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장미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3
캐서린 패터슨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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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빵과 장미], 이 책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분명 소년이 가지고 있는 빵보다 소녀가 가지고 있는 붉은 장미꽃에 눈길이 머물며 소년과 소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일까 착각에 빠져 망설임이 없이 책장을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빵은 로사와 제이크의 생존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장미는 빵 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에 책장을 넘기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이 책의 첫 장을 펼쳐들 자격이 나에게 있을까', 한참을 고민했었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렸던 기억이 없으므로, "공장에 나가 일을 해서 받은 돈으로도 가족들을 굶기고, 파업을 해 돈을 벌지 못해도 가족을 굶기는 것은 똑같다"고 한 로사의 엄마의 말을 가슴으로 느낄 수 없으면 어쩌나 저어하여, 과연 나에게 로사와 제이크를 만나도 될지 이 아이들에게 감히 물어볼 수가 없었다.

 

로사의 가족들이 겪은 일은 100년 전의 내가 밟아보지 못한 땅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로사의 가족들과 함께 거리로 나간 이들의 마음을 가까이에서 호흡하며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로사 엄마의 맑은 목소리로 선창한 "우리는 결코, 우리는 결코 움직이지 않으리. 우리는 결코, 우리는 결코 움직이지 않으리. 물가에 심은 나무처럼......"을 따라 부를 수 없었으며 가슴 벅찬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생존권을 위협받는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처지와 그들의 마음이 하나로 뭉쳐질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물론 이해한다고 그들과 온전히 하나가 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이들의 이야기를 기억할 순 있을 것이다.

 

로사의 재능을 아까워하는 핀치 선생님은 공장주의 입장에 서서, 아니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돈이 없어 먹을 것을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교과서를 사 오길 기대하는 아주 순진한 사람으로 등장한다. 이는 로사의 엄마-로사-핀치 선생님 이렇게 세 사람이 사람들이 공장이 아니라 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해하고 화합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변화시켜 가는지 잘 알려줄 수 있는 인물로 여겨지는데 파업이 장기화 되면서 아직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을 위해 아침을 준비하는 핀치 선생님의 변화된 행동은 시간이 흐르며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게 되었는지 잘 나타내 준다. 이는 독자들이 마지막 책장을 넘겼을 때의 감정과 동일한 것이었을 것이다.  

 

같은 곳에서 살아가지만 로사와 제이크의 삶은 너무나 다르다. 벌어온 돈을 아버지에게 모두 빼앗기고 구타까지 당하는 제이크는 쓰레기 더미에서 만난 로사와의 첫 만남이 부끄럽기 보다는 이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음을 당당하게 여기며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제이크에게 양심이란게 있느냐는 질문은 불필요하다. 성당에 있는 가난한 자들을 위한 헌금을 훔쳐가 먹을 것을 해결하는 제이크에게 그 누구도 손가락질을 할 수 없다. 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빵과 장미'에 대한 의미를 알 수 없는 자라면 그 누구라도 말이다.

 

