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아카데미 - 내가 선택한 금지된 사랑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 1
스콜피오 리첼 미드 지음, 전은지 옮김 / 글담노블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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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젠 뱀파이어 아카데미란 것도 출간되는구나. 모로이, 댐퍼? 모로이는 뭐고 댐퍼는 뭐란 말인가. 스트리고이에 대해서는 간혹 들어봤는데 모로이는 스트리고이와 다르게 살아있는 존재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모로이도 피를 빨아 먹고 사는데 스트리고이와 다른 점이 뭐지? 에효, 궁금한 것 투성이다. 시리즈의 1권만을 읽었기 때문에 뭐라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긴 하지만. 이것은 작가가 만든 것이 아닌 상상의 세상에 존재하는 건가. 에효, 뱀파이어가 되어 보지 않고서는 모든 것을 알 수 없을지도.

 

리사의 수호인으로 성장하는 로즈의 이야기와 리사, 로즈의 사랑이야기에도 중점을 두고 전개되는 '뱀파이어 아카데미'.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견줄 만한 책일까 내심 궁금했는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 것을 보곤 이 책 괜찮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래머 스타일인 로즈가 아카데미 내의 남자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런데 이를 어쩌나. 디미트리에게 마음을 빼앗긴 뒤로 행동이 얌전해진 로즈의 사랑은 그리 순탄치 않을 모양이니. 내가 이 상황을 꽤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로즈의 행동이 기대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을 선택할 것인지, 리사를 선택할 것인지 꽤 재밌을 것 같지 않나.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의 첫 권에 해당하는 이 책은 아직 아카데미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만 다루고 있어 한정적인 내용만 보여줄 수 밖에 없어 사건 전개가 느리다. 하지만 앞으로 스트리고이들이 리사를 공격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될 것이다. 왕족인 리사를 지키기 위해선 절대적으로 로즈의 힘이 필요해 수호인으로서 리사를 지켜내는 로즈의 활약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가 크다. 그런데 모로이들은 수호인들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어 수동적으로 삶을 영위해 가기때문에 스트리고이들의 상대가 되지 않아 문제다. 그래서 댐퍼들이 필요한 것이지만 모로이와 인간이 결합해서 낳은 종족이 댐퍼이니 모로이들이 사라지면 댐퍼들도 살아갈 수가 없어 이 둘은 서로 도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관계라면 스트리고이보다 약할 수 밖에 없고 모로이들이 멸종이 된다 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모로이들간의 권력다툼도 그들의 세력을 약화 시키니 수호인들만의 활약만으로 과연 모로이들을 지켜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뱀파이어 아카데미'는 리사를 지키는 것만을 중대한 과제인양 우선적으로 처리한다. 이미 모로이 왕족들간의 다툼에서는 뒤로 밀려난 리사에게 나중에 어떤 역할을 줄지 작가의 생각은 알 수 없으나 리사가 지금보다 더 성장하기 위해 많은 시련을 겪게 할테고 이는 모로이들을 다스리는 여왕이 되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리사의 능력을 알게 된 이들은 모두 리사를 갖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할 것이라 일단 리사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겠다. 로즈와 디미트리라면 분명 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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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무선) 보름달문고 44
김려령 지음, 장경혜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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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그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 어떡하죠? 만약 건널목 씨가 만든 건널목에서 만난다해도 태석, 태희, 도희를 아느냐고 물어볼 용기도 안날텐데 어떡하죠? 그렇지만 꼭 용기를 내서 많이 기다리더라도 건널목 씨가 가까이 오면 꼭 물어봐 줄게요. "태희...태석, 도희를 아시죠? 너무 보고 싶어하는데 한 번 만나러 가시면 안될까요?" 하고요. 아니면 어디 계시는지라도 꼭 물어볼게요. 그런데 그냥 웃기만 할 것 같아요. 알았다는 대답만 해도 안심하겠는데 아마 그 곳엔 다시 안가실 것 같은데 너무 마음 아파 하지 말아요. 직접 글로 그분의 이야기를 쓸 수 없어도 이렇게 세상에는 건널목 씨의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언젠간 그 마음 전해질거에요. 아니, 벌써 알고 계실 거에요. 건널목 씨도 잊지 못하고 있을 테니까요.

