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몽"은 백화점이 붕괴되어 사고를 당한 박선녀를 처음 도입부분에 등장시켜 독자들을 그 시대로 순식간에 데려가 버린다. 이어 등장하는 김진이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며 앞서 등장한 박선녀에 대해서는 까마득하게 잊어 버리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서 궁금한 것은, 이 김진이라는 자는 대체 누구인가?인가 하는 것이다. 작가는 김진이라는 사람을 내세워 영웅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도, 선과 악을 대비시키지도 않는다. 김진 그가 아주 오랜 세월 자신이 옳다고 믿어온 울타리 안에서 행해온 모든 것들이 우리가 살아온 역사의 소용돌이에 맞물려 돌아가며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지난 세월을 보여주게 되는데 김진 인생의 말년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보여주며 우리들이 무엇을 보기를 바라는 것인지 이 책을 통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책 소개를 읽지 않은 나는 책 중반까지 김진과 박선녀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못했다. 김진의 이야기가 시작된 후 그가 살게 된 집에 향나무와 편백나무 울타리가 둘러싸여 있다는 글을 본 후 박선녀가 그의 후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깐 등장하는 것이라 짐작했던 박선녀의 존재는 이렇듯 김진이 살아가는 세월속에 있었다. 그녀의 존재가 이 책 속에서 어떤 것들을 보여주게 되는지 책의 끝에 이르게 될 때까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데 작가는 백화점 붕괴에서 살아난 사람들을 통해 '희망'을 보여주고 싶은가 보다. 결코 모든 것들이 꿈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하루 아침에 무너져 내리는 백화점을 보면서 그저 꿈이기를 바라지만 이것은 누구든 뼈져리게 느낄 수 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꾸었을 부와 명예를 가지는 꿈들, 역사와 함께 쌓여온 보통 사람들의 삶들, 이 책은 보통 사람들의 삶도 엿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네 역사와 그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상처까지 볼 수 있다. 엄청난 부를 거머쥔 사람들의 이야기는 먼 나라의 이야기인 듯 까마득하게만 느껴지지만 일제시대부터 70년대,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사회의 모습은 우리 앞세대에서 겪어온 우리의 참모습을 보여주기에 결코 소설속의 이야기라고 가볍게 볼 수 만은 없다. 꿈은 누구나 꿀 수 있다. 현실이 없다면 꿈조차 꿔 볼 수 없을 것이다. 꿈인지도 모를테니까. 역사는 아직 계속되고, 삶도 여전히 이어지지만 인간의 욕망은 여전히 이 도시를 움직이고 탐욕스럽게 꾸는 거대한 꿈들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강남몽"에 등장하는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은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역사속의 한 페이지를 살다간 사람들이며, 나의 가족들일 것이다. 내 어머니의 어머니, 또 할머니의 어머니.......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면 누구나 이 소설속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