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 그림책 3 세트 : 바른 습관 형성을 돕는 책 - 전10권 윤구병의 올챙이 그림책
윤구병 글, 김효순 외 그림 / 휴먼어린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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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책 제목인 '올챙이 그림책'이라는 말에 몹시도 갖고 싶었다. 책 속의 그림들이 예뻐서 아이가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나니 그 내용면에서는 조금 회의적이다. [오줌 누고 잘걸]은 오줌을 싼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재밌게 표현되어 있어 한 편의 동화를 읽는 듯 유쾌하고 [호랑이는 말썽만 피워], [나도 잘 해], [엄마랑 같이 있을래]도 [오줌 누고 잘걸]과 같이 고유의 색깔을 지닌 이야기들로 아이가 재밌게 읽을 수 있게 되어 있어 이야기속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찌르릉 찌르릉]은 그냥 이야기를 툭툭 던져놓은 느낌이 든다. 교통질서와 공중도덕에 대한 것을 담고 있는데 자전거를 탄 여자 아이가 사람들과 부딪치며 사람들은 오른쪽 길로 다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아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 부분을 그려내고 있지 않아 아쉽다.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다닐 때 장애물이 나타나면 어떻게 대처 해야하는지 그 점도 알려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오줌 누고 잘걸]에서는 아이가 오줌을 싸고 이 일을 동생이 한 것처럼 꾸미는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그런데 엄마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 않을까. 커서는 오줌을 싸면 안된다는 생각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압박이 되었으면 이런 행동을 했을까. 이렇게 실수도 하면서 커 나가는 것이지만 아이에게는 자면서 오줌을 싼 것에 대해 엄마에게 꾸중을 들을 걱정에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고민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나름대로 잘 해결한 녀석이 귀엽다. [호랑이는 말썽만 피워]는 자신만 아는 호랑이가 등장한다. 이 녀석은 다른 동물 가족들에게 늘 폐를 끼친다. 말썽꾸러기 호랑이, 아마도 모든 동물들이 이 호랑이를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공동생활의 규범을 익힐 수 있게 도와 주는 책인데 하고 싶은대로 했을 때 주위에 얼마나 큰 폐를 끼칠 수 있는지, 공공질서를 지켜야 하는 이유를 가르쳐 줌으로서 아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는 바른 습관 형성을 돕는 책 10권 모두 다 읽진 못했다. 다른 책들은 보지 않아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모두 알 순 없으나 아마 윤구병의 올챙이 그림책 세트만 있어도 아이들에게 필요한 예절, 지식 등의 습득이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그동안 아들에게 필요한 책들을 구매하기 위해 유명하다는 책들 여러 종류를 사 보기도 했으나 돌이 지난 아이에게 필요한 책들은 거의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어 중복되는 책들을 구매할 수도 있기에 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숙지한 후 구매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점을 고려해 볼 때 올챙이 그림책 세트는 처음 내 아이에게 책을 보여주고 싶은 엄마들에게 꽤 괜찮은 책으로 보여진다.

 

아직은 옷을 입혀줘야 하고 밥을 먹고 나서도 스스로 양치질을 할 수 없는 아이에게 하나, 하나 가르쳐줘야 하지만 늘 잔소리가 되기 일쑤다. 이렇게 하면 안돼, 이렇게 해야지 등 늘 언성이 높아져서 큰일이다. 책을 통해서 아이가 배우고 성장해 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 싶어 바른 습관 형성을 돕는 책을 몇 권 들여놨지만 그림만 들여다볼 뿐 어떤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 아직은 모든 것이 미숙해서 그렇겠지. 책속에서는 아이가 혼자서 심부름도 가고 동생도 챙기고 집안 일도 돕는 등 이렇게 훌쩍 자랐나 싶게 모든 일을 스스로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처음부터 잘할 수야 없겠지만 욕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이에게 [나도 잘 해]를 보여준다면 좀 나아질까.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하나씩 배워나가며 성장하는 것이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가족과 사회가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만 아이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바르게 커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책이 조금의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며 부모도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책이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떠올려 부모로서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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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 살인사건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3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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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도 사랑을 할 수 있다구!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부르며 황혼에도 사랑을 불태우는 사람들이 노인들이라고 우습게 보지 말라구. 우리들에게도 사랑과 열정이 있단 말이다. 뭐, 아무리 기름을 쳐도 몸이 예전 같지 않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흔 살이 넘어 찾아온 사랑, 그 달콤한 사랑에 취해 죽음을 당한 에스더는 자신의 죽음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의 아들만이 어머니가 살해당했다고 주장하지만 세상은 아흔 살이 넘어 죽음을 맞이한 에스더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글래디와 에비, 아이다, 벨라, 소피는 빼고.