'빵과 장미 파업' 기간동안 로사와 제이크는 버몬트에서 지내게 된다. 로사에게 버몬트는 가족들과 떨어져서 살게 되는 외로움과 슬픔이고 제이크는 현실을 부정하고 새로운 장소로 떠날 수 있게 하는 장소가 된다. 로사와 제이크의 버몬트에서의 삶은 독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모든 것에 안도하게 한다. '버몬트' 이곳은 현실적인 의미에서 벗어나지만 로사와 제이크가 어른이 되기 전에 머무르는 장소로 여겨져 독자들에게는 책장을 넘기는 손길을 편안하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뉴욕'으로 떠나고 싶었던 제이크에게 '버몬트'는 새로운 삶을 선물한다. '빵과 장미 파업'이 마무리 되어 집으로 돌아가게 된 로사의 뒷모습에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안도감, 그리고 행복과 사랑이 담겨져 있다. 버몬트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의 헤어짐은 또 다른 슬픔을 안겨주지만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은 오랜 시간 떠나있던 집으로 가는 듯 나의 마음까지 편안해지게 한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가슴 가득 느껴지는 따뜻함으로 인해 오늘 밤은 한결 행복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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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방 모중석 스릴러 클럽 29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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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마이크와 티아, 애덤, 질, 이제 이들은 예전과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티아는 온 정성을 기울여 아이들을 사랑하면 된다고 끊임없이 되뇌이지만 어른이 되어가는 애덤과 질이 다른 아이들과 다른 성장과정을 겪었기에 모든 것들이 쉽지 않을 것이다. 친구 스펜서의 죽음 이후 달라진 애덤, 친구의 죽음으로 슬픔에 잠겨서 달라졌다고 하기에는 비밀이 많아 보인다. 애덤이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마이크와 티아가 한 행동은 이후 애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애덤에게 신뢰를 잃는 행동이었다. 아이가 위험에 빠져서 죽기라도 한다면 어쩌냐는 반대 의견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애덤을 위험에서 구해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애덤을 믿고 기다렸다면 좀 더 긍정적인 결말을 얻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 모든 것이 가정이긴 하지만 단 두 통의 이 메일이 일으킨 폭풍은 정말 그 누구라도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할런 코벤의 '아들의 방'은 매리앤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매리앤의 죽음과 애덤의 이야기의 접점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변호사인 티아가 매리앤의 사건을 맡는 것인지. 매리앤의 죽음으로 알게 된 모든 사실들이 독자들에게는 반전과 같았다. 내시가 저지르는 살인이 너무 끔찍해서 한 곳으로 좁혀오는 그의 행동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작가는 매리앤을 죽인 내시를 그대로 노출시킨다.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을 찾는 것이 주 목적이 아니란 얘기다. 내시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행동을 하고 있고 그가 가야만 하는 곳에 대체 무엇이 있을지 나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우리의 삶은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타인에 의해 삶이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인생을, 삶을 열심히 노력하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 수전 로리먼, 조 루이스턴, 가이 노박, 매리앤, 야스민, 마이크, 티아, 애덤, 질, 스펜서 등 가까이 사는 이웃이 서로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알게 된다면 놀라게 될 것이다. 한 마을에서 여러 사건이 그것도 아주 끔찍한 사건이 연이어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지금 당장 가족들을 집에 보낸 후 현관문을 잠그고 영원히 밖으로 나오고 싶지 않게 될 것이다. 수전 로리먼이 개인적으로 겪은 사건만이 작가 할런 코벤에 의해 만들어진 결말이었다. 우연과 운명이 강하게 작용하여 수전의 아들을 살리는 긍정적인 결말을 만들어냈다.

 

마이크와 티아, 애덤, 질, 이 가족이 이번 사건으로 모두 죽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운명은 수많은 우연과 인연에 의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고, 예전과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없을지라도 가족들이 함께 있을 수 있는 결말을 맞게 했다. 우정을 지키려고 노력한 애덤과 아들을 지키려고 목숨까지 건 마이크, 질을 지켜주려 한 티아, 엄마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하려한 질,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 이들은 차디찬 땅속에 묻혀 있게 되었을 것이다. 가족의 사랑만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이다. 약하기만 한 가이 노박도 딸 야스민을 위해 목숨도 내어 놓을 수 있는 부모인 것이다. '아들의 방'은 자식을 지키려는 부모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정의'에 위배되지만 자식을 위해 그 어떤 거짓말을 해도 이해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완전하게 세상에 밝혀진다고 해도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다. 로렌 뮤즈가 어떤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아무말 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들도 그냥 조용히 덮어두면 된다. 이제 모든 사건은 끝을 맺었으니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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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호형사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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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 자신이 소설속 등장인물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이가 있다니, 넌 대체 누구냐. 경부가 사건 설명을 하다가 의자를 돌려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장면도 있으니, 가만히 앉아 책장만 넘기던 독자들은 긴장하며 책을 읽어야겠다. 쓰쓰이 야스타카는 미스터리 소설을 쓰면서 이것, 저것 하고 싶었던 것이 많았던 모양이다. 사건의 흐름을 섞어 놓아 독자들이 편리한대로 읽으라 한다거나, 등장인물들이 동시간에 어떤 행동을 하고 있었는지 쓰면 어떨까 상상을 넘어서 이를 행동으로 옮기니 작가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독자들은 그저 작가가 하는대로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쓰쓰이 야스타카는 작가라기 보다는 장난을 좋아하는 아이 같다.

