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예언자 1 오드 토머스 시리즈
딘 쿤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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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식스센스'를 보지 않았다면 더 섬뜩하고 무서웠을 것이다. 시커먼 그림자 같은 존재 '바다흐'와 혼령을 보는 오드, 처음엔 할로를 향해 "지금 네 주머니에 그 애의 피가 들어 있지?"란 말로 그를 움찔하게 만드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페니 칼리스토의 목에 생긴 깊은 상처 이야기를 했을 때에야 비로소 오드의 손을 잡고 있던 페니가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혼령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렇듯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의해야할 점이 있었다면 오드가 보는 사람들이 유령인지, 살아 숨쉬는 나와 같은 사람인지 판단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리 어둡지 않다. 아마도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가 피코문도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오드의 곁을 맴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오드가 포터 서장의 집에 간 날 엘비스는 물 위를 왔다갔다 하며 삿대질을 하고 그 뒤엔 리제티 옆에 앉아 가슴을 훔쳐보며 울기도 한다. 상상해 보라. 오드의 눈에만 보이는 엘비스의 행동에 웃음이 터져 나오지 않는가. 다른 혼령인 톰 제드가 잘린 왼쪽 팔을 들고 등을 긁고 코를 후비거나 잘린 손을 흔드는 모습은 끔찍해야 마땅하나 이렇듯 유머감각이 살아있는 영혼들을 만나게 되면 그 익살극에 잠깐 동안은 즐거울 것이다. 역시 죽은 사람이니 슬퍼해야 할텐데 말이다.

 

평범한 죽음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 바다흐, 자신이 근무하는 식당에 바다흐들과 함께 나타난 로버트슨을 보며 오드는 아주 끔찍한 사건이 일어날 것임을 예감한다. 로버트슨을 미행하고 그의 집에 잠입하기까지 무슨 일이 벌어질까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오드가 아무일 없이 빠져나왔을 때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뒤에 오드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나타나는 로버트슨, 오드가 자신의 집을 뒤진걸 알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알아냈을까. 오드가 사랑하는 스토미가 괜한 걱정을 한다며 로버트슨에 대해 긴장감을 느끼지 않는 것을 보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마음이 불안해진다. 거기다 엘비스가 오드의 차에서 내릴 때 아무말 없이 바라보며 오드의 손을 두 번 잡아줬지 않은가. 불길한 징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로버트슨의 집에는 온갖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자료가 넘쳐났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파일엔 8월 15일이라는 날짜가 있고 아무 것도 적혀져 있지 않았다. 이것을 보며 오드는 이 날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한다. 자신이 직접 꾼 볼링장 직원들의 죽음, 비올라가 자신이 죽는 모습을 봤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이 사건이 점점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비올라의 죽음이 예견되어 있었건만 오드는 그녀가 이 죽음을 피할 수 있게 도와준다. 스토미의 일은 오드가 운명을 거스른 대가에 대한 벌이었을까. 후반에 이르러 이것이 반전으로 생각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그 앞에 복선이 있었기에 놀라진 않았다. 다만 로버트슨이 오드의 집 욕조에서 죽어 있는 모습이 충격이었다.

 