 

글래디와 그녀의 동료들에게 제대로 된 일이 들어온다. 번듯한 사무실도 마련하지 못했지만 그녀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만은 경찰들을 능가한다. 덕분에 경찰 모건과 그의 동료들이 무능력자로 보이긴 하지만 이것은 살인사건이 아니에요, 라고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관철시키지 않고 글래디를 도와 사건을 해결하기에 좀 봐줄만 하다. 물론 처음부터 글래디를 믿어 사건 해결에 동참했다면 좋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모건의 활약도 빼놓을 순 없다.

 

지금까지 나는 글래디만이 사건을 해결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왠걸 '카사노바 살인사건'을 통해 아이다와 에비, 소피, 벨라의 능력도 대단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글래디가 에스더의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 아이다와 소피, 벨라는 그외의 다른 일들을 멋지게 처리했다. 에비가 필립에게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아이다의 활약은 눈부셨다. 패닉 상태에 빠진 글래디를 도와 사건 해결을 돕는다. 글래디는 에비의 문제와 잭과의 사랑에 문제가 생겨 여러가지로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아이다, 벨라, 소피와 함께 이번 사건도 멋지게 해결한다. 그러니 큰 걱정은 마시라. 뭐, 걱정한 적 없다구? 그럼 말구.

 

그런데 이번 '카사노바 살인사건'에서 에비가 정말 밉상이다. 고객의 돈으로 비싼 옷을 구입하고 사랑에 빠져 사건을 등한시 하다니 왜 이렇게 보기 싫을까. 황혼에 찾아온 사랑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야 조금 이해하지만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는 것에는 동조할 수가 없다. 이것이 '카사노바 살인사건'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결과를 낳지만 에비가 이 사건으로 죽음을 당한다고 해도 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자업자득이라고. 너무 냉정한 것일까. 하지만 탐정사무소를 열고 사건을 맡았다면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행동을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닐까. 물론 아이다도 글래디도 그 나름대로 아픔을 간직하고 있고 슬픔을 떠나보내려 애쓰고 있지만 이것으로 에비의 행동도 괜찮다고 말해 줄 순 없을 것 같다.

 

'카사노바 살인사건'에서는 글래디의 사랑에 위기가 찾아와 그녀의 로맨스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슬펐지만 잭이 영원히 떠난 것은 아니라 다행이다. 4권에서는 잭과 글래디가 다시 만나 또 다른 사건을 멋지게 해결할 모양이라 벌써부터 다음 권이 기다려진다. 이미 예측했던대로 글래디의 전 남편 잭의 죽음을 해결할 것 같아 더 궁금해진다. 또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글래디와 그녀의 동료들에게는 모든 것이 모험일 것이다. 무서운 일들을 의뢰받긴 하지만 얼마나 멋진가. 탐정이라니. 나도 이렇게 멋지게 늙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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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귀부인 살인 사건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2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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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나면 늘 다투기 바쁘고 무슨 일을 하든 느린 글래디, 에비, 아이다, 소피, 벨라 할머니가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우선 반갑다. 그동안 혹여 누군가가 노환으로 죽지 않았을까 걱정했냐구? 아니, 무슨 말씀을, 전혀. 연쇄살인사건이 주위에서 벌어지는 것이 일상화된 사람들이 어디 그리 흔한 일인가. 글래디와 에비, 벨라, 아이다, 소피 할머니들의 주위엔 이런 일들이 너무 흔해서 걱정이 된 것이다. 희생자가 되지 않았나 해서 말이다.

