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우주여행 - 한국 SF 단편선
양원영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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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책 제목을 정할 때는 책 속에 담겨져 있는 단편들 중의 대표적인 글을 채택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아빠의 우주여행]이라는 단편이 책 제목으로 정해졌나 보다. 앗, 그런데 첫 단편부터 [아빠의 우주여행]이라니, 이건 뭐랄까. 어린 시절 즐겨 먹었던 핫도그 속의 햄을 아껴 뒀다 먹지 않고 먼저 먹어버린 느낌과 비슷하다. 아니면 다 먹었을 때의 허무함? 어쨌든 첫 단편부터 이렇게 맛있는 글이 먼저 올라오니 글을 읽는 감흥은 뒤로 갈수록 점점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왜? [아빠의 우주여행]이라는 글이 너무 감동적이니까.

 

SF소설이라고 하면 김탁환님의 '눈먼시계공'처럼 완전한 낯선 세계, 최첨단을 달리는 세상을 그려낼 것 같으나 책 '아빠의 우주여행'의 세상은 그저 [처음이 아니기를]처럼 특이한 바이러스의 유행을 다루거나 [아빠의 우주여행]처럼 안드로이드가 등장하고 좀 더 똑똑해지기 위해 뇌에 바늘을 삽입하는 [우리는 더 영리해지고 있는가?] 등 별반 지금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는 시대를 그리고 있다.

 

물론 앞서 말한 상황들이 그리 평범하다는 것은 아니다. 안드로이드가 가족을 대신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단 몇 년만에 실행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신종플루가 전 세계를 뒤덮은 상황도 접하고 보니 단편 [처음이 아니기를]를 읽으며 이런 일은 현실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더 영리해지고 있는가?]의 내용은 SF소설 속에서 자주 접할 수 있어 그리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연일 연쇄살인사건, 성폭행 등의 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현실, 그러나 미래에는 단편 [머리 사냥꾼]처럼 점점 더 지능적인, 좀 더 끔찍한 살인 사건들이 발생하고 성별을 바꿔 탈출하는 이야기 [스위치, 오프], 아동 범죄자에 대해 다룬 [코르사코프 증후군] 등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과 무관하지 않아 단편이 끝날 때마다 재미있다, 는 생각만 하며 책장을 넘길 수가 없다.   

 

그런데 미래를 그린 소설들을 읽고 있노라면 대부분 행복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가끔 실수도 하고, 남들처럼 똑똑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는 걸까. 누구나 뇌에 바늘을 삽입하니 꼭 사람들이 모두 로봇처럼 느껴진다. 미래는 과학, 의학의 발달로 점점 인간적인 모습이 사라지는 세상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현실에 만족하며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건데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희망을 놓지 못하는 우리들은 이제 어떤 것들에 기대어 살아야 할까. 우주 여행을 꿈꿔 볼까? 달에 발자국을 새겨 넣을 그 날을 꿈꾸면 되는 건가. 이건 너무난 먼 미래의 일이라 힘만 빠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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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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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책 제목에 그리움을 담고 있음일까. 바람 결에 벚꽃이 날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한 여인의 머리카락에 꽃잎이 묻어나고 바람 결에 멀리 멀리 날아가는 것 같다. 
 

벚꽃은 항상 그자리에 있는데 나는 왜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던 것일까. 매년 봄, 꽃잎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바람 결에 꽃잎이 날아갈 때면 벚꽃 꽂잎 하나 잡아 손바닥에 가지런히 올려두고 소원 빌었던 가슴 설레던 시간이 있었건만 꽃이 다 져 버리고 나면 애초에 없었던 것마냥 그렇게 나의 기억속에서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이렇게 매정하게 잊혀져 서운할만도 하건만 벚꽃은 언제나 그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준다.
 
프리터 나루세는 나이답지 않게 지하철에서 자살을 시도하던 한 여인을 구하고 난 후 새로운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 들어서게 된다. 여러 일들을 하면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그는 예전에 했던 탐정일이 계기가 되어 뺑소니 사건의 진범을 찾는 일을 맡게 된다. 솔직히 나는 나루세가 탐정사무소에서 맡았던 야쿠자들의 살인사건에 더 큰 흥미를 느꼈다. 너무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인데 나는 도무지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으나 나루세는 극적으로 시신이 화장되기 전 범인을 찾아내게 된다. 그러고 보면 그는 탐정으로서의 소질이 넘쳐 흐른다. 정의감도 있고 의리도 있다. 아마 그는 죽을 때까지 이런 스릴을 느끼며 살아가지 않을까.
 