 

네 편의 단편들의 형식은 비슷하다. 돈이 많은 아버지를 둔 다이스케는 인력 부족과 자금부족으로 사건 해결의 어려움을 겪는 동료 경찰들에게 자금을 지원한다. 온갖 나쁜 짓으로, 심지어는 사람이 죽어나가게 하는 짓도 서슴지 않았던 다이스케의 아버지 간베 기쿠에몬은 아들이 자신의 돈을 정의롭게 쓰는 것에 감격하여 눈물을 흘린다. 단편마다 사건은 다르지만 각 단편들의 첫 시작은 대개 이렇게 비슷하다. 간베 기쿠에몬의 비서이며 다이스케를 사랑하는 스즈에가 사건마다 중요 인물로 도움을 주는 설정 또한 빠지지 않는다. 다이스케는 사랑하는 사람이 위험한 사건에 노출이 된다는 것이 불안하지만 돈만 많은 것이 아니라, 성격도 좋고,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그는 실력도 출중한 경찰이라 그녀를 절대 위험속에 빠뜨리지 않는다.

 

책을 읽기 전 '부호형사'의 내용이 실력이 없어 돈으로 사건을 해결해 버리는 유쾌한 이야기일 것이라 예측했었는데 조심스럽게 동료 경찰들에게 자금력을 동원해 사건 해결을 이렇게, 저렇게 해 보자고 의견을 제시하는 돈 많은 형사의 이야기였다. 실력도 뛰어나고 돈도 많은 다이스케가 나서니 해결 못하는 사건이 없다. 중소기업 회사의 사장이 밀실 살인으로 죽으니 회사를 떡 하니 하나 차려서 범인이 다시 살인 사건을 저지르게 유도하질 않나, 거기다 그 회사를 또 크게 키우내고, 유괴당한 아이를 위해 유괴범에게 넘길 돈을 직접 마련해 빌려 주고, 야쿠자들을 감시하려면 너무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하여 야쿠자들이 숙박할 장소로 아버지가 오너로 있는 호텔 전체를 제공하질 않나, 그야말로 부호형사 다이스케의 행동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렇게 아버지 못지 않은 재력과 능력을 보여주며 사건을 해결하지만 사랑하는 연인 스즈에 앞에서는 고백 한 번 제대로 못할 정도로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기도 하다.

 