 

"플로리다 귀부인 살인사건"은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의 2편에 해당한다. 이 책에 대해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인들이 당한 사건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독특한 발상이지만 1편인 "맛있는 살인사건"과 동일한 패턴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독자에겐 지루한 일이다. 리타 라킨이 이런 식으로 소재만 바꾼 시리즈를 계속 출판한다면 글래디 여사의 모험을 얼마나 오래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 밖에 없겠다. 어쨌든 이제 3편인 "카사노바 살인사건"도 읽어볼 테지만 더 이상의 큰 실망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흠 이쯤에서 이 이야기는 그만하고 "플로리다 귀부인 살인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1편과 다르게 이제 조금 친해졌다 여겼는지 글래디가 우리들에게 조금 속마음을 보여주었는데 그녀의 전 남편 '잭'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에게 가족을 잃게 한 이 사건은 글래디에겐 아주 아주 끔찍하고 슬픈일이었는데 지금까지도 악몽을 꿀 정도로 현재도 그녀는 여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이는 그녀가 모건의 아버지 '잭'과의 사랑에 마음을 다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마도 전 남편 '잭'의 사건도 글래디 여사가 해결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지만 우선은 잭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서는 것이 먼저인데 그녀에겐 이것이 참 어렵다.

 

앞으로 유능한 경찰이었던 잭이 탐정사무소를 연 글래디 여사 일행에게 큰 도움을 줄 것 같지만 글래디와 잭이 어떤 인연을 이어갈지 아슬아슬하다. 사실 잭과 모건이 없어도 글래디와 동료들은 사건을 아주 훌륭하게 해결하니 잭이 크게 도움될 일은 없겠지만 지금은 글래디의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잭은 큰 도움이 된다. 보통 사람이 살인사건을 대면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니까. 나이가 많아 매일 매일 죽음과 가까이에 다가간다고 하지만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탐정 일을 하는데 있어서 무엇이든 이들에게 문제될 것은 없다. 단지 기억 속에서 사건을 재구성하는 시간이 길다는 것과 몸이 둔해 범인을 잡는 것이 힘이 든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뭐 어쨌든 지금까지 꽤 여러 사건을 해결해 오지 않았는가. 점점 일거리가 들어올 것이다. 아파트 내에 벌어지고 있는 변태 사건이 해결되지 못한 채 2권이 끝나 버려 아쉽지만 3편에서 사건에 대한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해 줄 것이라 믿는다. 글래디가 기억하지 못해 잊는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어떤 일이든 우연하게 일어나는 일이란 없다.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란 생각을 하는 글래디는 어쩌면 '운명'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잭을 잃고 난 후 그렇게 변한 것이 아닐까 싶지만 추리소설 장르에선 우연하게 일어나는 일이 너무 자주 반복되면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것을 유념해 두는 것도 좋겠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사건에 글래디만이 관심을 갖고 해결하여 범인까지 잡아들이는 설정은 사실 가볍게 읽고 넘길 수 있는 소설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다. 다음엔 좀 더 능숙하게 일처리를 하는 글래디의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란다. 노인이라 어렵다고? 아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그들은 탐정이다. 소피, 벨라, 아이다, 에비에게도 변화가 필요하다. 직업적으로 좀 프로가 되었으면 하니까. 글래디만 따라다니는 어린아이의 모습은 사절이다. 이들 모두 멋진 모습으로 다시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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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천 정사 화장 시리즈 1
렌조 미키히코 지음, 정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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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만 보면 누군가의 에세이 작품집 같은 느낌이 난다. 책 제목인 "회귀천 정사"의 '정사'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남녀의 동반 자살을 이르는 말'이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일본 소설의 느낌이 나, 그 특유의 독특한 향기를 느끼게 한다. "회귀천 정사"에는 단편 다섯 편이 담겨져 있다. 그 속에는 아름다운 꽃에 얽혀 있는 슬픈 사연들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을 떠올리면 벚꽃부터 생각나게 된다. 흩날리는 벚꽃, 하지만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는 한 여인의 가녀린 두 손이, 길 가에 피어 있는 민들레꽃과 닮은 것 같아 첫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주저하게 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꽃이 화려하게 피었다가 확 져 버리는 벚꽃이었다면 이렇게 주저하지 않았을텐데. 무릇 '꽃'이란 활짝 피었다가 스러져가는 존재이기에 그 화려함 뒤에 늘 슬픔을 간직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는 우리의 삶과도 닮아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이런 길을 걷고 있어 딱히 '꽃'을 떠올리면 '여자의 모습'과 함께 떠오르진 않으나 "회귀천 정사"를 읽은 후에는 이름 없는 여인들의 슬픔도 함께 떠오른다.

