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코요테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4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4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펼쳐들기가 싫었다. 책 뒷표지에 있는 "불안했던 연인과의 관계가 LA에 닥친 지진으로 자신의 집과 함께 무너지고...."란 글 때문이었다.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연인이 집과 함께 죽었다는 글로 생각되지 않는가. 이 글 때문에 이제 조금씩 감정적으로도 안정을 찾아가던 해리가 어떤 일을 겪고 있을지 첫 장을 펼쳐들기가 힘들었다. 언제나 해리는 정의를 위해 힘겹게 사건을 해결하고 자신을 제거하려는 무리들과 홀로 싸우며 버터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 더 이상은 이런 모습은 보기가 싫다. 그런데 "라스트 코요테"에서도 그 상황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황은 더 나빠졌다. 징계를 받고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남는 시간에 홀로 자신의 어머니가 살해된 사건을 수사하는데 이번에도 범인들과 홀로 맞서며 경찰이라는 직업을 빼앗기게 되는 위기까지 생기는데 늘 이 같은 내용의 반복이어서 조금씩 지쳐가기 시작한다. 거기다 한 여자가 떠나고 또 새로운 여자가 등장하니 참나 한숨 밖에 안나온다.

 

해리에겐 어머니의 사건을 이제야 대면하게 된 것에 충분히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자신 때문에 어머니가 죽었으니까. 이 사건은 일어날 수 밖에 없었고 모두들 은폐하기에 급급하여 자연스럽게 사건은 수면 밑으로 가라 앉았다. 그러나 이제 그가 나서서 사건을 해결하기 시작해 점점 범인의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사실 30년 전에 벌어진 사건을 추적한다는 것이 황당한 일인데다 이렇게 쉽게 해결 할 수 있는 일을 왜 그 당시에는 미해결 사건으로 분류가 되었는지 의문이 든다.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권력층이 개입되었을 것이란 생각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지만 이로 인해 해리가 30년이 지나서도 사건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사실 조금 억지스럽다. 예나 지금이나 무슨 법칙이라도 있는 것인지 부패한 경찰들이 등장하고, 범인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어도 권력층에 빌붙어 여전히 사건을 은폐하려 하는 어빙 부국장의 행동까지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자, 이제 30년 전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 해리가 제대로 정의를 실현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죽어야 될 사람들이 죽었다고 하지만 분명 죄 없는 사람도 희생되었기에 범인이 누구인지 가려내지 않고 그냥 덮어버린 행위는 옳지 못한 것 같다. 해리 보슈 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버렸지만 뭔가 미진한 느낌이 든다. 이 일은 모두에게 상처만 되었다. 이 사건으로 해리에게 새로운 인연이 찾아온 것에 만족해야 할까. 해리의 어머니가 죽지 않았다면 해리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 이렇게 쉽게 마음이 놓아지지 않는가 보다.  

 

이 책은 좀 더 일찍 출간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해리 보슈 시리즈 4권보다 앞서 나왔다면 좀 더 자연스러웠을텐데, 해리가 이후 어떤 행보를 하게 될지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점이라 필요한 내용이긴 했지만(물론 어머니 사건인데 그냥 묻혀둘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왠일인지 그냥 넘어가는 페이지 같은 느낌이 든다. 해리가 경찰이 되었을 때 바로 해결했다면? 전성기 때 해결을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지금은 해리가 너무 쓸쓸해 보인다. 패잔병 같다. 사건을 해결했지만 그 전보다 나아진 것이 없어 온통 상처투성이로 보일 뿐이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은 해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궁금하다. 어떤 삶이든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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