다이스케의 아버지가 부호형사가 되었다면 이야기는 더 재밌었을 것이다. 다이스케 혼자서는 사건을 감당할 수 없어 아버지에게 이런, 저런 도움을 받아 처리했기에 사실 간베 기쿠에몬도 사건의 핵심에서 활약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물론 간베 기쿠에몬이 같은 상황에서 같은 조건으로 사건에 뛰어 들었다면 감정적으로 잔인하게 처리하거나 결과가 달라지는 사건도 있었겠지만 다이스케 보다는 훨씬 더 유쾌하게 사건을 해결했을 것이라는덴 의심의 여지가 없다. 부호형사, 라는 소재로 유쾌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으니 독자들을 더 즐겁게 만들어 주는 것이 타당한 일이다. 시간이 없어 몇 몇 등장인물의 활약을 들려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며 독자들을 약올리는 것은 무슨 행동이란 말인가. 글을 쓰다 보니 화가 나는군. 하루 빨리 작가의 머릿속에 있는 부호형사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보여주길 바란다. 생략한 이야기들 모두 말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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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임희선 옮김 / 지식여행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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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살인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렇게 한가한 사람들이 있나. 용의자로 의심을 받고 있는 류헤이가 그렇고 류헤이의 전 매형인 탐정 우카이 모리오가 그렇다. 탐정 우카이 모리오야 밀실 살인사건을 풀고 싶다는 의욕에서 그랬다고 치자, 그런데 류헤이 넌 왜 이렇게 한가한거냐. 선배 모로가 죽었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를 해야지. 증거를 없애고, 지문을 지우고 탐정인 전 매형 우카이 모리오를 찾아가다니, 이 사건이 해결되었으니 망정이지 류헤이, 네가 딱 이번 살인사건들의 범인 같이 보이거든? 진짜 현실에서였다면 죄를 뒤집어 쓰고 감옥에서 썩게 되었을 거다. 아, 내가 왜 이렇게 흥분을 하고 이러지. 사람이 죽었는데 시체를 그대로 방치해 뒀다는 게 화가 나서 그런다. 모로의 죽음에 대한 의문이 모두 풀리니 류헤이도 피해자라는 생각보다는 그가 경찰서에 바로 신고하지 않은 것에 더 화가 난다. 사람이 죽었는데 아무리 밀실 사건이라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탐정과 함께 모로의 집으로 다시 찾아가 모로가 어떻게 죽었는지 추리만 하고 있는 게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말이다.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는 류헤이의 전 여자친구 곤노 유키와 모로 고사쿠가 죽은 지 삼일 째 되는 날 사건이 해결되어 전혀 지루할 틈이 없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서에 가기 보단 스스로 사건을 해결해 보겠다고 탐정을 찾아나선 류헤이로 인해 긴장감이 떨어져 사건은 지루하게 전개된다. 물론 화자는 류헤이가 겪은 일과,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스나가와 경부, 시키 형사의 동선이 겹쳐져 지루할 수 있다고 미리 말해두긴 했지만 영화 감독 같이 설명하는 화자 덕택에 조금 지루한 정도는 참아줄 수 있는 것이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사건을 해결할 능력이 있는 탐정 덕분에 더 지루해졌다.

 

두 살인 사건이 해결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이 있다면 스나가와 경부일 것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절대 해결될 수 없는 사건이었고, 우연에 기대어 우카이 모리오가 모로를 죽인 살인자를 찾아내면서 이 사건은 완벽하게 해결된다. 시키 형사 같은 사람만 있었다면 류헤이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갔을 것이다. 스나가와 경부가 평소에 해파리 숫자나 헤아리고 있다고 해도 알리바이를 무너뜨리는 데 탁월한 실력이 있다고 하니 자질이 떨어지는 경찰은 아닌 셈이다.

 

모로가 밀실에서 살해 되었기에 그간 내출혈 밀실설, 창 밀실설, 니모미야 아케미 범인설까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나온 가설들이 많았다. 그동안 내가 생각해 놓은 추리를 내어 놓자면 '살인자가 모로의 집에 계속 있었을 것이다'인데, 류헤이가 집안 곳곳을 찾아 보았기에 처음부터 나의 가설은 바로 깨진다. 모로의 시체를 보고 기절한 류헤이가 충격을 받아 단순 기절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 류헤이를 기절시켰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없어 보여서 나는 계속 류헤이가 모로의 집을 나설 때까지도 범인이 모로의 집에 있었다는 가설을 포기하지 않는다. 뭐 이 가설을 스나가와 경부가 확실히 깨주긴 했지만 여전히 미련이 남는다.

 

