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전 5
이종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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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악귀, 자귀, 요괴들이 왜 이승에 출몰하는지 그 이유를 알았다. 사령자들에 의해 육신을 빼앗긴 억울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이제 이승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 귀신전 1권부터 주요 등장인물이었던 선일, 용만, 박 영감, 공표, 수정 등이 5권에서는 지나가는 행인처럼 잠깐 등장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들이 아직은 안전한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하늘에 시커멓게 덮여있는 검은 기운 하람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출몰한다. 곧 하람이 하늘 전체를 덮게 될 것이다. 이것을 막을 수 있는 기회는 지금 뿐이다.

 

1권부터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던 이야기들이 이제 하나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10권이 되어야 모든 것이 마무리 될 줄 알았는데 왠걸 6권이 마지막 권이란다(어째 이런 일이). 책 속에 등장하는 퇴마사들도 별로 없건만 이들의 힘으로 사령자들은 물론 요괴, 자귀들까지 모두 저승으로 보내 버릴 수 있을까. 무엇보다 저승과 이승의 경계를 단단히 막아 놓지 않으면 또 이런 사태가 벌어질테니 어찌 하면 좋을까. 내 옆에 사령자들이 있는 것처럼 벌써부터 소름이 끼쳐온다.

 

엠이 누구인지, 찬수의 몸에 들어 앉은 이는 누구인지, 이제 모든 것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5권의 마지막 문장을 읽은 사람이라면 6권을 읽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작가의 의도이겠지만 하람이 하늘을 뒤덮고 요괴들이 이승에 나타난 이유가 무엇인지 박 영감을 통해 독자들에게 알린 것은 다음 권에 대한 호기심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함일 것이다. 5권 다음에 바로 6권을 읽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할 정도다. 5권을 읽고 또 기다린 사람들은 아마 숨이 몇 번이나 넘어갔을 것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이 일에 휘말렸다고 생각하니 그냥 이야기속의 허상이라고 생각할 수만은 없다. 무엇보다 '혼', '영'이라는 존재가 실제 있다는 생각을 하면 무섭다. 아니 무서워 할 것은 없지. 인간은 누구나 죽게 되어 있으니 죽어서 가는 곳이 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덜 무섭긴 하다. 하지만 살아있는 내가 영혼이나 귀신, 원귀 등을 만나는 것은 결코 겪고 싶지 않은 일이다. 퇴마사들 하고 친하게 지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겠다.

 

지금까지 속을 감추고 살았던 숙희가 드디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5권에서는 모든 것들이 세상밖으로 표출되고 끝을 향해 달려간다. 찬수를 향한 일그러진 숙희의 사랑, 이제는 동정심조차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죽으냐 사느냐, 지금은 이것이 문제이기에 숨을 멈추고 6권의 첫 장을 넘길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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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령들의 귀환 - 1636년 고립된 한 마을에서 벌어진 의문의 연쇄살인사건 꿈꾸는 역사 팩션클럽 3
허수정 지음 / 우원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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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밀사'를 읽었을 때 박명준이 등장하는 첫 번째 책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제국의 역습'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알지 못했고, 지금 읽은 '망령들의 귀환'에 대한 정보 또한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망령들의 귀환'의 첫 장을 펼이기 전, 두 번째 책인 '제국의 역습'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어야 하나 잠시 갈등했으나 "1636년, 고립된 한 마을에서 벌어진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라는 문구를 보고 더이상 기다릴 수 없어 책의 첫 장을 펼쳐 들었다. 미리 말해두자면 박명준이 등장하는 세 번째 책인 '망령들의 귀환'을 처음 읽는다 해도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왕의 밀사', '제국의 역습'을 읽어보고 이 책을 읽는다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박명준이 살아온 시간이 임진왜란이 있었던 전, 후의 시대이기에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빼 놓고는 그 어떤 이야기도 전개시킬 수가 없다. 이것이 박명준이 긴다이치 코스케와 셜록 홈즈와 같은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탐정이 되기에 부족할 수 있는 점인데 임진왜란 종결 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혀내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제국의 역습', 38년전 한 마을이 지옥도가 변해버린 일을 담고 있는 '망령들의 귀환'까지 박명준이 활약할 수 있는 시공간의 제약으로 네 번째 책에서는 어떤 내용을 담게 될까 벌써 걱정이 앞선다.
 
