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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크리스 - 거울 저편의 세계
코넬리아 푼케 지음, 함미라 옮김 / 소담주니어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설마 이 책을 끝으로 제이콥을 더이상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독자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차가운 거울 표면에 손을 가져다 대고 싶은 유혹을 물리쳐야 했다. 책 표지의 그림조차 손을 대면 거울 저편의 세계로 가게 할까 겁이나 빌('비취옥의 얼굴이라 했기에 '빌'이라 생각했다.)의 얼굴조차 만지지 못했다. '거울 저편의 세계'는 그만큼 나에게 무섭지만 매혹적인 곳이었다.
요즘에는 판타지 장르의 소설을 소개하면 당연하게 "해리포터 시리즈"와 비교를 하곤 하지만 대부분의 책들은 '해리포터 시리즈"와 같은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코넬리아 푼체 "레크리스"는 마지막 책장까지 책 읽는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을 정도로 재밌었고 제이콥과 클라라의 위험한 사랑에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비록 종달새 물때문에 생긴 해프닝이라고 해도 제이콥이 더이상 외로움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상대를 이제야 만난 것이라는 생각에 둘의 만남이 안타까웠다. 비록 동생 빌의 연인이라는 것이 문제가 되긴 하지만. 제이콥의 진짜 마음은 아.마.도 할 수만 있다면 예전 자신이 살던 세상으로 클라라를 보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제이콥이 거울 저편의 세상에서 보물 사냥을 하며 세상을 돌아다닌 것은 사라진 아버지를 찾기 위함도 있었을 것이다. 죽은 것도 아닌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그리움' 보다 '외로움'을 더 많이 느끼게 했고 제이콥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등지고 거울 저편의 세상에 오래 머물게 한 이유 중의 하나였다. "형은 없는 것과 같다"라는 빌의 말을 통해 빌이 사라진 아버지와 오랜기간 여행을 떠난 형을 많이 그리워했음을 엿볼 수 있다. 제이콥에겐 남겨진 가족인 엄마와 동생 빌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무서웠다. 어린 동생 빌에게 자신이 또 다른 상처를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젠 동생을 지킬 사람은 제이콥 밖에 없다. 자신이 사라지고나면 빌은 물론이고 클라라까지 죽게 될 것이다.
거울 저편의 세상은 동화속에 나오는 세상이 모두 있음에도 무섭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세상에 알려진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이야기들조차도 그곳에서의 진실은 참혹하기 이를데 없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진실, 그것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곧 바스라질 존재가 되어 여전히 왕자를 기다리고 백설공주조차 왕자님과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지 못한 결코 '행복'이라는 것을 찾을 수 없는 곳이다. 전쟁과 죽음밖에 없는 곳, 제이콥과 여우, 빌과 클라라만이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여우가 제이콥과 클라라를 향해 느끼는 감정이 질투심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이곳은 황폐하다.
인간과 전쟁을 하는 고일들이 보유한 무기들을 보면 분명 이곳 세상에서 넘어간 것들이 많이 보인다. 비행기까지 가지고 있으니 말다했다. 분명 제이콥의 아버지와 관련이 있겠지만 정작 아버지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만 할 뿐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점이 가장 아쉬운 점이요, 이 책이 끝이 아니라는 여운을 느끼게 한다. 이제 제이콥에게 남겨진 시간은 1년여 뿐, 그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지만 거울 저편의 세상은 누군가 그곳에 이르는 통로를 열어주지 않는한 아무도 볼 수가 없다. 보고 싶다면 직접 그곳으로 갈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