로버트슨을 막아야만 한다고 생각한 오드에게 이미 누군가가 자신의 목을 죄어 오고 있었던 것이다. 로버트슨이 범인이 아니었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그 시체를 다른 곳에 옮기는 오드의 모습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히려 이것이 함정이 아닐까. 로버트슨이 저지를 행동을 미리 알고 죽였다? 오드의 능력을 아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오드를 따라다녔던 로버트슨은 이미 그 때 살아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된다. 로버트슨과 함께 한 공범을 찾아야 이 마을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 도대체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솔직히 오드는 너무도 쉽게 공범을 찾아낸다. 사고를 막기 위해 찾아간 장소에서 또 다른 공범들도 알게 되어 사고 자체를 막을 순 없지만 그 피해를 줄이는 오드를 보며 역시 운명이란 피할 수 있다고 해도 그 끝은 같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드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던 '살인예언자', 사건의 핵심으로 들어가기까지 전개가 느리지만 늘 죽음과 함께 하는 그의 인생을 통해 삶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었다. 경찰의 큰 도움없이 혼자서 사건을 해결하는 오드,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래서인지 조금 긴박감이 떨어진다. 예정된 살인을 막기 위해 그 제한된 시간속에 움직이는 오드의 모습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그가 이 사고를 통해 잃어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정도의 피해로 끝나게 된 것을 안도해야 하리라. 하지만 왜 그에게 이런 능력이 생겼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문제를 생각하면 안쓰러워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예정된 살인을 막으려 했지만 그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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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스터 하필
김진경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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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의 공간, 너럭바위에 떡하니 나타난 시체, 지수는 참 난감하다. 이 상황에서 시체를 보고서도 왜 신고하지 않냐고 말해야 하나? 그저 자신의 공간을 침범 당해 기분이 나쁜 지수는 이 시체에게 이름을 붙여준다. "미스터 하필", 왜 하필이면 그 곳에? 라는 뜻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빚쟁이들이 몰려오고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사는 지수는 학교에서 모래무지처럼 지낸다. T중학교에 갔을 때 자신이 몸을 숨길 모래가 없어 얼마나 낯설어 했던가. 하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과 같은 모래무지들과 어울리며 학교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 간다. 물론 학교로 찾아오는 사람들만 빼면 그럭저럭 버티기 괜찮았을 것이다. 지수에게 빚쟁이들이 자주 찾아오면서 지수는 실어증에 걸려 버린다. 마음속으로야 봇물터지듯 할 말이 많지만 소통에 문제가 있는지 말을 할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그 때 코끝을 스미는 악취, 미스터 하필과의 마음속 여행이 시작된다.

 

지수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른들만의 세상이다. 하필과 대화를 하며 어린시절을 추억하는 지수를 보며 세월이 흘러 지수가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인지, 또한 내가 어른이 되어 세상에 버린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제 나는 아이들의 말은 잃어버린 채 어른들만이 쓰는 언어만 사용한다. "꼭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살아온 시간들, 나는 그렇게 내 어린 날의 추억도 가둬버리고 있었다. 흰장미를 좋아하는 지수에게 아버지는 흰장미가 아이들의 장미라고 말한다. 흑장미는 어른들을 나타내는 빛깔이라고 했을 때 그 말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이미 세상이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것이리라. 흰장미는 너무 깨끗하고 순결해 보여 만지는 것이 불편하다. 이에 반해 흑장미는 나를 끌어당기는 어떤 마력을 느끼게 한다. 흑장미의 다른 느낌은 '죽음'일텐데 삶과 죽음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니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미 밝음의 이면에 어둠도 함께 있음을 알아가는 것일게다.

 

세상에서 지워진 사람 미스터 하필, 노숙자인 그가 자살을 선택했을 때 자신은 물론 세상은 그를 잊고 말았다. 물론 노숙자가 되었을 때 세상은 벌써 그를 버렸는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이름이 유명하고 성공한 사람의 안내가 아닌 이렇듯 지워진 사람과의 마음속 여행은 그 무게가 더 묵직하게 다가와 무엇이든 흘려 들을 수 없게 만든다. 지워진다는게 어떤 것인지 그 아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수의 성장소설 같지만 지수 가족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역사다. 5.16을 오점일육으로 읽어 선생님에게 뺨을 맞은 지수, 데모의 주동자였던 셋째 형, 아버지와 당숙의 대까지 올라가면 일제 시대까지 거슬러가게 되니 역사가 되는 것이다. 녹록치 않은 인생의 무게를 느끼며 지수보다 내가 얻은 것이 많은 여행이었다. 시체와 소통한다는 것이 현실에서 가당치 않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오히려 이런 관계가 더 현실감있게 다가오니 조금은 아이들의 세상을 엿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쉽지 않은 세상에 이렇게 나를 이끌어주는 안내자가 있다면 덜 외롭고 힘들텐데, 그래서 지수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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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그림책 4
다비드 칼리 지음, 세르주 블로크 그림, 안수연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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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개의 참호, 이 참호속에는 병사가 숨어 있다. 그들은 적이고 그들에겐 자신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다. 북한과 남한으로 나뉘어 같은 동포임에도 휴전선을 그어놓고 대치중인 우리나라, 이런 우리 민족의 상황 덕분에 마음까지 와 닿는 이 책에 대한 느낌은 씁쓸하기까지 하다. 누가 이들을 '적'이라고 정해 놓았을까. 이 전쟁을 끝내기로 마음 먹은 '나'는 적을 없애기 위해 적의 참호속으로 들어간다. 물에 독을 타고 여자와 아이들을 죽이는 '나'가 괴물로 그려진 적의 전투 지침서를 보며 "나는 괴물이 아니야. 나는 인간이야"라고 부르짖지만 이 말들은 공허하게 참호속을 울릴 뿐이다. 