'망령들의 귀환'은 박명준이 까마귀촌으로 들어가는 현재에서 왜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지, 이곳에 와서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려 주기 위해 잠시 과거로 갔다가 현재로 다시 오는 전개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독자들을 조금 지루하게 만든다. 이미 그가 까마귀촌으로 오게 된 이유를 앞에서 충분히 언급했기 때문이다. 사건이 마지막으로 치달을수록 그가 풀어내는 사건의 전말들은 독자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고 경악하게 만들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게 하지만 오히려 이런 반전의 반전들이 신선함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까마귀촌 가까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이 마을의 소행으로 보고 이 곳을 주시하고 있던 김경덕이 홀로 이 곳에 찾아와 머무르고 있어 박명준과 함께 사건을 풀어가게 되는데 솔직히 이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죽기를 각오하지 않고서야 이 곳에 홀로 오다니, 사건 해결에 탁월한 실력을 갖춘 박명준이 옆에 있다고 해도 까마귀촌을 상대로 대적하기엔 무리가 있다. 거기다 김경덕은 박명준이 끊임없이 마을 사람들을 도발하지 말라고 했건만 '저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행동하여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다. 김경덕이 죽고 홀로 살인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박명준, 아무리 그의 실력이 뛰어나다 해도 역시 홀로 이 곳에 남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망령들이 출몰하는 까마귀촌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가슴은 피 맺힌 원한으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누가 범인일까. 이미 그 해답을 내려져 있으나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마을 사람들이 입을 열지 않는 한 알아낼 수가 없다. 마을 중심에 위치한 성황당, 이것의 구조는 일본을 떠올리게 하고 박명준과 함께 이곳에 온 오카다 역시 이곳으로 올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이 있는 듯 하다. 도대체 무엇일까. 무엇이 까마귀촌을 기괴한 곳으로 바뀌어 버렸을까. 이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가슴까지 옥죄어 온다.  
 
모든 사건은 38년 전 그 해 일어난 일과 관련이 있다. 1636년 마을을 휩쓴 전쟁의 공포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이는 누구인가. 마을에서 벌어진 일은 마을에서 매듭을 지을 수 밖에 없는 일, 박명준은 살인자를 단죄할 수 없다. 살인자들을 단죄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이곳에서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 뿐이다.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이곳 까마귀촌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박명준 그의 손에 의해 독자들은 그 궁금함을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독자들의 가슴에 생긴 이 공허함은 박명준도 채워줄 수 없으니 어찌하면 좋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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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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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 단이야, 미루야, 명서야.

이렇게 불러 놓고 보니 예전에 새하얀 편지지에 '..누구에게', 라는 글을 쓰기만 하면 머릿 속을 맴돌던 그 수많은 문장들이 어디론가 훌쩍 사라져 버렸던 때처럼 어떤 말을 해야할지 말문이 막혀 버리고 만다. 내가 치열하게 살아온 20대, 이들은 가스 냄새나던 거리를 헤매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견뎌내야 했는지 몰랐던 그 시절을 모두 토해내지 못하고 마음속에 빗장을 지르고 봉해 버리고 말았다. 그랬기에 책 속에 담겨져 있는 그들의 이야기들을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읽으며 나는 내내 예전에 읽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작품을 생각했다. 윤의 엄마의 죽음이 "엄마를 부탁해"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보다는 사랑보다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잃어버린 것에 대해, 상실에 대해 내가 잃은 것들을 타인도 잃어버렸는지 늘 궁금했으니까.   

 

