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령들의 귀환 - 1636년 고립된 한 마을에서 벌어진 의문의 연쇄살인사건 꿈꾸는 역사 팩션클럽 3
허수정 지음 / 우원북스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왕의 밀사'를 읽었을 때 박명준이 등장하는 첫 번째 책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제국의 역습'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알지 못했고, 지금 읽은 '망령들의 귀환'에 대한 정보 또한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망령들의 귀환'의 첫 장을 펼이기 전, 두 번째 책인 '제국의 역습'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어야 하나 잠시 갈등했으나 "1636년, 고립된 한 마을에서 벌어진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라는 문구를 보고 더이상 기다릴 수 없어 책의 첫 장을 펼쳐 들었다. 미리 말해두자면 박명준이 등장하는 세 번째 책인 '망령들의 귀환'을 처음 읽는다 해도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왕의 밀사', '제국의 역습'을 읽어보고 이 책을 읽는다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박명준이 살아온 시간이 임진왜란이 있었던 전, 후의 시대이기에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빼 놓고는 그 어떤 이야기도 전개시킬 수가 없다. 이것이 박명준이 긴다이치 코스케와 셜록 홈즈와 같은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탐정이 되기에 부족할 수 있는 점인데 임진왜란 종결 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혀내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제국의 역습', 38년전 한 마을이 지옥도가 변해버린 일을 담고 있는 '망령들의 귀환'까지 박명준이 활약할 수 있는 시공간의 제약으로 네 번째 책에서는 어떤 내용을 담게 될까 벌써 걱정이 앞선다.
 
'망령들의 귀환'은 박명준이 까마귀촌으로 들어가는 현재에서 왜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지, 이곳에 와서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려 주기 위해 잠시 과거로 갔다가 현재로 다시 오는 전개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독자들을 조금 지루하게 만든다. 이미 그가 까마귀촌으로 오게 된 이유를 앞에서 충분히 언급했기 때문이다. 사건이 마지막으로 치달을수록 그가 풀어내는 사건의 전말들은 독자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고 경악하게 만들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게 하지만 오히려 이런 반전의 반전들이 신선함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까마귀촌 가까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이 마을의 소행으로 보고 이 곳을 주시하고 있던 김경덕이 홀로 이 곳에 찾아와 머무르고 있어 박명준과 함께 사건을 풀어가게 되는데 솔직히 이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죽기를 각오하지 않고서야 이 곳에 홀로 오다니, 사건 해결에 탁월한 실력을 갖춘 박명준이 옆에 있다고 해도 까마귀촌을 상대로 대적하기엔 무리가 있다. 거기다 김경덕은 박명준이 끊임없이 마을 사람들을 도발하지 말라고 했건만 '저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행동하여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다. 김경덕이 죽고 홀로 살인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박명준, 아무리 그의 실력이 뛰어나다 해도 역시 홀로 이 곳에 남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망령들이 출몰하는 까마귀촌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가슴은 피 맺힌 원한으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누가 범인일까. 이미 그 해답을 내려져 있으나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마을 사람들이 입을 열지 않는 한 알아낼 수가 없다. 마을 중심에 위치한 성황당, 이것의 구조는 일본을 떠올리게 하고 박명준과 함께 이곳에 온 오카다 역시 이곳으로 올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이 있는 듯 하다. 도대체 무엇일까. 무엇이 까마귀촌을 기괴한 곳으로 바뀌어 버렸을까. 이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가슴까지 옥죄어 온다.  
 
모든 사건은 38년 전 그 해 일어난 일과 관련이 있다. 1636년 마을을 휩쓴 전쟁의 공포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이는 누구인가. 마을에서 벌어진 일은 마을에서 매듭을 지을 수 밖에 없는 일, 박명준은 살인자를 단죄할 수 없다. 살인자들을 단죄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이곳에서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 뿐이다.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이곳 까마귀촌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박명준 그의 손에 의해 독자들은 그 궁금함을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독자들의 가슴에 생긴 이 공허함은 박명준도 채워줄 수 없으니 어찌하면 좋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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