아직은 하고 싶은 일을 놓아버릴 때가 아니라고 두 주먹 불끈 쥐는 열정, 한 여인을 사랑해 끝까지 지켜주겠다는 마음,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그러니 뺑소니 사건도 분명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라 짐작하게 되지만 이 사건 또한 이전에 맡았던 사건들처럼 위험하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나갈 수 있는 일이다. 하나의 인연이 새로운 인연을 낳게 하는 것 같지만 끝에 이르고 보면 모두 연관 되어 있다. 이 퍼즐을 끼워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루세 뿐, 그는 자신이 가진 퍼즐이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하나씩 보여주지 않지만 그의 진심이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지고 나면 그 마음에 독자들은 감동을 받는다. 하지만 '정의'는 악을 용납하지 않는데 정의를 내세우던 나루세가 과연 자신의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까. 악에 물들었던 사람이 사랑의 힘으로 선한 사람으로 변할 수는 있을 것일까. 죗값으로 목숨이라도 내어 놓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궁금한 것 투성이다.
 
이 소설은 아련한 그리움을 느끼게 하여 여기에 현혹된 사람들을 사건의 본질을 잊게 만든다. 소설속의 사건을 풀어낼 능력은 없지만 트릭은 아주 간단하다. 허나 나루세의 열정때문에 다른 것을 보지 못해 놓치게 된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어이없는 웃음이 피식나게 하는, 이건 뭔가 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에 조금 불편해지지만 모든 것을 잃어도 상관없다는 나루세를 보고 있으면 그리움이란, 사랑이란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을 하게 만든다. 그 어떤 이유를 붙여도 대답이 될 것 같은 그런 것 말이다. 삶을 포기하기에는 아직 많은 삶이 남아 있다고?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나루세라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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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몽
야쿠마루 가쿠 지음, 양수현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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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 위에 붉은 핏자국이 번져간다. 점점이 떨어지는 핏자국도 가슴을 아릿하게 만드는데 이렇게 무차별 살인자에 의해 희생된 이의 붉은 핏자국은 보는 이의 가슴을 짓누른다. 헉헉, 하얀 눈이 모두 붉게 물들어 가는 모습은 나의 숨도 막히게 한다. 세 살 난 아이 '루미'가 희생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너무도 잔인하게 아이의 목을 찌른 살인자 '후지사키'는 그 때 루미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 검은 안개가 보였을 뿐이다. 아이였다면,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면 이 살인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검은 안개가 눈 앞을 가렸기에 그는 심신상실자로 법의 울타리를 벗어난다.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이를 벌하지 않는다는 일본 형법 제 39조에 의해 후지사키는 4년 후 아무렇지 않게 평범한 일상속으로 돌아온다. 희생자의 가족에겐 경악할 일이다. 그러나 부부가 함께 낳은 아이지만 루미의 존재가 미카미에게는 목숨까지 내던질 정도의 큰 의미는 되지 않았다. 그저 미스터리 소설을 쓰면서 소설속 이야기로 범인과 희생자를 탄생시켰던 그에게 루미의 죽음은 글을 쓸 수 없게 만들어 버렸을 뿐이다. 이제 더이상 모든 것이 소설속 이야기가 아니었으니까. 그는 그 때 딸을 지켜내지 못했다. 아내도 지켜주지 못했다. 다시 눈 앞에 나타난 후지사키에게서 아내를 지켜낼 수 있을까.

 

아이를 잃은 고통에 살인자와 똑같은 병인 통합실조증에 걸린 사와코는 삶의 의미를 잃을 정도로 루미의 존재를 가슴에서 떼어낼 수 없어 했다. 살인자를 처단하기 위해 목숨까지 던지려 했지만 이 계획은 치밀하지 못해 그저 사회 고발을 목적으로 한 듯 보인다. '천사의 나이프'에서 미성년자의 살인 행위가 법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 받았던 것을 생각해 볼 때 '허몽'은 '천사의 나이프'와 비슷한 패턴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이는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미카미가 사람들에게 심신상실자의 행위에 대해 사회에 알리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하는 모습이 작가 야쿠마루 가쿠의 모습과 겹쳐 보이게 한다.

