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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붓다
한승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피플붓다?" 책 속에 불교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다. 책 속에 요즘 관심을 가지는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도 담겨져 있는데 염장이 일을 하는 안 교장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아마도 죽은 사람의 몸을 만지기 때문에 우리들이 세상을 좀 더 다르게 볼 수 있도록 들려줄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물론 염장이 일을 하기 전에도 안 교장의 인품은 남달랐지만, 억불바위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길도 다른가 보다. 타인에게도 나눠 줄 마음이 넉넉하다.
예전에 한승원님의 "추사"를 읽어서 그런지 "피플붓다'가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아마도 문체의 느낌 때문인 것 같다. 작가의 모든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아련하다. 그래서 염장이 안 교장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작가 한승원과 잘 어울려,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 편안하다. 때로는 먹먹한 감정에 숨을 몰아 쉬어야 할 때도 있지만 모든 것들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안 교장의 시선을 따라가면 마음이 평온해져 온다.
하지만 억불산이 내려보고 있음에도 상호가 바라보는 세상은 그리 평온하지 않은가 보다. 자신이 가진 것들이 평범하지 않아서겠지만 스스로도 당당하게 나서지 못한다. 이런 상호에게 할아버지 안 교장은 늘 억불바위처럼 단단하게 그를 보듬어준다. 아이들이 수능을 치는 날, 상호는 억불바위와 마주하고자 한다. 무모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상호에게는 자신을 오롯이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일 것이다. 나와 다르다 하여 따뜻하게 맞아주지 않는 세상이지만 늘 한결 같은 모습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는 억불산과 억불바위는 그 날 상호를 온몸으로 받아주었을 것이다. 절름발이로 암벽 등반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일인지 알지만 할아버지 안 교장은 상호의 길을 막지 않고 뒤에서 조용히 바라본다. 물론 상호가 암벽 등반을 잘 할 수 있도록 상호 모르게 힘을 쓰긴 하지만 말이다. 이것이 손자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마음일 것이다.
교장까지 지낸 사람이 염장이로 살아가는 모습은 소설속이긴 하지만 낯설기 그지 없는 일이다. 제자들은 은사님이 이런 험한 일을 하는 것에 마땅찮아 하지만 그 누구도 안 교장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지는 않다. 금전적으로 힘이 들어 염장이 일을 하는 것도 아니요, 그저 상호의 학비를 대고, 최소한의 의식주만을 해결한채 그가 가진 것을 모두 타인을 위해 내어 놓는 그의 모습이 억불바위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억불바위가 전혀 이질적인 존재로 느껴지지 않고 원래 그곳에 있었어야 할 존재로 느껴지는 이유는 안 교장이 이곳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때론 격정적인 감정을 가슴에 품고도 풀어내지 못해 가슴앓이를 하는 평범한 사람, 한 때 몸을 섞은 여인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자신의 입으로 아름다운 '사랑'을 노래하는 사람, 안 교장은 내가 감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릇이 큰 사람이다.
억불바위처럼 단단하게 온 세상을 덮어줄 정도의 넓은 마음을 가진 안 교장, 염장이로 살아가는 그 길이 위태롭고 슬퍼 보이지만 이 길은 누구나 홀로 이겨내야 할 세상살이인 것이다. 안 교장이 오순옥에게 한 말처럼 말이다. '피플붓다'의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 나의 마음속에 잔잔하게 퍼지는 이 감정은 무엇일까. 아주, 아주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라는 동화속의 행복한 결말은 아니지만 안 교장과 상호, 오순옥 등이 힘든 세상을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