 

동화라고 무조건 행복한 결말을 맺지 않는다는 것을 알만한 나이가 되니 오히려 동화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집착까지 하게 된다. 아주 아주 어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해 부모님께서 내가 어린 시절 동화책을 읽으며 자랐다고 해도 동화에 대한 이 목마름의 이유를 이것이다, 라고 설명할 수가 없다. 우선은 어른들도 동화를 읽을 권리가 있다구, 라는 말로 박박 우겨볼 뿐인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 그렇지만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를 읽으면 건널목 씨를 통해 옛시절을 회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줄 알았다가 전혀 그와 다른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왠지 억울해진다. 70년대, 80년대를 회상하며 향수에 젖어보는 그런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었다니, 이렇게 슬픈 내용인 줄 알았으면 안읽었을텐데, 역시 한달간 무료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에 혹했다. 당신은 아이가 아니잖아요 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미 모든 것을 알아버렸으니까.

 

그런데 한달간 무료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기에 들어왔는데 이렇게 가슴 아픈 이야기라면 미리 귀띔이라도 해주지, 건널목 씨가 만든 건널목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면 어떨까, 아라비안 나이트의 세헤라자데가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고 생각한 나를 어쩌란 것인지. 부끄러워서 책장을 덮고 도망가 버릴까 하다가 쉬 잊혀지는 내용이 아니라서 이렇게 글을 남긴다. 작가 김려령님의 '완득이'는 숨어서 보지 않고 대낮에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당당하게 읽었었는데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몰래 읽어야 하는 책이었다. 작가 오명랑 씨가 드러내 놓고 읽으라고요 하고 소리쳐도 할 수 없다. 이 책은 혼자서 읽어야 한다. 그래야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을테니까. 건널목 씨는 태희, 태석, 도희가 그리워하는 사람이지만 다른 의미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그리움'의 대상일 수 있다. 건널목 씨를 보며 어린 시절 잠깐 만난 친구를 떠올릴 수도 있고 나를 이끌어 주신 선생님을 떠올릴 수도 있으며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가족을 떠올릴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누구를 떠올렸을까? 그것은 이 이야기를 한 후 다음에 얘기하련다. 

 

그런데 태희가 종원, 나경, 소원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그녀 엄마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아픈 곳을 콕콕 건드리는 느낌. 이 느낌 왠지 싫다. 하루 하루 태희가 들려주는 이야기 마지막에 이르러 내 앞에 드러낼 실체를 알고 싶지 않다. 새언니가 도희인 건 알겠는데 또 뭐가 남은거지? 종원이와 나경이까지 눈치챘는데 나도 이쯤에서 슬그머니 일어나야 할까 갈등된다. 태희가 아이들에게 마음을 열고 들려주는 이야기엔 슬픔이 있고 아픔이 있다. 아팠을 때 아프다라고 말했으면 되었을걸, 참으니 상처가 여전히 아프다. 이것을 모두 뱉어내고 나면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을텐데,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아픔을 타인에게 말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게다. 오히려 내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진짜 필명은 왜 오명랑인 것인지. 갑자기 떠오른 생각인데 태희는 어린 시절 엄마에게 못한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엄마가 있어 좋다는 말을 그 때 하지 못해서 지금 하는가 보다. 건널목 씨를 떠올리면 엄마도 함께 떠오르는게 가슴 아프다.

 

