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마 키 1 - 스티븐 킹 장편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86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그림에 아무런 재능이 없는 나도 듀마 키에 가면 신들린 듯이 예술혼을 불태울 수 있을까. 나를 잘 아는 사람이 내가 에드거처럼 그림 그리는 것을 봤다면 분명 "뭐에 씌였다"고 말했을 것이다. 머리를 다친 엘리자베스가 갑자기 그림을 그려대는 것을 보면 나에게도 그리 불가능해 보이는 이야기는 아닌데 솔직히 섬뜩하고 두려워 '퍼시'와 마주할 용기가 없어 무너지고 말았을 것이다.

 

'듀마 키'를 읽기전 어느 정도의 내용을 알고 첫 장을 펼쳤다. 에드거가 그린 그림이 현실에서 신비함 힘을 발휘하고 그림에 따라 살인마가 처단되고 친구의 병이 고쳐진다는 글 말이다. 그런데 듀마 키에서 만난 엘리자베스를 간병하고 있는 와이어먼의 머릿속에 박힌 총알을 빼내는데까지 이르면 1권이 겨우 마무리 되니 전개가 느려 그림에 대한 비밀을 빨리 알고 싶은 나는 갈길이 바빠 마음만 급해진다.

 

에드거의 이야기 사이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이야기. 이 이야기가 도대체 누구의 이야기인지 모르다가 어느 순간 엘리자베스가 어린시절 겪었던 일이란 것을 알게 되며 긴장감은 고조된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엘리자베스는 기억이 간간이 돌아오게 되면 에드거에게 "아무리 힘들어도 그림을 거기에 두면 안돼. 밖으로 빼내야해. 다락에 피크닉 바구니를 찾아"라는 말을 한다. 에드거의 그림들을 보면 모두 섬뜩하고 기이한 느낌을 받지만 이 몽환적인 느낌은 손을 뻗게 하는 마력을 가진다. 대체 이 그림들이 왜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는 것일까. 4년 후 과거를 회상하며 '듀마 키'를 쓰는 에드거는 그 당시 자신이 그린 그림이 엘리자베스의 가족들이 죽은 사건을 그렸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무서워했던가. 하지만 어린 엘리자베스는 '퍼시'의 존재와 마주하고도 그것을 가둬버렸다. 무섭고 끔찍한 그 존재를 가둬버린 것이다.

 

"테이블이 새고 있어. 다시 잠재워야해"

나는 '퍼시'가 아주 큰 인형인 줄 알았다. 엘리자베스와 늘 함께 했던 '노빈'이라는 인형과 '퍼시', 이 둘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엘리자베스의 죽은 쌍둥이 언니들 테시와 로라, 큰언니 에드리아나의 남편 '에머리'가 물을 뚝뚝 흘리며 에드거가 지내고 있는 빅 핑크에 나타났을 때 이것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알았을 때 나는 무서움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퍼시'의 선원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물 속으로 끌어당기는 물귀신들, 그런데 이 '퍼시'의 최종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자신을 가둔 테이블의 물이 새고 있어 이미 그 힘은 아주 먼 곳으로도 뻗어나가지 않았던가. 메리에 의해 에드거의 딸 일제가 죽은 사건은 에드거가 그린 그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퍼시'의 손길이 뻗어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퍼시가 자신의 세력을 키우기 전에 엘리자베스와 에드거가 막았기 때문에 오히려 퍼시가 원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가 없어 안타깝다. 왜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는지, 사람도 아닌 인형인 퍼시가 듀마 키 섬의 해변에 사람들을 왜 끌어들여 죽이는지, 물론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보복을 하기 위해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을 데려가는 것이지만 바닷물에 수장된 사연, 그 사악한 힘을 어떻게 가지게 되었는지 그 사연을 알 수 있었다면 공포가 배가 되었을 것이기에 아쉽게 느껴진다. 오로지 퍼시의 존재를 알기 위해 보낸 시간들, 오른팔이 없는 에드거가 이 오른팔에 통증과 가려움을 느끼면 신들린 듯이 그림을 그리고 이 그림을 통해 사람들을 조정하는 퍼시의 존재가 무엇인지 마지막에 이르면 알게 되지만 역시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퍼시는 지금도 자신이 갇힌 공간을 빠져나가기 위해 힘을 쓰고 있을 것이다. 그 때는 아주 강력한 힘이 아니면 가둬둘 수도 없으리라. 지금 퍼시를 꽁꽁 싸고 있는 물이 조금씩 새어나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젠 그 어떤 곳에서 자신을 드러낼 것인가. 이렇게 열린 결말은 또 다른 위험을 안겨주어 나를 더 섬뜩하게 만든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도 그 느낌이 사라지지 않아 이 소름끼치는 결말로 인해 한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듀마 키로 불려 온 사람들, 와이어먼과 에드거. 모든 불의의 사고가 이 퍼시가 조정한 것이라면? 퍼시의 힘이 어디까지 뻗어있을지 정말 무섭지 않은가?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해주고 싶다. 그러면 꺼지지 않는 공포심을 느끼게 될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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