 

단편들 중 가장 슬픈 사연을 가진 이야기라면 [도라지꽃 피는 집]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을 위해 희생한 단편 [등나무 향기], 조직간의 암투를 그리고 있지만 두 남녀의 슬픈 사랑도 함께 담고 있는 단편 [오동나무 관], 가슴 속에 많은 비밀을 간직한 한 여인의 삶을 그린 단편 [흰 연꽃 사찰], 그리고 단편 [회귀천 정사]들 중 사랑하는 사람을 보기 위해 자신을 내던진 단편 [도라지꽃 피는 집]이 이 "회귀천 정사"의 글에 가장 잘 어울리는 글일 것이다. 무엇이 이렇게 맹목적인 사랑을 하게 만드는가. 잠깐의 만남이 죽음도 두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니, 그런 사랑을 해보지 못한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단편 [도라지꽃 피는 집]은 경찰들이 등장하여 살인사건들을 파헤친다. 그렇기에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명확한 순서를 가지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데 이외의 다른 단편들은 한 사람의 기억에 의해 들려주는 독백을 따라가게 되어 긴장감을 느낄 수 없다. 그저 누군가에게라도 자신의 가슴속에 담겨져 있는 슬픔들을 세상 속에 토해내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조용히 가만히 앉아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범인이 밝혀지고 벌을 받았다고 해도 그 안에 남겨진 긴 여운을 좀처럼 떨쳐버릴 수가 없다. 꽃 향기에 벌써 취해 버렸나. 코 끝에 스며든 향기는 시간이 지나면 금세 떨쳐지지만 마음 속에 각인된 향기는 사라지지가 않아 어떤 마력에 정신을 잃어버릴 것 같다.  

 

온통 죽음, 죽음들 뿐인 이 책속에는 꽃 향기만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낼 뿐 다른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꽃들이 모두 활짝 피어났다 죽어 버린 것 같다. 가장 화려했던 삶이 흘러가 버린 것 같다. 젊고 아름다웠던 여인의 얼굴에서 주름 가득한 모습을 봐 버린 것 같다. 왜 이렇게 마음이 헛헛해지는 것일까. 이 세상에는 수만 가지의 사랑의 모습이 있고 각각의 죽음에도 사랑이라는 다른 이름의 모습을 담고 있을 것이다. 가족들의 사랑, 연인들의 사랑 등 가슴 속에 한 가지쯤 사랑을 담고 죽어갔을 무수히 많은 생명들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어찌하면 될까. 다 부질없는 일이라고 말해줄까. 피었다가 스러지고 마는 것인 삶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텐데, 올해는 왜 이리도 봄이 추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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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한쪽 눈을 뜨다 문학동네 청소년 7
은이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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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첫 장을 넘기기까지 많이 망설여야했다. 성장소설이라고 하면 꿈을 향해 나아가는 밝은 면만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 책은 확연하게 '괴물'이라는 단어가 집단 폭행, 왕따 문제를 떠올리게 했다. 괴물의 두 눈만이 나의 시선을 잡아채는 중에 살며시 책 옷을 벗겨 보았다. 의외로 그리 무섭지 않은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난 태준이처럼 내 안의 괴물과 마주한 적은 없다. 그러나 극한의 한계 상황에 내몰렸을 때 날개를 살며시 펼치고 온 몸에 가시를 세우며 일어서는 이 녀석이 내 안에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누구나 가슴 속에 이 괴물을 키우고 있지 않을까. 성인이 되지 못한 미성년의 아이들만이 이 괴물을 마주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은이정의 '괴물, 한쪽 눈을 뜨다'를 읽기 저어했던 또 다른 이유는 집단 폭행으로인해 피해 받은 아이가 나의 가슴에 들어 앉아 나가지 않을까 겁이 나서였다. 예전에 어떤 영화를 본적이 있는데 화장실에서 아이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는 무력한 한 아이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속에서 떨쳐지지 않아 집단폭행, 왕따라는 말을 떠올리면 꼭 그 장면이 생각나 나를 괴롭힌다. 이 책도 그 영화와 더불어 나를 짓누르는 것은 아닐까 겁이 났다. 이러니 어른이라고 해도 집단 폭행을 당하는 아이를 눈 앞에서 본다면 외면해 버리고 말겠다. 휴~