건널목 씨가 만든 건널목 카펫은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길과 같다. 지금은 어디서 사람들의 마음에 길을 만들고 있을까. 태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것이 다가 아닐텐데, 단 한편으로 끝을 맺는 것은 너무 아쉽다. 앗, 돈을 내라굽쇼? 정말 돈을 내고라도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마음을 열어두고 싶다. 그래야 나도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용기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아직은 숨겨둬야 할 모양이다. 태희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핑계를 대본다. 용기가 없다는 말을 둘러대지 마라구? 하하. 있잖아 그렇지만 건널목 씨 이야기, 태희, 태석, 도희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내 이야기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걸. 나 잠깐 마음 내려놔도 되는 거지? 건널목 씨가 깔아주는 길을 따라가면 어떤 세상이 나올까 궁금하다. 참 따뜻하겠지? 끝까지 가보고 싶네 그곳이 어디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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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킹제이 헝거 게임 시리즈 3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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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권력을 누가 잡든 변하는 것은 없나 보다. 아니, 삶을 살아가야 할 이유가 필요한 캣니스에게 피타가 옆에 있다는 것이 변화라면 변화겠지. 허나 모든 것이 끝이난 후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조차 힘들다. 잃은 것이 더 많으니까.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 '모킹제이'. 캣니스와 피타, 헤이미치, 그리고 이들을 가슴 졸이며 지켜본 나는 드디어 이제 이 끔찍한 곳에서 놓여 놨다. 단 한 명의 생존자를 가려내기 위한 잔혹한 게임 헝거게임, 너무나 끔찍하지만 캣니스와 피타의 사랑이야기와 함께 '헝거게임' 3부작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마지막 '모킹제이'에서마저 캣니스와 게일, 피타의 동료들이 캐피톨로 나아가기 위해선 헝거게임에 등장했던 장애물들을 제거하며 살아남아야 해서 조금 마음이 불편해진다. 다만 최후의 한 명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룰은 아니어서 다행이랄까.

 

캣니스가 굳이 캐피톨로 향했어야 했는가를 생각해 보면 코인의 계략과 캣니스 스스로의 의지가 합해진 것이라 어찌할 수 없었다고 하지만 반군이 점령한 캐피톨로 캣니스가 입성하는 것은 그리 썩 유쾌하지 않다. 나의 마음속에서조차 캣니스는 영웅으로 각인되고 있었기에 스노우를 홀로 대적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랐었다. 캣니스를 따르던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당했기에 그 보상은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무릇 권력을 잡은 사람들의 심리란 모두 똑같은 법. 모킹제이로 반군들에게 힘을 실어 주었던 캣니스의 존재가 캐피톨을 전복했을 때 어떻게 부각될 것이가를 먼저 생각했겠지. 코인으로서는 그 끝을 처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목적이 캣니스가 캐피톨로 입성해 스노우와 대적하려는 마음과 맞물려 예상치 못했던 결말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캣니스로서는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 비록 처음의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기 위해 헝거게임에 참여했던 그 마음이 타인에 의해, 상황에 의해 변해 버렸지만 말이다. 캣니스에겐 아무 것도 얻은 것이 없이 끝나 버린 무의미한 싸움이었다. 이제 다시는 헝거게임으로 아이들을 잃지 않아도 되니 이것으로 만족해야 할까.

 

처음에 피타가 헝거게임에 캣니스와 함께 가야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절망했을까 생각하니 그 마음이 나에게도 절절하게 와 닿는다. 헝거게임의 끔찍함 속에서도 계속 유지되었던 사랑이었기에 고개를 돌려버리게 될 상황속에서도 독자들은 꿋꿋하게 버텨낼 수 있었다. 헝거게임에서 프림과 함께였다 해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피타는 기꺼이 프림을 위해 목숨을 내놓았을 것이다. 두 번의 헝거게임에서 피타는 늘 캣니스를 먼저 생각하고 그녀를 위해 대신 죽으려 했으니까. 하지만 '모킹제이'에서는 이런 피타의 활약이 미비해서 아쉽다. 캣니스는 모킹제이로서의 할일이 있었고 자신이 해야할 일을 잊지 않고 해내기 위해 피타에게 자신을 각인시킬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헤이미치 말대로 상황이 바뀌어서 피타였다면 캣니스를 그냥 내버려뒀을까. 캣니스는 좀 더 노력했어야 했다. 캣니스가 피타를 진짜 사랑하는지 독자들에게도 그 확신을 심어줘야 했다. 모든 것이 끝난 지금 나도 캣니스에게 끊임없이 묻게 되니까 말이다. 피타를 사랑해? 진짜로?

