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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예언자 1 ㅣ 오드 토머스 시리즈
딘 쿤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식스센스'를 보지 않았다면 더 섬뜩하고 무서웠을 것이다. 시커먼 그림자 같은 존재 '바다흐'와 혼령을 보는 오드, 처음엔 할로를 향해 "지금 네 주머니에 그 애의 피가 들어 있지?"란 말로 그를 움찔하게 만드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페니 칼리스토의 목에 생긴 깊은 상처 이야기를 했을 때에야 비로소 오드의 손을 잡고 있던 페니가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혼령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렇듯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의해야할 점이 있었다면 오드가 보는 사람들이 유령인지, 살아 숨쉬는 나와 같은 사람인지 판단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리 어둡지 않다. 아마도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가 피코문도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오드의 곁을 맴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오드가 포터 서장의 집에 간 날 엘비스는 물 위를 왔다갔다 하며 삿대질을 하고 그 뒤엔 리제티 옆에 앉아 가슴을 훔쳐보며 울기도 한다. 상상해 보라. 오드의 눈에만 보이는 엘비스의 행동에 웃음이 터져 나오지 않는가. 다른 혼령인 톰 제드가 잘린 왼쪽 팔을 들고 등을 긁고 코를 후비거나 잘린 손을 흔드는 모습은 끔찍해야 마땅하나 이렇듯 유머감각이 살아있는 영혼들을 만나게 되면 그 익살극에 잠깐 동안은 즐거울 것이다. 역시 죽은 사람이니 슬퍼해야 할텐데 말이다.
평범한 죽음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 바다흐, 자신이 근무하는 식당에 바다흐들과 함께 나타난 로버트슨을 보며 오드는 아주 끔찍한 사건이 일어날 것임을 예감한다. 로버트슨을 미행하고 그의 집에 잠입하기까지 무슨 일이 벌어질까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오드가 아무일 없이 빠져나왔을 때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뒤에 오드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나타나는 로버트슨, 오드가 자신의 집을 뒤진걸 알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알아냈을까. 오드가 사랑하는 스토미가 괜한 걱정을 한다며 로버트슨에 대해 긴장감을 느끼지 않는 것을 보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마음이 불안해진다. 거기다 엘비스가 오드의 차에서 내릴 때 아무말 없이 바라보며 오드의 손을 두 번 잡아줬지 않은가. 불길한 징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로버트슨의 집에는 온갖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자료가 넘쳐났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파일엔 8월 15일이라는 날짜가 있고 아무 것도 적혀져 있지 않았다. 이것을 보며 오드는 이 날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한다. 자신이 직접 꾼 볼링장 직원들의 죽음, 비올라가 자신이 죽는 모습을 봤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이 사건이 점점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비올라의 죽음이 예견되어 있었건만 오드는 그녀가 이 죽음을 피할 수 있게 도와준다. 스토미의 일은 오드가 운명을 거스른 대가에 대한 벌이었을까. 후반에 이르러 이것이 반전으로 생각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그 앞에 복선이 있었기에 놀라진 않았다. 다만 로버트슨이 오드의 집 욕조에서 죽어 있는 모습이 충격이었다.
로버트슨을 막아야만 한다고 생각한 오드에게 이미 누군가가 자신의 목을 죄어 오고 있었던 것이다. 로버트슨이 범인이 아니었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그 시체를 다른 곳에 옮기는 오드의 모습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히려 이것이 함정이 아닐까. 로버트슨이 저지를 행동을 미리 알고 죽였다? 오드의 능력을 아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오드를 따라다녔던 로버트슨은 이미 그 때 살아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된다. 로버트슨과 함께 한 공범을 찾아야 이 마을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 도대체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솔직히 오드는 너무도 쉽게 공범을 찾아낸다. 사고를 막기 위해 찾아간 장소에서 또 다른 공범들도 알게 되어 사고 자체를 막을 순 없지만 그 피해를 줄이는 오드를 보며 역시 운명이란 피할 수 있다고 해도 그 끝은 같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드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던 '살인예언자', 사건의 핵심으로 들어가기까지 전개가 느리지만 늘 죽음과 함께 하는 그의 인생을 통해 삶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었다. 경찰의 큰 도움없이 혼자서 사건을 해결하는 오드,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래서인지 조금 긴박감이 떨어진다. 예정된 살인을 막기 위해 그 제한된 시간속에 움직이는 오드의 모습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그가 이 사고를 통해 잃어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정도의 피해로 끝나게 된 것을 안도해야 하리라. 하지만 왜 그에게 이런 능력이 생겼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문제를 생각하면 안쓰러워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예정된 살인을 막으려 했지만 그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