현실에서라면 이렇게 모든 것이 딱딱 맞아 떨어져 사건이 해결되진 않는다. 영화나 소설속이기에 가능한 얘기란 말이다. 소설속이니 무슨 일이 벌어진다 해도 수긍할 수 있어 류헤이의 행동을 이해 못할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현실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살인 사건이 류헤이와 우카이 모리오때문에 가벼워진다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금세 잊혀지게 되니까. 가장 큰 공포는 내가 류헤이처럼 살인 사건 누명을 쓰고 억울한 일을 당할 수도 있음을 알게 해 주는 것이다. 뭐 이런 공포를 찾아다니며 느낄 필요는 없겠지. 그저 이렇게 밀실 사건 트릭을 풀면서 나와는 상관 없는 일로 생각해 버리는 것이 나을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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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생활 다이어리 - 나만의 아지트를 꿈꾸는 청춘들을 위한 카툰 에세이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박승희 옮김 / 인디고(글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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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혼자서 살아보고 싶다는 것은 결혼 전에 몇 번 생각해 본적 있는데 결혼 후에는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 지금은 홀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미혼일 때 부모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은 몇 번 했으나 잠깐동안의 자유로움을 위해 외로움을 감내하고 싶진 않다는 마음이 더 컸었다. 도쿄에서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버리지 못해 무작정 상경했다는 '독립생활 다이어리'의 저자 다카기 나오코처럼 확고한 목표와 꿈이 있다면 아무리 부모님이 반대해도 자신의 주장을 밀어 붙일만 하다. 그러나 아주 아주 강경하게 반대하는 부모님이라면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홀로 생활할 때 아프면 제일 서럽다. 돈이 떨어져서 배가 고파도 서럽겠지만 아플 때가 제일 서럽다. 그런데 이건 가족들과 함께 있어도 마찬가지로 아플 때 똑같이 서럽다. 가족이 옆에 있으면 아프니까 위로를 받을 수 있고 밥을 챙겨주거나 병원에 데려다 줄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되지만 역시 아프다는 것은 정말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 12년째 독립 생활을 해 오신 다카기 나오코, 이제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라 자신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홀로 살아가는 데 문제점은 몇 가지 있을 것이다. 아프면 여전히 외롭지? 그지? 아, 이러니 꼭 상처를 후벼 파는 것 같군. 미안.

 

'독립생활 다이어리'는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애를 엿볼 수 있는데 저자가 꿋꿋하게 꿈을 향해 나아가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보다 살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더 부각되는 책이다. 일기장 같아서 비밀스러운 부분을 엿보는 설레임을 느끼게 하기 보다 처절한 모습을 볼 때면 웃음이 나는 부분에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그런 슬픈 모습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의 여부를 떠나 그녀가 만들어 놓은 음식은 왜 이렇게 먹고 싶은 것인지.

 

혼자 살아가면 먹는 것이 가장 문제다. 스스로 해결해야 하니까. 아기자기하게 꾸며서 예쁘게 만든 음식을 앞에 두고 우아하게 먹는 상상을 하며 독립을 꿈꾸었겠지만 혼자서 끼니 해결하며 사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아 질보다는 양을 따지게 되고 좀 더 싼 재료를 선호해서 거기에 맞춰 음식을 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던 음식 따윈 머릿속에서나 떠올릴 수 있을 뿐이다. 그나마 좋아해서 사온 음식이 상했을 때를 상상해 보라. 저자가 혼자 산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유통기한 지난 멸치들 보며 울었다. 훗날 이 기억을 떠올리면 웃음이 나겠지만 그 때 상황만큼은 독자인 나에게도 슬픔이 전해져 올 정도로 그 마음이 처절하게 느껴진다. "수많은 멸치들의 목숨을 헛되이 하다니~!!"하며 절규하는 모습이라니, 이건 전쟁터에서 죽어 간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가슴 아파하는 모습이지 않은가. 그렇다. 독립생활이란 이런 것이다. 엄마가 해 주는 음식이 그립고, 먹고 싶어서 사 놓은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되었을 때 억울하고 분한 그 심정, 독립해서 살아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고? 나도 그 심정 모르지. 혼자 안살아 봐서. 그냥 추측할 뿐.

 

'독립생활 다이어리'는 독립해서 홀로 살아가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다카기 나오코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그림을 우습게 그리긴 했지만 혼자서도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꿋꿋함과 용기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외로울지라도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그리운 게 있으면 그리워 하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 길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이겨낸다. 역시 젊다는 건 좋다. 24살이니 이렇게 소소하게 살아가지, 30대, 40대라면 너무 우중충할 것이다. 거기다 쓸쓸해 보일 것이고. 왜 갑자기 투덜거리냐고? 내가 하지 못한 일을 하니까 부러워서 말이야. 한 번쯤 해보고 싶었는데 용기가 없어 하지 못했거든. 20대에도 도저히 혼자 살아갈 자신이 없었어. 청춘이란 참 아름다워. 멋지게 만든 여행서 못지 않게 자신의 삶을 이렇게 아름답게 꾸밀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못해 낼까. 좋아하는 일고 꿈이 있다면 못해낼 게 없지. 그래서 그녀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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