 

캐피톨은 이제 반군의 손에서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또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다 장담할 순 없지만 세월이 지나 캣니스와 피타가 멘토가 되어 헝거게임에 다시 들어가게 되는 사태만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더불어 그들의 아이들도 헝거게임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단 한 명의 권력자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캐피톨 사람들조차 지켜주지 못하고 죽여 나갔던 폭탄과 그물, 고기 자르는 기계 등의 장애물들을 더이상 이곳에서 볼 수 없기를, 더이상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헝거게임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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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권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 2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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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폭설권" 책 제목만 놓고 보면 도저히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라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조금 촌스럽다고 할 수도 있는 제목이지만 이것 보다 더 잘 만들기도 힘들었으리라. 책 제목인 '폭설권'은 책 속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나는 사계절이 있는 나라에서 태어났지만 겨울이라도 그리 큰 눈이 내리지 않는 지역에서 살고 있어 폭설권을 눈 앞에 생생하게 그려낼 순 없었지만 책을 읽는 동안 나의 눈 앞에는 온통 하얀 세상만 보였다.

 

제복경관 카와쿠보는 시모베츠의 주재경관으로 수사에 참여할 수가 없다. 이것이 작가 사사키 조에게는 최대 난점이었을 것이다. 작가가 앞서 말했듯이 작은 마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도 한정되어 있을 뿐더러 거기다 수사까지 할 수 없다니 이는 처음부터 내용이 단조로울 수 밖에 없음을 전제로 하고 시작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폭설권'을 보면 이런 장애조차 아무렇지 않게 극복해 버린다. 폭력단 조장의 집을 습격한 살인범이 마을 펜션 그린루프에 있는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카와쿠보가 유일하다. 그런데 눈이 그칠 때까지 움직일 수 없다는 조건은 카와쿠보, 살인범에게도 동일하다. 카와쿠보는 이 살인범을 어떻게 처리할까. 주재경관으로 그저 도움만 되어 줄뿐 카부토야에게 공을 빼앗기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다. 사실 사건이 막판으로 치달을 때까지도 카와쿠보의 활약은 미비해서 도대체 이 책이 카와쿠보 시리즈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에 이르러서야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으니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아케미와 스가와라, 니시다, 야마구치와 미유키 이들은 그린루프에 발이 묶여 다른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이다. 해피엔딩이라고는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불행한 사태는 막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스가와라에게는 원통한 일이겠지만 다 자업자득이다. 뭐 그렇다고 아케미에게는 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스가와라에 의해 희생될 다른 여자들을 위해서 다행이라 해두자. 이미 스가와라는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분명 한 여자의 죽음에 관여했으니까. 이렇듯 '폭설권'에서는 여러 개의 사건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카부토야는 물론 카와쿠보도 이 책을 읽어보지 않는 다음에야 꿰뚫어 볼 수 없을 정도다. 그린루프에 모여든 사람들에게는 이곳에 오게된 저마다의 사정과 이유가 있다. 물론 이는 분명 작가의 의도로 설정된 것이겠지만. 의붓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나 가출한 미유키가 야마구치와 만나게 된 것은 그나마 이 불행한 사태에서 얻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일 것이다. 이런 사태가 아니었다면 만나질 수 없는 사람들이었기에 운명이라 말해도 되지 않을까. 위험한 상황이긴 하지만 미유키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야마구치의 마음은 독자들의 마음까지 안도하게 만든다.

 

'폭설권'은 제각각의 이유를 가지고 시모베츠보다 더 멀리 떠나려 하는 이들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폭설이 경찰들의 움직임까지도 방해해 이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어떤 식으로 결말을 맺게 될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어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가 없게 한다. 하지만 하늘은 자연 앞에서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는 약해 빠진 우리들에게 동정이라도 하는 것인지 막다른 길에 다다른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한다. 끔찍한 살인 사건이 일어났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는 막다른 길에 몰린 사람들에게 새로운 문이 열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폭설이 아니었다면 어떤식으로든 아주 불행해졌을 테니까. 카와쿠보 시리즈는 이것으로 끝인가. 세 번째 작품을 기대해도 될 것 같은데 카와쿠보가 직접 수사에 참여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싶지만 작가는 제복경관인 카와쿠보의 모습을 버릴 생각이 없나 보다. 어쨌든 이 시리즈가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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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5-03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학진사랑님 오랜만이에요! 저 상상마루에요 ㅎㅎ 이 정성진 리뷰를 참 오랜만에도 읽어보는군요. 저는 다시 독서 활동을 시작했답니다. 예전처럼 활발하게는 아니지만 그냥 알라딘에 글 좀 남기고 다른 사람 글도 보고 그럴려구요 :) 가끔씩 찾아올게요!