윤교수를 인연으로 이어진 윤과 명서, 미루의 이야기는 삶과 죽음을 빼 놓고서는 이야기 할 수가 없다. 죽어가는 윤교수의 이야기가 처음에 등장했을 때 이미 눈치를 챘어야 했다. 내가 보지 못한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 보다 가까이에서 숨 쉬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더 가슴 아플 것이라는 것을. 처음에 프롤로그를 읽었을 때 흔하게 등장하는 불륜 이야기일 것이라 단정하고 아주 아주 가볍게 책장을 넘겼던 것을 지금에서야 후회한다. 프롤로그에 담겨진 "윤교수님이 병원에 계셔. 너에게는 내가 알려야 할 것 같았어" 문장은 윤을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글이었다. 드라마나 영화, 책, 실제 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불륜인가 했었다. 윤교수와 미루, 명서와 윤이 지내온 시간을 몰랐기에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언젠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언젠가'라는 말이 좋아졌다. 언젠가 윤처럼 내가 살고 있는 곳을 한 시간이 넘도록 걸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윤처럼 거리의 풍경을 눈에 담지도,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레임도 느낄 수가 없었다. 나의 발끝만을 보고 걸었던 그 시간들, 윤의 글을 읽으니 그 때 기억이 떠오른다. 윤과 명서가 자주 주고 받았던 "어디야?", "그쪽으로 내가 갈까", "우리 오늘을 영원히 기억하자" 촌스럽지만 이런 말을 자연스럽게 내뱉을 수 있는 타인이 있다는 것은 발끝만을 보며 걸어야 겨우 사라졌던 외로움 따윈 느낄 수 없게 한다. 이런 그들을 세상은 잊으려 하고 있었다.

 

미루야. 윤에게만 묻지 말고 내게도 물어봐주지 그랬어. 괜찮겠냐고, 계속 들어도 되겠냐고. 그랬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냥 책을 덮어 버리고 말았을까. 사라진 사람들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했을까. 그 때 사라질 사람들이 더 있다는 것을 알고 싶으냐고 물었다면 "응", 하고 답했을까. 지금은 이런 것들이 모두 부질없겠지. 이미 모든 것을 알아버렸으니까. 하지만 가슴 뻐근한 아픔이 느껴질 때면 몰랐어도 되지 않았을까, 조금쯤 후회가 된다. 하지만 상실에 대하여, 세월이 흘러야만 추억을 간신히 떠올릴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들을 듣고자 나는 언젠가 도달할 끝을 향해 그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다. 언젠가 나의 삶의 끝에 다다르면 윤, 단이, 미루, 명서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 내가 만들어 놓은 세월속에 마주한 이야기들 중 한 가지쯤 그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모두들 무얼 하고 있을까. 어.디.에.서.든 잘 지내고 있을까. 창 밖 너머 하얀 눈이 소리 없이 내릴 때면 윤교수를 찾아가던 윤과 명서가 떠오를 것이다. 윤교수를 찾아가다 다시 돌아나왔던 윤도 함께 떠오르겠지. 윤교수의 연구실에 가서 책등이 뒤로 꽂혀진 책들을 손으로 쓰다듬어 보고 싶다. 책을 쓰다듬으면 미루의 손이 떠오르겠지. 그들이 함께 남겼던 미루의 글도 보고 싶다. 그녀가 부치지 못했던 수많은 편지들도 읽어보고 싶다. 작가 신경숙이 보여주지 않았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는 글들을 상상하며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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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7번째 일요일 소담 팝스 1
자비네 루드비히 지음, 함미라 옮김 / 소담주니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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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방학 마지막 날 이렇게 소리치고 싶은 사람 손!!!! 흠, 많은 아이들이 손을 드는군. 방학을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건만 그 많은 날들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벌써 개학날이 코 앞이다. 여기 방학 마지막 날을 아쉬워 하고 있는 또 한 소녀가 있었으니 바로 '프레디'다. 사춘기인 언니 미아가 아무리 심술 맞게 굴어도 아빠가 요리 대회에 나가기 위해 똑같은 음식만 해 주어도 프레디는 학교에 가고 싶지가 않다. 그런데 늘 방학만 있다면 참 재미 없을 거다. 학교 가는 날이 있어 방학의 달콤함을 알게 되니까. 이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방학이 좋다.

 

드디어 그렇게나 싫어하던 개학 날이 밝아왔다. 으잉? 이게 왠일, 또다시 일요일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더군다나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한 번만이라면 선물처럼 달콤한 하루를 보낼 수 있으련만 이렇게 계속 된다면 이건 너무 너무 무서운 일이다. 더구나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고 나만 알고 있는 이 사실을 어찌하면 좋을까. 프레디의 마음은 벌써 심난하기만 하다. 믿고 싶지 않지만 가방 안에 있던 썩어 가는 빵도 그대로 있고, 오늘은 개학 날이 아니라 방학 마지막 날이 확실하다.