 

유키와 후지사키의 만남은 운명이라 하기엔 너무 작위적인 우연의 냄새가 많이 난다. 독자들에게 심신상실자의 입장에 서서 한 번쯤 그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하지만 '살인'에 대해서는 그 어떤 것도 용납할 수 없기에 이 두 사람을 바라보는 것은 가슴만 답답하게 만들 뿐이다. 거리에서 직접 마주치게 될까 두렵다. 내 아이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살인자의 무차별 살인에 의해 희생되지 않을까 무서워진다. 나는 결코 그들의 행동에 그 어떤 이해도 할 수 없다. 그저 현실속의 이야기가 아니기를 바라며 이들의 곁에서 도망가고 싶을 뿐이다.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나의 소중한 가족들을 잃었는데 그 어떤 이유이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미카미에게 가족은 꼭 지켜내야 할 목숨과도 같다. 지금은 그가 아내 사와코와 표현방법이 다를 뿐 사와코처럼 목숨을 다 바쳐 딸 루미를 사랑했었다는 것을 안다. 이제는 하늘에 있는 딸에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를 지켜낸 것 맞지?"라고. 미카미는 이제 더이상 도망가지도 않고 현실과 맞서 싸우며 소중한 사람을 지켜낼 것이다. 루미를 떠올리는 그의 눈 빛이 너무나 슬퍼 보인다. 아이는 왜 자신이 죽어야 했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하고 죽었는데, 잠깐의 삶을 위해 이 세상에 온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 한 켠이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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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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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는 순간부터, 아니 꿈 속에서조차 늘 머릿속이 울리도록 고민을 하고 쉬어본 적이 없거늘 죽어서까지 선택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이것은 정녕 끝이 아닌 것이다. 죽음이란, 이 세상에 살아있는 자들과 죽은 자와의 인연의 끝일 뿐이다. 죽은 자는 숨이 끊어져도 저승 이후 중에서 선택을 해야하는 것이다. 저승차사가 된다? 환생? 영면? 더 이상의 환생이 없다면? 이것도 괜찮지 않을까. 살아가는 것은 고통이 동반되지 않으면 삶이 아니니까. 이승에 대한 미련으로 저승차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넋을 걷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승의 일에 관여할 수 없다면 그저 손에 움켜진 것들 놓아버리는 것이 나을 것이다. 넋은 아직 이승의 기억을 가지고 있으므로.

 

쇳빛부전나비가 나의 눈 앞에 보이면 몸이 부들부들 떨려 정신을 잃을 지도 모르겠다. 전설의 고향에서나 보던 갓 쓰고 검정 도포자락 흔들며 넋을 거두러 오는 것이 아닌 쇳빛부전나비라니 어쩌면 나비의 아름다움에 빠져 저절로 발길이 떨어질지도 모르지. 허나 이승의 기억을 가지고 어디 그리 쉽게 따라 갈까 보냐.

 

화율, 이승에서는 이름이 우재였다. 그가 저승차사의 일을 거스르고 사랑하는 정인 징신을 찾아다니는 것은 아직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해서다. 이승의 기억을 놓지 못하는 화율, 그가 죽음 너머에서 한 번 더 징신을 만나본다한들 무엇이 바뀔 것인가. 하지만 자신의 죽음 이후 징신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징신의 마지막을 보지 못했으므로 어쩌면 살아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아 그저 말도 안되는 기대다.