 

지금도 세상에는 전쟁중인 곳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서로 '적'이라고 정해놓고 죽고 죽인다. 가까운 사람이 미워져 "넌 나의 편이 아냐, 적이야"라고 말하는게 이제는 두려워질 정도다. 다른 참호속에 있는 군인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나'와 똑같은 모습일거라 짐작하게 된다. 피부색이 다르고 모습이 다를지도 모르지만 내면에 있는 마음은 똑같을 테니까. 서로 눈치보며 불을 피워 음식을 먹고 물 한모금 먹는 것조차 두려워 하는 두 사람, 누구 한 사람 죽어나가도 이 전쟁은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다.

 

서로 적의 참호속에 들어가 있는 두 사람. '나'는 나무에 불을 지르거나 물에 독을 타지 않는다는 것을 알릴 수만 있다면 서로 죽고 죽이는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만 같아 마음이 조급해진다. '나'를 알릴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좋으리라. "이 순간부터 전쟁을 끝낸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나'는 기다린다. 적이 먼저 보내오기를 기대하며. 온 마음을 담아 메시지를 담은 병을 던지는 '나', 희망을 담은 병이지만 나는 이 그림을 보며 다른 생각을 한다. 적은 이것이 아무 위해도 가하지 않는 그저 적이 남긴 메시지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까. 혹 폭탄이 아닐까 의심하며 처음엔 조심하겠지만 결국엔 그 병을 열어보겠지. 하지만 말이다. 이 두 사람이 전쟁을 끝내기로 마음 먹었다고 해서 과연 이 전쟁이 끝이 날까. 나의 편이었던 사람들은 적과 내통했다 하여 나를 죽이려 들지 않을까. 세상에 이 두 사람만이 남아있었다면 이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가슴이 먹먹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너무 가혹하다.

 

서로 던지는 유리병을 바라보며 세상도 이렇게 훤히 보이는 유리병처럼 투명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서로 총을 겨누는 적이지만 똑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을 보며 과연 누구를 위해 전쟁을 하고 적으로써 싸워야 하는지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그저 가족들의 품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총을 쥐어주고 서로 죽이라고 명령한 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책상에 앉아 작전을 짜고 어떻게 하면 많은 이들을 죽이고 전쟁에 승리할 수 있을까 궁리하겠지. 전쟁 중에 군인들은 그저 소모품에 불과할테니까. 그래서 이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이 슬프게 다가온다. 나의 의지가 말살된 이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게 무엇일지, 두 사람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테니까. 누군가가 원하는 '승리'를 모든 이들이 원하는건 아니다. 그저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들에게 그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이 전쟁 소모품이 아닌 '인간'이라는 것을 제발 모두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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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전 1
이종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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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어느 곳이든 혼령 없는 곳이 있던가. 사실 혼령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진 않는다. '귀신전'을 읽다가 고개를 드니 무언가 휙 지나가는 느낌을 받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잘못보았나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보면 아무것도 없고 달빛에 환한 방이 보일 뿐이다. 역시 간이 작은게 문제인가. 담력도 크지 않은 내가 추리, 스릴러 장르에 열광하니 참 우스울뿐이다. '귀신전'에는 퇴마사들이 등장한다. 물론 퇴마사들 하면 이우혁의 '퇴마록'이 먼저 떠오르는데 하는 일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단지 퇴마사들이 인간적으로 느껴진다는게 다를까. 아마 '귀신전'이라는 책을 낸 수정을 통해 사람들이 미스터리한 일을 겪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도움을 청하기 때문일 것이다.