 

그래도 시간은 프레디에게 기회를 준다. 조금씩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프레디는 몇 번씩 반복되는 방학 마지막 날을 요긴하게 쓸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바로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고 오히려 체념하고 나니 어긋난 시간들이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 같다. 가기 싫었던 할머니에게 방문하여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괴상하게 생각했던 이웃과도 가까워지게 된다. 프레디에게 몇 번의 일요일은 끔찍한 것이 아닌 이렇게 자신을 성장시키는 시간이 된다.

 

눈을 뜨면 이제 개학 날일까? 두근두근, 긴장이 된다. 싫어했던 개학 날이 얼마나 소중한 하루인지를 깨닫게 되는 프레디, 프레디가 겪은 이 상황은 방학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벌어지는 꿈 같은 이야기다. 뫼비우스 띠처럼 계속 제자리에 머무르는 생활을 해야한다면 이것보다 무서운 상황이 어디 있겠는가. 하루, 하루 다른 날들을 맞이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지,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가게 되어 앞으로는 방학을 좀 더 알차게 보내게 되지 않을까. 물론 방학마다 숙제는 늘 밀려 있고 놀기 바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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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고양이 도도 - 성장이야기 노란돼지 창작그림책 3
이재민 지음, 홍찬주 그림 / 노란돼지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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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만 봐도 무슨 고양이가 이렇게 큰가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된다. 고양이처럼 생겼으니 고양이라는 것은 알아보겠다. 실뭉치 굴리는 재롱 같은 것은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것을 보니 자존심이 무척이나 센 녀석인가 했는데 동네 고양이들에게 한달 안에 쥐 백 마리를 잡지 못하면 마을에서 쫓겨난다는 협박을 받은 후 바로 쥐를 잡으려는 것을 보니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나저니 한 달 안에 무슨 수로 쥐를 백 마리나 잡나. 이건 그냥 이 마을에서 나가라는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다. 가만히 있어도 먹을 것을 주고 예뻐해 주는데 굳이 왜 생쥐를 잡아야 하지? 이해할 수 없는 도도는 그래도 마을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쥐를 잡으러 다니기 시작한다.  

 

이렇게 뚱뚱한 도도(내가 봐도 돼지 같다)를 어느 쥐가 무서워할까. 날쌘 쥐들의 웃음거리 밖에 되지 않겠다. "한 번도 쥐를 잡아 본적이 없는데......" 라는 하소연은 어디에도 통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오로지 쥐, 쥐, 쥐를 잡는 것 뿐이다. 도도에게 붙잡힌 생쥐 1호, 정말 가엾게 생겼다. 어찌 도도에게 잡혔단 말인가. 그래도 도도가 계속 쥐를 잡아 나가니 너무 억울해 하진 말아라. 동료들보다 조금 일찍 잡힌 것 뿐이니. 범인 잡아가듯이 쥐들을 줄에 묶어 줄을 세운 도도를 보니 큭큭 웃음이 나온다. 이녀석에게 영웅심리도 있었던 모양이다.
 
털에 흙을 묻혀 오고 온 몸에 멍이 들어도 도도의 아우라는 빛이 난다. 진정한 자아를 찾았다고나 할까. [변신! 고양이 도도]의 주인공은 역시 도도! 한 달안에 생쥐 백 마리 잡기를 성공시키다니, 솔직히 조연이나 단역이었으면 몇 마리 잡지도 못했을텐데 주인공이라 다르다. 손으로 탁, 치면 쥐가 잡히면 경지에 이르렀나 보다. 멋지다, 도도.  

 

곶감 보다 더 무서운 도도가 온다.......는 소리. 이 마을 반경 몇 킬로미터까지 소문이 났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도도의 위세는 하늘을 찌른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쥐들 세계에서도 도도는 꽤 유명인사가 되었다. 도도처럼 날렵한 고양이가 되려면, 아니 날씬해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렇게 필사적으로 많이 움직이면 되겠다. 이쪽 방면으로는 아주 신화적인 존재가 된 도도에게 인간 세상이었다면 어떻게 살을 뺐는지 시청자들에게 알려달라며 방송섭외가 들어 왔을 것이다. 그래도 이 마을에서 도도를 만나려면 줄을 서야할지도 모르겠다. 아주, 아주 멋진 녀석이 되어 버렸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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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8-16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공이니 쥐잡기에 급 경지에 오르는 도도~ 날씬해져야만 하는거군요--; 기냥 몸매유지하면서 쥐 잡으면 안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