 

염색장 채관, 연홍, 수강, 화율 이들의 인연의 고리는 어디서부터 연결된 것일까. 몇 번의 생이 이어지고 전생에서의 업이 현생에서도 풀어지지 못한다면 환생하는 것이 오히려 고통이 될게다. 채관에겐 오랜 세월동안 찾아 헤맨 한 여인의 삶들은 모두 슬프다. 어디에서 이 모든 것들을 놓아 버려야 할까. 화율의 마지막 선택은 이들과 무관하지 않다. 화율을 알아본 채관, 징신을 눈 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한 화율의 가슴앓이, 연홍의 정혼자인 수강, 이들의 인연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말이다. 화율의 마지막 선택으로 이들에게도 인연의 끝이 보이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움이, 사랑이 인연의 끈을 결코 놓아버리지 못하게 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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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3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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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우라 명탐정에게 "엇, 긴다이치 코스케를 알아요?" 이렇게 물을뻔 했다. 어디까지나 소설속 상황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어야 했는데 추리소설은 이렇듯 나를 순식간에 작품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이 책속에는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의 작가 우타노 쇼고의 작품 세 편이 담겨져 있다. 눈 오는 산장, 외딴섬, 서양식 저택 모두 밀실에서 사건이 벌어지는데, 사실 이 책을 읽고 나면 밀실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따위는 없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 교육의 효과(?)로 다른 추리소설에서 등장하는 밀실 살인 사건에 현혹되지 않을 일은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있으면 살인자도 있으니 귀신이니, 유령의 존재가 살인을 저질렀을 것이란 생각을 처음부터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의미심장한 글의 제목,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모름지리 탐정이라면 긴다이치 코스케처럼 청렴해야 하고 정의감이 투철해야 한다. "범인은 너지?"라고 밝힐 때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 이 일을 파헤치는 이유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살인자를 밝혀내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악용하는 것은 나도 용서할 수가 없다. 가게우라가 명탐정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가 해결한 사건 목록을 듣고 있으니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진다. 사건 관계자들이 소송을 걸지 않았다면 가게우라가 쓴 책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되어 나의 두 손에 이 책들이 들어 오게 되었을 것이다. 가게우라에게 정의감은 없지만 명탐정이냐를 놓고 이야기해 보자면 명탐정이 맞기는 맞다. 산장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그는 현장을 직접 보지 않고 조수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 차렸으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래서 명탐정이 태어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따져 보자면 역시 '정의'에 대해 다시 논할 수 밖에 없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으면 나도 이렇게 사건을 제대로 파헤치게 될 수 있을까. 글쎄, 살인사건이 벌어지면 무서워서 정신도 못차리게 되지 않을까.
 
도대체 누가 살았 남았다는 거지?
 
[생존자, 1명]은 지하철 폭파 테러를 일으킨 범인들이 가바네지마 섬에 유배되면서 이 섬을 나가면 체포된다는 두려움과 이 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공포심,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어떤 행동까지 할 수 있는지 그 바닥을 알 수 없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보여준다. 이 단편의 결말은 예정되어 있다. 누군가 이들을 구조하러 오지 않는다면 언제가 되었든 이들은 끝내는 죽을 수 밖에 없다. 독자들은 이 섬에 누가, 그들을 구조하러 오게 될 것인지의 유무를 알 수 있어 죽어가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이 힘겹기만 한데 예상하지 못한 생존자가 있다는 것이 이 글의 뜻밖의 결말일 것이다. 거기다 누가 살아 남았는지에 대해서는 여운을 남겨 머릿속에서 계속 이 글을 되새기게 만든다.  
 
꼭 이런 일에 무서운 일이 벌어지더라.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
 
대학 시절 탐정소설 연구회 동료들이 후유키의 초대로 '산세이 관'에 오게 된다. 후유키는 동료들에게 추리극을 연기해 보자고 제의하는데 피해자 연기를 하는 사람이 실제로 죽게 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해진다. 꼭 정해진 법칙은 아닌데 이런 일에 진짜 사건이 터지니까. 살인 사건이 일어난 상황을 만들고 추리를 하는 것이라 모든 것이 어설프다. 후유키가 학창시절의 꿈을 실현시킨다는 취지에서 이 모임을 주도하지만 진짜 살인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기에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것만큼의 즐거움을 느낄 수도 없다. 중년이 훌쩍 넘은 이들이 모여 학창시절 추억하는 것은 사실 현실적으로 흥미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후유키의 말대로 이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간절히 원하던 꿈이었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밀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모아 놓았지만 다른 추리소설처럼 살인자를 찾는 것에 중점을 두고 사건을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간의 나약함, 바닥을 알 수 없는 욕망, 꿈에 대한 열망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하는지 독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살인 사건의 범인을 알아내겠다는 의지보다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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