pjy 2011-05-03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이 다가오는데 폭설권이라..땡깁니다~ 제목이나 표지나 제복경관 시리즈라고 짐작도 못했답니다^^;
 
라스트 코요테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4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4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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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펼쳐들기가 싫었다. 책 뒷표지에 있는 "불안했던 연인과의 관계가 LA에 닥친 지진으로 자신의 집과 함께 무너지고...."란 글 때문이었다.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연인이 집과 함께 죽었다는 글로 생각되지 않는가. 이 글 때문에 이제 조금씩 감정적으로도 안정을 찾아가던 해리가 어떤 일을 겪고 있을지 첫 장을 펼쳐들기가 힘들었다. 언제나 해리는 정의를 위해 힘겹게 사건을 해결하고 자신을 제거하려는 무리들과 홀로 싸우며 버터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 더 이상은 이런 모습은 보기가 싫다. 그런데 "라스트 코요테"에서도 그 상황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황은 더 나빠졌다. 징계를 받고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남는 시간에 홀로 자신의 어머니가 살해된 사건을 수사하는데 이번에도 범인들과 홀로 맞서며 경찰이라는 직업을 빼앗기게 되는 위기까지 생기는데 늘 이 같은 내용의 반복이어서 조금씩 지쳐가기 시작한다. 거기다 한 여자가 떠나고 또 새로운 여자가 등장하니 참나 한숨 밖에 안나온다.

 

해리에겐 어머니의 사건을 이제야 대면하게 된 것에 충분히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자신 때문에 어머니가 죽었으니까. 이 사건은 일어날 수 밖에 없었고 모두들 은폐하기에 급급하여 자연스럽게 사건은 수면 밑으로 가라 앉았다. 그러나 이제 그가 나서서 사건을 해결하기 시작해 점점 범인의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사실 30년 전에 벌어진 사건을 추적한다는 것이 황당한 일인데다 이렇게 쉽게 해결 할 수 있는 일을 왜 그 당시에는 미해결 사건으로 분류가 되었는지 의문이 든다.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권력층이 개입되었을 것이란 생각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지만 이로 인해 해리가 30년이 지나서도 사건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사실 조금 억지스럽다. 예나 지금이나 무슨 법칙이라도 있는 것인지 부패한 경찰들이 등장하고, 범인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어도 권력층에 빌붙어 여전히 사건을 은폐하려 하는 어빙 부국장의 행동까지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자, 이제 30년 전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 해리가 제대로 정의를 실현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죽어야 될 사람들이 죽었다고 하지만 분명 죄 없는 사람도 희생되었기에 범인이 누구인지 가려내지 않고 그냥 덮어버린 행위는 옳지 못한 것 같다. 해리 보슈 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버렸지만 뭔가 미진한 느낌이 든다. 이 일은 모두에게 상처만 되었다. 이 사건으로 해리에게 새로운 인연이 찾아온 것에 만족해야 할까. 해리의 어머니가 죽지 않았다면 해리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 이렇게 쉽게 마음이 놓아지지 않는가 보다.  

 

이 책은 좀 더 일찍 출간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해리 보슈 시리즈 4권보다 앞서 나왔다면 좀 더 자연스러웠을텐데, 해리가 이후 어떤 행보를 하게 될지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점이라 필요한 내용이긴 했지만(물론 어머니 사건인데 그냥 묻혀둘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왠일인지 그냥 넘어가는 페이지 같은 느낌이 든다. 해리가 경찰이 되었을 때 바로 해결했다면? 전성기 때 해결을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지금은 해리가 너무 쓸쓸해 보인다. 패잔병 같다. 사건을 해결했지만 그 전보다 나아진 것이 없어 온통 상처투성이로 보일 뿐이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은 해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궁금하다. 어떤 삶이든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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