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생활 다이어리 - 나만의 아지트를 꿈꾸는 청춘들을 위한 카툰 에세이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박승희 옮김 / 인디고(글담)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혼자서 살아보고 싶다는 것은 결혼 전에 몇 번 생각해 본적 있는데 결혼 후에는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 지금은 홀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미혼일 때 부모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은 몇 번 했으나 잠깐동안의 자유로움을 위해 외로움을 감내하고 싶진 않다는 마음이 더 컸었다. 도쿄에서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버리지 못해 무작정 상경했다는 '독립생활 다이어리'의 저자 다카기 나오코처럼 확고한 목표와 꿈이 있다면 아무리 부모님이 반대해도 자신의 주장을 밀어 붙일만 하다. 그러나 아주 아주 강경하게 반대하는 부모님이라면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홀로 생활할 때 아프면 제일 서럽다. 돈이 떨어져서 배가 고파도 서럽겠지만 아플 때가 제일 서럽다. 그런데 이건 가족들과 함께 있어도 마찬가지로 아플 때 똑같이 서럽다. 가족이 옆에 있으면 아프니까 위로를 받을 수 있고 밥을 챙겨주거나 병원에 데려다 줄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되지만 역시 아프다는 것은 정말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 12년째 독립 생활을 해 오신 다카기 나오코, 이제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라 자신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홀로 살아가는 데 문제점은 몇 가지 있을 것이다. 아프면 여전히 외롭지? 그지? 아, 이러니 꼭 상처를 후벼 파는 것 같군. 미안.

 

'독립생활 다이어리'는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애를 엿볼 수 있는데 저자가 꿋꿋하게 꿈을 향해 나아가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보다 살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더 부각되는 책이다. 일기장 같아서 비밀스러운 부분을 엿보는 설레임을 느끼게 하기 보다 처절한 모습을 볼 때면 웃음이 나는 부분에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그런 슬픈 모습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의 여부를 떠나 그녀가 만들어 놓은 음식은 왜 이렇게 먹고 싶은 것인지.

 

혼자 살아가면 먹는 것이 가장 문제다. 스스로 해결해야 하니까. 아기자기하게 꾸며서 예쁘게 만든 음식을 앞에 두고 우아하게 먹는 상상을 하며 독립을 꿈꾸었겠지만 혼자서 끼니 해결하며 사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아 질보다는 양을 따지게 되고 좀 더 싼 재료를 선호해서 거기에 맞춰 음식을 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던 음식 따윈 머릿속에서나 떠올릴 수 있을 뿐이다. 그나마 좋아해서 사온 음식이 상했을 때를 상상해 보라. 저자가 혼자 산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유통기한 지난 멸치들 보며 울었다. 훗날 이 기억을 떠올리면 웃음이 나겠지만 그 때 상황만큼은 독자인 나에게도 슬픔이 전해져 올 정도로 그 마음이 처절하게 느껴진다. "수많은 멸치들의 목숨을 헛되이 하다니~!!"하며 절규하는 모습이라니, 이건 전쟁터에서 죽어 간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가슴 아파하는 모습이지 않은가. 그렇다. 독립생활이란 이런 것이다. 엄마가 해 주는 음식이 그립고, 먹고 싶어서 사 놓은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되었을 때 억울하고 분한 그 심정, 독립해서 살아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고? 나도 그 심정 모르지. 혼자 안살아 봐서. 그냥 추측할 뿐.

 

'독립생활 다이어리'는 독립해서 홀로 살아가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다카기 나오코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그림을 우습게 그리긴 했지만 혼자서도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꿋꿋함과 용기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외로울지라도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그리운 게 있으면 그리워 하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 길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이겨낸다. 역시 젊다는 건 좋다. 24살이니 이렇게 소소하게 살아가지, 30대, 40대라면 너무 우중충할 것이다. 거기다 쓸쓸해 보일 것이고. 왜 갑자기 투덜거리냐고? 내가 하지 못한 일을 하니까 부러워서 말이야. 한 번쯤 해보고 싶었는데 용기가 없어 하지 못했거든. 20대에도 도저히 혼자 살아갈 자신이 없었어. 청춘이란 참 아름다워. 멋지게 만든 여행서 못지 않게 자신의 삶을 이렇게 아름답게 꾸밀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못해 낼까. 좋아하는 일고 꿈이 있다면 못해낼 게 없지. 그래서 그녀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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