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태양의 노래
덴카와 아야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울컥하고 가슴속에서 뭔가 나를 울린다. 책을 읽고 눈물을 흘려본지가 언제였더라. 심장이 따스해져 오는 느낌에 밤 늦은 시간 책을 읽는 이 시간이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책 표지가 노랗다. 태양의 빛을 온전히 받고 있는 소녀의 모습, 노래를 듣고 있는 이 소녀의 모습에 마음까지 따스해졌으나 '태양과 마주하고 싶던 바램'을 담은 듯 하여 이젠 가슴이 아파올 뿐이다.
'색소성 건피증'이라는 말을 '가오루'의 입을 통해 듣고 나 역시 생전 처음 듣는 희귀병에 마음이 산란해진다. 죽음 앞에 어찌 이렇게 담담할 수 있는지. 그래 알고 읽는 거니까 어떻게 될지 결말을 대충 유추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내가 더 담담하게 대할 수 있음에도 '가오루'의 남은 시간들에 내 자신이 더 조바심을 내고 안달하게 되었다. 아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녀가 결코 원하지 않는 동정심을 가진 것이다. '가오루' 곁에는 마지막까지 함께 해 주는 사랑하는 사람 '코지'와 부모님이 있음에도 왜 난 그녀가 안되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 내가 결론내린 행복의 조건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행복하게 늙어가야 하는 조건을 '가오루'가 그렇게 원하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이기에 나는 그녀가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리 판단해 버린 것이다.
얼마나 독선적인 생각인가? 태양을 마주할 수 없었지만 모두의 마음의 태양이 된 '가오루'가 왜 행복하지 않았겠는가. 최고의 성공한 삶을 누릴 수 있지만 그것을 놓아버려야 하기에 오히려 내가 물욕에 차서 그녀를 가엾게 여긴 것 뿐이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길에 죽음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은 작은 행운일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변화하는 하루들을 느끼면서 얼마나 미안했을 것인가. 얼마남지 않은 생이기에 아끼는 사람들에게 아픔을 남겨줘야 하는 시간들은 그녀에게 가슴 휑한 외로움의 시간들일 것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생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 보내야한다는 생각으로 묵묵히 책을 읽어가던 내가 어릴때부터 함께한 친구 '미사키'를 결혼할 사람인 '교스케'에게 인계해주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려버렸다. 언제나 함께 하리라고 믿은 친구가 떠나가는 모습은 꼭 아버지가 결혼을 앞둔 딸을 사위에게 '"잘 부탁한다"는 당부와 함께 손을 건네주는 장면 못지 않게 마음이 아려온다. 자신이 떠날 생각만 했었지 아마 누군가를 떠나 보내야하는 일은 전혀 생각도 못했나 보다. 당황하면서도 의연하게 보내주려 애쓰는 모습은 "행복하게 해 주지 않으면 죽, 죽....." 말을 잇지 못하는 '가오루'처럼 나도 목이 메어 온다. "죽으면 귀신이 되어서라도 혼내주러 올 거예요" 라는 말을 뱉으면 꼭 금방 죽을 듯 하여 '죽음'이라는 단어조차 입에 담는 것이 두렵기만 한 모습에 '가오루'에게 어떤 위로의 말도 할 수 없는 난 가슴만 먹먹해져 올 뿐이다.
태양과 함께 할 수 없는 '색소성 건피증'은 그녀에게 다른 삶을 살아가게 해 주었지만 밤하늘에 울리는 그녀의 노랫소리로 인해 많은 사람이 삶에 희망을 느꼈듯 나도 그 노래를 가슴으로 들으며 태양의 따사로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 귓가에 들려오는 이 노래소리가 '희망의 메세지'로 남아 나만을 위한 노래라고 착각하게 만들어 그녀의 사랑을 받은 '코지'가 한없이 부러운 시간들이었다. 그녀의 노랫소리가 들린다면 아마 누구든 태양을 가슴에 안은 듯 마음이 행복으로 충만해 질 것이다.