 

"귀사리"에서 요괴들에 의해 자동차 세일즈맨 영일이 죽음을 맞는다. 이에 용만, 박 영감, 선일, 수정이 이 곳으로 달려간다. 이들은 사망자의 손바닥에 별모양의 푸른 자국이 보인다는 말에 악귀의 짓이 틀림없어 주저없이 이 곳으로 향하게 된다. 트럭 앞에 매달린 하얀 물체, 이것이 어김없이 사냥감이 된 사람의 차 앞 유리에 달라붙는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엔 시커먼 어둠뿐, 트럭에 타고 있는 무수히 많은 혼령들. 시야에 보이는 것이라곤 이 요괴와 자욱한 안개뿐이라면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울까. 죽어서도 이 요괴들의 손에서 놓여날 수 없다면 죽은이들의 안식을 위해, 역시 퇴마사들이 필요하다.

 

이 책은 크게 귀사리, 액막이, 뺑소니의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승과 저승이 공존하는 곳 '귀사리'에서의 일은 이후 요괴들이 이승의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두려움을 느끼게 하지만 갑작스럽게 이 '귀사리'의 이야기가 끝나고 '액막이' 이야기가 등장함으로써 조금 어리둥절하게 된다. '엇, 귀사리의 이야기는 현재이고 그 뒤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과거 이들이 어떤 일을 했고 어떻게 모이게 되었는지를 말해주려나?' 짐작해 보지만 뒤에 귀사리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는 것을 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들이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가 이런 말도 안되는 상상들을 하는 사이 귀사리에 나타났던 요괴들의 힘은 강력해지고 사고사한 혼령들을 장악하고 조정하니 귀신과 인간들의 전쟁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도 수인을 맺고 주문을 외우면 영들을 물리칠 수 있을까? 또 이상한 생각을 한다. 어려운 단어들이 많이 나와서 밑에 설명해 놓은 글들을 읽어보지만 역시 이 설명들도 어렵긴 마찬가지, 그나저나 실제 이런 단어들이 세상에 있는 것을 보면 지박령이니 요괴니 하는 것들이 실제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몸에 소름이 돋는다. 삶과 죽음, 사연없는 사람이 있을까만은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이 참 많다. 까페 '레테의 강'에 나타나는 원혼들을 보며 남들과 다르게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아픔과 함께 가슴이 쓸쓸해진다. 물론 무섭기도 하고, 억울한 귀신들의 사연들을 듣다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죽은줄 모르고 자신이 죽은 자리를 맴도는 성훈, 엄마를 만나고서야 자신이 있을 곳으로 떠난다. 이렇듯 귀신과 싸우는 이야기만을 실은 책이 아닌, 사람들과 함께 하며 그 애환을 덜어주는 퇴마사들의 이야기라 책장을 넘기며 1권이 끝나는 아쉬움이 얼마나 컸던지 쉽사리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어서 2권, 3권이 나와 이들이 어떻게 요괴들을 물리치는지 그 싸움에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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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마 키 1 - 스티븐 킹 장편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86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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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아무런 재능이 없는 나도 듀마 키에 가면 신들린 듯이 예술혼을 불태울 수 있을까. 나를 잘 아는 사람이 내가 에드거처럼 그림 그리는 것을 봤다면 분명 "뭐에 씌였다"고 말했을 것이다. 머리를 다친 엘리자베스가 갑자기 그림을 그려대는 것을 보면 나에게도 그리 불가능해 보이는 이야기는 아닌데 솔직히 섬뜩하고 두려워 '퍼시'와 마주할 용기가 없어 무너지고 말았을 것이다.

 

'듀마 키'를 읽기전 어느 정도의 내용을 알고 첫 장을 펼쳤다. 에드거가 그린 그림이 현실에서 신비함 힘을 발휘하고 그림에 따라 살인마가 처단되고 친구의 병이 고쳐진다는 글 말이다. 그런데 듀마 키에서 만난 엘리자베스를 간병하고 있는 와이어먼의 머릿속에 박힌 총알을 빼내는데까지 이르면 1권이 겨우 마무리 되니 전개가 느려 그림에 대한 비밀을 빨리 알고 싶은 나는 갈길이 바빠 마음만 급해진다.

