, 꼬리가 눌려졌다는 글을 보고서야 아, 맞다. 봉지가 사람이 아니지, 하게 된다.

 

나는 어릴 때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지만 추억이 많지 않은데 은지에게 오메 할머니의 기억은 아주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할머니의 곁에서 투정도 부리지만 할머니가 필요할 때 함께 했다는 것이 슬픔을 이겨낼 수 있게 할 것이다. 반지댁, 빡스댁의 일에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 정의롭게 싸우는 할머니, 비록 가족의 일에는 서툴게 다가서지만 며느리의 시어머니에 대한 서운함, 할머니의 자식 사랑 등 이 모든 것이 가족이기에 나눌 수 있는 감정들일 것이다.

 

죽는 순간까지 자식에게 모든 것을 다 주고 떠나고자 하는 할머니의 마음은 책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을 울린다. 이 세상의 모든 부모들의 마음은 누구에게나 감동을 준다. 오메, 오메, 오메라는 말을 자주 해 오메 할머니라고 부르는 봉지, 할머니와 함께 자며 봉지는 오메 할머니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는데(오메 할머니가 봉지를 받아들였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아픈 할머니의 손에 밥 알을 놓아준 봉지의 모습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봉지야, 빵긋!"

나의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건만 왜 내가 미소짓게 되는지 모르겠다. 치즈, 스마일, 김치 보다 더 정겹게 들리기 때문일까. 핸드폰 사진에 있는 오메 할머니와 봉지의 다정한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손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기에 더 행복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할머니에 대한 추억과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해 주는 "오메 할머니"는 세상 살아가기 힘들다고 느끼는 어른들도 읽는다면 고단한 삶의 짐을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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