 

영섭이가 바라보는 세상은 '사바나에 사는 동물들'이 살아가는 세상과 다르지 않다.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정 진은 하이에나로 하태석은 악어로 보일 정도로 이 세계는 약육강식으로 살아가는 냉혹한 세상이다. 영섭이는 자신을 이 아이들보다 더 강한 동물로 변신시키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게 초식동물들 속에 숨으려고 급급할 뿐이다. 정신이 이상한 것 아닌가? 설마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이 아이가 바라본 세상이 처음부터 이렇진 않았을 것이다. 무엇이 영섭이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유일하게 이 아이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학교에서는 담임 뿐 그러나 이 담임마저도 불완전한 인간이다. 집 안에서조차 부모가 영섭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단지 다른 아이들보다 뒤떨어지지 않게 책을 많이 읽게 하고 공부를 하게끔 다그칠 뿐이다. 영섭이에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이름 있는 기관이 필요한 것 아닐까. 이는 영섭이를 우리들에게서 떨어뜨려 놓아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지만 한 편으로 영섭이가 학교를 '사바나에 사는 동물들'로 표현하여 책의 첫 장을 넘기는 것이 수월했다면 나는 정말 너무 이기적인 걸까.

 

'괴물, 한쪽 눈을 뜨다'는 하나의 사건을 영섭, 태준, 담임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이들의 심리 상태를 자세하게 표현한다. 이 반에서는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가 영섭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 안도감을 주기도 하는데 집단이 계속해서 영섭이만을 괴롭혔을 경우, 그 때 벌어질 수 있는 사건이 공포심을 느끼게 할 수도 있는데 집단 폭행을 주도하는 아이들의 힘이 다른 아이들에게도 분산되어 이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만은 막아주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너무 많이 봐 왔기 때문에 영섭이가 불 장난을 하고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의 책상 주위에 오줌을 누는 모습은 이미 영섭의 미래를 봐 버린 기분이 들었다. 큰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조마조마 할 정도였다. 이 때는 담임조차 나와 같은 상황을 떠올렸을 것이다.

 

사춘기 때는 과도하게 '성'에 대해 집착하게 되나 보다. 반장 태준이가 하얀 종이 위에 커다란 성기의 모습을 그리는 모습은 피식 웃음이 나게 하지만 사실 이런 일조차 이 아이를 바르게 이끌며 조언을 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돌려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생각하라며 툭툭 말을 던지는 담임 외에 '성'에 대한 호기심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일러주는 사람이 없다. '변태', '너에게 실망했다'고 말하는 엄마의 태도가 우리들이 생각해왔던 이 사회의 정답이었을 것이다. 그건 부끄러워 해야 하는 거야, 너희는 공부만 하면 돼. 이런 말도 모든 것을 차단해 왔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참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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