 

에드거의 이야기 사이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이야기. 이 이야기가 도대체 누구의 이야기인지 모르다가 어느 순간 엘리자베스가 어린시절 겪었던 일이란 것을 알게 되며 긴장감은 고조된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엘리자베스는 기억이 간간이 돌아오게 되면 에드거에게 "아무리 힘들어도 그림을 거기에 두면 안돼. 밖으로 빼내야해. 다락에 피크닉 바구니를 찾아"라는 말을 한다. 에드거의 그림들을 보면 모두 섬뜩하고 기이한 느낌을 받지만 이 몽환적인 느낌은 손을 뻗게 하는 마력을 가진다. 대체 이 그림들이 왜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는 것일까. 4년 후 과거를 회상하며 '듀마 키'를 쓰는 에드거는 그 당시 자신이 그린 그림이 엘리자베스의 가족들이 죽은 사건을 그렸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무서워했던가. 하지만 어린 엘리자베스는 '퍼시'의 존재와 마주하고도 그것을 가둬버렸다. 무섭고 끔찍한 그 존재를 가둬버린 것이다.

 

"테이블이 새고 있어. 다시 잠재워야해"

나는 '퍼시'가 아주 큰 인형인 줄 알았다. 엘리자베스와 늘 함께 했던 '노빈'이라는 인형과 '퍼시', 이 둘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엘리자베스의 죽은 쌍둥이 언니들 테시와 로라, 큰언니 에드리아나의 남편 '에머리'가 물을 뚝뚝 흘리며 에드거가 지내고 있는 빅 핑크에 나타났을 때 이것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알았을 때 나는 무서움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퍼시'의 선원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물 속으로 끌어당기는 물귀신들, 그런데 이 '퍼시'의 최종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자신을 가둔 테이블의 물이 새고 있어 이미 그 힘은 아주 먼 곳으로도 뻗어나가지 않았던가. 메리에 의해 에드거의 딸 일제가 죽은 사건은 에드거가 그린 그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퍼시'의 손길이 뻗어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퍼시가 자신의 세력을 키우기 전에 엘리자베스와 에드거가 막았기 때문에 오히려 퍼시가 원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가 없어 안타깝다. 왜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는지, 사람도 아닌 인형인 퍼시가 듀마 키 섬의 해변에 사람들을 왜 끌어들여 죽이는지, 물론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보복을 하기 위해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을 데려가는 것이지만 바닷물에 수장된 사연, 그 사악한 힘을 어떻게 가지게 되었는지 그 사연을 알 수 있었다면 공포가 배가 되었을 것이기에 아쉽게 느껴진다. 오로지 퍼시의 존재를 알기 위해 보낸 시간들, 오른팔이 없는 에드거가 이 오른팔에 통증과 가려움을 느끼면 신들린 듯이 그림을 그리고 이 그림을 통해 사람들을 조정하는 퍼시의 존재가 무엇인지 마지막에 이르면 알게 되지만 역시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퍼시는 지금도 자신이 갇힌 공간을 빠져나가기 위해 힘을 쓰고 있을 것이다. 그 때는 아주 강력한 힘이 아니면 가둬둘 수도 없으리라. 지금 퍼시를 꽁꽁 싸고 있는 물이 조금씩 새어나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젠 그 어떤 곳에서 자신을 드러낼 것인가. 이렇게 열린 결말은 또 다른 위험을 안겨주어 나를 더 섬뜩하게 만든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도 그 느낌이 사라지지 않아 이 소름끼치는 결말로 인해 한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듀마 키로 불려 온 사람들, 와이어먼과 에드거. 모든 불의의 사고가 이 퍼시가 조정한 것이라면? 퍼시의 힘이 어디까지 뻗어있을지 정말 무섭지 않은가?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해주고 싶다. 그러면 꺼지지 않는 공포심을 느끼게 될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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