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책 제목에 그리움을 담고 있음일까. 바람 결에 벚꽃이 날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한 여인의 머리카락에 꽃잎이 묻어나고 바람 결에 멀리 멀리 날아가는 것 같다. 
 

벚꽃은 항상 그자리에 있는데 나는 왜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던 것일까. 매년 봄, 꽃잎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바람 결에 꽃잎이 날아갈 때면 벚꽃 꽂잎 하나 잡아 손바닥에 가지런히 올려두고 소원 빌었던 가슴 설레던 시간이 있었건만 꽃이 다 져 버리고 나면 애초에 없었던 것마냥 그렇게 나의 기억속에서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이렇게 매정하게 잊혀져 서운할만도 하건만 벚꽃은 언제나 그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준다.
 
프리터 나루세는 나이답지 않게 지하철에서 자살을 시도하던 한 여인을 구하고 난 후 새로운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 들어서게 된다. 여러 일들을 하면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그는 예전에 했던 탐정일이 계기가 되어 뺑소니 사건의 진범을 찾는 일을 맡게 된다. 솔직히 나는 나루세가 탐정사무소에서 맡았던 야쿠자들의 살인사건에 더 큰 흥미를 느꼈다. 너무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인데 나는 도무지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으나 나루세는 극적으로 시신이 화장되기 전 범인을 찾아내게 된다. 그러고 보면 그는 탐정으로서의 소질이 넘쳐 흐른다. 정의감도 있고 의리도 있다. 아마 그는 죽을 때까지 이런 스릴을 느끼며 살아가지 않을까.
 
아직은 하고 싶은 일을 놓아버릴 때가 아니라고 두 주먹 불끈 쥐는 열정, 한 여인을 사랑해 끝까지 지켜주겠다는 마음,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그러니 뺑소니 사건도 분명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라 짐작하게 되지만 이 사건 또한 이전에 맡았던 사건들처럼 위험하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나갈 수 있는 일이다. 하나의 인연이 새로운 인연을 낳게 하는 것 같지만 끝에 이르고 보면 모두 연관 되어 있다. 이 퍼즐을 끼워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루세 뿐, 그는 자신이 가진 퍼즐이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하나씩 보여주지 않지만 그의 진심이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지고 나면 그 마음에 독자들은 감동을 받는다. 하지만 '정의'는 악을 용납하지 않는데 정의를 내세우던 나루세가 과연 자신의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까. 악에 물들었던 사람이 사랑의 힘으로 선한 사람으로 변할 수는 있을 것일까. 죗값으로 목숨이라도 내어 놓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궁금한 것 투성이다.
 
이 소설은 아련한 그리움을 느끼게 하여 여기에 현혹된 사람들을 사건의 본질을 잊게 만든다. 소설속의 사건을 풀어낼 능력은 없지만 트릭은 아주 간단하다. 허나 나루세의 열정때문에 다른 것을 보지 못해 놓치게 된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어이없는 웃음이 피식나게 하는, 이건 뭔가 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에 조금 불편해지지만 모든 것을 잃어도 상관없다는 나루세를 보고 있으면 그리움이란, 사랑이란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을 하게 만든다. 그 어떤 이유를 붙여도 대답이 될 것 같은 그런 것 말이다. 삶을 포기하기에는 아직 많은 삶이 남아 있다고?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나루세라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